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레이드 커맨더-13화 (14/254)

< 신입사원 연수 -3- >

다음날 아침부터 20팀은 잽싸게 움직였다.

수한이 요구한 물건들을 갖추려면 시간이 부족했다. 게다가 행정적으로 복잡한 절차를 몇 개나 밟아야 했다.

점심시간 직전에 모든 준비를 끝냈다. 공격대 이동 명령을 내려놓고 식당으로 갔다.

유미가 가슴에 손을 얹고 한숨을 쉬었다.

“휴우, 긴장되네요.”

“걱정 마세요. 제가 어제 말씀드린 대로만 하면 됩니다. 다른 분들도 마찬가지고요.”

“모의 사냥이라도 기계 괴수와 싸운다고 하니 손이 떨리네요. 죽을 때까지 시체만 만질 줄 알았는데……”

팀원들이 저마다 한 마디씩을 했다.

점심시간은 금방 끝났다.

20팀의 공격대가 이동을 완료하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약 2시간. 그때까지 다섯은 커피를 마시며 사냥 계획을 몇 번이나 점검했다.

이윽고 2시가 되었다.

서관의 컴퓨터에 20팀 사냥 개시를 입력하고, 각자 체험실로 들어가 장비를 착용했다.

프로그램을 실행하자 수백 명의 사진이 떠올랐다.

이번 사냥에 참가하는 20팀의 공격대원들.

수한은 그 중 가장 첫 번째 사진을 골랐다.

AA급 거력 계열 이능력자.

첫날 수한과 D급 늑대 변이체를 잡았던 이능력자였다. 어느덧 20팀 공격대를 대표하는 이능력자로 성장한 것이다.

고글이 작동하며, 외계 행성의 풍경이 두 눈에 들어왔다.

보라색 암석들이 지천에 깔려 있고, 초록색 길쭉한 버섯이 나무처럼 뻗어 있었다. 세 개의 태양이 줄 지어 푸른 하늘 위를 질주했다.

그리고 기계 괴수.

언뜻 보면 황소처럼 생긴 녀석이었다. 철탑 같은 다리가 육중한 몸을 지탱하고, 늠름한 뿔이 우뚝 솟아 있었다. 등에는 뾰족한 칼날이 삐죽삐죽 박혀서 시퍼런 빛을 뿜었다.

살짝 벌어진 입에 보이는 광선 포대가 위협적이었다. 다리에 점박이처럼 언뜻언뜻 보이는 구멍들도 예사롭지 않았다.

수한은 팀원들이 모두 접속을 마쳤는지 확인했다.

[다 들어오셨습니까?]

[전 들어왔어요!]

[들어왔습니다.]

[우리들의 역할이 중요합니다. 잘 해봅시다!]

[파이팅!]

[우리도 1위 먹어보자고요!]

팀원마다 선택한 대원의 종류가 달랐다.

수한과 동휴, 지훈은 AA급 이능력자, 권준은 견인포 포반장, 유미는 수석 폭탄 전문가.

이 중 수한과 권준, 유미가 결정적인 역할을 할 것이다.

“후!”

수한은 짧게 심호흡을 했다.

검을 들어 올리자 검신에서 푸른빛이 물결처럼 일렁였다.

수한이 선택한 이능력자만이 아니고, 동휴와 지훈이 선택한 이능력자들도 동일한 검을 가지고 있었다.

일찍부터 발전시킨 연구소에서 만든 검. S급이 없는 20팀의 공격대에게 필수적인 물건이었다.

공격을 시작하기 전, 공격대 재편성부터 했다.

이능력자와 요원들을 세 갈래로 나누었다. 청광검을 쥔 수한과 동휴, 지훈을 기준으로 삼등분한 것이다.

권준이 조종하는 견인포는 으슥한 곳에 배치했다. 트럭으로 이동시켜야 해서 시간이 꽤나 걸렸다.

공격대 전개가 완료되었다.

[시작하죠.]

수한은 검을 들었다.

손에 힘을 주자 검에서 빛나는 청광이 짙어졌다. 시야 저 쪽에서도 청색 빛이 번뜩였다. 삼각형 모양으로 괴수를 포위하고 선 동휴와 지훈이 검을 발동시킨 것이다.

우우우웅.

괴수가 위협을 느꼈나 보다.

두 눈이 시뻘겋게 달아올랐다. 구멍들이 일제히 열리며, 동그란 물체들이 밖으로 튀어나왔다.

수한이 있는 힘껏 고함을 질렀다.

[공격 개시!]

슈슈슝! 펑펑!

요원들이 일제히 휴대용 미사일을 꺼내 날렸다.

신기술이 적용되어 가볍고 조작도 편한 보병용 미사일이었다. 위력도 준수했다. 거침없이 날아가 파편과 화염을 쏟아냈다.

그 중 특이한 탄두가 몇 개 있었다.

터진 순간, 액체 같은 것을 잔뜩 뿌린 탄두.

방어막 중화탄이었다.

기계 괴수의 주변에 반투명한 막이 어렸다. 대부분의 폭발을 막아냈지만, 액체를 뒤집어쓴 부분은 그렇지 않았다. 일순 약점을 드러냈다.

화염과 파편이 기계 괴수의 몸체를 바로 두들겼다.

그러나 덩치가 너무 컸다. 실질적인 피해는 거의 없었다.

수한은 냉철한 눈으로 기계 괴수를 노려보았다.

[권준씨. 제가 신호하면 바로 쏘세요. 동휴씨, 지원씨도 준비하세요.]

[예!]

어느 순간, 기계 괴수가 몸을 부르르 떠는 것이 보였다. 그와 함께 전신에 난 구멍에서 둥근 쇠구슬이 튀어나와 사방으로 쏟아졌다.

[지금입니다!]

다시 미사일들이 날아올랐다. 동시에 숨어 있던 견인포가 불을 뿜었다.

무려 155mm 구경.

거대한 포탄이 눈 깜짝할 사이 기계 괴수에게 돌진했다. 중화된 방어막을 뚫고, 정확히 기계 괴수의 머리에 꽂혔다.

꽈앙!

기계 괴수로서도 무시할 수 없는 일격이었다. 폭발과 함께 괴수의 머리가 홱 젖혀졌다.

동시에 푸른 광선 세 줄기가 화려하게 뻗어나갔다. 막 구멍을 벗어나던 쇠구슬을 한 번씩 훑고 지나가자, 쇠구슬들은 추진력을 잃고 바닥에 떨어졌다. 몇 번 웅웅대며 바닥을 기더니, 쾅쾅 폭발하며 금속 파편을 주위에 뿌렸다.

저걸 뒤집어썼으면 20팀의 공격대는 치명타를 입었을 것이다. 청광검을 준비해 온 보람이 있었다.

치이익! 치익!

갑자기 기계 괴수의 몸에서 흰 김이 피어올랐다.

두 눈이 번뜩이더니, 청광검을 치켜든 수한을 노려보았다.

[왼쪽으로 피해!]

수한은 자신의 뒤에 서 있던 대원들에게 소리쳤다. 그리고 자신은 오른쪽으로 몸을 날렸다.

쿵! 쿵쿵쿵쿵쿵!

기계 괴수가 수한을 향해 돌진했다.

그 거대한 몸이 달려오자 세상이 뒤집어질 듯 흔들렸다. 흙더미가 푹푹 비산하는 게 꽤나 위협적이었다.

거리가 충분히 가까워지자, 수한은 등에 멘 추진 장치를 작동시켰다. 불꽃이 뿜어지며 하늘 높이 뛰어오르자, 기계 괴수는 덧없이 수한을 지나쳤다.

기계 괴수가 입을 벌렸다.

그 안에 설치된 광선 포대가 모습을 드러냈다.

포대 앞에 빛이 어렸다.

바로 그 순간 미사일이 기계 괴수를 뒤덮었다. 멀리서 꽝 하고 대포 소리도 들렸다.

포탄은 정확히 기계 괴수의 머리를 때렸다. 강렬한 충격에 머리가 틀어지며 붉은 광선이 하늘 위로 뻗어나갔다.

[유미씨! 폭탄!]

[네!]

기계 괴수가 자리를 이탈한 사이, 유미가 오토바이를 타고 달렸다.

오토바이 위에는 폭탄 가방이 가득 실려 있었다.

유미는 기계 괴수 자리 아래에 폭탄 가방을 빠르게 매설했다. 몇 명의 폭탄 전문가가 그 작업을 도왔다.

기계 괴수가 복귀하기 직전 폭탄 설치가 끝났다. 유미는 다시 오토바이를 타고 죽어라 도망쳤다.

비슷한 장면이 반복되었다.

20팀의 공격대는 돌격하지 않고 철저히 원거리 공격을 했다. 미사일을 날리고, 견인포로 포격을 하고, 폭탄 가방을 매설했다.

그러느라 시간이 오래 걸렸다.

준비한 지구 병기가 다 떨어질 때가 되자, 어느덧 시계가 오후 5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지금입니다. 폭파시키세요.]

수한의 지시에, 유미가 폭탄을 작동시켰다.

우르르릉.

지축이 흔들렸다.

폭탄의 파괴력은 지하를 향해 집중되었다. 일직선으로 파고들어가 모든 걸 다 부수자, 기계 괴수가 빠질 만큼 거대한 구덩이가 만들어졌다.

기계 괴수가 허우적대며 구덩이에 빠졌다. 버둥거리며 밖으로 나오려고 했지만, 육중한 몸무게 때문에 쉽지 않았다.

종류에 따라서는 고양잇과 동물처럼 움직이는 것도, 별도의 추진 장치를 이용해 도약하는 것도 있지만 이 기계 괴수에겐 해당사항이 없는 일이었다.

[돌격! 이제 끝장냅시다!]

구덩이에 빠진 이상 기계 괴수의 전투력은 반의 반 이하로 떨어진다. 밖으로 나와 있는 머리의 광선 포대와, 등에 난 칼날 가시만 주의하면 된다.

대원들이 함성을 지르며 돌진했다. 기계 괴수의 반격에 얼마간 사상자가 생겼지만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 철갑을 뜯어내고 동력핵을 정지시키는데 성공했다.

고글의 화면 가운데에 글자들이 선명하게 떠올랐다.

[20팀 WIB-3928 기계 괴수 사냥 성공!]

성공을 확인한 20팀이 자축하며 환희에 휩싸였다.

“수고하셨습니다!”

“모두 고생하셨어요!”

“캬! 정말로 잡을 줄은 상상도 못 했습니다.”

“생각보다 쉬운데요? 잡을 만 해요!”

“하하. 모의 사냥이라 그렇죠. 원래는 지능 장난 아닙니다. 실제였으면 원거리 공격을 계속 맞아주지 않아요. 마구 돌진하면서 다 갈아엎었겠죠. 그리고 차원문 통과하는 비용도 실제보다 싸게 계산해주는 것 같았어요.”

“우리한텐 좋은 일이네요.”

어쨌든 성공은 성공이었다.

20팀은 저녁 시간에 탄산음료를 높이 들며 건배를 외쳤다. 술을 한 순배 돌렸으면 좋겠지만, 연수원에는 술을 찾아볼 수 없으니 불가능했다.

다른 신입사원들이 잔뜩 들뜬 20팀을 이상한 눈으로 쳐다보았다. 요즘 계속 순위도 떨어지는데, 왜 저리 웃고 떠드나 싶은 것이다.

그 원인은 금방 공개되었다.

식사 후 강당에서 가진 중간점검. 거기서 20팀이 근소한 차이로 1위를 차지한 것이다.

“뭐야 이거?”

“말도 안 돼! 우리가 왜 3위야?”

여태 1, 2위를 다투던 8팀과 11팀이 소리를 질렀다.

수한은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기계 괴수 사냥에 성공한 것만으로 1위로 올라섰다. 기계 괴수를 해체하고, 그걸 판매한 후 공격대 내실을 다지면 더욱 격차를 벌릴 수 있었다.

“대체 비결이 뭡니까?”

몇몇 팀이 찾아와 물었다.

굳이 감출 필요는 없었다. 이렇게 많은 점수를 단번에 얻을 수 있는 방법은 하나밖에 없으니까.

“기계 괴수를 잡았지요.”

“예? 기계 괴수를요? 어떻게요?”

“비밀입니다.”

20팀은 숙소에서 모였다. 그리고 다음날 일정을 의논했다.

다음 사냥감을 정했다. 내일 오전에는 오늘 사냥의 뒤처리와 두 번째 기계 괴수 사냥 준비를 하고, 오후에 또 기계 괴수를 잡기로 했다.

일은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2번째 기계 괴수 사냥도 성공했다. 이번에는 S급 이능력자까지 투입하였으니 훨씬 더 쉬웠다.

중간 점검 격차가 더 벌어졌다. 20팀 혼자 저 멀리 달려 나가고 있었다. 김규민 실장이 그걸 보고는 중간 점검 시간에 한 마디를 할 정도였다.

“허, 20팀은 정말 대단하네요. 이변이 없으면 20팀이 전체 1등을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이쯤 되자 다른 팀들도 괴수 사냥에 뛰어들었다.

9일째 되는 날부터 기계 괴수 사냥이 본격화되었다. 성공적으로 잡는 팀도 있었고, 준비가 모자라 실패한 팀도 있었다.

1번의 실패는 치명적.

그 와중에 20팀은 저만치 멀리 달아났다.

가장 먼저 기계 괴수 사냥에 성공한 것을 십분 활용했다. 적극적으로 투자하여 공격대의 규모를 늘리고, 강력한 이능력자를 육성했다.

중형 기계 괴수를 잡고, 대형 기계 괴수도 잡았다. 하루에 1마리만 잡는 것도 아니고, 2마리 3마리씩 마구 사냥했다.

드디어 연수 마지막 날이 되었다.

최종 결산.

당연히 20팀이 압도적인 차이로 1위를 차지했다. 2위인 8팀이 이틀 정도 더 모의 경영을 해도 따라잡을 수 없는 점수가 찍혀 있었다.

“1위를 하신 20팀 분들은 단상 위로 올라와주세요.”

상품으로 개인 당 수십만 원짜리 한우 세트와 굴비 세트, 20만원 상당 백화점 상품권을 받았다. 팀원들의 입이 함지박처럼 벌어졌다.

규민이 20팀 전원과 악수를 나누었다.

“여러분의 활약은 매우 인상 깊게 보았습니다. 앞으로도 지금과 같은 모습을 기대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수한씨라고 하셨지요? 면접 때 사용하신 사냥 계획 파일은 저도 보았습니다. 정말 참신하던데요? 잿빛 학살자를 잡을 생각을 하다니, 사장님과 이사님들도 극찬을 아끼지 않으셨습니다.”

“과찬이십니다.”

“하하, 그럼 앞으로도 잘 부탁합니다.”

최종 결산과 상품 수여가 끝나고, 조촐한 연회가 벌어졌다.

특급 호텔 요리사들이 출장을 나왔다. 온갖 산해진미가 풍족하게 쌓였다. 2주 동안 보지 못했던 각종 주류가 무제한으로 제공되었다.

“위하여!”

수한은 다른 팀원들과 연신 잔을 부딪쳤다.

동휴가 수한의 어깨를 툭툭 쳤다.

“넌 지원부로 간다고 했지? 나중에 출세한 다음에 이 형님 무시하면 안 된다!”

“하하, 제가 왜 동휴형을 무시하겠어요.”

“벌써 기획실장님도 너 알아보잖아. 몇 년 쯤 뒤에 네가 이사 되어 있을 줄 누가 알아? 난 그때까지 차장도 힘들다. 무슨 말인지 알지?”

“잘 부탁해, 미래의 이사님.”

“너 여자 친구 없다고 했지? 연상은 어때?”

“하하하.”

수한은 그저 헛웃음만 지었다.

2주 동안 동고동락 한 탓에 형 동생 하는 사이가 되었다. 지금도 격의 없이 농담을 주고받고 있었다.

다른 팀과도 어울렸다.

연수가 끝난 이상 이제 경원시할 필요가 없었다. 다 같은 공격대에 속한 한 식구이기 때문이다.

수한은 쉬지 않고 연회장을 돌아다녔다.

“반가워요. 고경하라고 해요. 총무부에서 일하게 됐어요.”

“반갑습니다. 구매부 성배주입니다.”

“이수한이라고 합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아하, 20팀 그 분?”

모두 수한을 알아보았다.

특히 8팀과 11팀에 속했던 이능력자들의 눈이 예사롭지가 않았다. 자기들 뇌리에 각인시켜 놓겠다는 듯 수한의 얼굴을 찬찬히 살폈다.

연수 기간 내내 남자 사원들의 시선을 집중시켰던 새미도 마찬가지였다.

“대단하시네요. 어떻게 그런 생각을 다 하셨어요?”

처음 기계 괴수를 잡았을 때의 이야기를 하자, 새미가 감탄스럽다는 표정을 지었다. 사슴처럼 커다란 눈으로 쳐다보니,  그 속으로 빨려 들어갈 것만 같았다.

빼어난 미모에 흔들릴 만도 한데, 수한의 태도는 평소와 다를 바 없었다.

“면접 때 지원부는 사냥 계획 만들어서 발표하는 건 알고 계시지요? 그때 비슷한 생각을 했었습니다. 케르베스 행성의 KBB-874를 대상으로 계획을 짰지요. 그 경험을 이번에 한 번 써먹어 봤습니다.결과가 좋았으니 망정이지, 만약 실패했으면, 우리 팀은 1등이 아니라 뒤에서 1등을 했을 겁니다.”

“정말 대단하세요. 저라면 그렇게 못했을 것 같아요.”

“에이, 새미씨도 모의 사냥에서 장난 아니었다고 들었습니다. 모든 사냥을 이능력자 대원 하나로 끝장냈다면서요? 그거 듣고 깜짝 놀랐습니다.”

수한은 새미와 제법 오랫동안 대화를 나누었다.

꽤나 말이 통했다. 더구나 새미는 말을 조리 있게 하고, 상대의 말을 경청하는 좋은 습관이 있었다. 덕분에 즐겁게 대화를 이어나갔다.

그러나 새미를 오래 독점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눈에 확 띄는 미녀인지라 남자 사원들이 자꾸 말을 붙였기 때문이다. 수한은 사람이 너무 몰려들자 인사를 하고 슬쩍 자리를 떴다.

연회는 밤늦게까지 이어졌다.

가수와 코미디언들이 연수원으로 찾아왔다. 노래를 부르고 단막극으로 분위기를 돋웠다. 떠들썩한 웃음소리가 연수원을 가득 채웠다.

덕분에 2주 동안 알음알음 싹트던 갈등을 모두 풀어헤칠 수 있었다.

서로의 사냥을 방해하거나 사냥감을 가로채고, 직접 공격이 가능했다면 불편한 감정이 남았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각기 독립된 가상 세계에서 모의 사냥을 실시했기 때문에 큰 앙금은 남지 않았다.

다음날 아침, 모두 뿔뿔이 흩어졌다.

수한은 연수원에서 출발하는 셔틀 버스를 탔다.

벌써 7월 15일.

주말까지 휴식을 취한 후 20일 월요일부터 첫 출근을 하게 된다.

수한은 창밖을 바라보며 옅은 웃음을 지었다.

약 보름.

많은 것을 얻었다.

가장 먼저 생각할 수 있는 것은 입사 동기들과 공격대 선배들에게 자신의 존재를 각인시켰다는 점이다. 연수원에서의 기록을 본다면, 그들 중 누구도 수한을 그저 그런 신입사원 A로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따로 있었다.

숫자들.

레벨 업 도우미가 표시하는 정보들이야말로, 이번 연수에서 수한이 얻은 가장 큰 것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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