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3화
아우라가 풍기는 것은 도윤의 앞에 놓인 접시뿐이었다. 얼핏 보기에는 모양과 냄새가 똑같음에도 불구하고 엘리즈의 앞에 놓은 타르트에서는 아무런 빛도 나지 않았다.
타르트 자체의 모양은 특별할 게 없었다. 동그란 타르트 껍질 안에 노란색의 크림이 담겨 있고, 가장 자리에는 산딸기와 블루베리로 장식을 한 게 전부였다. 달달하면서 약간 시큼한 냄새가 은근히 식욕을
돋우는 것도 보통의 타르트와 다를 바가 없었다. 그런데도 그 평범한 타르트에서 희미한 아우라가 흘러나오고 있었던 것이다.
“이, 이건 뭔가요?”
또 다른 접시에는 제레미가 만든 조각 케이크가 놓여 있었지만 도윤의 시선은 오로지 타르트 접시에 못 박혀 있었다. 그가 타르트 접시에 선뜻 손을 내밀지 못한 채 더듬거리며 묻자 원성훈이 어깨를 으쓱하며
웃었다.
“보다시피 타르트네. 설마 타르트를 처음 먹어보는 건 아니겠지?”
“많이 먹어봤습니다. 하지만 이건 뭐라 그럴까, 느낌이 독특해서요.”
“느낌이 독특해?”
“네. 모양도 굉장히 예쁠 뿐만 아니라 냄새가 아주 향긋하네요.”
아니야. 그게 아니야. 그렇게 당연한 이유 때문에 특별한 느낌이 드는 게 아니라고. 원성훈의 타르트는 그냥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마구 먹고 싶어질 정도로 강렬하게 도윤을 유혹하고 있었다. 이런 타르트는
처음이었다. 도윤은 자신이 왜 이렇게 강한 식욕을 느끼는지 설명할 방법을 찾지 못해 속이 답답할 지경이었다.만약 눈앞의 타르트가 그림이나 조각품이었다면 매력의 이유를 쉽게 설명할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음식인 타르트에서 아우라가 흘러나오자 도윤도 선뜻 자신이 느끼는 특별함의 정체가 무엇인지 설명하기가 곤란했다. 그때, 옆에서 보던 제레미가 불쑥 끼어들었다.
“냄새로 봐서는 버터와 달걀을 섞어 만든 껍질 안에 레몬과 파인애플로 크림을 만들어 넣었군. 흐음, 그러고 보니 아몬드 가루도 들어간 것 같아. 하지만 별 건 없는데? 산딸기와 블루베리 장식이 제법
어울리기는 하지만 독특하다고 할 정도는 아니잖아?”
그러자 엘리즈가 포크를 들어 자기 앞의 접시를 살짝 두드렸다.
“별 게 없다니? 원이 만든 타르트는 모양과 향기가 확실히 뛰어나. 나조차 당장 먹고 싶을 정도로. 그러니까 제레미. 남의 요리를 함부로 깎아내리는 짓은 그만 두지?”
“깎아내린다고? 난 그저 별 게 없다는 얘기를 했을 뿐이야. 내가 만든 케이크를 바로 옆에다 두고 저런 평범한 타르트에 감탄한다는 게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아?”
제레미의 비판이 마음에 들지는 않았지만 도윤 역시 어느 정도는 그의 말을 인정했다. 제레미가 만든 조각 케이크는 사실 척 보기에도 고급스러운 느낌이 물씬 풍겼다. 냄새가 좋은 것은 물론이고 색깔과 형태
모두 선뜻 손대기 아까울 정도의 완성도가 느껴졌던 것이다. 그러나 그 케이크에서는 아무런 아우라도 풍겨 나오지 않았다.
제레미의 말에 엘리즈가 그를 살짝 흘겨보더니 각각의 접시에 놓인 디저트를 차례로 한 입씩 먹었다. 그녀는 꽤 오랜 시간 동안 눈을 감은 채 느긋하게 입안에 감도는 맛을 감상했다. 그러더니 마침내 눈을
뜨고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케이크보다는 타르트 쪽이 더 맛있어. 디저트는 명백하게 원의 승리야.”
그녀의 말에 원성훈이 희미하게 미소를 지은 반면, 제레미는 발끈했다.
“그게 무슨 소리야? 모양만 봐도 내 케이크 쪽이 훨씬 고급스럽다는 게 분명한데. 못 보는 사이에 혀에 문제가 생긴 거 아냐?”
도윤 역시 두 개의 디저트를 한 입씩 먹어보았다. 그러고는 그 역시 엘리즈의 평가에 동의할 수밖에 없었다. 그의 혀는 이 자리에 있는 요리사들보다 뛰어나다고 할 수 없었지만 왠지 원성훈의 타르트가 몸과
마음을 훨씬 푸근하게 만들어준다는 느낌을 받았던 것이다. 편안하게 미소 짓는 그의 얼굴을 힐끗 쳐다본 엘리즈가 다시 입을 열었다.
“겉모습만 보면 제레미 네가 만든 케이크가 확실히 더 고급스러워 보여. 하지만 그 안에 담긴 맛은 만족스럽지 않아. 맛이 없다는 얘기가 아니야. 맛만 따지면 오히려 색다르지. 문제는 뭐라고 할까, 그게
지루한 색다름이라는 게 마음에 안 들어.”
그녀는 이어서 원성훈이 만든 타르트를 가리켰다.
“반면에 이 타르트는 얼핏 보면 색다르지 않은 맛이야. 그럼에도 불구하고 분명한 개성이 느껴지는데다 어딘지 모르게 사람을 기분 좋게 만드는 구석이 있어. 대놓고 고급스럽게 보이지만 않지만 평범함 속에
특별함을 품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
엘리즈의 평가에 제레미가 또 다시 눈을 부릅뜨며 나섰다.
“이 타르트의 맛이 특별하다고 어떤 면에서?”
“말했잖아? 사람을 기분 좋게 만들어준다고. 제레미, 너라면 디저트의 역할이 뭔지 잘 알 텐데?”
“디저트는 말 그대로 식사를 끝낸다는 의미가 담긴 음식이지.”
“맞아. 지금까지 먹은 모든 요리의 맛을 마무리하면서 몸과 마음을 흡족하게 만들어줘야지 제대로 된 디저트라고 할 수 있지. 더 이상 다른 음식이 생각나지 않을 정도로 말이야. 하지만 그렇다고 너무 강한
맛을 써서 사람을 질리게 만들어서는 곤란해.”
“내가 만든 케이크는 자극적이지 않아. 심지어 너무 달지도 않고. 질릴 리가 없잖아?”
제레미의 항의에 엘리즈가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그 대신 자꾸 먹고 싶게 만들지.”
“그게 무슨 문제지? 그 만큼 맛이 있다는 말이잖아?”
엘리즈가 가볍게 코웃음을 쳤다.
“이 케이크가 간식용으로 나왔다면 그것도 나쁘지는 않아. 간식을 너무 많이 먹는 건 좋지 않지만 여러 사람이 함께 하는 파티 같은 곳에서 제공한다면 큰 문제는 없을 테니까. 하지만 디저트는 이미 배가
어느 정도 찬 뒤에 즐기는 거야. 간단히 조금만 먹어도 마음이 푸근해져야 해. 이제 그만 포크를 놓아도 미련이 남지 않게 해줘야 한다는 뜻이지.”
“그래서 원의 타르트가 그런 느낌을 준다는 거야? 내건 아니고?”
“그래. 원의 타르트를 먹으면 약간 비었던 자리가 가득 차는 느낌이 들어. 몸도 마음도 모두. 지금 당장 식탁에서 일어나도 아쉬울 게 없을 것 같다는 뜻이야. 너도 알지? 식사의 마지막은 좋은 대화라는
걸. 이 타르트를 먹고 나면 커피를 마시면서 서로 좋은 얘기를 나눌 수 있을 것 같아. 디저트로는 이보다 더 적절한 게 있을 수 없을 것 같은데?”
제레미의 두 입술이 굳게 닫혔다. 설명을 듣던 도윤도 그제야 자신이 원성훈의 타르트를 먹고 느낀 기분이 어떤 건지 확실히 알 수 있었다. 다만 그걸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몰라 답답했는데, 엘리즈의 말을
듣고 나니 저절로 속이 시원해졌다. 그러고 보면 엘리즈 역시 확실히 전문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레제미가 만든 케이크는 아주 비싸보여서 대접받는 느낌이 저절로 났다. 하지만 그건 먹기 전까지 만이었다. 일단 입안에 넣고 난 다음에는 오히려 케이크가 아니라 원성훈의 타르트가 더 사람을 만족시켜 주었던
것이다. 엘리즈의 평가 역시 그랬다. 하지만 과연 그것뿐일까? 접시 위에 놓은 타르트를 잠시 쳐다보던 도윤이 조용히 입을 열었다.
“저기 제가 보기에 원성훈 셰프님이 만든 타르트의 모양이 평범하다고 말하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미술사를 공부하는 학생의 입장에서 한 말씀 드려도 될까요?”
도윤의 말에 원성훈과 엘리즈의 얼굴에 흥미롭다는 표정이 떠올랐다. 제레미 역시 약간 움찔하더니 퉁명스러운 목소리를 내뱉었다.
“미술사 전공자의 음식 평이라는 말이지? 한 번 해 보게.”
도윤은 그의 사나운 눈길을 대하고는 약간 민망한 웃음을 지었다.
“다들 이 타르트의 모양이 평범하다고 하셨는데, 제 생각은 조금 다릅니다.”
“다르다고? 어떻게?”
“이 타르트의 모양은 특별해요. 껍질의 갈색과 그 안에 담긴 크림의 노란색, 그리고 겉에 장식한 산딸기의 붉은색과 블루베리의 푸른색이 묘한 구도로 조화를 이루고 있거든요. 단순하면서도 색과 형태의 조합이
참 기가 막히게 이루어졌다고 봅니다.”
그러지 않았다면 타르트에서 아우라가 흘러나오지 않았을 거라는 게 도윤의 생각이었다. 그가 보기에 원성훈은 분명히 음식의 조형에도 감각이 있는 사람이 분명했다.
제레미와 엘리즈는 물론이고 타르트를 만든 원성훈조차도 도윤의 평가에 고개를 갸웃했다. 타르트의 모양과 색깔이 그 정도로 절묘한 조화를 이루고 있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들은 도윤의
전공이 미술사라는 점을 의식했는지 그 말에 대해 대놓고 반박하지는 않았다.
“자, 그럼 23년 만의 요리 대결에서 누가 이겼다는 거지?”
원성훈이 씩 웃으며 묻자 엘리즈가 어깨를 으쓱하며 그를 가리켰다.
“아무런 편견 없이 솔직한 느낌을 말하면 이번 대결은 아무래도 원이 이겼다고 말할 수밖에 없겠어. 그의 요리에는 개성이 뚜렷할 뿐만 아니라 자신이 대접하는 손님에 대한 배려가 담겨 있거든. 그에 반해
제레미, 네 요리에는 자신의 솜씨를 자랑하려는 생각이 너무 강하게 스며있어. 요리사는 대접하는 사람이야. 솜씨를 자랑하는 사람이 아니라.”
엘리즈의 평가에 제레미가 한동안 씨근대며 그녀와 원성훈을 번갈아 쳐다보더니 몸을 홱 돌렸다. 그는 주방으로 가서 모자와 앞치마를 벗어놓고는 잔뜩 억눌린 목소리로 말했다.
“오늘의 점심 식사는 이것으로 끝이야. 다들 돌아가.”
원성훈이 어깨를 으쓱하더니 잠시 사라졌다가 옷을 갈아입고 나타났다. 도윤과 엘리즈는 여전히 씩씩대며 주방에 홀로 서 있는 제레미를 흘낏 쳐다보고는 르미즈를 나왔다.
* * *
엘리즈는 르미즈를 나온 뒤에 바쁜 일이 있다면서 곧바로 돌아갔다.
“제레미야 성격이 원래 그렇다 치고, 너도 너무 무심하기는 마찬가지야. 그동안 파리에 여러 번 왔었다면서? 그런데도 어떻게 그동안 한 번도 연락을 안 할 수가 있니?”
그녀는 원성훈이 파리를 떠나기 전에 꼭 한 번 다시 봤으면 좋겠다는 말을 남기고 작별을 고했다. 엘리즈가 떠난 뒤, 도윤은 원성훈과 근처의 카페에 자리를 잡았다. 그 역시 내일이면 미국으로 돌아가야
했지만 그 전에 물어보고 싶은 게 있었기 때문이다.
“저기, 르미즈가 미슐랭 스타를 잃을지도 모른다는 소문이 들리던데, 사실인가요?”
도윤이 조심스럽게 묻자 원성훈이 입맛을 다시며 고개를 끄덕였다.
“나도 그런 소문을 들었어. 정확한 건 알 수 없지만 오늘 제레미가 하는 걸 보면 사실일 가능성이 클 것 같아.”
“왜죠? 저야 요리에 대해 잘 모르지만 오늘 대접받은 음식들은 정말 훌륭하던데요?”
“제레미가 요리는 잘 하지. 그러나 언제나 남을 위해서가 아니라 자기만족을 위해 요리를 만든다는 게 문제야. 예전에 꼬르동 블루를 다닐 때부터 그랬지. 그 때문에 나하고도 계속 사이가 좋지 않았고.
나이가 들면 좀 철이 들었을 줄 알았는데 여전히 변하지 않았더군.”
“제레미 씨가 자기만족을 위해 요리를 만든다고요?”
“그래. 나는 이런 요리도 만들 수 있어. 어때 정말 맛이 좋지? 넌 이런 걸 만들 수 있어? 뭐 그런 생각이 요리에서 드러난다는 소리야. 뛰어난 맛을 내는 요리를 만들기 위해 애를 쓰는 건 좋지만 그걸
먹는 사람들에게 자꾸 자랑하고 싶어 하는 건 나쁜 태도거든.”
“요리사가 자기가 만든 음식에 대해 자부심을 가지는 게 나쁜 건 아니잖아요?”
도윤의 말에 원성훈이 피식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요리사는 자기가 먹을 음식을 만드는 사람이 아니야. 남을 위해서, 일부러 식당을 찾아온 손님을 위해 메뉴를 정하고 레시피를 개발하는 거지. 그래서 늘 자신이 아니라 손님이 기분 좋게 만족할 수 있는
음식을 제공하려고 노력해야 돼.”
“하지만 사람의 입맛이라는 게 대개는 비슷하잖아요. 음식을 잘 만들기만 하면 자기마음에 들게 만들어도 대부분의 사람들을 만족시킬 수 있지 않나요?”
“어쩌다 한 번씩 요리를 하는 사람이라면 몰라도 명색이 직업 요리사라면 그런 식으로 생각하면 안 돼. 세상에 평균적인 입맛을 가진 사람이라는 건 없어. 하루 종일 주방에 서서 맞는 손님들 중에는 진짜
별난 입맛을 가진 이들도 나타나기 마련이고. 한두 번씩 그런 손님들을 놓치다 보면 결국에는 레스토랑 전체의 평판이 내려갈 수밖에 없어.”
“에이, 그런 예외는 어쩔 수 없는 거 아닌가요?”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 실제로 솜씨가 훌륭한 요리사들 가운데도 그런 식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은 게 사실이고. 하지만 그걸 당연하게 받아들일 경우 기껏해야 미슐랭 스타 하나를 받는
정도가 한계야.”
“미슐랭 심사위원들이 요리의 맛 말고 다른 것도 본다는 말이군요?”
“당연하지. 식당 내부의 인테리어와 청결도, 서빙하는 사람들의 친절함이나 손님을 만족시키기 위해 얼마나 노력하느냐 하는 것들이 모두 평가 대상이야. 음식 맛만 좋다고 해서 무조건 별을 주는 게 아니라는
얘기지.”
이쪽도 남들보다 높은 위치까지 오르려면 엄청나게 신경 써야 할 게 많구나. 도윤은 세삼 고급 레스토랑을 유지한다는 게 무척 힘들 일일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참, 아까 먹은 타르트 말이에요. 그거 정말 맛이 제 입맛에 딱 맞던데 어떻게 만드신 거예요? 그다지 특별한 재료를 넣은 것 같지도 않던데.”
도대체 음식에서 아우라가 풍겨 나온 이유가 뭔데? 사실 묻고 싶은 건 그거였지만 애써 에둘러 표현했다. 그러자 원성훈이 피식 웃었다.
“요리의 맛은 특별한 재료에 의해 결정되는 게 아니야. 그보다는 소금 간의 적절함, 반죽의 정도, 가열 온도와 시간의 미세한 조절 같은 것들이 더 크게 맛을 좌우하지.”
“어, 그럼 제가 그걸 특별하다고 여긴 이유는 간과 반죽 같은 것들을 특별히 제 입맛에 맞았기 때문이라는 건가요?”
“정확하게는 내가 그걸 맞추려고 노력을 했다는 거지. 식전에 먹는 아뮤즈 부쉬나 전채 요리 같은 게 아니라 디저트잖아. 경험 많은 요리사라면 상대의 입맛에 맞게 디저트 조리의 세부적인 레시피를 즉석에서
조절하는 게 가능하거든.”
디저트는 커피 같은 음료를 제와하면 가장 마지막에 제공되는 메뉴다. 그 때문에 손님이 앞서 먹은 요리들에 대해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 잘 살피면 그 사람의 입맛에 딱 맞게 디저트의 레시피를 조절하는 게
가능하다는 얘기였다.
“특히 자네 같은 경우는 나하고 몇 번 함께 밥을 먹은 적이 있잖아? 그래서 소금 간의 정도나 특별히 싫어하는 향신료 같은 것들을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었지. 요리사라면 상대의 입맛을 알 경우 당연히
그걸 고려해서 조리할 수 있어야 해. 안 그러면 자격 미달이지.”
“그럼 똑같은 타르트라도 제가 먹은 것과 엘리즈 씨가 먹은 것은 맛이 달랐겠네요?”
“완전히 다르지는 않겠지만 조금 차이가 있기는 했지.”
도윤은 그제야 왜 자신의 타르트에서만 아우라가 풍기고 엘리즈의 타르트에서는 아무런 빛도 나지 않았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그는 새삼스럽게 요리도 꽤나 섬세한 예술에 속한다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었다.
“나중에 한국에 돌아가시면 자기 가게를 여실 거라고 했죠?”
그의 질문에 원성훈이 푸근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호텔 레스토랑에서 오랫동안 일한 덕분에 가게를 열 수 있을 만큼의 돈을 모을 수 있었거든. 그래서 앞으로는 단골들을 상대로 좀 더 제대로 된 요리를 하면서 살려고 독립하기로 했어. 아참, 가게
이름도 정했어. 알리앙스라고. 북한강 강변에 위치한 건물이니까 나중에 한국에 오면 꼭 들러. 최선을 다해 대접할 테니까.”
“네. 그럴게요. 한국에 가면 꼭 찾아가겠습니다.”
그 말을 끝으로 두 사람은 악수를 나누고 헤어졌다.
나중에 원성훈으로부터 받은 전화에 의하면 소더비에 맡긴 르노와르의 ‘강변에서의 점심식사’는 200만 유로가 넘는 가격에 팔렸다. 원성훈은 덕분에 가게의 이익에 크게 신경 쓰지 않고 레스토랑을 운영할 수
있게 되었다면 도윤에게 큰 감사를 표시했다.
몇 년 뒤, 도윤은 한국으로 돌아가자마자 원성훈이 연 알리앙스에 들러 식사를 했다. 그때부터 그곳의 단골이 되었는데, 원성훈은 기대했던 대로 매번 몸과 마음이 모두 흡족해지는 요리를 제공하고는 했다.
그가 나중에 알리앙스를 프러포즈 장소로 택한 것은 어떤 의미에서는 당연한 선택이었다.
(다음 화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