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0화
<39. 칭기즈칸의 유언>
배신당한 장수의 모습은 비참했다. 칸의 친구이자 최대의 적. 자무카는 어제까지만 해도 그를 따르던 부하들에 의해 사지가 묶인 채로 땅바닥에 질질 끌려왔다.
테무진은 커다란 파오 앞에 의자를 놓고 앉은 채 핏물과 흙먼지로 더렵혀진 친구의 모습을 지켜봤다. 누군가 거동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자무카의 몸을 끌어다가 그의 앞에 패대기쳤다. 땅바닥에서 흙먼지가 풀썩 일더니 몽골의 거친 바람을 타고 하늘로 날려올라갔다.
테무진의 입가에 잠시 경련이 일다가 사라졌다. 그가 입술을 꾹 다문 채 고갯짓을 하자 한쪽에 서 있던 장수 하나가 얼른 다가가 쓰러진 자무카를 일으켜 앉혔다. 온몸의 뼈가 부러진 탓에 제대로 자세를 잡지 못하던 그가 간신히 허리를 세우고 고개를 들었다.
“친구여! 그리고 나의 형제여! 우리가 처음 만났을 때 이런 모습으로 서로 마주하게 될 날이 올 줄은 미처 몰랐구나. 도대체 어쩌다가….”
끝내 말을 맺지 못한 테무진의 목소리가 가늘게 떨렸다. 자무카는 그의 목소리에 담긴 비통한 진심을 느꼈다. 터지고 부르튼 그의 입술에 희미한 미소가 매달렸다.
“나를 아직도 친구라고 생각하는가?”
“너는 내가 진정으로 인정하는 유일한 친구이자 형제다.”
자무카가 잠시 눈을 감았다가 떴다.
“내 뒤에 있는 놈들 역시 평생 동안 친구이자 형제로 생각했던 자들이지. 그런데 그들이 잠든 나를 습격해서 이곳으로 끌고 왔어. 내 적은 여전히 나를 친구라고 부르는데, 내가 친구라고 여겼던 놈들은 나를 배신했네. 그러고 보니 이제 나 역시 친구는 자네 한 명뿐이군.”
“자네는 비록 내게 칼을 겨눴지만 나를 배신한 건 아니야. 나 역시 자네에게 그랬고.”
자무카가 낮은 웃음소리를 흘렸다. 그의 뒤에 서 있던 과거의 부하들, 이제는 배신자가 되어 자신들의 주군을 끌고 온 장수들이 흠칫 몸을 떨었다. 자무카의 웃음소리에 담긴 스산한 살기를 느낀 것이다. 장수 가운데 한 명이 본능적으로 칼 손잡이를 쥐려는 찰나, 자무카가 다시 입을 열었다.
“자네는 예전부터 배신자를 싫어했지. 돌아가신 아버지 때문이라고 했었나?”
그의 말에 테무진의 얼굴에도 살기가 드러났다. 어릴 적의 기억이 떠오른 것이다.
“맞아. 내 아버지 예수게이가 친구들에게 독살 당하자 부족들은 우리 가족을 버렸지. 나는 내 손으로 칼을 휘두를 수 있게 되었을 때, 그들을 모두 찾아서 죽였어. 배신자의 말로는 비참한 죽음이어야지 비겁한 행복이어서는 안 되니까.”
“그럼 자네 친구를 배신한 이들은 어떻게 할 텐가? 저들은 비록 나를 배신했지만 자네를 위해서는 큰 공을 세운 셈이 아닌가?”
테무진이 차갑게 코웃음을 쳤다. 그가 신호를 보내자 사방을 둘러싸고 있던 장수와 병사들이 일제히 칼을 빼들고 포위망을 좁혀왔다.
“저 놈들은 주인을 배신해서 팔아넘긴 쓰레기들이야. 나는 쓰레기를 받아들이지 않네.”
그의 말이 떨어지자마자 칸의 부하들이 일제히 자무카를 끌고 온 장수들을 공격했다. 그들은 나름대로 치열하게 저항했지만 워낙 중과부적이었다. 순식간에 난자당한 시체로 변한 그들을 병사들이 어디론가 끌고 갔다. 그 모든 일이 끝날 때까지 자무카는 눈을 똑바로 뜬 채 황무지 한 가운데에 박힌 바위처럼 앉아 있었다.
사방에 피비린내가 가득했다. 하지만 테무진은 눈도 깜짝하지 않은 채 물었다.
“자네와 나의 승부는 끝났네. 하지만 우리가 함께 하는 싸움은 이제부터 시작할 수 있지. 서로 칼을 맞대는 것은 그만 두고 내 옆에서 나란히 말을 달릴 생각은 없는가?”
자무카가 처연한 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다리가 부러진 말은 죽여서 고기를 먹는 것이 초원의 풍습이지. 나는 이미 다리가 부러졌으니 그만 죽이게. 비록 고기를 주지는 못하겠지만 명예를 지켜주게.”
“내 옆에 서게 되면 그 명예가 더욱 높아질 거야.”
“자네의 명예겠지. 내 명예는 아니야.”
테무진이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자무카의 뜻은 확고했다. 하지만 그는 끝내 마지막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한 번 더 입을 열었다.
“나는 부족한 게 많아. 자네가 내 옆에서 그걸 채워주게.”
피식 웃음을 흘린 자무카의 시선이 문득 테무진의 옆으로 향했다. 그의 시선이 닿은 곳에는 당당한 체구의 장수 한 명이 눈을 부릅뜬 채 서 있었다. 제베. 화살이라는 뜻의 이름을 가진 그는 테무진의 장수들 가운데에서도 활솜씨가 가장 뛰어나기로 유명한 인물이었다.
“자네에게는 제베가 있지 않나? 그는 자네에게 부족한 것뿐만이 아니라 필요하지 않은 것까지도 모두 알아서 채워줄 거야. 하지만 받지 말아야 할 것은 끝까지 사양하게. 그게 친구로서 내가 자네에게 주는 마지막 충고야.”
단단한 화강암 같던 테무진의 얼굴에 처음으로 변화가 생겼다.
“받지 말아야 할 것이라고? 제베는 지금까지 내게 그런 걸 준 적이 없네.”
후우~. 이번에는 자무카의 입에서 답답한 한숨이 새어나왔다.
“그는 무덤을 파헤쳐 얻은 물건을 이용해서 자네에게 사람들의 마음을 얻을 수 있는 신비한 힘을 주었지 않은가?”
“그걸 자네가 어떻게…?”
테무진은 깜짝 놀라 말을 뱉다가 급히 입을 다물었다. 자무카가 고소를 머금었다.
“과거 자네를 본 토그릴 칸의 부하들은 그 힘에 사로잡혀 주인을 배신했지 않은가? 덕분에 자네는 토그릴 칸과의 싸움에서 대승을 거둘 수 있었어. 그리고 얼마 전에는 결국 내 부하들의 마음까지 빼앗아 갔지. 그래서 지금 내가 이런 모습으로 끌려온 거 아닌가?”
“내가 친구인 자네를 배신했다는 말인가?”
“자네가 그 힘을 마음대로 조절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면 나는 테무진 그대마저 나를 배신했다고 여겼을 걸세. 하지만 자네가 얻은 그 힘에 대해서는 오래전부터 우리 부족에게 전해져 내려오는 전승이 있지. 나는 아직도 그 내용을 기억하고 있네. 그 힘은 자네를 위대한 칸으로 만들어주겠지만 동시에 영혼을 타락시킬 거야. 늘 조심하게.”
“자네는 죽기 전에 나와 제베의 사이를 갈라놓을 생각인가?”
테무진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그러자 자무카가 처연한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제베가 파헤친 그 무덤이 바로 우리 자달란 족의 선조가 묻혔던 곳이야. 그 무덤은 절대로 파헤쳐져서는 안 되는 곳이었지. 하지만 어쩌겠나? 이미 무덤은 열렸고 그 힘은 자네의 것이 되었으니.”
잠시 말을 멈췄던 그가 테무진을 똑바로 쳐다보며 다시 입을 열었다.
“나중에 죽거든 아들에게 시신을 화장해 달라고 이르게. 차마 그렇게 하지 못하겠거든 절대로 남들이 찾을 수 없는 곳에 무덤을 만들어. 그래야 자네가 정복한 땅이 오래도록 자손들의 것으로 남을 수 있을 테니까.”
테무진은 평생의 친구가 하고 있는 말이 유언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하지만 그는 어째서 저렇게 저주나 다름없는 말을 마지막으로 남기려고 하는가? 그가 다시 한 번 물었다.
“정말 마음을 바꿀 수 없겠나?”
“미안하네. 그리고 고맙네. 끝까지 친구로 남아줘서.”
테무진이 길게 한숨을 내쉬더니 손을 까닥했다. 그러자 미리 대기하고 있던 장수 두 명이 다가와 자무카의 머리위로 커다란 자루를 덮어씌웠다. 손으로 겉을 더듬어 목이라 생각되는 부분을 찾은 그들이 자루 위로 밧줄을 걸고는 양쪽에서 강하게 잡아당겼다. 잠시 후, 자루가 부르르 떠는가 싶더니 이내 잠잠해졌다.
* * *
한국으로 돌아온 석훈은 조민아와 헤어진 뒤 곧바로 서윤문화재단으로 출근했다. 심지어 집에도 들르지 않고 가지고 갔던 캐리어조차 그대로 든 채였다. 그가 도착했다는 연락은 받았지만 내일쯤 천천히 출근할 줄 알고 있던 도윤은 순간적으로 당황했다.
“석훈이 너 공항에서 여기로 바로 온 거야?”
그가 끌고 들어온 캐리어를 본 도윤이 깜짝 놀라 자리에서 일어나며 물었다. 그러자 석훈이 아무 말 없이 캐리어 위에 얹어놓았던 작은 가방을 열더니 상자 하나를 꺼냈다. 얼떨결에 상자를 받아든 도윤이 뚜껑을 열자 마이크로 SD 카드가 가득 들어 있었다.
“이게 다 뭐냐?”
그의 물음에 석훈이 별일 아니라는 듯이 태연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뭐긴 뭡니까? 무덤 안에 들어가면 내부를 샅샅이 촬영해 오라면서요? 무너진 곳이 많아서 다 가보지는 못했지만 묘실까지 이르는 통로 하나는 확실히 뚫어놨어요. 거기까지 가는 동안 나오는 방하고 묘실 내부를 찍은 영상이니까 잘 살펴보세요.”
“야, 고맙기는 한데 왜 이렇게 급해? 집에 들러서 짐부터 풀고 천천히 와도 될 걸.”
서둘러 준 건 기특하지만 평소의 석훈과는 달리 너무나 성실한 태도라서 오히려 의아했다. 그러자 녀석이 상자 안에서 SD 카드 하나를 꺼내들었다.
“나도 웬만하면 그러고 싶은데 이번에는 왠지 느낌이 이상해서요. 컴퓨터 켜져 있죠? 일단 여기에 있는 영상부터 한 번 봐보세요.”
뭔데 그러지? 도윤은 일단 컴퓨터에 마이크로 SD 카드 리더기를 연결한 다음 거기에 석훈이 건넨 카드를 꽂았다. 잠시 후, 모니터에 무덤 내부를 촬영한 듯한 영상 하나가 떴다. 화질 자체는 좋았지만 회중전등을 비춰가면서 찍은 영상이라서 전체적으로 어두웠다.
“처음 묘실에 들어갔을 때 찍은 거예요. 어때요? 뭔가 좀 이상한 느낌 안 들어요?”
모니터를 응시하며 심각한 목소리로 묻는 석훈의 말에 도윤이 고개를 갸웃했다.
“글쎄다? 일단 중앙에 놓인 게 칭기스칸이 들어 있는 관인 것 같기는 한데, 저거 돌로 만든 거 맞지? 그게 좀 이상하네? 저 때는 보통 나무로 관을 만들었는데?”
“에이 그렇게 이상한 거 말고요. 뭔가 등골이 싸늘하다는 느낌은 없어요?”
도윤은 어이가 없었다. 얘가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이 자식이 무덤 안을 촬영하라고 보냈더니 무슨 괴기 영화 찍다 왔냐? 등골이 싸늘하다니? 뭐가? 묘실 안에 들어가니까 관 뚜껑이 덜컹 열리면서 칭기즈칸 시체라도 벌떡 일어날 것 같았어? 강시나 좀비처럼?”
그냥 해 본 소리였다. 그런데 그 말을 들은 석훈이 자신을 뚫어지게 쳐다보는 게 아닌가?
“너 도대체 왜 그래? 정말 이 안에 들어갔을 때 무서운 기분이라도 느꼈다는 거야?”
그러자 약간 망설이는 듯하던 석훈이 입맛을 쩝쩝 다시며 고개를 끄덕였다.
“솔직히 말하면 등골이 오싹하더라고요. 처음 들어갔을 때만 그랬으면 내가 좀 긴장해서 그런가보다 했을 텐데 그게 아니었어요. 한 달 가까이 무덤에서 작업을 하는 동안 최소한 열 번 이상은 묘실 안을 들락거렸거든요? 그런데 들어갈 때마다 늘 찝찝한 느낌이 들더라고요. 형이 보기에는 그런 느낌이 들 만한 물건이 없는 것 같아요?”
도윤은 다시 한 번 영상을 처음부터 끝까지 면밀히 살펴보았다. 하지만 아무리 봐도 특별히 이상한 건 느껴지지 않았다. 묘실 안은 사람이 서서 걸어 다녀도 될 정도로 넓고 높았다. 전체적으로 크고 화려한데다 주변에 설치된 책상이나 서가마다 상당히 귀해 보이는 부장품들이 많이 놓여 있었다. 하지만 그뿐이었다.
“나는 아무리 봐도 모르겠는데? 도대체 뭘 가지고 그러는 거야? 너 혹시 이 안의 온도가 낮아서 그런 거 아니야? 아무래도 지하인데다 차가운 물웅덩이하고 연결되어 있으니까 지상에 비해서는 온도가 낮았을 거 아니야?”
“에이, 내가 UDT 시절에 한겨울에도 맨몸으로 물속을 들락날락 했었던 사람인데 그 정도 가지고 움츠러들었겠어요? 말 그대로 등골이 오싹했다니까요? 추워서 그런 게 아니라.”
“들어갈 때마다 그랬다고? 그럼 지금도 그래? 영상을 보니까 등골이 오싹하느냐고?”
“그건 아니에요. 이르쿠츠크에서 서울까지 오는 동안 카메라에 달린 모니터로 이 영상을 여러 번 봤어요. 그런데 영상으로 볼 때는 그런 느낌이 전혀 안 들더라고요. 형은 저보다 감각이 예민하니까 혹시 느낄지 모르겠다 싶어서 보여드린 건데, 역시 아니에요?”
“전혀 아니야. 관이나 주변의 부장품들을 좀 더 가까이에서 찍은 영상은 없어? 그게 있으면 혹시 뭔가 알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러자 석훈이 상자 안을 뒤적거리더니 다른 마이크로 SD 카드를 꺼냈다.
“이게 내부를 하나하나 가까이에서 찍은 거예요. 한 번 보세요.”
SD 카드 리더기에 석훈이 건넨 카드를 꽂은 도윤은 새 영상을 자세히 들여다보았다. 몇 가지 부장품을 쭉 훑은 카메라가 칭기즈칸의 관을 향해 다가갔다. 카메라가 관의 여기저기를 천천히 훑고 지나가던 어느 순간, 도윤이 갑자기 ‘어?’하는 소리를 내며 화면을 멈췄다.
“관 뚜껑 위에 글자를 새겨놨네? 몽골 문자를 양각했는데?”
“그게 몽골 문자였어요? 어쩐지 되게 이상하게 생겼더라. 무슨 뜻이에요?”
“자무카가 옳았다. 내 관을 절대로 열지 마라?”
“자무카? 그게 뭔데요? 사람 이름이에요?”
“맞아. 칭기즈칸과 의형제이자 초창기에 가장 강력한 적이었던 사람이야.”
“의형제면 의형제지 적은 또 뭐예요? 의형제끼리 싸웠다는 말이에요?”
도윤이 일단 모니터에서 눈을 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자무카는 자달란 부족의 족장이자 테무진이 아직 칸이 되기 전부터 가장 그를 괴롭혔던 적수이기도 했다. 그는 원래 테무진과 의형제가 되기로 약속하는 ‘안다의 맹세’를 한 절친한 친구였다. 그런데 그의 동생인 타이차르가 테무진 부족의 말을 훔치다가 그만 활에 맞아 죽고 말았다. 그 일로 인해 절친했던 친구 사이는 원수가 되고 말았다.
“자무카는 오랫동안 칭기즈칸을 괴롭혔고, 그와의 전쟁에서 몇 번이나 대승을 거두기도 했어. 하지만 결국에는 부하들의 배신으로 인해 잡혀 죽고 말았지. 전해지는 얘기에 의하면 칭기즈칸은 마지막까지 그를 살려서 자신의 곁에 두려고 했던 모양이야. 하지만 자무카는 끝내 죽음을 택했고, 결국에는 칭기즈칸의 부하들에 의해 목이 졸려 죽고 말았어.”
도윤의 설명을 들은 석훈이 고개를 갸웃했다.
“그럼 관 뚜껑에 쓰인 말은 뭐예요? 자무카가 옳았다고 써있다면서요?”
“그건 나도 모르겠다. 칭기즈칸은 자무카보다 24년이나 더 살다 죽었거든. 그가 죽으면서 뭔가 중요한 걸 깨달은 모양인데 지금으로서는 그게 뭔지 전혀 짐작이 안 가네. 그 안에 ?따로 책이나 글씨가 적힌 석판 같은 건 없었어?”
“석판은 없었고, 책하고 족자가 몇 개 보이기는 했어요. 하지만 너무 낡아서 건드릴 생각도 하지 못했어요. 손만 대면 부서질 것 같았거든요.”
“그래? 그럼 지금으로서는 저 말이 무슨 뜻인지 알기는 어렵겠는데? 그리고 가까이에서 찍은 영상을 봐도 나는 오싹한 느낌 같은 건 안 들어.”
사실 그건 석훈도 마찬가지였다. 영상을 봐도 별다른 느낌이 들지 않았던 것이다. 하지만 그는 묘실에 들어갈 때부터 분명히 소름이 끼치는 음산한 느낌을 받았다.
“근데 저 묘실에 들어가면 어떻게 하실래요? 정말 저 관을 열어보지 않을 거예요?”
그 말에 도윤이 눈살을 살짝 찌푸렸다.
“글쎄다. 그게 되겠냐? 저기까지 들어가서 돌에 새겨진 글귀가 무서워서 시체를 확인하지 않는다는 것도 웃기잖아? 나야 그렇다 쳐도 함께 들어갈 사람들이 가만히 있겠냐?”
그것도 그렇다. 두 사람은 서로 얼굴을 마주보며 입맛을 다셨다. 도대체 칭기즈칸은 왜 자신의 관 뚜껑을 열지 말라고 한 거지? 그냥 누가 죽은 자신의 시체를 파헤칠까봐 두려워서 그랬나? 천하를 정복했던 위대한 칸이 설마 그게 무서워서 글귀까지 새기게 했을까?
(다음 화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