240화
도윤의 망설임은 최서라의 개입으로 인해 한 방에 깨어졌다.
“크게 시간이 걸리는 일도 아니니까 한 번 구경하러 가보도록 해요. 저도 파리 소더비 경매는 한 번도 구경한 적이 없거든요. 이왕 여기까지 왔으니까 잠깐 들르는 것도 나쁘지 않은 것 같은데요?”
한국어로 한 얘기였기 때문에 맞은편에 앉아 있던 파비앵은 무슨 말인가 싶어 눈만 껌뻑거렸다. 그러나 도윤은 영 마뜩치 않아하는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이번 여행에서는 가급적 미술관이나 박물관에는 들르지 않기로 했잖아?”
“그렇기는 하지만 경매의 프리뷰 전시장은 미술관이 아니잖아요. 그리고 우리 일 때문에 파비앵 씨가 이름까지 빌려주면서 수고해 주셨어요. 정밀하게 감정해서 감정서까지 써달라는 것도 아니고 그냥 한 번 봐 달라는 부탁인데 그냥 거절하는 것도 예의가 아니에요.”
결국 도윤의 맥없는 저항은 최서라의 말에 손쉽게 무너졌다. 그는 어쩔 수 없다는 듯이 피식 웃고는 파비앵에게 프리뷰 전시장에 들르겠다고 약속했다.
“알았어. 어차피 파리에서 특별한 일정을 정해놓은 것도 아니니까 내일 점심시간에 한 번 들러볼게. 하지만 너도 내 의견은 그냥 참고 사항으로만 생각해야 돼. 알았지?”
약간 긴장된 모습으로 두 사람의 대화를 지켜보던 파비앵의 얼굴이 활짝 퍼졌다. 그는 도윤이 얼마나 빠르고 정확하게 작품의 진위 여부를 감정해낼 수 있는지 이미 잘 알고 있었다. 잠깐 들른다고 했지만 그것만으로도 작품의 진위를 판정하는 데에는 문제가 없을 게 분명했다.
“점심시간? 그럼 내가 열두 시까지 전시장에 나가 있을게.”
“열두 시는 너무 이르고 한 시까지 와. 그런데 너 요즘 오르세 미술관 일이 바쁘다고 하지 않았어? 아무리 점심시간이라고는 하지만 시간을 낼 수 있겠어?”
“내가 요즘 바쁜 게 바로 그 일 때문이잖아. 프리뷰 전시를 보러 간다고 하면 미술관에서도 점심시간을 조금 길게 갖는 것에 대해 뭐라고 하지 않을 거야. 그게 우리 같은 큐레이터들에게는 업무의 일환이나 마찬가지니까.”
그렇게 해서 도윤에게 계획에도 없던 새로운 일정이 생기고 말았다. 이튿날, 오전에 세느 강 유람선을 타고 강변의 풍광을 감상하며 시간을 보낸 두 사람은 약속 시간보다 약간 일찍 파리 소더비의 프리뷰 전시장으로 도착했다. 파비앵은 이미 전시장 안에서 두 사람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와 간단하게 인사를 주고받은 도윤은 내친 김에 전시장 안에 있는 작품들을 하나씩 둘러보았다. 작품들은 전체적으로 좋았다. 도록에는 나와 있지만 평소에는 쉽게 볼 수 없었던 개인 소장품들이 전시되어 있는 것을 보자, 역시 오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하지만 파비앵이 말한 고흐의 그림 앞에서 선 그의 눈이 살짝 찌푸려졌다.
이번에 경매에 붙여지기로 한 고흐의 작품은 그의 자화상이었다. 고흐는 모델을 구할 형편이 되지 못했기 때문에 주변에 있는 지인들의 초상화를 자주 그렸다. 심지어 같은 사람의 초상화를 여러 점 그리기도 했다. 자화상의 경우에는 남아 있는 것만 해도 십여 점에 달할 정도였다. 알려진 바에 의하면 이번에 나온 자화상은 그가 죽기 두 해 전에 그린 것이었다.
“어때? 역시 아닌 것 같아?”
도윤의 표정이 좋지 않은 것을 본 파비앵이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물었다. 잠시 그림의 이곳저곳을 살펴보던 도윤은 더 이상 볼 필요도 없다는 듯이 고개를 저었다.
“위작이야. 이건 도저히 고흐의 그림이라고 볼 수 없어.”
“정말? 하지만 그건 고흐의 전작 도록에도 실렸던 그림인데?”
“비교적 오래 전에 만들어진 위작이기는 하지만 역시 고흐의 그림과는 미묘하게 달라. 그 시절에 이 정도로 정교한 위작을 만들었으면, 19세기 말에 고흐의 그림이 본격적으로 인기를 얻기 시작할 무렵에 제작된 것일 거야. 무명 화가의 싸구려 그림을 가지고 이렇게 공을 들여 가짜를 만들었을 리는 없을 테니까.”
화가의 그림에 대해 사람들이 관심이 몰리면 값이 올라가기 마련이고, 그러면 거의 예외 없이 위작이 나돌기 시작하는 법이다. 특히 20세기 중반까지는 과학적 감정 방법이 거의 개발되지 않은 탓에 모든 진위 판단이 오로지 실력 있는 감정가들의 안목에만 의지할 수밖에 없었다. 문제는 그들의 안목이 언제나 옳은 것만은 아니라는 점이었다.
“하지만 저 그림에는 호헨반트의 감정서가 첨부되어 있다고. 이미 죽은 사람이기는 하지만 그는 20세기 중반까지 실력 좋기로 유명한 감정가였단 말이야.”
파비앵의 말에 도윤이 가볍게 코웃음을 쳤다.
“호헨반트가 뛰어난 실력을 지닌 감정가였던 건 분명하지만 그가 모든 감정에서 백 퍼센트 성공했던 건 아니지. 누구의 권위를 등에 업었든 저 그림이 위작이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어. 권위는 진실을 가려냄으로써 얻어지는 거지, 그게 진실을 만들어내는 건 아니잖아?”
말을 하던 도윤이 문득 이마를 찌푸리면서 파비앵을 쳐다봤다.
“솔직히 말해 봐. 너도 저 그림이 어딘가 이상하다고 생각했던 거지? 그러지 않았으면 굳이 나한테까지 그림을 봐 달라고 얘기했을 리가 없잖아.”
그의 말에 파비앵의 눈동자가 어지럽게 흔들리더니 결국 고개를 푹 숙였다. 그 모습을 본 도윤은 속으로 혀를 찼다.
당연한 얘기지만 아무리 뛰어난 안목을 지난 사람이라고 해도 잘못된 감정을 할 가능성은 언제나 존재했다. 그래서 모든 감정가들은 작품을 살피는 것 외에도 항상 다른 서류와 자료를 확인한다. 안목이라는 게 어쩔 수 없이 주관이 개입될 수밖에 없는데 반해, 객관적인 자료는 거짓말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때로는 감정사의 감정 결과가 그 자체로 객관적인 자료의 역할을 하기도 한다. 가령 다른 특별한 증거 서류가 없는 상황에서 호헨반트 같은 유명한 감정가가 진작이라고 판정을 내려버리면, 그게 다음에 감정하는 이들에게 큰 영향을 끼치는 것이다.
‘그래도 확실히 파비앵도 실력 좋은 감정가이기는 하네. 보통 감정가들이었다면 호헨반트의 감정서가 존재한다는 사실 만으로도 저 작품이 진작이라는 걸 의심하지 않았을 텐데.’
권위에 함몰되지 않는 건 감정가로서 좋은 태도다. 그가 속으로 파비앵의 안목을 칭찬하고 있는데, 문득 낯선 목소리가 두 사람 사이에 끼어들었다.
“이도윤 박사가 아니십니까? 이런 자리에서 뵙게 되다니 뜻밖이군요.”
감정가가 경매장 프리뷰 전시장에 들르는 게 뜻밖이라고? 누군가 싶어서 고개를 돌리자 키가 190cm는 족히 넘어 보이는 장신의 대머리 중년 남자가 그를 쳐다보고 있었다. 처음 보는 얼굴에 도윤이 고개를 갸웃하는 것과는 달리, 남자를 확인한 파비앵은 펄쩍 뛰었다.
“르보 실장님! 실장님이 어떻게 여기에……?”
“어떻게라니? 오르세의 감정 실장이 프리뷰 전시장에 오는 게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지 않은가? 자네가 또 다시 이곳에 간다고 했다기에 도대체 뭣 때문에 자꾸 그러는지 궁금해서 잠깐 들렀지. 설마 여기서 이도윤 박사를 만나게 될지는 몰랐지만.”
실실 웃으며 내뱉은 르보 실장의 말투에서 숨길 수 없는 빈정거림이 묻어나왔다. 파비앵도 그 점을 느꼈는지 순식간에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다.
“이도윤 박사님은 현재 신혼여행 중입니다. 저하고는 옛날에 트루쓰 앤 밸류에 함께 출연한 인연이 있어서 잠시 함께 만났을 뿐입니다.”
그러자 르보 실장이 짐짓 놀랐다는 표정을 지으며 도윤에게 악수를 청했다.
“저런. 결혼하셨다는 건 몰랐습니다. 소더비의 감정 실장으로 있는 야니크 르보라고 합니다. 이런 미인을 부인으로 얻으셨으니 진심으로 축하를 드려야겠군요.”
르보 실장은 미소를 지으며 도윤과 최서라에게 악수를 청했다. 도윤은 파비앵을 흘낏거리는 르보 실장의 눈빛을 통해 그가 파비앵을 몹시 싫어한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파비앵은 큐레이터인제 감정실장으로부터 미움을 받고 있다고? 보나마나 예전에도 그림의 감정 문제를 놓고 언쟁이나 충돌이 있었던 게 분명하군.“
아니나 다를까, 두 사람과 인사를 나눈 르보 실장이 짐짓 엄한 표정을 지으며 본격적으로 파비앵을 나무라기 시작했다.
“고흐의 자화상은 이미 내가 진작이라고 결론을 내린 작품이라는 걸 자네도 모르지 않을 텐데? 자네가 오르세로 오기 전에 감정가로 활동했었다는 사실은 잘 알지만 지금은 큐레이터이지 않은가? 왜 자꾸 다른 부서의 영역을 침범하려는 거지?”
르보의 질책에 가까운 말을 들은 파비앵이 눈에 띄게 안절부절못했다. 그가 계속 도윤의 눈치를 살피는 것을 발견한 르보 실장이 이번에는 그에게로 몸을 돌렸다.
“혹시 이 박사께서 파비앵에게 이 작품이 위작이라고 말씀하시기라도 한 겁니까?”
넌 왜 그런 쓸 데 없는 소리를 하느냐는 뜻이 잔뜩 실린 목소리였다. 남의 일에 끼어들기도 애매해서 그냥 잠자코 있던 도윤은 그 한 마디에 기분이 확 상하고 말았다.
“죄송하지만 제가 보기에 저 자화상은 위작이 분명합니다. 웬만하면 모른 척 하고 지나가려고 했는데 그렇게 노골적으로 물으시니 저도 대답을 하지 않을 수가 없군요.”
“호오, 위작으로 감정하셨다는 말씀이지요? 이거 실망이군요.”
“실망이라고요? 뭘 실망하셨다는 거죠?”
“이 박사님께서 일본에서 고흐의 해바라기를 발견해서 뉴욕 소더비의 경매에 올렸다는 사실은 저도 익히 알고 있습니다. 트루쓰 앤 밸류에서 우승하시는 모습도 지켜봤지요. 상당히 실력 있는 감정가라고 알고 있었는데 설마 이렇게 진작이 확실한 그림을 잘못 감정하실 줄은 몰랐군요. 역시 아직은 경험이 조금 더 필요한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이 자식 봐라? 도윤은 자신을 깔아보듯 내려다보는 장신의 르보 실장의 말을 듣고 오기가 확 솟아올랐다. 지금 한 번 해보자는 거지? 그때 옆에 있던 최서라가 그의 팔을 가만히 잡아당겼다. 흠칫하는 그를 향해 조용히 고개를 젓는 그녀의 모습이 보였다. 도윤은 가까스로 흥분을 가라앉히고 차분하게 대답했다.
“제가 아직 젊다는 건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지요. 그래서 어떤 작품을 감정할 때마다 늘 실수를 저지를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는 합니다. 그래도 이 자화상이 진작이라는 말에는 선뜻 동의하기 어렵군요. 르보 실장님은 혹시 확실한 증거라도 가지고 계십니까?”
그가 가급적 예의에 벗어나지 않게 말하려고 애썼음에도 불구하고 르보는 코웃음을 쳤다.
“실력 있는 감정가가 언제나 믿고 의지할 것은 자신의 눈과 경험일 뿐이지요. 하지만 이 자화상의 경우에는 굳이 제 부족한 안목을 뽐낼 필요도 없이 호헨반트의 감정서가 존재합니다. 제가 아무리 잘난 척을 한다고 해서 설마 호헨반트보다 낫다고 할 수야 있겠습니까?”
말은 그렇게 했지만 결국 도윤에게 네가 호헨반트보다 잘냐고 묻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도윤은 얼굴이 빨갛게 변한 파비앵을 힐끗 쳐다보고는 가만히 입맛을 다셨다.
“그렇군요. 그렇게까지 말씀하신다면 저로서는 더 이상 얘기를 하지 않는 게 낫겠군요. 저 같으면 이 작품을 거액에 구입하지 않겠지만, 부디 소더비에서 소신을 가지고 잘 판단하시기를 바랍니다. 뭐, 어차피 제 말에는 신경을 쓰지 않겠지만요.”
르보 실장이 당연하지 않느냐는 말을 내뱉으려는 찰나, 이번에는 또 허스키한 노인의 목소리가 갑자기 그들 사이에 끼어들었다.
“글쎄요. 르보 실장은 어떨지 모르지만 저로서는 이 박사의 말에 신경을 쓰지 않을 수가 없군요. 정말로 이 박사가 보기에는 저 그림이 가짜입니까?”
누군가 싶어 고개를 돌리자 정장을 멋지게 차려입고 머리에는 모자까지 쓴 노신사가 지팡이를 짚은 채 그들을 쳐다보고 있었다. 도윤과 최서라는 누구인가 싶어 멀뚱하게 그를 쳐다봤지만 르보 실장과 파비앵의 반응은 전혀 달랐다.
“말레 회장님!”
두 사람의 입에서 거의 동시에 튀어나온 말이었다. 그러자 말레 회장이라고 불린 노인이 씩 웃으며 도윤과 최서라에게 다가왔다.
“오르세 미술관 후원 회장을 맡고 있는 알랭 말레라고 합니다. 얼핏 들으니 신혼여행 중이시라고요? 이 박사님의 행운이 진심으로 부럽습니다. 늘 뛰어난 작품들을 보며 살아서 그런가요? 집안에 진짜 명작을 들여놓으셨군요. 역시 안목이 뛰어난 분이라는 걸 부인을 보니 새삼 알 수 있겠습니다.”
내뱉는 말 사이로 기름기가 좔좔 흘렀다. 최서라가 살짝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그런 안목이라면 남편보다는 제 쪽이 훨씬 뛰어난 셈이지요. 게다가 운도 좋은 편이랍니다. 이만한 신랑감을 찾는 건 하늘의 별따기보다 힘들거든요.”
최서라 역시 프랑스어에 능숙했다. 그녀의 말을 들은 말레 회장이 눈을 크게 뜨더니 이내 껄껄대며 너털웃음을 터트렸다. 그는 한참 동안 유쾌하게 웃어젖히더니 문득 도윤을 향해 얼굴을 돌렸다.
“그렇잖아도 고흐의 자화상에 대해 위작을 의심하는 말이 아주 없지는 않았습니다. 그래서 내심 불안한 마음이 조금 있었는데, 이렇게 세계적인 감정가를 만났으니 가능하면 고견을 들어볼 수 있겠습니까? 이 박사가 보기에 저 그림의 어떤 점이 이상합니까?”
도윤이 대답을 망설이고 있는데, 파비앵이 다급하게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우리 오르세 미술관 후원회의 회장을 맡고 있는 분이셔. 본인이 작품을 수집하기보다는 주로 미술관이 새 작품을 구입할 때마다 거액의 기부금을 내시는 분이기도 해. 고흐의 자화상을 구입하기로 한 것도 저분이 흔쾌히 기부 의사를 밝힌 덕이 커.”
한 마디로 그의 선택에 따라 오르세 미술관이 눈앞의 자화상을 소유할 수 있을지의 여부가 결정된다는 말이었다. 도윤은 솔직히 난감한 기분이었다. 본래 파비앵에게만 살짝 견해를 말해줄 생각이었는데, 어처구니없게도 일이 커진 것이다.
* * *
프랑크푸르트의 저택에서 쉬고 있던 리히터 회장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발신자의 이름을 확인한 그가 낚아채듯이 전화기를 집어 들었다.
“나다. 이도윤의 행방을 확인했나?”
“조금 전에 확인했습니다. 그가 파리의 호텔에 체크인을 했다는 정보가 들어왔습니다.”
“파리? 스페인을 건너뛰고 베네치아에서 곧바로 거기로 날아갔다는 거야? 도대체 왜?”
“이유까지는 아직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그를 직접 만나 확인하라고 이미 파리에 연락을 해 두었습니다. 조만간 사실 여부를 알 수 있을 겁니다.”
“비행기 표는? 이 박사가 파리 다음에는 어디로 갈 건지는 알아 봤나?”
“그것까지는 아직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다만 파리에서 영국으로 가는 비행기 표와 런던의 호텔은 아직 예약을 취소하지 않았습니다. 현재로서는 파리를 떠나 런던으로 갈 거라 짐작됩니다. 그곳에는 그의 지인들이 많이 있으니까요.”
“그렇게 안이하게 짐작만 하지 말고 철저하게 체크해. 런던은 원래 이 박사를 납치하기로 했던 곳이잖아? 거기로 가지 않고 또 다른 곳으로 새면 일이 복잡해져.”
“알겠습니다. 계속 추적하면서 예의 주시하겠습니다.”
통화를 마친 리히터 회장의 인상을 잔뜩 찌푸렸다. 이 자식이 설마 미행을 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눈치 챈 건 아닐까? 스페인을 들르지 않을 거라면 왜 그곳에 잡아놓은 호텔 예약을 마지막까지 가서야 급하게 취소한 거야? 신혼여행을 하는 도중이라서 그런가? 혹시 부인이 변덕이 심한 거야?
그 시각, 압둘 역시 자신에게 연락해 온 요원을 다그치고 있었다.
“런던 다음이 네덜란드라고 했지? 런던에서의 계획이 수포로 돌아갈 수도 있으니까 런던과 암스테르담 공항에 요원들을 상주시켜. 혹시 또 일정을 바꾸더라도 놓치지 않게.”
“알겠습니다. 철저하게 감시할 수 있도록 요원들을 다시 배치하겠습니다.”
도윤이 한가하게 파리의 소더비 전시장에 붙잡혀 있는 동안 리야드와 프랑크푸르트는 아주 바쁘게 돌아가고 있었다.
(다음 화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