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레이드 커맨더-66화 (67/254)

< 포상식 >

지구에 돌아온 뒤, 병원으로 직행했다.

기계 괴수와 직접 싸운 탓에 X-0가 체내에 많이 축적되어 있었다. 계속 정화를 하긴 했지만, 본격적인 치료가 필요했다.

입원해 있는 동안 알바트로스의 임원진이 찾아왔다.

갈태수 사장이 연신 홍소를 터뜨렸다.

“하하하! 대단합니다! 아주 잘 하셨어요!”

다른 이사들도 만면에 웃음을 지었다.

“굉장합니다. 일개 원정대가 이 정도 성과를 내다니, 우리 공격대의 앞날이 밝습니다.”

“그렇지요. 게다가 TAS 계열 기계 괴수 아닙니까? 주포는 확보하지 못했지만 광선포는 저렇게 많이 가져왔으니, 앞으로 큰 도움이 되겠습니다.”

무려 기계 괴수다.

변이체를 잡는 것도 이익이 많이 남지만, 기계 괴수와는 상대도 되지 않았다. 그 부품을 연구해서 얻는 기술까지 생각하면 그 격차가 더욱 벌어진다.

오는 이들마다 원정대를 격려하고, 잘 했다고 치하를 했다. 보고서도 나중에 천천히 내라고 했다. 지금은 치료에 전념하라는 것이다.

이곳은 여의도에 위치한 병원.

깔루 행성에서 귀환했을 때 입원했던 곳이었다. 타이누 행성에서 돌아온 후 검사를 받은 곳이기도 했다.

새미도 그 생각을 했는지 수한에게 속삭였다.

“여기 자주 오는 것 같지 않아?”

“그러게. 어째 여기랑 우리는 관련 깊은 것 같아.”

“병원 자주 오는 건 좋은 게 아닌데.”

“하하, 어쩔 수 없지.”

예전에 수한은 1인실에 입원했는데, 이번에는 원정대 전원에게 특실이 주어졌다.

그만큼 이번 원정에서 얻은 이익이 컸던 것이다.

“얼마나 입원해야 되나요?”

“X-0에 노출되셨다면서요? 일단 한 주는 두고 봐야 합니다. 만약 X-0가 잔존해 있거나 신체 변이가 일어나면 더 길어질 겁니다. 그래도 이능력자시니 큰 문제는 없을 겁니다.”

이능력자들은 X-0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방어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수한은 의사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저번에도 그랬는데, 이번에도 병원은 수한을 쉬지 못하게 만들었다.

온갖 검사와 치료 일정에 시달렸다. 오전 오후를 병원 곳곳을 다니며 시간을 보내고, 저녁이 된 다음에야 느긋하게 쉴 수 있었다.

동생들이 병문안을 왔다.

“그럼 언제 퇴원해?”

“한 1월 말쯤?”

“그래도 설날 전에는 퇴원하네.”

“그야 모르지. 두고 봐야 알아. 재수 없으면 2주 연장돼서 설날 넘어야 할 수도 있어.”

“에이, 설마.”

“참. 나 설날에는 여행 좀 다녀올 거야. 그렇게 알고 있어.”

“여행? 혼자?”

“혼자는 아니지.”

“그럼 누구랑 가?”

“야, 척하면 척이지 누구랑 가겠어?”

명한이 기한의 옆구리를 툭 쳤다.

그러더니 짓궂은 표정을 짓는다.

“그럼 설날에 역사가 이뤄지는 거야? 만리장성을 쌓으려나? 천리장성 정도는 쌓겠지?”

“요 녀석이?”

수한은 명한의 머리를 쥐어박았다.

명한이 머리를 문질렀다.

오래 지나지 않아 퇴원했다. 다행히 다른 사람들도 같은 날에 퇴원을 했는데, 알바트로스 공격대에서 그들을 불렀다.

뭔가 했더니 대대적으로 포상식을 열어주었다.

지구에 남은 알바트로스 사원들이 모두 모였다. 넓은 강당이 사람들로 가득 찼다.

강당 앞 대형 화면에선 원정대가 찍은 기계 괴수 영상이 상영되고 있었다. 더구나 강당 곳곳에 기계 괴수와 쿠시아르를 축소시킨 홀로그램이 떠돌아 다녔다.

민종이 직접 진행을 했다.

케르베스 행성에서의 기계 괴수 전투에 대해 설명을 하고, 뒤이어 벌어졌던 절도 사건에 대해서도 얘기했다. 자연히 수한의 이름이 자꾸 나와서, 알바트로스 사원들이 수한에게 계속 시선을 던졌다.

수한은 멀거니 화면만 쳐다보았다. 다른 사람들이 눈길을 주든 말든 신경 쓰지 않았다.

태수가 몇 사람의 이름을 호명했다.

“김영훈 주임님, 박군명 계장님, 이지경 사원님……”

이번에 대박을 터뜨리긴 터뜨렸나 보다.

태수는 이번 원정에 참가한 사람들 전원에게 포상을 하고 있었다.

품목은 여러 가지.

순금 감사패, 금일봉, 혹은 하급 힘의 결정들.

그렇게 쏟아지는 보상만 개인당 적게는 1억, 많게는 수억에 달했다. 다 합치고 보면 백억은 될 것 같았다.

다들 싱글벙글 했다.

세 명의 과장들까지 불려나가 포상을 받았다.

이제 남은 것은 수한 하나 뿐.

이쯤 되자 거의 축제 분위기가 되었다. 다들 수한이 뭘 받을지 궁금해 하는 눈치였다.

마침내 태수가 수한의 이름을 불렀다.

“마지막으로 지원 2과의 이수한씨, 앞으로 올라오세요.”

수한은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시선이 온통 집중되었다.

얼굴이 닳아 없어질 것만 같았다.

애써 태연한 척 단상 위로 올라갔다.

때를 같이하여, 대형 화면과 홀로그램으로 수한이 활약하는 장면이 나왔다.

기계 괴수를 유인하고, 포구에 폭발 속성 총알을 쑤셔 넣고, 변이체들을 학살하고, 나중에는 절도 당한 전리품의 행방을 찾는 것까지.

박수가 쏟아졌다. 휘파람을 부는 사람도 꽤 있었다.

수한이 단상 위에 서자, 태수가 수한을 지긋이 바라보았다.

“저번 타이누 행성에서도 그렇고, 이번 케르베스 행성에서도 그렇고, 수한씨의 역할이 매우 컸습니다.”

“과찬이십니다.”

“과찬은요. 사실 컸다고 표현하는 것으로는 부족하지요. 수한씨가 없었으면 희생이 컸을 테니까요.”

도대체 뭘 주려고 이렇게 뜸을 들이는 걸까?

태수가 박수를 딱딱 쳤다.

그러자 김보훈 이사가 직접 작은 유리 상자를 들고 왔다. 그걸 태수에게 건네자, 태수가 다른 사람들이 다 보이도록 상자를 높이 치켜들었다.

대형 화면에 유리 상자의 모습이 비쳤다.

허리띠가 하나 들어 있었다.

전체적으로 푸른 질감에, 하얗고 노란 조개껍질이 아름답게 세공되어 있었다. 꼭 자개함을 보는 것 같았다. 그 껍질 가장자리를 금으로 상감해 놓고, 중앙에는 커다란 보석을 하나 박았다.

상당히 유명한 물건이었다.

사람들이 그걸 보고 놀라 웅성거렸다.

“저거, 조개 허리띠 아냐?”

“아틀란티스에서 만드는 거 맞지?”

“맞아. 심해의 조개껍질 허리띠다!”

A급 이능 장비 중 하나.

동급의 다른 장비에 비해 비싸게 거래되는 물건이었다. 방어막 생성 이능이 달려있기 때문이다.

장비한 사람이 마음대로 생성시킬 수도 있고, 기습을 당하면 저절로 방어막이 생성되기도 했다. 일정 이상의 타격에는 금방 깨져버리고 오래 지속되지 않는 게 문제지만, 총알 정도는 쉽게 막아냈다.

돈을 주고 사려면 최소 수십 억은 있어야 하고, 그나마 물량이 없어 구하기도 힘들었다.

수한은 자신도 모르게 침을 삼켰다.

안 그래도 이번에 배당을 받으면 이걸 살까 생각 중이었다. 워낙 인기 있는 제품이라 하급의 물건도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걸 포상으로 줄 줄은 몰랐다.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배현애 이사가 파란 상자를 하나 들고 왔다. 그걸 단상에 놓고 열자, 이번에는 금빛 찬란한 장식품 하나가 나타난다.

트로피.

새 한 마리가 날개를 펼치고 있었다.

크기가 상당하다. 더구나 눈치를 보니, 금도금이 아니라 순금인 것 같았다.

이 정도면 최소 5킬로그램은 나갈 텐데……

태수가 허리띠와 트로피를 수한에게 내밀었다.

“자, 수한씨에게 드리는 포상입니다. 우리 공격대를 위해 헌신해 줘서 고맙습니다. 앞으로도 지금처럼만 노력해 주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수한은 허리를 꾸벅 숙였다.

허리띠를 왼손에, 트로피를 오른손으로 쥐고 높이 들어 올리자 우레와 같은 박수가 터졌다.

이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대규모로 식사권을 뿌렸다.

서울 소재의 특급 호텔에 위치한 최고급 레스토랑에서의 식사권.

포상 받은 이들만이 아니라, 알바트로스 사원 전체가 즐길 수 있게끔 의도한 것이다.

“오빠, 축하해!”

새미가 함박웃음을 지었다.

수한은 어깨를 으쓱였다.

“나만 유독 좋은 걸 받아서 좀 그렇긴 하다. 다른 사람들이 받은 거 다 합쳐도 이 허리띠 하나보다 못 한 것 같은데?”

“그럼, 당연하지. 솔직히 일은 오빠가 다 했잖아? 이렇게라도 안 해주면 누가 공격대에 붙어 있겠어? 사표 내고 나가버리지.”

“하하, 그건 그래.”

포상식이 끝나고 태수가 수한을 잠깐 불렀다.

분위기는 좋았다.

사장실로 들어가자, 태수가 수한을 맞이하며 밝게 웃었다.

“낭중지추라고 하더니, 꼭 수한씨를 두고 하는 말 같습니다. 우리 공격대의 복덩이에요, 복덩이.”

“과분한 칭찬이십니다. 감사합니다.”

“그래서 하는 말인데, 수한씨가 우리 공격대에 입사한 게 작년 7월이었지요?”

“예. 3분기 공개 채용을 통해 입사했습니다.”

“겨우 6개월 지났네요. 2년만 됐어도 좋았을 텐데……”

“예?”

“아무 것도 아닙니다.”

수한을 앞에 두고, 태수가 곰곰이 생각에 잠겼다.

뭔가 하고 싶은 말이 있는 것 같은데, 그게 뭔지 짐작하기가 힘들었다.

수한은 참을성 있게 기다렸다.

고민하던 태수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사실 이번에 우리 공격대에서 한 가지 계획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계획이요?”

“예. 타이탄이나 백호 같은 상위 공격대는 이미 하고 있는 거지요. 특수 원정팀을 꾸리려고 합니다.”

특수 원정팀!

이를테면 일종의 해결사 같은 역할을 했다.

타이누 행성 때를 생각해보자.

원정대가 세르엘 종족에게 억류되었다는 소식에, 알바트로스 수뇌부는 한동안 혼란에 빠졌다. 이리저리 연통을 넣은 다음, 어느 정도 감을 잡고 조사대를 파견했다.

특수 원정팀이 있으면 그런 게 필요 없다.

무슨 일이 있으면 그냥 특수 원정팀을 보내버리면 끝이니까. 그들이 모든 책임을 지고 알아서 처리하는 것이다.

일이 없을 때는 일반적인 부서처럼 원정을 다니고. 뭔가 일이 생기면 바로 출정을 하고.

그 말을 들은 수한의 귀가 쫑긋 섰다.

어렵긴 하지만, 수한도 탐이 나는 부서였다.

그런데 이런 이야기를 수한에게 하는 이유가 뭘까?

팀장이라도 맡기려고?

그럴 리는 없다. 수한의 능력이 뛰어나긴 하지만, 아직 모자라는 부분도 있기 때문이다. 특수 원정팀의 팀장은 대개 그 공격대 최고의 지원 요원이자 이능력자인 인물이 맡았으니까.

“좋은 소식이네요. 그런데 제게 그 이야기를 하시는 이유가 있습니까? 전 1년차 신입사원인데요.”

“특수 원정팀의 팀장 후보로 지원 1, 2, 3과 과장들이 물망에 올랐는데, 그 중 서 과장이 수한씨를 적극 추천했습니다. 새로 신설될 특수 원정팀에게 수한씨가 꼭 필요할 거라네요.”

“그렇습니까?”

“예. 그런데 확인해 보니 수한씨의 계약 기간이 얼마 남지 않았네요. 그래서 미리 말씀드리는 겁니다. 다른 공격대와 좋은 조건으로 계약할 수도 있지만, 처음부터 특수 원정팀으로 데려갈 공격대는 없을 테니까요.”

“갑작스럽게 말씀하셔서 당황스럽네요. 일단 생각해 보겠습니다. 어차피 시간은 남아 있지 않습니까?”

“아마 우리 공격대 특수 원정팀은 5월에 꾸려질 겁니다. 그 전에 알려주시기 바랍니다.”

“예, 긍정적으로 생각해 보겠습니다. 좋은 제안 감사합니다.”

안 그래도 거취 문제를 놓고 고민하던 참에 정곡을 찔렸다.

계약 기간만 끝나면 다른 공격대로 옮겨가려고 했는데……

이렇게 된 이상 더 생각해봐야겠다.

대우도 좋아지고, 경력도 좋아질 테니까. 상위 공격대의 특수 원정팀에 가는 것이 아니면 이게 더 나을 수도 있었다.

이야기를 끝내고 사장실에서 물러나왔다.

근처에서 서성이던 새미가 수한에게 달라붙었다.

“사장님이 뭐래?”

“별 건 아니고, 알바트로스에서 곧 특수 원정팀을 구성할 거래. 거기에 날 보내고 싶으신가 봐. 그런데 내 계약기간이 얼마 안 남아서 찾아오신 거야.”

“맞다. 오빠는 1년 계약이었지? 다른 공격대 가려고?”

“생각 중이야.”

“오빠 하고 싶은 대로 해. 난 오빠 편이야.”

“하하, 고마워.”

고민은 새미도 하고 있었다.

알바트로스와 계약 연장만이 아니라, 이능 승급에 대한 문제였다.

새미가 이능력자가 된 것은 3년 전인 19살 때.

그 이후 힘의 결정을 몇 개나 소모해가며 B급까지 올랐다. 이젠 또다시 도약을 준비하고 있었다.

“위험하지 않아?”

“그렇긴 한데 결정 흡수할 때 고통을 겪는 건 익숙해서. 이번에 기계 괴수 잡은 것 때문에 배당을 많이 받을 것 같은데, 그거랑 내가 모아둔 돈 합치면 A급 힘의 결정을 살 수 있어. 그래서 고민 중이야.”

“A급이라…… 정말 대단하다. 나 A급 이능력자랑 사귀는 거야?”

“어머, 떡 줄 사람은 생각도 안 하는데 김칫국부터 마시네? 흥, 꿈 깨셔!”

“하하하.”

수한은 새미의 애교에 밝게 웃었다.

이 순간만큼은 온갖 근심 걱정을 다 털어버릴 수 있었다.

며칠 후, 원정대가 케르베스 행성에서 챙겨온 전리품의 감정가가 알려졌다.

약 1550억 원.

공격대가 50%를 먼저 가져가고, 남은 금액 중 수한의 배당은 4.18%였다.

그럼 대체 얼마냐.

무려 32억이 넘어간다.

하지만 잘 생각해 보면 많은 돈은 아니었다.

힘의 결정이나, 각종 이능 장비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비쌌기 때문이었다.

B급 힘의 결정 하나가 30억이다. 그거 하나만 사도 배당금 대부분이 날아간다.

‘차도 사야 하는데……’

수한은 입맛을 다셨다.

어디서 돈벼락 안 떨어지나?

한 백억 정도 퍽퍽 쏟아지면 좋겠는데.

예전엔 몰랐는데, 레벨 업 도우미는 정말이지 돈 먹는 괴물이었다. 초능을 조금이라도 올리려고 하면 수억, 수십억은 우습게 깨졌다.

오늘 하루는 푹 쉬고, 내일은 여의도에 좀 다녀와야겠다.

새미와 같이 가기로 했다.

힘의 결정.

새미는 A급 구현 계열 힘의 결정을, 수한은 B급 변조 계열 힘의 결정을 구입할 생각이었다.

B급 힘의 결정이면 만물 변환 점수가 몇이나 오를까.

현재 수한의 상급 속성 부여 레벨은 정확히 39.

100레벨이 되면 3차 진화가 가능해진다.

힘의 결정을 흡수하고 나면 또 이능 인증을 받아야겠다. 만약 수한의 생각처럼 정말 B급 이능력자가 된다면, 더 높은 대우를 받을 수 있겠지.

SPT도 다시 응시할 생각이었다.

이번에는 2급.

시험 날짜를 보니 2월 중순 예정이었다. 설날이 끝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시험이 있는 것이다.

“아, 도착했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 보니 벌써 여의도였다.

새미의 차를 주차시켜 놓고, 나란히 차에서 내렸다.

궁전과도 같은 커다란 수호자 연맹 건물이 눈앞에 우뚝 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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