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레이드 커맨더-74화 (75/254)

< 드워프 -2- >

수한.

처음에는 다른 사람과 다를 바가 없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부쩍 실력이 붙은 것이다.

흄트가 놀랍다는 표정을 지었다.

[허, 처음 타보는 거 맞습니까? 상당하신데요?]

[저도 깜짝 놀랐습니다.]

수한은 산양을 타고 가볍게 질주했다.

분지를 둘러싼 절벽을 올라갔다가 내려오는 묘기도 선보였다. 처음엔 좀 불안했는데, 가면 갈수록 안정감 있게 절벽 위를 뛰어다녔다.

이유는 간단했다.

레벨 업 도우미의 기술창.

산양과 씨름한지 1시간 정도 지나자 생활 부문에 새로운 기술이 하나 생긴 것이다.

탑승.

기술 점수야 남아도니 10점을 때려 박았다. 그렇게 하자 다른 드워프와 비슷하게 산양을 타는 게 가능했다.

자연히 다른 대원들의 요청이 빗발쳤다.

“오빠! 이거 어떻게 타는 거야? 좀 가르쳐줘!”

“수한씨가 교관 역할 좀 해야겠는데요?”

어차피 도착 첫 날은 진지를 구축하거나 이동하는 것으로 시간을 보내곤 했다. 오늘 하루는 산양에 익숙해지는데 시간을 쓰기로 한 것이다.

하루 만에 산양에 익숙해질 수는 없었다.

그래도 수한이 지도한 끝에 어느 정도는 움직일 수 있게 되었다. 최고 속력은 못 내도, 가볍게 달리는 것은 견딜 정도라고 할까.

“내일 아침을 먹고 바로 출발합니다.”

“정찰은 필요 없겠습니까?”

“드워프들이 정보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거기 맞게 움직이면 될 것 같습니다.”

다음날, 전투 2과와 지원 2과가 함께 출발했다.

지원 3과는 진지에 남아 산양 타는 연습을 더 하기로 했다. 그 다음 전투 2과와 지원 2과가 복귀하면 전투 2과와 함께 사냥을 나가겠지.

산맥 안으로 깊숙이 들어갔다.

온통 칼날 같은 절벽이 빼곡했다. 이건 사냥을 나온 게 아니라 암벽 등반을 하러 온 것 같았다. 드워프들의 산양이 아니었다면 사냥 자체가 불가능했을 것이다.

수한이 가장 앞에서 원정대를 선도했다.

물 만난 고기처럼 뛰어다니고 있었다. 다른 사람들은 모두 빌빌거리느라, 수한이 많이 움직이는 수밖에 없었다.

“변이체가 탐지됩니다! 거리 2000! 방향 12시, B급 5마리입니다!”

“B급 다섯 마리? 심장만 빼갑시다.”

“예. 제가 유인해 올까요? 아니지, 그냥 제가 다 처리할 수도 있는데요.”

“그게 가능합니까?”

“B급 변이체야 총알 몇 방이면 끝장낼 수 있습니다.”

“허어…… 그럼 그렇게 해봅시다. 우리가 천천히 따라갈 테니까, 위험하면 바로 도망치세요.”

“걱정 마세요.”

수한은 가볍게 산양을 몰아갔다.

여차하면 몸을 빼면 될 일이었다. 3번째로 개발했던 급속 이동 기술은 탈것의 속도도 올려주니까. 할리온과 도망칠 때 써먹었던 것처럼.

탐지기가 가리킨 지점까지 갔는데 보이는 변이체가 없었다.

수한은 주시자의 눈으로 가볍게 주위를 훑었다.

변이체 5마리가 참 교묘하게 위장한 채 숨어 있었다. 바위처럼 몸을 변화시킨 상태라 육안으로는 구별이 힘들었다.

그래봐야 이미 정체가 탄로 난 뒤.

수한은 마법 소총의 조정간을 안전에서 단발로 바꾸었다.

주저하지 않고 쏘았다.

탕! 탕탕!

“크에엑!”

“키이이익!”

바위로 위장하고 있던 변이체들이 비명을 질렀다.

수한이 선택한 속성은 파괴.

단단한 육체가 부서지며, 순식간에 죽어 나자빠졌다.

역시 화력은 수한을 따를 자가 없었다.

총알 1개의 공격력은 다른 이능력자의 공격 1회와 비슷하다. 그런데 그걸 몇 초 만에 수십 발씩 쏟아내니, 도저히 버티기가 불가능했다.

원정대가 가까이 오더니 혀를 내둘렀다.

“굉장하네요.”

“이게 B급 속성 부여 이능력자의 위엄인가……”

“그냥 몇 초 만에 다 끝나 버리네.”

수한은 습관처럼 변이체의 심장을 꺼내려고 했다.

그러자 상군이 수한을 말렸다. 수한보다 앞서 들어왔던 사원에게 변이체를 해체하게 했다.

“아, 제가 해야 되는데.”

“아닙니다. 수한씨는 할 일이 많아요. 혼자 변이체를 잡았는데, 해체까지 시킬 수는 없죠.”

심장만 빼낸 후 시체는 불살라 없앴다.

굳이 기름을 끼얹고 어쩌고 할 것 없이, 수한이 화염 속성 총알을 날렸다.

시체를 잿더미로 만든 후 다시 길을 나섰다.

정말 변이체가 많긴 많았다. 거의 1시간에 1번 꼴로 변이체를 만났다. 그것도 대부분이 B급이었고, C급은 오히려 찾아보기가 힘들었다.

대부분은 수한의 손에서 끝이 났다. 덕분에 전진 속도가 매우 빨랐다. 수한도 경험치를 많이 얻을 수 있어 일석이조였다.

문득 수한이 눈을 빛냈다.

탐지기에 유독 밝게 빛나는 녹색 점이 보였다.

“A급 변이체입니다!”

“모두 정지!”

상군이 옆으로 다가왔다.

“몇 마리나 됩니까?”

“좀 많습니다. 4마리입니다.”

“정말 이상하네요. A급 변이체는 대개 단독 행동을 한다고 알고 있는데 4마리나 몰려다니다니……”

일단 잡아놓고 생각하기로 했다.

지도를 살펴 적당한 공터를 찾아냈다. 그곳에 이능력자들이 대기했다. 지원 요원들은 곳곳에 매복하고, 유인해 올 사람들을 추렸다.

대략 열두 명 정도.

수한은 포함되지 않고, 공터에서 대기하기로 했다.

A급 변이체 정도 되면 달리는 속도가 산양보다 훨씬 빨랐다. ATV로도 따돌릴 수가 없었다. 그러니 정석적인 방법을 따르는 게 좋을 것 같았다.

나중에 급속 이동을 몇 번 진화시킨다면 수한 혼자 유인도 가능할 성 싶은데, 아직은 힘들 것 같았다.

“시작합니다. 조심히 다녀오세요.”

유인에는 시간이 꽤 걸린다.

수한은 바위 사이에 몸을 숨긴 채 변이체가 달려오길 기다렸다.

탕!

상당한 시간이 지나고, 드디어 총 소리가 들렸다.

처음에는 간격을 두고 울리더니, 시간이 갈수록 간격이 짧아졌다. 나중에는 거의 연달아 터졌다.

수한은 손에 땀을 쥐고 변이체들의 움직임을 살폈다.

조금이라도 실수하면 바로 사고가 난다.

다행히 지원 요원들은 자기 일을 제대로 했다. 총을 쏘고 바로 은신하자 변이체들은 그저 총알이 날아온 방향으로만 달려왔다. 공터에 도달할 때까지, 죽은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크아악!”

변이체들이 이능력자들을 보고 괴성을 질렀다.

늑대와 여우, 그리고 말을 섞어 놓은 것처럼 생긴 것들이었다. 덩치가 코끼리 보다 약간 작은데, 전신이 징그러운 근육들로 뒤덮여 있었다.

변이체들이 덤벼들었다.

강체 계열 능력자도 없으니, 정면으로 받아내는 것은 자살행위.

이능력자들이 가볍게 몸을 피했다. 변이체들이 그 자리에 착지하며 으르렁거렸다.

“수한씨!”

기다리고 있던 신호가 왔다.

수한은 이름이 불리는 동시에 기관총의 방아쇠를 당겼다.

타타타타타탕!

총알이 비처럼 쏟아졌다.

약화 속성, 그리고 마비 속성을 번갈아 썼다.

변이체들을 실질적으로 공격하는 것은 A급 이능력자들에게 맡기면 된다. 수한은 그들이 날뛸 수 있게 환경을 조성해주기만 해도 할 일 다 하는 거였다.

총알에 맞은 변이체들의 방어막이 불투명하게 변했다. 뒤이어 명중한 총알에서 퍼진 힘이 변이체들의 몸을 마비시켰다.

“공격 개시!”

이능력자들이 일제히 달려들었다.

눈에 띄는 것은 전투 2과의 A급 이능력자들.

전투 2과 과장이 불타는 검을 휘둘렀다. 김 대리가 핏빛 새를 날려 공격했다. 박 계장이 날렵하게 움직이며 변이체에게 상처를 새겨 넣었다.

새미는 한쪽에 우두커니 선 채 힘을 집중하고 있었다. 두 손에서 번갯불이 거세게 타오르고, 얼음과 바람이 주변에서 휘몰아치는 게 큰 기술을 준비하는 듯했다.

수한은 소총을 들었다.

미리 속성을 부여해 놓은 상태.

총알이 한 마리를 후려치자, 옅은 빛이 변이체의 전신에 감돌았다.

새미가 손을 떨친 것은 바로 그때였다.

번개 폭풍이 휘몰아쳤다.

도버 해협을 떨쳐 울렸던 번개 폭풍의 재현.

더 강해졌다.

번개만이 아니라, 매서운 칼바람과 날카로운 우박이 동반되었기 때문이다.

더구나 그것들이 오직 한 마리에게 집중되었다.

A급 변이체의 방어막이 순식간에 찢겨나갔다. 전신이 노릇노릇하게 구워지면서, 한편으로는 칼로 난자당한 듯 무수히 많은 상처가 생겼다.

단 일격.

변이체가 힘없이 쓰러졌다.

원정대 전원이 깜짝 놀랐다.

“맙소사, 저게 뭐야?”

“A급 변이체가 한 방에 죽어?”

“새미씨가 저런 기술도 썼나?”

수한은 냉정하게 다음 목표에게 유도 속성을 걸었다.

이번에는 불벼락이 떨어졌다.

번개가 변이체를 때릴 때마다 맹렬한 폭발이 일어났다. 초고온의 화염이 주위를 휩쓸었다. 덕택에 변이체는 비명도 못 지르고 잿더미로 변해 버렸다.

수한은 입맛을 다셨다.

A급 변이체의 시체는 꽤 가치가 있다. 새미의 화력이 너무 강한 탓에 재가 되어 버렸으니 좀 아쉬웠던 것이다.

새미는 가볍게 손을 털더니 뒤로 물러났다.

할 거 다 했다는 태도.

남은 건 겨우 2마리였다. 다른 A급 이능력자들이 힘을 합치면 충분히 꺼꾸러뜨릴 수 있었다.

수한은 1마리에게 또 유도 속성을 꽂았다.

원거리 공격이 가능한 이능력자들이 집중 공격을 했다. 수한의 약화 속성과 결합되자, 변이체가 금방 무릎을 꿇었다. 그리고 전투 2과 과장이 접근하여 목을 잘랐다.

마지막 남은 변이체도 오래 버티지는 못했다.

틈을 노린 수한의 총알이 급소를 꿰뚫었다. 시꺼먼 기운이 소용돌이치자, 변이체가 몸을 부르르 떨다가 숨통이 끊어졌다.

확인 사살까지 한 다음 모두 몸을 일으켰다.

“A급 변이체가 이렇게 약했나요?”

“새미씨가 센 거죠. 세상에, A급 변이체를 일격에 죽일 줄이야……”

“A급이 아니라 S급 아니에요?”

화제의 주인공은 단연 새미였다.

그만큼 A급 변이체를 일격에 죽이는 것은 충격적인 광경이었다.

새미는 살포시 웃으며 말했다.

“저 혼자 한 거 아니에요. 수한 오빠랑 같이 한 거예요.”

“수한씨랑요?”

“네. 수한 오빠가 유도 속성 걸면 광역 공격이 한 곳으로 집중되거든요. 그걸 이용했어요.”

“그래도 대단하네요.”

“다시 봤습니다.”

오늘 사냥은 여기까지 하기로 했다.

A급 변이체의 시체를 해체했다. 산양에 나누어 실은 후 드워프 진지로 돌아갔다. ATV처럼 짐칸이 있는 것이 아니니, 몇 명은 둘이서 산양에 타야 했다.

이 한 번 사냥으로 얻은 전리품은 상당했다.

A급 변이체 시체 세 개, B급 변이체의 심장 22개나 얻었으니까.

수한 개인적으로도 그랬다.

사냥 시작 하루만에 145레벨을 찍고 있었다. 4주 일정으로 왔으니까, 160레벨은 충분하지 싶었다.

아쉬운 점은 능력치가 오르지 않았다는 것.

요즘 들어 잘 올라가지 않았다. 꼭 한계에 부딪친 듯한 느낌이었다.

드워프 진지로 돌아오자, 산양 타기를 연습하고 있던 지원 3과가 반겼다.

“이야, 꽤 많이 잡으셨네요?”

“수한씨 활약이 컸죠. B급 변이체는 혼자 잡다시피 했어요. B급 변이체 대여섯 마리 정도는 그냥 다 쏴죽이더라고요.”

“그래요? 역시 속성 부여 이능력자는 무섭네요.”

전리품 중 B급 변이체의 심장 2개를 드워프들에게 주었다. 진지 사용료와 산양 대여료를 합산한 거였다.

어느덧 해가 지고 있었다.

모두들 불침번만 남겨놓고 잠자리에 들었다.

해가 뜨자 전투 2과와 지원 3과가 사냥을 나갔다.

지원 2과는 드워프 진지에 남아 산양 타기를 연습했다. 여전히 대부분의 사람들이 어설프게 매달려 있었다. 산양이 속도를 올리면 금방이라도 떨어질 듯 위태위태했다.

할 일 없는 드워프들이 나와서 그 광경을 구경했다.

그런데 그들보다는 산양을 제법 타는 수한이 더 신기한 모양이었다.

[자네 고향 행성에서도 원래 기사 출신인가?]

작은 대포처럼 큰 총을 들고 다니던 자가 물었다.

무슨 장교라고 하던가. 평소에 병사들에게 큰 소리로 명령하는 게 끗발 좀 날리는 드워프 같았다.

수한은 씩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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