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4화
오윤수의 개인 전시회를 여는 첫 번째 장소로 뉴욕을 선택한 것은 그곳이 명실공히 현대 미술의 중심지이기 때문이다.
아울러 도윤의 미술계 인맥이 가장 많이 몰려 있는 곳이기도 했다. 전시장은 소더비의 까미유로부터 소개받은 꽤 넓은 민간 화랑이었다
.
전시회가 시작되던 날, 오윤수는 전시장 문이 열리기도 전부터 잔뜩 긴장된 표정으로 안절부절 못했다.
보고 있던 도윤이 조용히 다가가 그의 어깨를 툭 쳤다.
“떨리니?”
“당연히 떨리죠. 이따가 축하 연회가 시작되면 사람들 앞에서 소감을 밝히기로 되어 있잖아요? 근데 지금 같아서는 제대로 얘기를 할 수나 있을지 모르겠어요.”
“뭘 그렇게 떨어? 너 이번이 벌써 세 번째 전시회잖아?”
“뉴욕 한복판에서, 그것도 단독으로 전시회를 여는 건 이번이 처음이죠. 그리고 아무리 전시회를 많이 했어도 첫날은 당연히 떨릴 수밖에 없는 거 아니에요?”
“우리 윤수 아직 멀었구나? 실력 있는 화가라면 조금 더 당당해야지. 어깨 펴. 앞으로도 수도 없이 이런 전시회를 열게 될 텐데 얼른 적응해야지.”
“솔직히 잘 믿어지지가 않네요.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대학로에서 지나가는 사람들 초상화를 그려주면서 먹고 살았는데, 지금은 현대 미술의 심장부에서 제 이름을 내걸고 개인 전시회를 열다니…. 형한테는 정말 고마워요.”
“정말 고마워? 그럼 갚아. 죽을 때까지 열심히 그림 그려서.”
두 사람이 서로를 마주보고 씩 웃었다.
오윤수가 손톱을 물어뜯으며 끝도 없이 시계를 쳐다보는 사이, 어느새 전시장 문이 열리고 사람들이 하나둘 씩 들어오기 시작했다.
모두 이번 전시회에 특별 초대된 각계각층의 유명인사들이었다. 약속된 시간이 되자 정식으로 전시회를 시작하기에 앞서 이번 전시회를 축하하기 위한 조촐한 연회가 시작되었다.
전시회를 총괄하는 사람이 도윤이기는 했지만 이번 순회 전시에서 그는 뒤에서 도와주는 후원자의 역할만 맡기로 했다.
그 때문에 전시회의 성격을 설명하고 화가를 소개한 사람은 전시장을 제공한 화랑의 사장이었다. 그의 소개를 받아 참석자들 앞에 선 오윤수는 언제 떨었느냐는 듯이 가슴에 힘을 꽉 주고 허리를 폈다.
“…… 저는 실험적이지만 과격하지 않은 그림이 좋습니다, 형체에 구애받지 않으면서도 사람들의 가슴에 분명한 울림을 주는 그림을 그리고 싶습니다. 꿈을 꾸듯 몽롱한 세계를 즐겨 그리지만 그 안에 우리가 사는 현실을 담으려고 합니다. 모든 것이 부정된 세상 속에서도 끝내 부정될 수 없는 게 있습니다. 오늘 이 자리에 참석하신 여러분들이 제 그림을 통해 그걸 찾으실 수 있기를 바랍니다.”
그의 길지 않은 인사가 끝나자 참석자들이 열심히 박수를 쳤다.
한쪽에 비켜서서 보고 있던 도윤이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윤수도 그동안 치열하게 노력했어. 그래 줘서 고맙기도 하고.’
오윤수는 자신의 눈으로 발굴해서 데뷔시킨 첫 화가였다.
그래서 그런지 그에 대해서는 유난히 기대와 애정이 많았다.
그가 좋은 화가로 크게 성공할수록 뒤를 이어 미술계에 입문할 다른 후배들이 더 든든한 후광을 등에 업을 수 있다.
그 때문에 도윤은 오윤수의 성장을 누구보다 간절히 바랐다.
뉴욕에서의 전시회는 성공적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전시장을 찾았고, 적지 않은 그림들이 현장에서 팔려나갔다.
가격을 꽤 높이 책정했음에도 불구하고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성과를 거둔 것이다.
현장에서 거래가 완료된 그림들은 유럽을 거쳐 한국 전시회까지 마친 뒤에 구매자에게 인도하기로 했다.
“시카고부터는 말 그대로 순수 전시회가 될 것 같습니다. 다음 전시회 장소가 워싱턴인데 그 전시회가 끝나기 전에 그림이 몽땅 팔릴 것 같아요.”
전시회가 열리는 화랑 대표의 말이었다. 그렇게 될 경우 시카고와 LA는 물론이고 유럽에서의 전시회는 차라리 열지 않는 게 낫다.
개인 전시회에 입장료를 받을 수도 없는 마당에, 팔릴 그림이 없다면 전시장 대여료를 비롯해서 여러 가지 경비만 낭비하는 셈이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도윤은 전시회 일정을 취소할 생각이 없었다.
“이번에야 윤수를 널리 알린다는 목적이 크지만 다음부터는 순회 전시회를 열지 않고 한 곳에서만 작품을 전시할 생각이에요. 일찍 가서 미리 구매하지 않으면 작품을 손에 넣기 어렵다는 인식을 심어주기 위해서라도 이번 전시회는 계속 진행하는 게 낫습니다.”
실제로 시카고와 LA에서 열린 전시회에서도 그의 그림을 보러 오는 관객들이 줄어들지 않았다.
뉴욕과 워싱턴에서 그의 그림이 전량 판매됐다는 얘기를 들은 수집가들이 자기 눈으로 그림을 직접 보고 확인하기 위해 전시장을 찾았던 것이다.
덕분에 그의 전시회가 열리는 곳마다 지역 언론들이 앞 다투어 그의 전시회 기사를 실었다.
워싱턴 전시회가 끝날 때까지 계속 미국에 머물며 상황을 확인하던 도윤은 시카고에서의 전시회가 시작된 지 얼마 되지 않아 잠시 한국으로 돌아갔다.
제2회 고학 미술상의 일정을 점검해야 하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석훈과 조민아의 결혼식이 코앞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석훈은 워싱턴 전시회가 시작하자마자 이미 귀국한 상태였다.
* * *
결혼식이란 신랑 신부와 하객들 모두에게 있어서 한없이 즐겁고 행복한 행사다.
하지만 아무리 그렇더라도 석훈처럼 결혼식이 시작돼서 끝날 때까지 계속 바보처럼 웃고만 있는 신랑을 보는 것도 흔한 일은 아니었다.
“이 결혼식이 축복받은 결혼식이라는 건 신랑의 얼굴만 봐도 알겠습니다. 부디 앞으로 남은 인생 내내 신랑의 얼굴에서 그 웃음이 떠나지 않기를 바랍니다.”
주례사를 하던 분이 실소를 터트리며 그렇게 얘기를 했을 정도였다.
“나중에 결혼식 사진 보면 신랑이 웃고 있지 않은 사진을 찾기가 힘들 것 같은데? 아무튼 저 자식, 아무리 좋다고 해도 꼭 저런 식으로 있는 대로 티를 내야만 하나?”
하객석에 앉아 있던 도윤 역시 어이가 없다는 듯이 혀를 찼다.
그러자 옆에 앉아 있던 최서라가 그의 옆구리를 쿡 찔렀다.
“도윤 씨도 별로 다르지 않았어요. 제가 살짝 민망했던 거 모르죠?”
“내가 그랬다고? 난 그래도 제법 엄숙한 척 했던 거 같은데?”
“차라리 석훈 씨처럼 그냥 활짝 웃는 게 나아요. 괜히 입 꼬리 붙잡느라고 이상한 표정을 짓는 것보다 훨씬 자연스럽고 좋잖아요.”
민망해진 도윤이 헛기침을 하는 사이 결혼식이 끝났다.
석훈과 조민아는 결혼식장에서 바로 친구들이 운전하는 차를 타고 공항으로 향했다.
두 사람은 몰디브에서 무려 일주일 간 신혼여행을 즐기고 새로 단장한 집으로 돌아올 예정이었다.
석훈이 신혼여행을 간 사이에 반가운 손님들이 연달아 도윤을 찾아왔다.
결혼식이 있은 다음날, 현진우가 엄마와 함께 서윤문화재단 이사장실을 문을 두드렸다.
“석훈이 형 결혼식장에 갔었어요. 거기서 인사를 드리려고 했는데 너무 바쁘신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엄마랑 함께 따로 찾아뵌 거예요.”
현소 화랑으로 벼루를 팔러 왔던 아이.
현진우는 도윤의 도움을 받아 벼루에 담겨 있던 야구 선수로서의 재능을 전해 받았다.
어느새 중학교에 진학한 녀석은 새로 입학한 학교에서 야구부에 들어갔다는 소식을 전했다.
“야구부 감독님이 진우를 테스트해 보고 깜짝 놀라셨어요. 일단은 유격수로 훈련을 시키고 계신데 자라는 걸 봐서 투수를 해도 될 거라고 하시더라고요.”
진우의 엄마는 최서라의 도움으로 미래 전자의 구내식당에 일자리를 구했다.
처음에는 계약직이었지만 지금은 정직원이 되었다고 했다.
“저는 프로야구 선수가 되고 싶어요. 나중에 제가 진짜로 프로가 되면 아저씨한테 입장권을 보내드릴게요.”
도윤은 웃으면서 진우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자기 재능대로 열심히 노력하면 아마 그렇게 될 수 있을 것이다.
이왕이면 메이저 리그를 호령할 수 있는 선수로까지 컸으면 좋겠지만, 그거야 아직 한참 뒤의 일이다.
지금은 그저 야구를 좋아하고 열심히 하는 것으로 족했다.
북경에서 말러의 악보에 담겨 있던 능력을 전해 받은 염우진도 부모와 함께 지난 2월 귀국했다.
염우진의 아버지가 북경 지점의 파견 근무를 마치고 한국의 본사로 돌아왔기 때문이다.
우진이의 피아노 교습 문제를 놓고 몹시 고민하던 그의 어머니 김미현은 결국 아이를 데리고 한국으로 돌아오기로 했다.
“북경 음악원의 교수님이 우진이를 놓고 싶어 하지 않으시더라고요. 아이도 그 교수님을 몹시 따랐고요. 그래도 아직 어린 아이니까 가족하고 함께 있는 게 낫겠다 싶어서 그냥 귀국하기로 결심했어요.”
도윤은 최서라의 도움을 받아 우진이를 서울종합예술학교의 피아노 학과 교수님에게 데리고 갔다.
아이의 연주를 들은 교수가 대뜸 자신이 가르쳐보겠다고 나서준 덕에 새 선생님을 구하는 문제는 생각보다 어렵지 않게 해결되었다.
우진이는 이미 서윤문화재단의 장학생으로 등록이 된 상태였기 때문에 재단에서 교습비를 댈 작정이었다.
하지만 뜻밖에도 담당 교수가 그걸 거절했다.
“어차피 현직 교수가 따로 교습비를 받고 외부 학생을 가르치는 건 금지되어 있습니다. 그냥 재능 기부한다고 생각하고 제자로 삼겠습니다. 나중에 실력이 어느 정도 이상으로 올라서면 적당한 콩쿠르에 내보낼 생각이에요. 거기서 입상하면 조기 입학이 가능하거든요. 그러면 정식 학생 자격으로 가르칠 수 있으니까 그렇게 하는 게 나을 겁니다.”
우진이는 물론이고 재단으로서도 나쁠 게 없는 제안이었다. 도윤은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고, 은근히 부담을 느끼고 있던 우진의 부모 역시 허리를 굽히며 감사를 표시했다.
그러는 사이 석훈이 신혼여행에서 돌아오고 도윤은 다시 LA를 향해 떠났다. 새해 들어서는 비행기에서 먹고 자는 시간이 부쩍 늘었다.
* * *
5월 중순의 어느 날. 리버풀 FC의 홈구장인 안 필드.
네 개의 스탠드로 구성된 수용인원 5만 4천명 규모의 경기장에 도윤과 석훈이 나란히 앉아 시합을 구경하고 있었다.
리버풀과 맨체스터 시티와의 시즌 마지막 경기였다.
구한샘은 에이전트와 논의 끝에 결국 리버플로의 이적을 결정했다.
그가 실제로 리버풀 선수로서 시합을 뛰기 시작한 것은 지난 2월 중순부터였지만, 리그가 막바지에 접어든 지금까지 이미 열네 경기에 출전해서 9골 4도움이라는 빼어난 성적을 기록 중이었다.
“한샘이가 오늘 또 골을 기록할 수 있을까요? 그럼 열 골을 꽉 채워서 두 자리 수 골을 기록하고 시즌을 끝낼 수 있을 텐데.”
석훈의 말에 도윤이 고개를 저었다.
“지금까지 한 것만 해도 이미 이적료가 전혀 아깝지 않은 선수라는 말이 나오고 있잖아. 오늘이 마지막 경기니까 이 정도면 올 시즌은 충분히 잘 한 거야.”
“그야 그렇지만 이왕이면 열 골을 채우고 시즌을 마감하는 게 낫죠. 게다가 형하고 내가 저 놈 때문에 공항에서 고생한 걸 생각하면 반드시 뭔가를 보여줘야 해요.”
석훈이 슬쩍 이를 가는 걸 본 도윤이 피식 웃었다.
두 사람이 오윤수의 전시회를 위해 런던에 도착하던 날, 구한샘이 공항까지 그들을 마중 나왔었다. 제 딴에는 성의를 보이느라고 그런 것이겠지만 문제는 녀석이 사람들 눈을 의식하지 않고 도윤과 석훈의 이름을 크게 부르며 대놓고 손을 흔들었다는 점이었다.
“아이고, 저 눈치 없는 자식.”
자신들을 보고 활짝 웃는 구한샘을 보며 석훈이 기가 막힌 표정으로 혀를 찼다.
아니나 다를까, 구한샘은 그들에게 다가오기도 전에 환호성을 지르며 달려드는 팬들에게 둘러싸이고 말았다.
그 바람에 두 사람은 오히려 마중 나온 놈을 끌고서 공항을 빠져나오느라 무진 고생을 해야 했다.
“프로 선수가 공항에서 외면당하는 것보다는 팬들에게 둘러싸이는 게 훨씬 낫지. 너나 나나 저 놈 잘 되기를 바랐잖아. 기대보다 훨씬 잘 된 것 같으니 좋게 생각하자.”
도윤의 말에 석훈이 쓴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긴 해요. 저 놈 살려보겠다고 형을 끌고 병원까지 찾아갔을 때만 해도 솔직히 이렇게까지 훨훨 날아오를 줄은 몰랐어요. 정말 잘 되긴 했네요.”
석훈의 얼굴을 흘낏 보니 만감이 교차하는 모양이었다.
도윤 역시 비슷한 심정이었다.
돌이켜보면 지난 몇 년 동안 정말 파란만장한 삶을 살았다.
석훈과는 군대에 있을 때부터 선임과 후임의 관계로 만났지만 그 인연이 이렇게까지 길고 오래 이어질 줄은 도윤도 미처 짐작하지 못했었다.
지금 눈앞에서 시합을 뛰고 있는 구한샘도 그렇고, 비에코의 고정혁 사장과 현진우, 염우진. 그리고 가장 최근에 능력을 전해 받은 크리스틴 리히터에 이르기까지.
그로부터 능력을 전해 받은 사람들과는 하나 같이 지금까지 인연을 이어오고 있었다.
그 가운데 최서라는 자신의 아내가 되기까지 했다.
‘내가 누군가에게 능력을 전해주면, 그 사람과 나 사이에 눈에 보이지 않는 질긴 끈이 이어지는 것 같아. 앞으로 얼마나 많은 사람과 이런 식으로 인연을 맺으며 살아가야 할까.’
가능하면 아무에게나 능력을 전해주지는 않으려고 나름대로 신경을 쓰기는 했다.
하지만 상황에 따라 크리스틴의 경우처럼 단순히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당사자의 인격을 따지지 않고 능력을 전해준 경우도 솔직히 없지 않았다.
그런데 다시 생각해 보니 유물에 담긴 능력을 사람에게 전해주는 일이 생각보다 단순하지 않다는 느낌이 문득 들었다.
‘앞으로는 능력을 전해 줄 사람을 지금보다 훨씬 신중하게 골라야 하는 건가? 이런 식으로 자꾸 인연이 맺어지다 보면 그 인연이 자칫 악연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어릴 때는 일 년에 몇 번씩 능력을 전해줘야지만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나이가 들면서 그게 일 년에 한 번으로 줄어들기는 했지만 지금도 반 강제적으로 능력이 담긴 유물을 찾고 그 유물의 주인을 물색해야 하는 건 마찬가지였다.
나이가 더 들면 그 주기가 더 길어질 수는 있겠지만 그래도 죽을 때까지 링커로서의 숙명을 벗어나기는 어려울 게 분명했다.
내가 가진 능력이 선물인지 업보인지 모르겠군. 눈으로는 시합을 보면서도 머릿속으로는 계속 딴 생각을 하고 있었던 순간, 갑자기 주변이 소란스러워졌다.
번쩍 정신을 차리고 보니 리버풀 선수가 코너킥으로 차올린 공이 상대 팀 수비수의 머리에 맞고 페널티 라인 밖으로 흘러나오고 있었다.
그때 그 공을 향해 달려가는 선수가 있었다.
구한샘이었다.
뻐엉
얼마나 공을 세게 찼는지 그 소리가 관중석 상단에 앉아 있던 도윤과 석훈의 귀에까지 들릴 정도였다.
녀석의 발등에 맞은 공은 아무런 회전 없이 골문 앞에 모여 있던 선수들의 머리 위를 가로지르더니 마지막 순간에 이르러 갑자기 밑으로 가라앉으며 떨어졌다.
깜짝 놀란 골키퍼가 다이빙을 하면서 손을 뻗었지만 공은 그의 손가락 끝을 아슬아슬하게 스치면서 골대 모서리를 파고들었다. 깨끗한 중거리 슛이었다.
이로써 스코어는 1대0. 전반부터 리버풀이 경기를 앞서나가게 만드는 골이자 구한샘이 프리미어 리그 데뷔 첫 시즌에서 드디어 열 골째를 기록하는 순간이기도 했다.
“우와! 구한샘 이 기특한 자식. 형 골이에요, 골. 이걸로 열 골째라고요.”
석훈이 움켜진 주먹을 하늘로 내지르며 환호성을 질러댔다.
주변에 앉아 있던 관객들은 이미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 펄쩍펄쩍 뛰며 기뻐하고 있었다.
도윤도 석훈의 어깨를 잡고 그들과 함께 환호성을 질러댔다.
‘그래.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그냥 열심히 살자. 계속 생각하고 계속 고민하다 보면 나한테 왜 이런 능력이 생겼는지 답을 찾을 수 있을 때가 오겠지.’
지금은 그저 기뻐하며 소리 지를 때다. 도윤은 오랜만에 목청껏 고함을 지르며 구한샘의 이름을 연호했다. 다른 건 나중에 생각하기로 했다.
(다음 화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