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레이드 커맨더-84화 (85/254)

< 이직 -2- >

“A급이면 너무 성급하게 도전했다가 가끔 죽는 사람도 나와. 빨라도 몇 달 뒤에 흡수하는 게 좋을 것 같아.”

인사부장이 잠깐 생각에 잠겼다.

정말로 A급 힘의 결정 흡수에 성공한다면, 주임 자리가 아니라 그보다 더한 자리를 주어야 할 상황이다.

하긴 이능력자로서의 능력을 보나, 지원 요원으로서의 능력을 보나 수한은 국내 최고 수준이었다.

딱 하나 부족한 것이라면 경력.

개마고원 부사관 5년과, 알바트로스에서의 1년이 경력의 전부이니까.

‘경력이 전부는 아니지.’

인사부장은 속으로 그런 생각을 했다.

지구의 레이드 역사라고 해봐야 기껏해야 10년.

경력이 길어봐야 얼마나 길겠나. 경험을 무시할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절대적으로 맹신하는 것도 바보짓이었다.

인사부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좋습니다. 수한씨가 A급 이능력자가 되었을 때의 조건도 같이 넣지요. 대리 직급, 연봉 20억, 배당 150몫이 어떻습니까? 물론 소속은 특수 원정팀입니다.”

수한은 잠시 할 말을 잊었다.

파격적인 조건이었다.

옆에서 새미가 입을 크게 벌렸다.

“20억에 150몫이라고요? 오빠! 얼른 사인해! 엄청 좋은 조건이야!”

새미가 A급 이능력자가 되고 조건을 조정한 게 연봉 12억에 배당 100몫이었다. 그게 대부분 공격대에서 A급 이능력자에게 지급하는 조건이기도 했고.

거의 AA급 이능력자의 절반에 달하는 조건.

이만하면 적당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좋습니다. 그 정도면 괜찮겠네요.”

“흠, 혹시 나중에 AA급 이능력자가 되시면 스톡옵션도 좀 나갈 겁니다. 우리 타이탄 공격대는 계속 성장 중이니까, 그것도 쏠쏠합니다.”

“그거야 나중 일이니까요.”

일단 계약서를 받아 챙겼다.

미현은 바쁜 일이 있어 동석하지 못했다. 따라서 미현과 상의를 해보고 최종 결정을 내릴 참이었다.

어차피 큰 조건은 다 합의를 했으니, 수정한다 해도 자질구레한 문구 정도만 손을 보겠지만.

이젠 새미 차례.

인사부장이 미리 준비해온 서류를 내밀었다.

“원래 새미씨에게는 표준 계약서대로 연봉 12억에 배당 100몫을 제안하려고 했습니다. 저번에도 긍정적인 신호를 주셨고요.”

“네. 전 수한 오빠처럼 뭔가 특이한 건 없으니까요.”

“그런데 저희가 입수한 정보에 따르면, AA급 장비 1개와 A급 장비 1개를 가지고 계시고, 그걸 다 쓰면 아주 강력한 공격이 가능하다고 들었습니다.”

“맞아요.”

“제주도에서도 인상 깊은 공격을 하신 것을 확인했습니다. 그래서 조금 조건을 조정했습니다.”

새미가 제안 받은 것은 연봉 12억에 배당 110몫.

연봉은 변화가 없지만 배당은 조금 늘었다.

애초에 크게 기대를 하지 않고 나온 자리였다. 새미는 괜찮겠다고 조건을 수락했다.

인사부장의 얼굴이 편하게 변했다.

“두 분 다 동의하시는 거지요?”

“예. 검토를 끝내는 데로 연락드리겠습니다.”

“기다리고 있을 테니, 언제든 편한 시간에 연락 주세요. 오는 7월부터는 타이탄 사옥에서 두 분을 뵐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하하. 저도 좋은 인연이 되길 바랍니다.”

악수를 하고 헤어졌다.

둘은 각자 변호사와 함께 계약서를 샅샅이 검토했다.

특별히 고칠 점은 없었다. 국내 최고의 공격대답게, 꼬투리를 잡기 힘들 정도로 명확한 계약서를 쓰고 있던 것이다.

수한과 새미 둘 다 계약서에 사인을 했다.

2016년 7월 1일.

그때부터는 더 이상 알바트로스 소속이 아니다.

타이탄.

명실상부한 대한민국 1위 공격대로 출근하게 되는 것이다.

타이탄과 계약을 했을 때쯤, 저번 원정의 배당금이 입금 되었다.

정확히 151억.

포상금까지 합산된 금액이었다.

받은 돈으로 본인의 능력을 정비했다.

가장 먼저 산 것은 A급 변조 계열 힘의 결정.

그것 말고도 투시 계열 B급 1개, 신속 계열 C급 1개, 의지 계열 D급과 E급 1개씩을 샀다.

추가로 B급 힘의 결정 1개를 얻었다. 수호자 연맹이 알바트로스에게 크게 신세를 졌다며 여러 가지 편의를 봐주었는데, 그에 대한 포상으로 나온 것이다. 수한 말고도 노르헤임 행성을 다녀온 원정대 대부분이 수혜를 받았다.

이걸 몽땅 흡수했다.

며칠에 걸쳐 흡수했는데 엄청나게 힘들었다. 포기하고 싶은 생각이 굴뚝 같았지만 간신히 견뎠다.

“후우!”

수한은 힘겨운 미소를 지었다.

모든 힘의 결정을 흡수하는데 성공했다. 그 결과 각 초능의 레벨을 한껏 올릴 수 있었다.

주시자의 눈은 군림자의 눈으로 변했다. 급속 이동은 쾌속 이동을 거쳐 극쾌속이 되었다. 초능 강화도 초능 증폭으로 진화시켰다.

레벨 업 도우미의 정보창을 확인해 보았다.

능력치가 다양하게 상승했다. 기술도 마찬가지였다. 최근 사태를 겪으면서, 여러 경험을 했기 때문이었다.

[능력]

이름 : 이수한 나이 : 26 성별 : 남

신장 : 185cm 체중 : 90kg 상태 : 정상

종족 : 인간 진영 : 연합 행성 : 지구

레벨 : 165 계열 : 살육 계급 : 없음

근력 23 체력 26 민첩 21 재주 23 감각 25

초능 165 지능 21 직감 22 의지 23 위엄 22

여유 점수 : 0 경험치 : 11%

[기술]

언어 : 한국어 12, 세라프 어 15, 영어 10.

문자 : 한글 11, 세라프 문자 15, 영문 10.

사격 : 소총 사격 32, 권총 사격 20, 산탄 사격 20, 원거리 저격 31, 기관총 사격 20.

격투 : 단검 격투 12, 맨손 격투 11, 총검 격투 13.

함정 : 함정 설치 12, 화약 함정 12.

생활 : 삽질 12, 청소 8, 빨래 4, 시체 해체 5, 탑승 11.

전술 : 작전 계획 9, 전투 지휘 7.

생존 : 외계 취식 8, 외계 야영 8.

여유 점수 : 20.

[초능]

+++ 속성 조합 : 총알 120.

++ 군림자의 눈 50.

++ 극쾌속 20.

+ 초능 증폭 20.

[200] [300] [400] [500]

여유 점수 : 0.

훌륭하다.

그 길로 이능 인증을 받았다.

속성 부여는 A급. 투시 계열과 신속 계열은 B급. 의지 계열은 D급이었다.

동행한 새미가 놀라 호들갑을 떨었다.

“오빠 이제 A급이네? 그것도 B급 이능 2개나 있고, 의지 계열 이능도 하나 있어? 그랜드 공격대의 마크 사뮤엘씨나 천룡 공격대 왕먀오를 보는 것 같아!”

둘 다 여러 종류의 A급 이능을 가진 이능력자로 이름이 높았다. 마크는 여섯 가지, 먀오는 다섯 가지를 가지고 있다고 했지.

수한은 씩 웃었다.

“후후. 그 동안 모은 힘의 결정으로 능력 각성하는데 성공해서 그렇지. 죽는 줄 알았어.”

“어쩐지 오빠 얼굴이 안 좋더라. 그러게 천천히 흡수하지 너무 급하게 흡수한 것 같아.”

“결과가 좋으니 됐지 뭘.”

“그래도 너무 위험했어.”

수한의 예측대로, 수호자 연맹에서는 수한을 A급 이능력자로 판정했다.

[놀랍네요.]

타이탄 공격대의 인사부장에게 전화를 걸자, 인사부장이 깜짝 놀랐다.

정말로 A급 이능력자가 된 것도 놀라운 일인데, 척 보기에도 궁합이 좋은 이능을 더 갖추었기 때문이었다.

[2개, 3개 이능을 각성하는 것도 쉽지 않은데 무려 4개에, 그 중 3개가 B급 이상이라…… 조건을 조금 조정해야겠습니다.]

[어느 정도로 하실 겁니까?]

[사실 기존에 저희가 제의했던 것도 A급 이능력자에게는 최상의 조건이었습니다. 저희 특수 원정팀의 팀장님들도 A급 이능력자인데, 수한씨에게 제의했던 것과 같은 대우를 받고 계시거든요.]

[그렇습니까?]

[예. 그렇다고 똑같은 조건으로 모실 수는 없으니, 옵션을 몇 개 추가하는 게 어떻겠습니까?]

[그렇게 하지요.]

아깝긴 하지만, 타이탄 공격대의 사정도 고려해야 했다. 더 높은 대우를 받는 대신, 여러 가지 혜택을 얻었다.

가족에 대한 경호 서비스, 세금 계산 서비스 등등.

자질구레한 것이지만 유용한 것들이었다.

그렇게 하기로 하고 전화를 끊었다.

알바트로스에 출근했다.

둘이 타이탄 공격대로 이직하기로 한 소문이 알음알음 퍼졌다.

소식을 들은 동료들이 기꺼이 축하해주었다.

“수한씨, 축하합니다. 타이탄으로 가기로 했다면서요?”

“네, 그렇게 됐습니다.”

“알바트로스도 크긴 하지만 타이탄과 비교는 못하죠. 아무나 가는 곳도 아니고. 정말 축하합니다.”

“새미씨도 축하해요. 진짜 부럽네요.”

“감사해요. 대리님도 곧 좋은 소식이 있을 거예요.”

멈췄던 외계 행성 원정이 재개되었다.

덩달아 지원 2과가 바빠졌다. 최근 급변한 외계 행성의 상황에 맞추어 새로운 계획서를 만들어야 했기 때문이다.

정보부에만 맡겨 두기에는 시간이 없었다.

지원 2과와 정보부가 거의 한 몸으로 움직이다시피 했다. 계속 회의를 해가면서, 원정 갈 행성을 추렸다.

3월 중순이 되었다.

슬슬 다음 원정의 윤곽이 드러나는데, 연구부의 직원들이 수레에 뭔가를 잔뜩 담고 알바트로스 사옥 전체를 돌았다.

연수원 동기인 지훈이 지원 2과로 들어왔다.

머리를 싸매고 모니터와 홀로그램을 보던 사람들이 뭔가 싶어 모여들었다.

“이게 뭡니까?”

수한이 대표로 물었다.

수레에 은빛 금속 질감의 옷이 가득 담겨 있었다.

이능력자들이 흔히 착용하는 보호복과 비슷했다. 다만 물에 비친 햇빛 같이 묘한 광택이 흐르는 게 희한했다.

지훈이 수한을 보고 빙긋 웃었다.

“오랜만입니다, 수한씨. 다른 건 아니고, 제가 저번에 잠깐 말씀드렸던 것 있지요? 그게 완성 돼서 시제품으로 가져왔습니다.”

“아, 병실에서 말씀하셨던 거요? 국방부에서 연구 과제로 나왔다고 하신 거.”

“맞습니다. 기억력 좋으시네요? 몇 달 전 얘긴데……”

지훈의 얘기는 간단했다.

이번에 알바트로스의 연구부에서 신제품을 만들었다는 것.

보호복.

시제품으로 총 100벌을 제작했는데, 아직 보호복이 없는 이능력자와 지원 요원 위주로 지급하기로 했다던가.

곧 원정 나갈 부서들이 대상.

수한은 마뜩찮은 표정을 지었다.

“이거 믿을 수 있는 거예요? 괜히 폭발하거나 그러지는 않겠죠?”

“에이. 노획한 기계 괴수 안에서 나온 옷을 분석해서 만든 겁니다. 차원 건너온 물건만큼은 될 거예요.”

과연 그럴까.

지구는 워낙 이능 관련 물품 수준이 떨어져서 쉽게 그 말을 믿기가 힘들었다.

다른 사람들도 그런 생각을 한 모양이었다. 지훈이 옷을 내밀었지만 모두 손사래를 쳤다.

지훈이 울상을 지었다.

“이거 오늘 내로 꼭 분배해야 되는데…… 이거 진짜 좋은 겁니다. 아무리 못해도 기존 지구산 보호복보다는 나을 거예요. 그냥 전투복 입는 것보다는 백만 배 쯤 좋고요.”

꼭 수한을 두고 하는 말 같았다.

결국 망설이다가 옷 한 벌을 집어 들었다.

매우 가벼웠다. 옷이 아니라, 손수건 한 장을 들고 있는 것 같았다.

지훈이 침을 튀기며 설명했다.

“가볍죠? 신소재로 만든 겁니다. 엄청나게 질겨서, 방탄 효과와 방검 효과가 있어요. 통풍은 잘 되는데 체온 보존도 잘 시켜주고, 광학 병기와 이능 공격에 대한 방어 능력도 좀 있어요. 미드가르드의 엘프들이 만든 보호복만큼은 아니어도, 그 바로 아래 단계는 될 겁니다.”

수한은 눈을 빛냈다.

레벨 업 도우미가 판정한 보호복의 등급이 선명히 눈앞에 떠올라 있었다.

명품 등급.

끽해야 양품 등급일 줄 알았는데 생각 외였다.

옷을 자세히 살펴보았다.

어디선가 본 양식이다.

금방 기억이 났다. 예전 개마고원에서 부사관으로 복무하고 있을 때, 기계 괴수 안에서 발견한 외계인 시체가 입고 있던 옷과 똑같았다.

제국의 물건을 복제해서 만든 물건이라……

나쁘지 않다. 제국의 문물은 종족 연합보다 확실히 발전되어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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