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링커 유물의 주인을 찾아드립니다-277화 (277/300)

277화

초등학교 때 발생했던 학교 폭력 사태 이후로 도윤은 일찌감치 검정고시를 통해 초, 중, 고등학교 졸업자격을 차례로 획득했다. 그랬던 그가 열다섯이라는 어린 나이에 중국 유학을 결심한 것은 아버지인

이세준이 김하선에게 유물 복원을 가르치는 걸 보면서부터였다.

김하선은 강남 졸부 오광춘의 밑에서 일하면서 그에게 가짜 그림을 만들어주었던 사람이다. 그는 오광춘과 함께 위작을 팔기 위해 현소 화랑에 들렀다가 어린 도윤에 의해 그림이 가짜라는 사실을 발각당하는

낭패를 겪는다. 그 이후로 이세준은 오광춘과 헤어진 김하선을 거둬들여 낡고 손상된 동양화를 복원하는 기술을 가르쳤다.

사실 서연희는 위작을 만들던 사람을 굳이 채용할 필요가 있겠느냐며 김하선의 채용을 반대했다. 그러자 이세준이 아내에게 이렇게 말했다.

“비록 먹고 살기 위해 나쁜 짓을 했지만 내가 볼 때 심성이 나쁜 친구는 아니야. 재주가 아깝기도 하고. 독창성이 부족하니 화가로는 대성하지 못하겠지만 그래도 복원 기술을 익히면 현소에서 감정가로

일하기에는 충분할 거야.”

도윤은 뛰어난 감정가가 되려면 복원 기술을 배우는 게 도움이 된다는 걸 그때 처음 알았다. 하지만 당시만 해도 국내에는 유물 복원과 감정을 가르치는 학과가 거의 없었다. 그것이 고졸 자격 검정고시에

합격한 그로 하여금 북경으로의 유학을 결심하게 만든 이유였다.

남들보다 몇 살이나 어린 나이에 대학생이 된 그는 지난 삼년 동안 학과 내에서 부러움과 질투의 대상이 되었다. 성적이 뛰어난 것은 물론이고 어떤 그림이든 한눈에 진위를 구분해 내는 그의 능력이 다른

학생들은 물론이고 교수들마저 감탄시켰던 것이다. 장웨이닝 교수가 그를 선뜻 차오싱에게 보낸 것도 그런 능력을 인정했기 때문이다.

원래라면 그냥 전화를 해서 연구실에 잠깐 들르라고만 하면 되는 일이었다. 그러나 왕사신의 묵매도는 차오싱의 집안에서 전해 내려오던 가보였고, 그걸 제대로 복원하려면 과거에 잘못 수정된 부분을 다시

회복시키는 작업을 병행해야 했다. 장 교수는 그게 전화로 대충 설명하기에는 복잡한 일이라고 생각해서 처음 문제를 제기했던 도윤을 일부러 보낸 것이다.

도윤이 리우리창을 찾아간 그 다음 주 월요일, 차오싱이 중앙 미술 대학을 방문했다. 오전 수업을 마치고 강의실을 빠져나오던 도윤은 장 교수의 전화를 받고 그의 연구실 문을 두드렸다. 그가 문을 열고

들어서자 차오싱이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장 교수와 마주앉아 있는 게 보였다. 테이블 위에는 예의 왕사신의 묵매도가 펼쳐져 있었다.

“이도윤입니다. 저를 찾으셨다고 해서….”

무심코 인사를 하던 도윤의 입이 저도 모르게 얼어붙었다. 테이블 위에 펼쳐진 왕사신의 묵매에서 붉은 아우라가 흘러나와 차오싱에게 연결되어 있는 게 보였던 것이다. 나중에는 유물에 붉은 빛이 스쳐지나가는

것을 통해 능력이 담겨 있는지의 여부를 판단할 수 있게 되었지만, 이때만 해도 그는 유물의 주인을 만나기 전에는 그걸 알 수 없었다.

묵매도와 차오싱 사이에 붉은 아우라가 연결되는 것을 확인한 도윤은 크게 놀랐다.

‘저 그림에 능력이 담겨 있었어? 더구나 그림의 주인인 차오싱이 그 능력의 주인이라고?’

물건의 임자가 동시에 거기에 담긴 능력의 주인이기도 한 경우가 드물지는 않다. 그렇다고 흔한 일이라고 할 수도 없었다. 예상치 못했던 사실을 목격한 도윤이 잠시 얼어붙은 채 말을 잇지 못하자 장교수가

피식 웃으며 가까이 다가오라고 손짓했다.

“뭘 그렇게 놀라나? 자네가 이 친구를 오늘 오라고 했다면서? 설마 잊고 있었던 거야?”

이 친구? 그러고 보니 차오싱의 아버지는 생전에 장 교수와 막역한 친구 사이였다고 했다. 그래서 그런지 그를 언급하는 장 교수의 말투가 상당히 친근했다. 그제야 정신을 수습한 도윤이 얼른 사과했다.

“죄송합니다. 오늘 수업이 많다 보니 오신다는 걸 깜빡했네요. 그런데 저를 왜 연구실로 오라고 하셨는지…?”

“왜기는? 묵매도에 적힌 화제에 수정된 흔적이 있다는 걸 지적한 사람이 바로 자네가 아닌가? 그림의 주인이 왔으니 당연히 문제를 발견한 사람이 그 점을 직접 설명해야지.”

“아, 네. 알겠습니다.”

이번 학기 첫 복원 실습수업이 있던 날, 도윤은 실습실을 나서는 장교수를 쫓아가서 묵매도에 이미 수정된 흔적이 있는 것 같다는 말을 했다. 아무래도 그림에 적힌 글자들 가운데 몇 개를 누군가 조잡하게

고친 게 분명해보였기 때문이다.

그의 말을 듣고 다시 한 번 그림을 확인한 장 교수는 도윤의 지적에 일리가 있다는 점을 인정했다. 그런 뒤에 리우리창에 있는 차오싱의 가게인 화림을 찾아가 그 사실을 전하고 학교를 한 번 방문줄 것을

부탁하라고 도윤을 보낸 것이다.

장 교수의 재촉을 받은 도윤이 테이블로 다가가자 차오싱이 호기심 어린 표정으로 그를 쳐다봤다. 얼핏 봐도 어려보이는 학생이 과연 얼마나 정확하게 과거의 복원 흔적을 찾아낼 수 있을지 궁금했던 것이다.

도윤은 먼저 묵매도의 화제 가운데 ‘비로소 강남 최고의 꽃나무인 매화를 본다(才見江南第一枝)’라고 쓰인 부분을 손으로 가리켰다.

“여기 이 부분을 보시죠. 매화를 뜻하는 강남제일지(江南第一枝)의 마지막 글자가 나뭇가지를 뜻하는 지(枝)로 되어 있습니다.”

그의 설명에 차오싱이 고개를 갸웃했다.

“그게 이상합니까? 강남제일지라고 할 때는 당연히 그 글자를 쓰는 것 아닌가요?”

“물론 일반적으로는 그렇지요. 하지만 왕사신의 다른 글을 보면 이 구절을 인용할 때 갈래를 뜻하는 ‘지(支)’를 더 자주 썼습니다. ‘지(支)’도 나뭇가지라는 뜻으로 쓰이기도 하니까요. 제 생각에는

이곳에도 원래는 ‘지(枝)’가 아니라 ‘지(支)’를 썼을 겁니다.”

“그런데 누군가 본래의 글자 옆에 나무 목(木)를 더해서 흔히 쓰이는 것으로 바꾸어놓았다는 말입니까? 그 말이 맞는다면 확실히 그림에 손을 댄 사람이 있겠군요.”

“그렇습니다. 상식을 앞세워 함부로 작품을 수정한 거죠. 그 바람에 원작이 훼손된 것은 물론이고 글자의 중심이 흐트러지면서 균형을 잃고 말았어요. 게다가 문제는 이 글자뿐만이 아닙니다.”

도윤은 그 뒤로도 왕사신이 쓴 화제뿐만이 아니라 다른 감상자들이 쓴 감상평의 글자 가운데 몇 군데에도 잘못 수정된 부분이 있음을 지적했다. 설명이 아주 깔끔하다고 할 수는 없었지만 하나같이 조리에 맞고

납득이 가는 지적들이었다. 얘기를 모두 듣고 난 차오싱이 쓴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절레절레 내저었다.

“이 학생이 지금 고작 학부 4학년이라고 하지 않았습니까? 그런데 어떻게 이렇게 엄청난 지식과 안목을 지닐 수 있지요?”

자신을 쳐다보며 내뱉은 그의 말에 장교수도 웃으며 입을 열었다.

“고작 4학년일 뿐만 아니라 나이로 따져도 이제 겨우 열여덟 살에 불과하지.”

“한 마디로 타고난 천재라는 말이군요.”

“그림을 보는 안목에 있어서는 사실 천재라는 표현으로도 부족한 학생이야. 그렇다고 무조건 타고났다고 하기도 어려워. 지금까지 내가 가르친 학생들 가운데 이 친구보다 열심히 공부하는 학생을 본 적이

없으니까.”

“부럽군요. 세상에는 나 같은 둔재도 있는데….”

“에헤. 자네 또 왜 쓸 데 없는 소리를…. 자네가 학교 다닐 때 얼마나 열심히 그림 공부를 했는지 네가 다 아는데….”

차오싱이 갑자기 자신을 자책하는 듯한 말을 내뱉자 장웨이닝 교수가 눈살을 찌푸리며 나무랐다. 하지만 차오싱은 그냥 한숨을 푹 내쉬었다.

“그러면 뭐합니까? 결과가 시원찮은데. 다 부질없는 짓이었어요.”

겸연쩍은 표정으로 두 사람의 말을 듣고 있던 도윤이 고개를 살짝 갸웃했다. 이 사람은 왜 이렇게 자기 자신을 비하하는 거지? 그의 자책이 너무 지나치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

차오싱은 도윤이 지적한 글자들이 모두 과거에 잘못 수정된 것이라는 사실을 인정했다. 물론 그가 오로지 도윤의 말만 듣고 그걸 인정한 건 아니다. 옆에 있던 장웨이닝 교수가 도윤의 지적에 타당성이 있음을

확인해주었고, 평소 그의 학식을 존경하던 차오싱이 최종적으로 두 사람의 주장을 받아들였다고 보는 게 맞았다.

“사흘 뒤부터 자네가 맡긴 왕사신에 대한 복원작업을 시작할 거야. 그때 잘못 수정된 부분을 원래의 모습대로 돌이키는 작업을 함께 했으면 하는데, 자네 생각은 어때?”

도윤의 설명이 모두 끝나자 장 교수가 물었다. 차오싱은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만약 누군가 이 그림에 섣불리 손을 댔다면 그 사람은 아마 제 조상 중의 누군가이겠지요. 덕분에 조상의 오류를 바로잡을 수 있게 되었으니 정말 감사드립니다.”

복원의 방향에 대해 결론을 내린 세 사람은 함께 대학 내의 교직원 식당에서 간단히 점심 식사를 함께 했다. 그 자리에서 비로소 도윤은 아까 차오싱이 왜 스스로를 둔재라고 지칭하면서 자책했는지 그 이유를

들을 수 있었다.

“근데 교수님에게 들으니까 저희 대학 선배이시라면서요?”

식사 도중에 그가 지나가는 말처럼 슬쩍 질문을 던졌다. 그러자 차오싱이 씁쓸하게 웃으며 젓가락을 놓더니 한숨과 함께 고개를 끄덕였다.

“원래는 화가가 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대학도 중국회화과로 진학했지요. 하지만 제가 가진 재주와 노력은 대학 입학까지가 한계였던 것 같습니다. 졸업할 때까지 단 한 번도 교수님들에게 그림이 좋다는

소리를 듣지 못했으니까요. 그래서 대학을 졸업한 뒤에는 그림을 포기하고 그냥 집에서 운영하던 가게를 맡기로 했습니다.”

차오싱은 그 말을 하면서 이제는 모두 지나간 일이라고 했지만 도윤은 그의 표정에서 아직 과거의 꿈을 완전히 놓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탄식에 가까운 그의 말을 들은 장 교수가 입맛을

다시며 고개를 저었다.

“그림은 재능만으로 그릴 수 있는 게 아니야. 예전에도 여러 차례 말했지만 자네는 꿈을 포기하기에는 아직 너무 젊어. 어차피 리우리창에서 가게를 운영하면 먹고 사는 데는 문제가 없을 것 아닌가? 남에게

보여주지는 않더라도 시간 날 때마다 마음이 가는대로 틈틈이 그림을 그려보는 건 어때?”

“이미 결혼해서 처자식이 있습니다. 가장이 생업을 소홀히 한 채 자기 꿈만 쫓아서야 되겠습니까? 공연히 종이를 낭비하느니 그냥 하던 일이나 열심히 하며 살겠습니다.”

먼저 운을 띄우기는 했지만 함부로 끼어들기 곤란한 화제였다. 하지만 묵묵히 입을 다물고 있던 도윤의 머릿속은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왕사신의 묵매도에 담긴 재능은 어떤 것일까? 함부로 단정하기는 어렵지만 유물의 정체가 그림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혹시 그림에 관한 능력이 담겨 있을 가능성도 있었다. 그럴 경우 차오싱이 그 능력을 전해

받아서 혹시 부족한 재능을 채울 수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잘만 하면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일이 될 수도 있는데….’

게다가 도윤으로서는 그에게 그림에 담긴 능력을 반드시 전해주어야 하는 이유가 따로 존재했다. 그는 일정 기간 내에 유물의 주인을 찾아 능력을 전해주지 못할 경우 극심한 두통에 시달려야 하기 때문이다.

어렸을 때는 누군가에게 유물의 능력을 전해줘야 하는 주기가 불과 반년이었다. 그 주기는 나이가 들면서 차츰 길어져 최근에는 열 달에 한 번 정도까지 늘어났다. 문제는 올해 들어 지금까지 한 번도 능력이

담긴 유물이나 그 주인을 찾지 못했다는 점이다. 마지막으로 유물의 능력을 전해준 뒤로 어느덧 열 달이 가까워지고 있다는 얘기였다.

‘시기상으로도 그렇고, 능력이 담긴 유물의 성격으로 봐도 그렇고, 차오싱이라는 저 남자에게 묵매도의 능력을 전해주면 딱이지 않을까?’

다음 주가 되면 왕사신의 묵매도에 대한 복원 작업이 시작된다. 묵매도는 화선지에 그린 뒤 비단으로 표구를 한 족자 형태의 그림이었다. 그런 그림을 복원할 때는 대개 표구를 떼어내고 화선지 뒤에 덧붙인

배접용 종이까지 벗겨낸 뒤에 풀칠을 해서 배접과 표구를 다시 하는 작업을 반드시 거치게 된다. 그게 문제였다.

‘이번 복원 작업은 배접을 다시 하는 건 물론이고 글씨의 일부까지 수정해야 돼. 손을 대야 하는 부분이 워낙 많아서 자칫하면 그림에 담긴 능력이 소멸될 수도 있어.’

유물에 담긴 능력은 영원하지 않다. 잔류 기억과 마찬가지로 유물에 담긴 능력 역시 시간이 지날수록 차츰 희미해지다가 결국은 소멸되고 만다는 뜻이다. 그 밖에도 유물 자체가 큰 손상을 입을 경우에도 능력이

송두리채 사라진다. 이번처럼 대대적인 복원 작업을 거친 후의 묵매도에 여전히 능력이 담겨 있을 거라는 보장이 없다는 뜻이다.

하지만 왕사신의 묵매도는 이미 장웨이닝 교수의 연구실로 옮겨졌다. 당장 이번 주부터 본격적인 복원작업이 시작되면 그게 다 끝날 때까지는 다시 차오싱에게 넘겨질 일이 없다는 뜻이다. 그렇다고 차오싱을

실습실로 불러서 남들이 보는 앞에서 능력을 전해줄 수도 없었다. 능력을 전해 받은 당사자는 최소 반나절 이상 정신을 잃기 때문이다.

“저기, 저는 예전에 누가 묵매도를 수정했는지 대충 알 것 같습니다.”

도윤이 고심 끝에 그런 말을 한 것은 식사가 거의 끝나갈 무렵이었다.

“묵매도를 수정한 사람을 안다고요? 그게 누굽니까?”

차오싱이 눈을 크게 뜨며 묻는 말에 도윤이 어깨를 으쓱했다.

“수정한 사람의 이름까지는 저도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조사해볼 수는 있겠지요.”

“조사를 한다고요? 어떻게 말입니까?”

“지난주에 제가 차오 선생님의 가게에 들르지 않았습니까? 그때 가게 안에 걸려 있는 그림들 가운데 묵매도를 수정한 사람의 필체와 유사한 글씨가 쓰인 족자를 봤습니다. 얼핏 보았기 때문에 정확하지는 않지만

두 작품을 나란히 놓고 비교하면 확인이 가능할 거예요.”

그 말에 장 교수가 반색을 하며 입을 열었다.

“그래? 그게 어떤 그림인데?”

“소육봉의 ‘광동조광’이라는 작품이었습니다. 거기 적힌 감상평의 글씨 가운데 왕사신의 묵매도를 수정한 글씨와 비슷한 게 있었습니다.”

“그래? 그럼 자네가 화림에 가서 그걸 내 연구실로 가져오면 어떨까? 그럼 같이 그림을 놓고 비교하면서 자네 말이 맞는지 확인할 수 있을 것 아닌가?”

그 말에 차오싱이 대뜸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어, 죄송하지만 그 그림은 누가 사겠다고 예약을 한 것이라 모레까지 넘겨줘야 합니다. 비교하는데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는 모르겠지만 연구실로 보내기는 좀….”

차오싱의 말을 들은 도윤이 속으로 씩 웃었다. 지난주에 그의 가게에 들렀을 때 그림에 이미 판매된 그림이라는 쪽지가 붙어 있던 걸 확인했기 때문이다. 물론 거기 있는 글씨와 묵매도를 수정한 글씨가

동일하다는 것도 거짓말이었다. 그는 장 교수의 눈치를 힐끗 살핀 뒤 헛기침을 하며 새로운 제안을 했다.

“그럼 제가 묵매도를 들고 화림으로 가는 건 어떨까요? 그런데 묵매도 역시 귀중한 그림이니까 아무래도 교수님도 함께 가는 게 나을 것 같습니다.”

그러자 이번에는 장 교수가 곤란해 했다.

“어…, 나는 이따가 오후에 약속이 있는데. 학회가 있거든.”

물론 그러셔야지. 장 교수가 오늘 저녁에 학회에 참석해야 한다는 사실은 도윤도 이미 알고 있었다. 결국 무척 난처한 표정을 짓던 장웨이닝 교수가 어려운 결정을 내렸다.

“그럼 자네가 묵매도를 가지고 화림에 다녀오는 게 어떻겠나? 어차피 그림 주인이 이 친구이니 그래도 특별히 문제될 건 없을 것 같은데. 자네가 거기서 그림을 비교해서 결과를 얘기해 주면 내가 나중에

가게에 들러 묵매도를 다시 찾아오지. 어떤가?”

물론 도윤으로서는 바라마지 않던 얘기였다. 차오싱 역시 그러면 되겠다고 동의를 했다. 그날 오후, 장교수의 연구실에 다시 들른 도윤과 차오싱은 왕사신의 묵매도를 들고 리우리창으로 향했다.

(다음 화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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