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레이드 커맨더-12화 (13/254)

< 신입사원 연수 -2- >

익숙한 개마고원이 눈앞에 펼쳐졌다.

수한은 무장 상태를 점검했다.

대물 저격총과 자동 산탄총, 45구경 권총으로 무장한 상태였다. 룬 문자 단검도 하나 허리에 꽂혀 있었다.

저 앞쪽에, 늑대를 닮은 변이체 하나가 보였다.

머리가 두 개에, 전신이 털 대신 비늘로 덮여 혐오스럽게 생긴 변이체.

수한은 대원들에게 지시를 내렸다.

“내가 신호를 하면 오른쪽 머리를 저격한다. 최대한의 화력을 다 쏟아 붓도록. 그 후 산탄총으로 놈의 다리를 노린다. 기동력을 박탈한 후, 다시 저격으로 끝을 본다.”

“전 뭘 하면 되겠습니까?”

“너는 놈의 접근만 막아라. 네 이능이 순간 강화니까, 그 정도는 가능할 거다.”

“알겠습니다.”

전투는 순조롭게 돌아갔다.

대물 저격총은 D급에게는 충분히 통했다. 적당한 거리에서 신중하게 사격하자, 한 발은 빗나가고 두 발이 박혔다. 그것만으로도 이미 치명타에 가까웠다.

늑대가 울부짖으며 대항했으나 소용없었다. 산탄총 공격으로 다리를 날린 후 저격으로 끝장냈다. 중간에 몇 번 아찔한 순간이 있었으나 이능력자가 막아서서 위기를 넘길 수 있었다.

수한은 사냥을 끝내고 밖으로 나왔다.

아직 둘은 사냥을 끝내지 못한 듯했다. 수한은 밖에서 잠깐 앉아 기다렸다.

몇 분 뒤 둘이 체험실을 벗어났다.

그런데 권준의 표정이 영 좋지 않았다.

“어떻게 하죠? 요원 둘이 부상을 입었는데.”

“부상이요? 어쩌다가요?”

“산탄총으로 변이체 다리 두 개는 박살냈는데, 다른 쪽을 공격하려고 하다가 너무 가까이 다가갔어요. 변이체의 공격을 허용해 버렸습니다.”

“이런…… 동휴씨는 어떠셨어요?”

“전 다행히 별 일 없이 해치웠습니다.”

“일단 중관으로 돌아가죠. 후유증이 안 남아야 할 텐데요.”

서둘러 중관으로 돌아가 부상을 확인했다.

다행스럽게도 둘 다 경상 판정을 받았다. 현실 시간 하루면 복귀할 수 있다고 했다.

권준이 뺨을 긁적였다.

“전 아무래도 모의 사냥에는 안 맞는 것 같은데, 그냥 해체에 전념하는 게 어떨까요? 해체도 미니 게임이라서 실제로 해본 사람이 유리할 텐데요.”

“그게 낫겠습니다. 그럼 준씨가 해체를 다 끝내면 저는 영업을 시작하겠습니다.”

“좋습니다. 그렇게 분담하는 게 더 낫겠네요.”

“수한씨가 서관에서 사냥을 아예 전담하시죠. 제가 남관하고 중관을 오가면서 영업도 하고, 공격대가 귀환하는 대로 사냥을 보내겠습니다.”

효율적인 업무 분담이다.

수한은 서관으로 다시 이동했다.

요원 둘이 빠져서 팀이 3개에서 2개로 줄었다. 각각 이능력자 1명과 요원 4명, 이능력자 2명과 요원 3명으로 된 팀이었다.

차례로 변이체 사냥을 끝냈다. 복귀시킨 다음 중관의 동휴가 또 사냥을 보내고, 수한이 다시 변이체를 사냥했다.

외계 행성에서 사냥한다면 이동시간이 걸리는 것으로 설정되어 있다. 그러나 지구 안에서라면 이야기가 달랐다. 중관에서 이동 명령을 내린 즉시 서관에서 사냥을 시작하는 게 가능했다.

[수한씨? 이제 중관으로 오세요. 외계팀이 복귀했습니다.]

어느새 한 나절이 다 가 있었다.

처음 마련했던 3명의 D급 이능력자는 이제 C급으로 승급했다. 오후부터는 C급 변이체 사냥이 가능할 터였다.

20팀은 중관에 있는 구내식당에서 모였다. 뷔페식으로 된 음식들을 양껏 퍼서 먹으며, 외계팀의 성과에 대해 들었다.

“저희가 찾은 곳은 E27이라는 행성이에요.”

유미가 자료를 나눠주었다.

지구와 비슷한 기후의 행성이었다. 육지와 바다 비율도 3:7로 비슷했고, 특별한 보조기 없이 호흡이 가능했다.

기계 괴수도 몇 마리 있고, 변이체가 아주 많았다. C급부터 S급까지 어디서나 흔하게 찾아볼 수 있었다.

수한은 입맛을 다셨다.

안타까운 점은 원주민의 세력이 너무 약하다는 거였다. 겨우 몇 개 정도 남은 도시를 거점으로 간신히 생존하고 있었다. 그나마 기계 괴수들이 도시를 향해 다가가고 있어 언제 멸망할지 몰랐다.

“좀 위험한데…… 다른 곳은 없습니까?”

“몇 군데 더 뽑아오긴 했는데, 생각 외로 행성을 선택하기가 어렵더라고요. 일단 호흡이 가능해야 하는데 거기서 거의 탈락하고, 가끔 호전적인 원주민들도 있어서요. 그나마 여긴 우리한테 호의적이어서 쉽게 진입 허가를 얻을 수 있을 것 같아요. 아직 진출한 공격대도 없고요.”

하긴 좋은 행성은 기존 공격대들이 이미 진출했다고 되어 있었다. 그들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느니, 아예 새로운 곳에서 출발하는 게 나을 것이다.

최소한 사냥하기에는 좋은 곳이니까.

수한은 고개를 끄덕였다.

“할 수 없지요. 점심 먹고 바로 허가를 받아주시겠습니까? C급 이능력자 둘을 보강하고 사냥을 나가야겠습니다.”

“좋아요. 참, 코인은 얼마나 벌었어요?”

유미가 묻자, 동휴가 안경을 손끝으로 들어올렸다.

“준씨가 완벽하게 해체해주신 덕에 쏠쏠하게 벌었습니다. 지금까지 D급 변이체 9마리를 잡았는데 그걸로 번 게 모두 합쳐서 1600만 코인이나 돼요.”

“하하, 그게 어디 저 혼자 한 일이겠습니까? 동휴씨가 영업을 잘 해줘서 그렇죠.”

“어? D급이면 100만 코인이라고 되어 있던데요?”

지훈이 의아한 표정을 짓자, 동휴가 으쓱거리며 설명했다.

“그건 컴퓨터가 자동으로 했을 때 얘기고, 사람이 직접 하면 미니 게임을 하게 되는데 그걸 완벽하게 하면 보너스를 좀 받습니다. 30% 정도 되는 것 같아요.”

“우와! 그럼 두 분이 해체도 완벽하게 하고, 영업도 완벽하게 하셨다는 거네요?”

“대단합니다. 정말 수고하셨습니다.”

수한을 비롯한 팀원들이 감탄하자, 권준이 쑥스럽다는 표정을 지었다.

하긴 알바트로스에서 채용할 정도면 그 경력이나 실력이 상당할 것이다. 뭣도 모르는 사람을 채용하지는 않겠지.

슬슬 신입사원 연수의 목적을 알 것 같았다.

각 개인의 특기와 능력은 모두 다르다. 그리고 공격대 운영에 있어서 필요하지 않은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공격대의 화합과 단결을 위해, 이런 복잡한 연수 과정을 거치는 것이다.

“다른 팀은 어떻게 하고 있는지 아시는 분 계세요?”

“아, 제가 좀 봤어요.”

지훈이 입을 열었다.

“몇 개는 벌써 외계 행성 진출했어요. 이능력자끼리만 넘어가서, C급 변이체 사냥한 것 같아요.”

“우리도 서둘러야겠네요.”

“그러죠. 다 드셨으면 일어날까요?”

마음이 바빠졌다.

정신없이 하루가 지났다.

오후 동안 C급 변이체를 2번 잡는데 성공했다. 대원들이 E27 행성을 오가느라 시간을 보낼 때면 D급 이능력자들을 육성했다. 요원들도 사냥에 끼워 능력을 올려주는 것을 잊지 않았다.

공격대 사옥도 계속해서 확충했다. 처음에는 창고와 기본 숙소가 전부였는데, 이젠 제법 규모가 커졌다.

덕분에 1일차는 C급 이능력자 6명, D급 이능력자 4명, 요원 15명으로 막을 내렸다. 일반 직원도 숫자를 더 불려서, 이젠 공격대 총 인원이 40명에 육박했다.

저녁부터는 모의 경영을 할 수가 없었다. 대신 강당에 모여 중간 점검을 했다.

“모두 공격대는 잘 운영해보셨습니까?”

김규민 실장이 사람 좋게 웃으며 질문을 했다.

조용했다.

그럴 줄 알았다는 듯, 규민이 말을 이었다.

“쉽지 않았을 겁니다. 굉장히 간략화한 프로그램이긴 합니다만, 공격대 운영 자체가 어렵거든요. 그래서 그런지 시행착오를 겪는 팀도 많았습니다. 어디, 현재까지 팀별 성적을 확인해볼까요?”

강당 스크린에 1팀부터 20팀까지의 점수가 공개되었다.

점수는 공격대가 보유한 이능력자와 요원의 숫자 및 능력, 일반 사원들의 수, 사옥과 여러 장비, 그리고 진출한 외계 행성과 재정 상태 등을 종합하여 계산했다.

20팀은 403점.

수한은 다른 팀들의 점수를 훑었다.

최하 150점에서, 높게는 430점까지 형성되어 있었다.

유미가 탄성을 질렀다.

“우리가 3등이에요!”

“1등이랑 겨우 30점 차이 나!”

“잘 하면 1등 할 수도 있겠습니다.”

8팀이 431점으로 1등, 11팀이 420점으로 2등을 달리고 있었다.

둘 다 이능력자가 두 명씩 포함된 팀이다.

수한은 금방 그 이유를 꿰뚫어 보았다. 권준이 변이체 해체를 완벽하게 해서 코인을 더 많이 번 것처럼, 그들이 모의 사냥을 전담하는 것 같았다.

그들의 실력을 살려, 이능력자 대원 한둘로 사냥을 성공한다고 생각해 보라.

그 격차는 점수 경쟁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할 수도 있었다.

‘이대로는 곤란한데……’

첫날이니 분발하면 따라잡을 수도 있겠지만, 반대로 차이가 더 벌어질 가능성도 컸다.

수한의 생각은 다음날 바로 현실화되었다.

이틀째 중간 점검에서 20팀은 4위로 밀려났다. 1, 2위와의 점수 차이는 70점 이상으로 벌어졌고 5위와의 점수 차이는 고작 3점에 불과했다.

권준이 질렸다는 표정을 지었다.

“뭐야. 오전 오후 내내 죽어라 해체만 했는데 왜 이렇게 된 거죠?”

“10분도 제대로 못 쉬었는데……”

다섯 명 모두 각자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했다. 하지만 결과가 안 좋게 나오니, 힘이 빠질 수밖에 없었다.

연수원에서 거둔 성적이 공격대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다. 그래도 기왕 경쟁에 나선 거 이기고 싶은 게 사람 심리 아닌가. 값비싼 상품도 걸려 있고.

수한은 잠깐 생각에 잠겼다가 묵직하게 입을 열었다.

“승부수를 던져야겠습니다.”

“승부수라뇨?”

“지금처럼 가면 우리가 하위권으로 밀려날 게 뻔합니다. 이능력자가 있는 팀들이 치고 올라오고 있어요. 완전히 밀려나기 전에, 단판 승부를 겁시다. 기계 괴수를 잡죠.”

“기계 괴수를요?”

팀원들이 깜짝 놀랐다.

기계 괴수는 변이체와는 그 격이 달랐다. S급 이능력자 몇 명에 AA급 이능력자 십여 명, 그리고 A급 이능력자 수십 명을 확보해야 도전할 수 있었다.

더구나 그들을 뒷받침할 요원들도 수백 명이 필요했다. 그러고도 화력이 부족한 경우가 많아 소형 미사일이나 폭탄도 대량으로 준비할 때가 많았다.

그것도 소형 기계 괴수일 때 이야기.

지금 성장 속도로 보면 모의 경영 시작 10일은 더 지나야 기계 괴수 공략이 가능할 터였다.

“아, 지금 당장 하자는 건 아닙니다. 바로 공략을 했다간 힘도 못 써보고 전멸할 테니까요. 일단 자리부터 옮기죠.”

개방된 강당에서 할 이야기는 아니었다.

숙소로 자리를 옮겼다.

수한은 가방에서 USB를 하나 꺼냈다. 그리고 집에서 가져온 노트북에 USB를 꽂고, 그 안의 파일을 보여주었다.

“이게 뭐에요?”

“제가 면접 때 사용했던 사냥 계획입니다. 알바트로스를 대상으로 짠 거지요. 알바트로스 정도의 공격대는 보통 A급이나 AA급 변이체를 잡는데, 특정 조건을 만족하면 기계 괴수를 사냥하는 것도 가능했습니다.”

“S급 이능력자 하나도 없이요?”

“예. 계산해 보니까 앞으로 닷새면 AA급 5명은 만들 것 같은데, 그때 기계 괴수를 잡아 보지요.”

수한은 유미와 지훈에게 한 가지씩을 당부했다.

먼저 유미에게는 시간이 날 때마다 외계 행성에 분포한 기계 괴수의 정보를 모아달라고 했다. 일단 모은 정보는 저녁에라도 검토할 수가 있으니까.

그리고 지훈에게는 내일 연구소를 설립하고 연구원을 모아, 변이체 연구를 시작할 것을 부탁했다. 나중에 연구소에서 이능력자가 쓸 이능 장비를 제작하기 때문이었다.

양적인 팽창을 위주로 하는 다른 팀들과는 다른 방향.

“괜찮을까요?”

“괜히 늦어지는 거 아닌지……”

“음, 마음에 걸리시면 통상적인 방법으로 가도 좋지요. 그래도 꼴찌는 안 할 테니까요.”

잠깐 의논을 한 뒤, 수한이 제안한 방법대로 가기로 했다.

어차피 잃을 건 없었다. 그저 게임에 불과했다. 잘 되면 좋고, 안 되면 어쩔 수 없는 거였다.

다음날부터 바로 행동에 들어갔다.

유미는 동관에서 살다시피 했다. 외계 행성의 정보란 정보는 모두 긁어모았다. 작전이 가능한 행성의 기계 괴수를 몽땅 가져와 수한에게 넘겼다.

지훈은 연구에 골몰하는 한편 전체적인 일정의 조율을 맡았다. 귀환한 대원들을 수한과 의논해가며 즉각 파견하느라 바빴다. 힘든 일은 아니지만, 눈 코 뜰 새가 없었다.

권준은 이를 악물고 해체 작업을 했다. 다른 사람과 교대하거나 쉬면 버는 코인이 훨씬 줄어들 테니 좀 무리를 했다.

그렇게 부산물을 만들어 놓으면 동휴가 모조리 팔아치웠다. 가공부와 영업부에 채용된 둘이 합작을 하자, 버는 코인이 무시무시하게 불어났다.

수한은 이를 악물고 모의 사냥을 수십 번씩 반복했다. 기본적으로 컴퓨터에게 맡기면 시간도 오래 걸리고 가끔 대원들이 부상당하는 경우가 있었다. 그래서 최대한 많이 수동 사냥을 했다.

힘들어도 견딜 만 했다. 워낙 체력을 올려놓아서, 이 정도로는 쉬이 지치지 않았던 것이다.

더구나 일을 진행하면서 레벨과 능력치가 오르고 있었다.

연수 전에는 22레벨이었는데 지금은 24레벨이 되었다. 체력과 민첩, 감각이 1씩 오르고 의지와 위엄은 2씩 올랐다.

작전 계획 기술도 상승했다. 모의 사냥이 영향을 미쳤는지, 새롭게 전투 지휘라는 기술도 생겼다. 가상의 대원들을 지휘하며 사냥에 골몰한 까닭이었다.

준비기간으로 잡았던 닷새가 지났다.

그 동안 20팀의 순위는 계속해서 내려갔다.

하루에 한 계단, 지금은 9위에 불과했다. 처음에 3위였던 것을 생각하면 엄청나게 하락한 것이다.

“내일, 기계 괴수를 사냥하겠습니다.”

수한은 팀원들 앞에서 선언했다.

수백 마리 기계 괴수의 정보를 이 잡듯이 뒤진 끝에, 적당한 기계 괴수 하나를 고를 수 있었다.

물론 쉽지는 않았다.

알바트로스의 잿빛 학살자 사냥 계획처럼, 다양한 준비물이 필요했다. 그 준비물을 마련하는데 오전 한 나절을 다 쓸 작정이었다.

“내일 오후에는 모두 사냥에 참여해 주세요. 저 혼자서는 역부족입니다.”

“긴장되네요.”

“기계 괴수 사냥에 성공하면 어떻게 될까요?”

팀원들의 질문에, 수한이 단호하게 대답했다.

“우리가 1위로 올라가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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