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링커 유물의 주인을 찾아드립니다-288화 (288/300)

288화

“그림을 미술관에 기증하겠다는 것은 부인의 생각입니까? 아니면 콜린의 뜻입니까?”

비츠 부인에게 묻는 슈미츠 교수의 목소리가 착 가라앉았다.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얘기를 듣자 저도 모르게 긴장이 된 것이다. 그러나 비츠 부인의 대답은 침착했다.

“제 생각이에요. 남편은 죽기 전에 그림에 대해 별 얘기를 남기지 않았거든요. 단지 자신이나 친구들의 그림이 돈만 아는 사람들의 손에 넘어가지 않기를 바랐을 뿐이에요.”

“그래서 팔지 않고 그냥 미술관에 기증하겠다는 겁니까?”

“맞아요. 이곳에 있는 그림들이 제대로 관리되지 않고 있다는 건 저도 잘 알아요. 하지만 뾰족한 방법이 없어요. 추억을 위해 죽을 때까지 간직하고 싶은 그림들이 몇 점 있기는 하지만 나머지는 다 기증하는

게 나을 것 같아요. 안 그러면 저 젊은이가 말한 것처럼 오래지 않아 그림이 상할 테니까요. 사실 일부는 이미 훼손이 시작되기도 했고요.”

슈미츠 교수가 고개를 숙이더니 심각하게 고민하기 시작했다. 이곳에 있는 그림을 기증하는 것은 그 역시 오래 전부터 바랐던 일이다. 하지만 막상 비츠 부인이 결심을 밝히자 몇 가지 마음에 걸리는 게

떠올랐다.

“그림을 기증할 곳으로 생각해둔 미술관이나 단체가 따로 있습니까?”

그의 질문에 비츠 부인이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원래는 워싱턴 국립미술관에 기증하고 싶었어요. 하지만 이미 유명해진 예전 동료들의 그림이라면 모를까, 그 사람들이 남편 그림까지 함께 받아줄지 확신이 서지 않아요.”

“게다가 지난 번 파티에서의 일 때문에 그쪽에서 감정의 골이 파였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대상이 콜린의 그림이라면 강한 반발이 있을 가능성도 존재하고요.”

“남편이 그다지 유명하지 않은 화가이기 때문인가요?”

“안타깝지만 솔직히 말씀드리면 그렇습니다. 그 친구의 그림은 상당히 뛰어나지만 그건 저희들 생각일 뿐이지요. 미술관으로서는 인지도가 낮은 화가의 그림을 전시하는 걸 망설일 가능성이 큽니다.”

인지도가 낮은 화가. 그 말이 비츠 부인의 가슴을 아프게 찔렀다. 잠시 고개를 숙인 채 뭔가를 생각하던 그녀가 이윽고 얼굴을 굳히며 단호하게 선언했다.

“미술관에서 남편의 그림을 받아들이지 않겠다면 다른 그림들도 기증하지 않겠어요. 그건 그들의 안목이 형편없다는 걸 의미할 뿐 아니라 친구들에 대한 도리도 아니니까요.”

“콜린의 친구들이 그린 그림만 기증하는 게 도리가 아니라고요?”

“그래요. 그 분들은 생전에 자신의 그림과 남편의 그림을 서로 맞바꿨어요. 그건 서로의 그림이 최소한 비슷한 가치를 지녔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믿어요. 그런데 화가들의 판단과는 다르게 미술관 측에서 두

그림의 가치에 차등을 둔다면 당사자들이 기분 나쁘게 생각할 거 아니에요. 저 역시 그렇고요.”

슈미츠 교수의 얼굴이 난처하게 변했다. 솔직히 말하면 그 역시 콜린의 그림을 제외한 다른 친구들의 그림만 미술관에 기증한다는 건 말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콜린의 그림이 미술관에 전시될 만한 수준이

아니라면 모를까, 적어도 그가 보기에는 어느 현대 화가에 견주어도 뒤질 게 없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현실적인 인식의 장벽을 뚫는 것은 주관적인 견해를 강력하게 주장하는 것만으로 가능한 일이 아니었다. 슈미츠가 얼굴을 찌푸린 채 생각에 잠겨 있을 때, 도윤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저기, 여기 있는 그림들을 꼭 워싱턴 국립미술관에 기증해야 하나요? 눈치를 보니까 비츠 부인도 꼭 그걸 원하는 건 아닌 것 같은데.”

그 말에 슈미츠 교수가 허탈하게 웃으면서 입맛을 다셨다.

“꼭 그럴 필요가 있는 건 아니지. 하지만 워싱턴은 콜린에게 있어서 고향이나 마찬가지야. 그리고 워싱턴 국립미술관은 이곳에서 가장 크고 권위 있는 미술관이지. 가능하다면 그곳에 콜린의 그림이 전시되는 게

아무래도 더 낫겠지.”

“하지만 비츠 씨가 미술을 공부하고 초창기에 작품 활동을 했던 곳은 뉴욕이라면서요? 그렇다면 워싱턴이 아닌 뉴욕의 미술관에 그림을 기증해도 되지 않나요?”

“그야 그렇기는 하지만 뉴욕의 작은 미술관이라고 해도 콜린의 그림을 선뜻 받아들이려고 하지는 않을 거야. 더구나 작은 미술관이라면 굳이 뉴욕에서 찾을 필요 없이 이곳에서 기증할 곳을 모색하는 게 더

낫기도 하고.”

슈미츠 교수의 지적은 타당했지만 상대방의 의도를 잘못 읽었다. 도윤이 뜻밖의 말을 던졌기 때문이다.

“뉴욕의 작은 미술관이라고요? 왜 굳이 작은 미술관을 생각하시는 거죠? 거기에는 워싱턴 국립미술관보다 큰 미술관들도 많이 있잖아요. 더구나 콜린 비츠 씨나 그의 동료들이 모두 현대 미술가들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딱 어울리는 장소도 있고요.”

그의 말을 들은 슈미츠 교수가 고개를 갸웃하더니 갑자기 눈을 크게 떴다.

“현대 미술가들을 위한 적당한 장소라고? 자네 설마…?”

“아마 그 설마가 맞을 거예요. 뉴욕 현대 미술관, 그러니까 MOMA에 비츠 씨와 그 친구 분들의 그림을 기증하는 건 어때요? 비츠 씨의 그림을 최소 서너 점 이상 미술관에 상설 전시해 달라는 조건을

내걸고요. 그럼 비츠 씨도 기뻐하지 않을까요?”

슈미츠 교수가 저도 모르게 헛웃음을 터트렸다. 그렇게만 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그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렇게 큰 미술관에서는 이른바 대가로 인정받는 사람의 그림이라고 해도 상설

전시를 장담할 수 없었다. 하물며 그다지 유명하지도 않은 콜린 비츠의 그림에게 그런 공간을 내준다는 게 과연 가당키나 한 일일까?

도윤은 슈미츠 교수의 표정을 보고 그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아차렸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비츠 씨의 그림을 당장 올해 기증하려고 애쓸 필요는 없잖습니까? 먼저 워싱턴과 뉴욕에서 추모전 형식으로 그의 개인 전시회를 몇 차례 여는 건 어때요. 기획만 잘 하면 그것을 통해 비츠 씨의 지명도를

높이는 게 가능할 거예요. 그의 그림은 확실히 뛰어나니까요.”

“이봐 리. 전시회를 통한 지명도 상승이라는 게 그렇게 간단한 게 아니야. 나도 콜린의 그림이 뛰어나다고 생각하지만 현실적으로 화가의 명성이라는 건 반드시 작품의 예술성에 비례하는 게 아니라고. 그의

그림을 띄워주기 위한 홍보와 마케팅이 필요하단 말이야.”

“하면 되잖습니까? 그 홍보와 마케팅.”

“비용이 많이 드니까 그렇지. 누가 그 비용을 댄단 말인가?”

“그거야 비츠 부인이 생각을 조금만 바꾸시면 해결될 수 있는 일 아닌가요?”

순간 슈미츠 교수는 도윤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단번에 눈치 챘다. 그게 가능하면 일이 여기까지 오지도 않았겠지. 그가 속으로 혀를 차는데 듣고 있던 비츠 부인이 나섰다.

“제가 무슨 생각을 어떻게 바꿔야 한다는 거죠?”

“듣기 언짢으실지 모르겠지만 제 생각에는 부인이 그림을 팔기 위한 전시회를 먼저 기획하는 게 어떨까 싶습니다. 눈이 제대로 박힌 중개상이라면 나중에 나올 수익을 생각해서라도 자발적으로 돈을 투자할

테니까요. 자신이 먼저 돈을 투자해 전시회를 열고 사람들을 끌어 모은 뒤에, 그림을 판 수익금으로 투자금을 회수하면 되니까요.”

역시 짐작대로군. 도윤의 말을 들은 슈미츠 교수가 고개를 저으며 그를 나무랐다.

“자네 지금까지 도대체 무슨 얘기를 들은 건가? 비츠 부인은 물론이고 죽은 콜린 역시 자기 그림을 돈 받고 팔고 싶어 하지 않는다니까.”

“돌아가신 콜린 씨의 소신은 저도 존중합니다. 하지만 그 분이 돌아가실 때까지 그림을 한 점도 팔지 않은 것만으로도 그 소신은 이미 지켜졌다고 볼 수 있지 않나요? 저로서는 그 분이 돌아가신 마당에

부인까지 계속해서 그 소신에 얽매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비츠 씨의 명예를 위해서라도.”

“그림을 비싼 값에 팔 수 있다면 콜린의 그림에 대한 세간의 평가도 함께 끌어올릴 수 있다는 말인가?”

“네. 이제 와서 부인이 새삼 그림을 팔아서 부귀영화를 누리겠다는 게 아니잖아요. 남편의 그림을 객관적으로 인정받고 미술관에 상설 전시되는 영광까지 누릴 수 있다면 충분히 고려해 볼 만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얘기를 듣던 슈미츠 교수가 비츠 부인의 눈치를 흘낏 살폈다. 사실 도윤의 말에는 충분히 일리가 있었다.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서 예술품의 가치는 시장에서 매겨지는 가격에 의해 결정되는 경우가 많다. 만약

전시회를 통해 콜린 비츠의 그림이 비싸게 팔린다면 그의 그림을 바라보는 세간의 시선 또한 바뀔 것이다.

방 안에 침묵이 감돌았다. 계속 고민하던 비츠 부인이 한참 시간이 지난 다음에 도윤을 쳐다보며 물었다.

“만약 그이의 그림이 비싼 값에 팔린다면 MOMA에서 기증을 받아들이고 상설전시를 하기로 결정할 거라고 확신하세요?”

“확신은 하지 못합니다. 하지만 확실히 가능성은 있다고 봐요. 높은 일이 되겠지요. 그리고 만약 비츠 씨의 그림이 정말로 MOMA에 전시될 경우 그에 대한 평가는 더욱 높아질 겁니다. 그림의 가치는

예술성이나 가격 못지않게 그것이 누구의 소유였는지, 혹은 어디에 전시되었는지에 따라서도 달라지니까요.”

듣고 있던 슈미츠 교수는 저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실제로 그림의 가치는 그것의 소장자가 누구였는지에 의해서도 크게 좌우된다. 그래서 소더비나 크리스티처럼 경험이 많은 경매 회사에서는 자신들이 경매에

붙일 그림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 일부러 경매시기를 늦춰가면서까지 유명 미술관에 몇 년씩 그림을 대여해주기도 한다.

비츠 부인의 침묵이 다시 길어졌다. 그러자 슈미츠 교수가 들으라는 듯이 다시 물었다.

“자네는 정말 이 그림들이 MOMA에 전시될 만하다고 생각하나?”

“물론이죠.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면 이런 말을 꺼내지도 않았을 거예요.”

도윤은 목소리에는 확신이 담겨 있었다. 그의 태도에 그림을 판다는 사실에 거부반응을 보였던 비츠 부인도 마음이 다소 흔들리는 듯했다. 그러자 슈미츠 교수가 슬며시 그녀를 설득하기 시작했다.

“콜린이 남긴 그림을 모두 팔 필요는 없습니다. 사실 현실적으로 그러기도 어렵고요. 그러나 다만 몇 점이라도 전시회나 경매를 통해 팔 수 있다면 그 다음 일을 진행하기가 훨씬 쉬워질 거라는 생각이

드는군요. 부인의 생각은 어떻습니까?”

결심을 재촉하는 그의 말에 비츠 부인이 작게 한숨을 토했다.

“당장은 뭐라고 결정하기가 어렵네요. 저한테 시간을 좀 주세요.”

“물론이죠. 시간은 아직 넉넉합니다. 천천히 생각하고 결정해 주세요.”

비츠 부인은 끝내 도윤의 제안을 승낙하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대뜸 거절하지도 않았다. 슈미츠 교수는 그것만으로도 부인의 태도가 크게 변했다는 것을 짐작하고 내심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정말로 콜린의

그림을 공개적으로 전시하고 판매할 수만 있다면 지금 고민하고 있는 많은 일들이 의외로 쉽게 해결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 * *

솔직히 말하면 비츠 부인의 집을 방문해서 그녀의 그림을 감정해 준 이후로 도윤은 또 다시 한동안 그녀에 관한 일을 까맣게 잊고 있었다. 새 학기가 개학하면서 당장 박사 논문 심사 때문에 다른 일에는 전혀

신경을 쓸 여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 그에게 클라우디아가 전화를 걸어온 것은 심사가 어느 정도 마무리되어가던 5월이었다.

“논문 심사 결과가 좋다는 얘기 들었어. 아직도 많이 바빠?”

“그럼 한가하겠냐? 그거 물어보려고 전화한 거야?”

“겸사겸사. 목소리에 힘이 없는 걸 보니까 많이 바쁘기는 한 모양이네?”

“박사 학위 받은 사람들한테 물어봐라. 인생에서 지워버리고 싶은 시기가 언제인지. 십중팔구는 학위 심사 학기라고 할 걸? 너도 이제 곧이야. 내년에 논문 제출할 거라면서?”

“십년 뒤 같은 내년이지. 이제 슬슬 바빠지고 있기는 하지만 아직은 아냐.”

클라우디아의 목소리에는 아직 여유가 넘쳐흘렀다. 도윤은 그만 피식 웃고 말았다.

한국 남자들이라면 가장 지워버리고 싶은 시기를 군복무 기간이라고 대답할 가능성도 높다. 그러나 도윤은 아직 병역을 마치지 않았다. 이왕 여기까지 온 거 이왕이면 학위를 받은 다음에 입대할 계획이었기

때문이다. 도윤이 공연히 딴 생각을 하고 있을 때 클라우디아가 뜻밖의 소식을 전했다.

“그렇게 바빴으면 지난달에 뉴욕에서 콜린 비츠 씨의 전시회가 열렸던 것도 모르겠구나? 이번 달에는 워싱턴에서 전시회 장소를 옮긴다기에 괜찮으면 함께 가자고 할 생각이었는데 그렇게 바쁘다면 아무래도

곤란하겠네?”

순간 도윤은 전화기를 든 채 저도 모르게 앉았던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뭐? 뉴욕에서 콜린 비츠 씨의 전시회가 열렸다고? 그것도 지난달에?”

“놀라는 걸 보니까 정말 전혀 모르고 있었나 보구나? 하긴 알았더라도 논문 심사 학기에 거기까지 전시회를 구경하러 가기는 어려웠겠지. 난 갔었어.”

“넌 갔었다고? 어땠어? 분위기나 관객들 반응 같은 것들 말이야.”

“나쁘지 않았어. 특히 신문이나 미술 잡지에 실린 평이 좋았어. 나도 아는 기자를 통해 언뜻 전해 들었는데 슈미츠 교수님이 여러 가지로 힘을 많이 쓰셨나 봐. 뉴욕까지 오고가면서 전시회장부터 미술계

인사들을 초대하는 것까지 여러 가지로 수고를 많이 하셨대.”

“슈미츠 교수님이 힘을 쓰셨다고? 근데 왜 나한테는 아무런 말도 안 하셨지?”

“그 교수님이 네 논문 심사 부심들 가운데 한 명이기도 하잖아? 아무래도 네가 논문 쓰는데 지장이 있을까봐 일부러 얘기를 안 하신 모양이지. 아무튼 워싱턴에서 전시회가 열리면 가보기는 할 거야?”

“가야지. 어차피 그때쯤이면 논문 심사도 완료되고 인쇄에 들어갈 테니까 지금보다는 여유가 생길 거야. 소식 전해줘서 고맙다.”

도윤은 클라우디아와의 통화를 마친 뒤 곧바로 컴퓨터로 인터넷을 검색했다. 콜린 비츠라는 이름으로 검색하자 곧바로 그의 전시회에 대한 기사와 미술잡지의 평을 찾을 수 있었다. 한참 동안 평론 내용을 정독한

도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진흙 속에 묻혀져 잊힐 뻔한 진주의 재 발견이라고? 정말로 평이 좋게 나오기는 했네.”

그는 잠시 고민하다가 결국 슈미츠 교수에게 전화를 한 뒤 그의 연구실로 찾아갔다. 논문을 쓰는 학생이 부심에게 다른 일에 대해 묻는다는 게 조금 민망하기는 했지만 궁금함을 참을 수가 없었다. 기사에는

그의 그림이 팔렸는지, 만약 그랬다면 어느 정도의 가격이 매겨졌는지에 대한 내용을 찾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막상 슈미츠 교수의 방을 찾아가자 그는 도윤이 올 거라는 걸 알고 있었는지 다짜고짜 초대장을 하나 불쑥 내밀었다.

“그렇잖아도 비츠 부인이 다음 달에 있을 전시회에 자네가 꼭 와줬으면 하더군. 그때쯤이면 바쁜 일도 거의 끝날 테니 한 번 가보는 게 좋을 거야?”

물론 갈 것이다. 하지만 그 전에 확인할 게 있었다.

“MOMA에 그림을 기증하는 일 말입니다. 가능성이 있을까요?”

그러자 슈미츠 교수가 씩 웃었다.

“그림이 얼마에 팔렸는지 묻는 거지? 비츠 부인이 팔지 않을 그림을 너무 많이 정하는 바람에 실제로 거래가 이루어진 것은 열두 점밖에 안 돼. 하지만 그것만으로도 전체 판매 대금이 오십만 달러를 넘었어.

그 정도면 충분히 성공적이라고 할 수 있지.”

그 말을 듣는 순간 도윤은 속으로 만세를 불렀다. 열두 점을 판 전체 금액이 오십만 달러라면 한 점당 평균 4만 달러 이상에 팔렸다는 얘기였다. 성에 차지는 않는 액수지만 그 정도면 다음달에 워싱턴에서

열릴 전시회에서는 더 비싼 가격을 받을 가능성이 컸다. 전문가들의 평이 좋을 경우 시간이 갈수록 그림의 가격이 올라가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다음 화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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