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레이드 커맨더-28화 (29/254)

< 귀환 -2- >

수한은 입맛을 다셨다.

이런저런 사정을 듣고 보니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그냥 내뺀 거였으면 뒤집어 엎었을 것이다. 당장 퇴사해서 다른 공격대를 알아봤겠지. 그런데 그게 아니니, 뭐라고 하기도 힘들었다.

“사장님. 이러지 마세요. 이러시면 제가 불편합니다.”

“그래도……”

“사정은 이해합니다. 당장 부상자가 열 명이 넘게 발생했는데 뭘 할 수 있었겠습니까? 어쩔 수 없지요. 다 이해하니까, 이러지 마세요.”

그때야 태수가 얼굴을 폈다.

태수는 이마에 난 땀을 닦았다. 그러더니 둘을 보며 말했다.

“일단 병원으로 자리를 옮기죠. 2주 넘게 계시다 오셨으니, 각종 미생물에 감염되어 있을 겁니다.”

알바트로스에서 차량을 제공했다.

준표와 기문까지, 모두 병원으로 이동했다.

다들 기본적인 검사와 방역 조치를 받았다. 수한과 새미는 아예 입원을 했다. 알게 모르게 다친 곳이 많아서, 의사가 최소 2주 입원 치료를 해야 한다고 했던 것이다.

태수가 병원을 나가면서 한 마디를 남겼다.

“모든 치료비는 공격대에서 지불할 테니, 걱정 마시고 치료 받으세요. 그리고 퇴원 후 2주 동안 특별 휴가 드릴 테니까 푹 쉬다가 출근하시고요.”

위로금 명목으로 상당한 금액까지 쥐어주었다.

수한이 계산해 보니, 깔루 행성에 있는 동안 입금 됐을 첫 월급까지 해서 대충 1억 정도는 모은 것 같았다.

깔루 행성 원정 수당은 아직 얼마인지 모르겠다. 그래도 휘니크로아의 심장은 지혁이 챙겼으니까, 그걸 감안하면 아주 적지는 않을 터였다.

이 정도면 대출 좀 끼어서 서울 근교의 아파트 전세를 얻을 수가 있었다. 지금처럼 출퇴근에 2시간씩 걸리는 고생을 안 하게 되는 것이다.

태수가 잡아준 병실은 1인실이었다. 좀 좁긴 했지만, TV나 냉장고 같은 건 다 있었다. 보조 침대도 있어서 동생들이 와 있기도 편했다.

입원 이틀째에는 온갖 진료과를 다 돌아다녔다. 오전에는 외과, 오후에는 내과를 거쳤다. 피를 뽑고 소변을 가져가고, 전신 X-ray 및 CT, 파장 검사기 등 별 검사를 다 했다.

저녁이 되자 진이 다 빠졌다.

차라리 벨레즈 협곡에서 헤맬 때가 더 편했던 것 같았다.

밤이 되어 병실로 찾아온 새미가 투덜거렸다.

“지구로 오니까 더 힘들지 않아?”

“그러게 말이야. 무슨 검사가 그리 많은지……”

“좀 푹 쉬고 싶은데 그럴 시간을 안 주네.”

다행히 둘 다 건강했다.

외상은 빠르게 회복되었고, 외계 질병에 감염된 것은 없었다. 외계 기생충 몇 마리가 발견되긴 했는데 아직 유생 단계라 금방 치료했다.

며칠쯤 지나자 외출도 할 수 있게 되었다.

새미가 수한의 팔을 껴안더니 한쪽으로 잡아끌었다.

“오빠! 맛있는 거 먹으러 가자. 겨우 지구로 돌아왔는데, 병원 밥부터 먹기는 그렇잖아?”

“우리 외출해도 된대?”

“간호사 쌤한테 물어봤어. 격리 병동 입원한 거 아니니까 외출 정도는 괜찮대.”

“나야 좋지.”

둘만 아니라, 둘의 가족들까지 동행했다.

인근의 고급 한정식집으로 향했다.

새미 가족이 평소에도 자주 오는 곳인 것 같았다. 안으로 들어가자 계산대를 지키던 사장이 알은척을 했다.

방 하나에 들어가자 금방 진수성찬이 차려졌다.

동생들이 그걸 보고 군침을 삼켰다.

한창 먹성 좋은 녀석들이었다. 수한이 그 동안 자린고비처럼 아끼고 아낀 탓에, 이런 진수성찬은 본 적이 없었다. 당장 아귀처럼 달려들지 않은 것만 해도 잘 참고 있는 거였다.

“많이 드세요. 여긴 더 달라고 하면 또 줘요.”

새미가 둘을 보고 말했다.

한참 배가 고플 때였다. 그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동생들이 음식으로 돌진했다. 수한은 그것을 보며 느긋하게 이 음식 저 음식 맛을 보았다.

새미가 쉬지 않고 조잘거렸다.

여기는 뭐가 맛있다느니, 여름에 오면 특제 빙수를 후식으로 주는데 그게 최고라느니 하는 하잘 것 없는 이야기들.

몇 번은 맛있는 음식을 수한의 앞쪽에 옮겨주기도 했다.

벨레즈 협곡에서 그렇게 주고받았던 터라 수한은 그냥 그러려니 했다. 그런데 주변에서 보기에는 그게 예사롭지 않았나 보다.

새미의 부모님이 시선을 교환하고, 수한의 동생들이 눈을 가늘게 뜨고 둘을 바라보았다.

그러다 깔루 행성 이야기가 나왔다.

둘의 가족들이 모인 자리. 굳이 숨길 게 없었다.

수한과 새미는 이야기보따리를 풀어 놓았다.

신비로운 외계 행성의 풍경. 그곳을 노니는 생경한 동물들. 그리고 위협적인 변이체들……

가족들은 손에 땀을 쥐고 이야기를 들었다.

새미의 부모님이 또 수한에게 인사를 했다.

“그렇게 된 겁니까? 정말 감사합니다.”

수한의 동생들도 마찬가지.

“누나, 고마워요. 우리 멍청이 형 구해줘서.”

인사를 또 나누느라 잠시 침묵이 내려앉았다.

“흠흠.”

새미의 아버지가 헛기침을 했다.

“수한씨라고 했지요? 알바트로스 지원 요원이라고요?”

“말씀 편하게 하세요. 저 아직 어립니다.”

“올해 나이가 몇이나 되는데요?”

“스물다섯입니다. 부사관으로 전역했고, 알바트로스가 첫 직장입니다.”

“엄마. 오빠도 이능력자야. 그 덕에 살아난 거지.”

“뭐라고?”

새미의 부모님이 놀란 표정을 지었다.

건실해 보이긴 했는데 이능력자라니? 생각지도 못한 말이었다.

놀란 것으로 따지면 수한의 동생들도 뒤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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