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마테라스 공격대 -1- [유료 연재 시작] >
1주일은 순식간에 지나갔다.
지원부는 원정 직전과 직후가 가장 바쁜 부서.
수한은 1주일 내내 여기저기를 뛰어다녔다. 정보부와 분석부가 달라붙어 전력으로 돕는다 해도, 이것저것 해야 할 것이 많았기 때문이다.
출발 날짜가 성큼 다가왔다.
그 사이 수한은 50 레벨을 찍었다.
일상생활 하나하나에서 경험치를 얻은 탓이었다. 특히 재협상을 하고 새미와 데이트를 할 때 경험치가 팍팍 올랐다.
여느 때처럼 능력 점수를 초능에 사용했다.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 한 가지 변화가 생겼다.
[초능]
속성 부여 : 소총 총알 50. [진화 가능]
[80] [100] [150] [200] [300] [400] [500]
여유 점수 : 0
진화 가능!
한계 레벨까지 올리면 진화가 가능해지는 모양이다.
선택할 수 있는 것은 세 가지.
상급 속성 부여 : 소총 총알, 속성 부여 : 총알, 속성탄 생성.
이 중 뭐가 좋을까?
더 강한 속성을 얻는 것도 좋다. 아니면 모든 총으로 속성 발현을 하는 것도 괜찮았다. 그게 아니면 속성 부여한 총알로 동료들과 함께 공격을 하는 것도 쓸 만하고.
오래 고민하지 않았다.
속성 부여 : 총알을 선택했다.
이제 수한은 능력을 모든 총으로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그에 따른 이득은 무궁무진했다.
멀리서 저격하는 것도 가능하고, 기관총으로 무시무시한 화력을 뿜어낼 수도 있고, 권총만 들고 다니다가 위험할 때 대처하는 상황도 있을 수 있었다.
다만 문제는 레벨이 다시 1부터 시작이라는 것.
소총으로는 모든 속성을 사용할 수 있다. 다른 총으로는 아직 그게 안 됐다. 레벨을 올린 다음에라야 가능했다.
입맛이 조금 썼다.
초능창을 보면, 다음 숫자가 80을 가리키고 있다.
80레벨이 되어 초능 능력치를 80을 만들면 두 번째 초능이 개발될 것이다. 거기에도 초능 점수를 써야 하는데, 이대로는 초능 점수가 너무 부족했다.
레벨 업 도우미의 장비창을 확인했다.
[장비]
머리 : 다기능 고글(일반)
상체 : 전투복 상의(일반)
다리 : 전투복 하의(일반)
손목 : 다기능 손목시계(일반)
허리 : 전투복 허리띠(일반)
신발 : 전투화(일반)
무기 : 5.56mm 자동 소총(일반), 45구경 반자동 권총(일반), 노르헤임 드워프제 반자동 권총(양품).
새로운 단어가 등장했다.
양품.
장비의 등급을 가리키는 건가 보다.
여기에 유사시 사용할 대물 저격총과 산탄총을 자비로 구입하여 ATV에 실어놓은 상태였다.
그래서일까.
수한은 겉으로 봐서는 이능력자가 아니라 일반 지원 요원 같아 보였다. 지원 2과의 과장인 상군이나, 다른 C급 이능력자인 정학주 주임이 이것저것 장비를 걸친 것과 참 비교되는 차림이었다.
이번 원정대는 총 38명으로 이루어졌다.
지원 2과, 전투 2과, 지원 12과, 그리고 AA급 이능력자인 이사 둘.
이능력자의 수만 따지면 AA급 2명, A급 3명, B급 6명, C급 2명. 이렇게 하여 총 13명에 이르렀다. 전투 2과는 A급 3명과 B급 5명으로 구성되기 때문이다.
AA급 변이체를 상대하는 일이었다. 갈태수 사장까지 나와서 원정대를 배웅했다.
“모두 조심해서 다녀오세요. 뭐든지 안전이 최우선입니다. 절대 무리하지 마세요.”
“하하, 걱정하지 마십시오.”
“이사님들도 서 과장님 말에 잘 따라주세요. 무슨 말인지 아시죠?”
“어휴, 처음 원정 따라갑니까? 잘 알고 있습니다.”
상군이 사장과 얘기하는 사이, 수한은 함께 원정을 떠나게 될 사람들과 통성명을 했다.
사실 모두 낯이 설었다.
지원 2과와 생활한지 겨우 1주일 밖에 안 되었다. 더구나 전투 2과와 지원 12과는 처음 보는 사람 투성이였다.
동기 한 명이 있긴 하지만 데면데면한 사이.
수한이 우두커니 서 있자, 새미가 팔랑팔랑 다가왔다.
“오빠! 총알은 많이 챙겼어?”
“당연하지. 너도 준비 잘 했고?”
“나야 뭐, 몸만 오면 되는 걸.”
새미는 두 손을 흔들어 보였다.
장갑에 박힌 푸른 보석이 반짝거렸다. 그 표면에 언뜻 흰 전깃불이 퍼덕인 것 같았다.
조금은 부러웠다. 수한과 달리 맨 몸으로도 얼마든지 능력을 발휘할 수가 있으니까.
대충 분위기가 끝을 맺었다.
상군이 크게 소리를 쳤다.
“출발합시다!”
모두 배정받은 ATV 안으로 들어갔다.
이번에는 수한이 운전대를 잡았다. 원래는 그 옆에 지원 2과의 주임 중 한 명이 앉기로 되어 있는데, 새미가 쏙 하니 들어왔다.
수한이 쳐다보자 새미가 생글생글 웃었다.
“지구에선 상관없잖아?”
원정대가 출발했다.
세라프의 전당은 이미 준비가 되어 있었다. 원정대가 도착하자마자, 붉은 빛을 뿌려 미이바 행성으로 보내주었다.
“후……”
미이바 행성의 대기는 깔루 행성과는 또 달랐다.
깔루 행성은 사막과 바위산, 초원이 주로 분포한 곳이었다. 그러다 보니 대기가 무척 건조하고, 깔깔한 느낌이 났다.
반면 미이바 행성은 습지와 정글이 대륙의 대부분을 덮고 있었다. 그래서 대기도 수분 함유량이 많아 끈적끈적한 느낌이 들었다.
미이바 행성에서도 손꼽히는 대도시 안인데도 이러면, 밀림으로 이동하면 얼마나 더 심해질까.
일단 세라프의 전당 밖으로 나갔다.
이국적인 도시의 모습이 펼쳐졌다.
미이바 행성에서도 손꼽히는 군사 도시, 뮈노.
커다란 돌로 건물을 쌓아올렸다. 녹색 이끼 같은 덩굴이 건물들을 온통 휘어 감고 있었다. 길도 그랬다. 분명히 돌로 포장했는데, 보이는 것은 녹색 덩굴뿐이었다.
곳곳에 송곳 같은 나무가 높다랗게 서 있었다. 녹색 부채 같은 잎사귀가 잔뜩 포개진 것이, 꼭 느타리버섯을 보는 듯했다.
원주민들은 지구의 도마뱀을 닮았다. 이족 보행을 하는 게 달랐다. 꼬리가 무척 길고 두툼했는데, 그것을 제 3의 손처럼 활용하고 있었다.
희한하게도 그들 대부분이 곰방대 같은 것을 물고 있었다. 곰방대에서 뻐끔뻐끔 연기가 새어나왔다. 복색이 화려할수록 곰방대도 길고 고급스러웠다.
미이바 행성인들이 담배 애호가인 것은 알았지만, 이 정도일 줄이야……
그들의 시선을 받으며 천천히 이동했다.
“우리 목표는 블루이크입니다. 지금 어디 있는지 모르니, 정보 수집부터 시작하겠습니다. 먼저 파견대에 숙소부터 정하죠.”
2번째 원정은 1번째 원정과는 조금 달랐다.
깔루 행성에서는 아예 터를 잡고 사냥을 했다. 반면 미이바 행성은 잡을 변이체를 선택하고 온 참이었다.
AA급 변이체 블루이크.
이 도시 근처에 사는 거대한 삼두 도마뱀이었다. 재생력이 엄청나고, 강력한 독을 주로 사용했다. 성격이 매우 포악해서, 습지에서만 살 수 있다는 제약이 없었다면 이 도시는 진작 쑥대밭이 됐을 것이다.
수호자 연맹의 파견대는 세라프의 전당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위치했다.
기껏 거기까지 갔는데, 예상치 못한 상황이 벌어졌다.
파견대 옆, 숙소로 흔히 제공하는 건물 앞에 ATV 수십 대가 늘어서 있는 것이다.
어딘진 몰라도 다른 공격대가 먼저 도착한 듯했다.
수한은 ATV에 새겨진 공격대 문양을 빠르게 살폈다.
푸른 하늘 위에 황금색 태양이 떠 있는 것을 형상화한 문양이었다.
“아마테라스 공격대다.”
짧은 술렁임이 스치고 지나갔다.
현재 지구에서 이능력자 강대국을 뽑자면 누구나 미국과 중국부터 꼽는다. 그 다음은 독일, 일본, 영국과 프랑스, 캐나다 순이었다.
아마테라스 공격대는 그러한 일본에서도 첫 손에 꼽혔다.
실력 면에서도 그렇고, 독심(毒心)면에서도 그랬다. 필요하다면 분쟁을 일으키거나, 아예 파묻어버리는 것도 마다하지 않았다.
여러모로 알바트로스와는 비교가 불가능했다.
“설마 블루이크 잡으러 온 거야?”
“안 되는데……”
“이 근처에 AA급은 블루이크 밖에 없어요. 아마테라스가 고작 A급만 잡고 갈리는 없고요.”
“으아아! 이게 뭐야!”
밖이 소란스러워지자 숙소의 창문이 열렸다.
남자 하나가 고개를 내밀었다. 눈 한쪽에 검은 문신을 그리고, 반대쪽 귀에만 귀걸이를 하고 있었다.
참 묘하게도 생겼다.
머리카락에 금속성의 광택이 흘렀다. 눈 꼬리와 입 꼬리가 무척 날카로웠다. 꼭 철사를 잇대놓은 것 같았다. 귓바퀴도 보통 사람처럼 둥글지 않고 뾰족했다.
수한은 눈살을 찌푸렸다.
어디선가 본 얼굴이다.
그런데 얼른 생각이 나지 않았다. 직접 대면한 적은 없지만, 최소한 사진이라도 본 것 같은데……
남자는 알바트로스 원정대를 내려다보았다. 상황을 파악했는지 비웃음을 날린다.
몇 명이 발끈했다.
“아니, 저 새끼가!”
“참아. 일본에서 유명한 이능력자야. AA급이래.”
“아, 재수 없으려니……”
상군이 이사들과 함께 파견대 안으로 들어갔다.
숙소는 어차피 넉넉하게 있었다. 공격대 하나로 다 차는 경우는 얼마 없었다.
문제는 아마테라스 공격대의 목표가 뭐냐는 것.
얼마 지나지 않아 상군이 파견대 밖으로 나왔다.
어깨가 축 늘어져 있는 게, 결과가 좋지 않은 모양이었다.
“아마테라스 공격대도 블루이크를 잡으려고 왔다고 합니다.”
“이런……”
“언제 도착했대요?”
“겨우 2시간 전이랍니다. 아마테라스 공격대와 경쟁해야 돼요.”
“하아아.”
원정대는 일제히 한숨을 내쉬었다.
지금 숙소 앞에 놓인 ATV의 수는 총 20대.
아마테라스 공격대 원정대는 40명 정도라는 얘기였다. 그들이 쓰는 ATV도 알바트로스처럼 2인승이었으니까.
“일단 들어가서 짐부터 풉시다. 언제든 출발할 수 있게 준비하고, 항상 무장하고 계세요. 절대 방심하지 말고요.”
원정대는 아마테라스 공격대와 다른 동을 배정 받았다.
외계 행성에서 다른 공격대와 마찰을 빚는 것은 흔했다.
막말로 모두 죽여 버리고 장비를 부숴버리면 누가 어떻게 알겠나. 혹시 알려지더라도 발뺌하면 그만이다.
그러니 이렇게 낙담하는 것.
여장부터 풀고, 숙소에서 가장 큰 방에 모였다.
“이제 어떻게 하죠?”
누군가 축 늘어진 채 물었다.
현실적인 위협이 코앞에 다가와 있었다. 다른 공격대를 상대하는 것은, 변이체를 상대하는 것보다 위험할 때가 더 많았다.
하지만 그냥 포기할 수도 없는 노릇.
수한은 강한 어조로 말했다.
“여기까지 왔는데 빈손으로 돌아갈 수는 없지 않습니까? 한 번 해보지요. 아마테라스와 알바트로스의 싸움은 우리가 필패입니다만, 미이바 원정대끼리 싸움은 어떻게 될지 모릅니다.”
“그건 그렇지요.”
“수한씨가 잘 말 했습니다. 저쪽에도 AA급 이능력자가 있지만, 우리도 AA급 이능력자가 있습니다. 실력 좋은 지원 요원도 많고요. 우리가 꿇릴 게 뭡니까? 한 번 해 보죠!”
38명이 보급품을 들고 여기까지 오는데 이미 막대한 금액이 깨졌다. 거기다 공격대의 자존심 문제와, 해묵은 민족 간 감정까지 얽혀 있었다. 압도적으로 전력 차이가 난다면 모를까, 그냥 무릎을 꿇을 수는 없었다.
“정보 수집부터 시작합시다. 간단히 조를 짤 테니까, 항상 그 조끼리 다니세요. 특히 이능력자분들. 절대 혼자 다니지 마세요. 이곳에서는 모르지만, 도시 밖으로 나가면 화장실 갈 때도 여럿이 가야 합니다.”
이능력자는 변이체 상대로는 강력한 면모를 보인다.
그렇다고 무적은 아니었다.
당장 총만 맞아도 죽는 게 사람이니까. 저격이라도 당하면 그것으로 끝이었다.
상군이 즉석에서 조를 짰다.
총 11개 조.
B급 이상의 고위 이능력자에겐 지원 요원을 한 명이나 두 명씩 붙였다. 그리고 C급의 이능력자 2명은 이들끼리 짝을 짓고 또 지원 요원을 2명 추가했다.
자연히 수한은 학주와 한 조가 되었다. 지원 요원 2명까지 해서 총 4명으로 이루어진 조였다.
상군이 원정대를 보고 말했다.
“이사님들하고 저는 아마테라스 공격대 전력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나머지 8개 조는 블루이크의 위치에 대해 탐문해보세요.”
“예!”
“항상 조심하세요.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릅니다.”
모두 자리에서 일어났다.
새미가 수한의 어깨를 툭 쳤다.
염려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별 일 없을 거라고 다정하게 웃어 주었다. 오히려 수한은 자신보단 새미가 더 걱정이 되었다.
“둘이 무슨 사이에요?”
“예?”
밖으로 나와 좀 걷자마자 학주가 속삭이며 물었다.
수한이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자, 학주가 저만치 멀어지는 새미를 돌아보았다.
“둘이 사귀는 거예요? 출발할 때도 그렇고, 방금도 그렇고, 예사롭지가 않은데……”
“하하. 그 얘기였습니까?”
수한은 그저 웃어 넘겼다.
아직은 애매한 사이.
대놓고 뭐라고 정의하기는 어려운 관계였다.
수한의 표정을 보고, 같은 조원인 김병재 주임과 채민수 주임이 입방아를 찧었다.
“썸 타나 보네.”
“좋겠다…… 한참 재밌을 때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