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수한 이사 -1- >
S급 이능력자!
아무리 근래 들어 S급 이능력자들이 늘어났다고 해도, 대한민국 전체를 통틀어 스무 명이 채 안 된다.
게다가 이능 3개가 S급이라고 하지 않은가.
원정에서 막 돌아와 쉬고 있던 한민종 사장이 깜짝 놀랐다. 당장 공격대 사옥으로 쫓아왔다.
“수한씨! S급이 됐다는 게 사실입니까?”
“예. 운 좋게 헤븐 행성의 차원 경매장을 이용할 수 있었습니다. 저만이 아니라 여기 새미도 S급 이능력자가 되었습니다.”
“세상에…… 축하합니다. 정말 대단하네요. 언젠가 S급 이능력자가 될 거라곤 생각했지만 벌써 될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감사합니다.”
둘이 S급 이능력자가 되었다는 소식이 널리 알려졌다.
A급도, AA급도 대단하지만 S급과는 비교를 할 수가 없다.
지인들에게 축하 전화가 오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수호자 연맹의 김성민과 이세윤도 축하한다고 했다. 심지어 청와대에서도 대통령이 직접 전화를 걸었다.
[저번에 오찬을 함께 한 적이 있지요? 이번에 S급 이능력자가 되셨다는 소식은 들었습니다.]
[바쁘실 텐데 제가 괜히 시간을 빼앗는 거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허허, 우리나라에 새로운 S급 이능력자가 탄생했는데, 만사 제쳐둬야지요. 이것보다 더 중요한 일이 있겠습니까?]
결국 청와대에 또 불려갔다.
오찬을 즐기고 있는데, 대통령이 수한을 보며 말했다.
“요즘 타이탄 공격대의 상승세가 굉장합니다. 호사가들은 이미 세계 순위 10위권에 진입했다고 떠들던데요.”
수한은 물을 한 모금 마시고 대답했다.
“SS급 1명에, S급은 3명이나 되었으니까요. 그 정도면 10위가 아니라 5위권도 노려볼 수 있습니다. AA급이나 A급이 좀 부족하긴 한데, 아마 조만간 대규모 영입이 있겠지요.”
“그렇겠습니다. 참, 이번에 S급 힘의 결정을 구한 게 타이탄 공격대를 통한 게 다가 아니었다면서요?”
“예. 어떻게 헤븐 행성의 차원 경매장을 이용할 수 있는 출입증을 얻어서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었습니다.”
“허어, 차원 경매장이라…… 저도 마음대로 갈 수 없는 곳인데, 듣기만 해도 가슴이 설렙니다. 그럼 타이탄 공격대와 전속 계약을 맺지도 않으셨겠습니다.”
“그랬지요.”
“흐음, 실례가 될지도 모르겠는데 한 가지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예, 괜찮습니다.”
“수한씨 앞으로의 계획이 어떻게 됩니까? 제가 본 S급 이능력자들은 대부분 독립해서 공격대를 만들었는데요.”
당연하다.
기껏 원정 다녀와서 50%를 공격대에게 주는 게 아까우니까. 본인 혼자 원정 가서 고위 변이체를 때려잡고 귀환하는 게 더 나을 수도 있었다.
수한은 가볍게 미소를 지었다.
“대통령님이 생각하신 것과 같습니다. 조만간 독립해서 제 공격대를 만들려고 합니다. 새미도 함께 하기로 했고요.”
“이번에 여행 다녀오면서 느낀 건데, 굳이 다른 공격대에 소속될 필요는 없을 것 같아요. 정 안 되면 몇 명만 단촐하게 다녀도 되겠던데요?”
새미도 첨언을 했다.
이미 이야기는 끝내 놓았다.
알바트로스처럼, 일종의 동업 형태로 가는 것으로.
지분은 5:5. 능력으로 따지면 수한 쪽에 더 무게추가 기울지만, 이미 둘의 사이가 깊어질 대로 깊어진 상태였다. 미래까지 약속했으니, 나중에는 굳이 네 것 내 것 따질 필요가 없을 것이다.
대통령이 감탄한 표정을 지었다.
“S급 이능력자 둘이 공격대를 만든다라…… 타이탄 공격대는 몰라도 백호 공격대 정도의 공격대가 금방 탄생하겠습니다.”
“아직은 모르지요. 준비를 많이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오는 6월에 계약 만료라고 들었는데, 그때 바로 퇴직하시고 창업하실 겁니까?”
“생각 중입니다. 한 1년 정도 공격대 경영에 대해 배우는 것도 좋다고 생각해서요.”
“하긴 그렇지요. 어쨌든 창업 시기를 결정하면 연락을 한 번 주세요. 제가 힘을 좀 쓰겠습니다.”
“대통령님께서 직접요? 하하, 이거 영광입니다.”
“허허, 우리나라 공격대 전력을 올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인데 다른 나라에 빼앗길 수는 없지 않겠습니까?”
적당히 이야기를 나누다가 헤어졌다.
유럽에서도 전화가 걸려왔다.
메리 공주.
내용은 별 게 없었다. S급으로 승급한 것을 축하하고, 과거의 제안을 다시 상기시켰다.
영국이나 프랑스, 아일랜드 중 한 곳에서 공격대를 만들면 강력하게 지원하겠다는 것.
이들이 배팅한 게 가장 컸다. 대한민국에서 공격대를 만들면 단지 몇 가지 혜택을 받는 것으로 그친다. 그런데 유럽에서 만들면 개인 돈은 거의 쓰지 않고 사업을 하는 게 가능했다.
이것으로 끝나지 않았다.
미국, 중국, 일본, 독일, 러시아, 캐나다, 브라질 등등.
세계 각지에서 러브콜이 쏟아졌다. 자기네 나라에서 공격대를 만들기만 하면 각종 혜택을 주겠다는 것이다.
특히 인도에서 사람이 왔을 때는 깜짝 놀랐다.
쉬바 공격대와 얽혀서 사이가 좋지 않다고 생각했는데, 오히려 평균보다 훨씬 더 좋은 조건을 들고 온 것이다.
하긴 세라프 재판 이후로 쉬바 공격대는 쭉 내리막길을 걷고 있었다. 그런 공격대 때문에 새로운 S급 이능력자와 척을 질 필요는 없었다. 사이를 돈독히 하는 게 낫고, 인도로 데려갈 수 있으면 최상의 결과라고 할 만 했다.
새미와 의논을 했다.
“어떻게 할까?”
“그러게. 고민 된다.”
거취를 함께 하기로 했기 때문에 같이 고민해야 할 일이다.
새미가 한 가지를 지적했다.
“일단 계약 연장할지 퇴사할지부터 정하자. 공격대를 어디서 만들든, 그게 먼저인 것 같아.”
“지금이 벌써 4월이니까 원정 두 번 다녀오면 끝이구나.”
“응. 계약을 연장하든, 마무리하든 지금 결정해야 돼.”
수한은 깊이 생각에 잠겼다.
얼마 지나지 않아 결정을 내렸다.
“재계약은 하지 않겠어. 바로 공격대를 만드는 게 좋을 것 같아. 우리한텐 용이도 있고, 마엘른님과 아르텔라님도 있으니까.”
[나만 믿어!]
소파 위에 늘어져 있던 용이가 제 이름을 듣고 고개를 쳐들었다.
새미가 귀엽다며 용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하긴 고위 변이체만 잡아도 충분할 거야.”
“아마 소형 기계 괴수는 우리끼리만 잡을 수도 있을 걸? 기계용이 있을 때 얘기지만.”
“그럼 기계 괴수 부품이라도 몇 개 사가는 게 좋지 않을까? 온전한 기계 괴수로만 기계용을 만들라는 법도 없잖아.”
“그것도 좋지.”
재계약을 고려하지 않은 것도 아니다.
한 1년, 이사 직위로 재직하면서 공격대 운영에 대해 배우는 것도 좋을 테니까.
하지만 모든 것을 둘이 다 할 필요는 없지 않나.
경영은 전문 경영인에게 맡기면 된다. 둘은 외계 행성을 돌아다니며 사냥을 하는 것만으로 충분했다. 공격대의 방향만 제대로 잡아주면 될 터였다.
여기저기서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우연히 식사를 같이 하게된 타이탄 공격대의 S급 이능력자, 최 이사가 걱정스럽다는 듯 말했다.
“공격대를 운영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백호 공격대의 김주철 이사도 자기 공격대 말아먹고 백호 공격대로 가지 않았습니까?”
“처음부터 크게 할 생각은 없습니다. 처음에는 소규모로 운영하다가 조금씩 규모를 키울 생각입니다.”
“뭐, 두 분이서 알아서 잘 결정하셨겠지만 그래도 신중하게 판단하시는 게 좋습니다. 이 바닥에서 공격대를 한 번 말아먹으면, 다시는 재기하기 어렵거든요.”
“조언 감사합니다.”
어쨌든 S급 이능력자가 되었으니 연봉 협상과 직책 조절이 불가피했다.
표준 계약서에 적혀 있던 것은 연봉 100억에 배당 1200몫.
인사부장은 당연하다는 듯 조건을 부풀렸다.
“직급은 이사에, 연봉은 200억, 배당은 2000몫이 어떻겠습니까?”
나쁘지 않다.
당장 얼마 전 만났던 최 이사와 비교해서 거의 배에 가까운 조건이니까.
옆에서 듣고 있던 새미가 입을 벌렸다.
하지만 수한은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수한은 품에서 용이를 꺼냈다. 보란 듯이 인사부장의 앞에 용이를 내려놓고, 녀석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조금 부족한 것 같은데요?”
“음!”
인사부장이 곤란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수한의 말에 일리가 있었다.
AA급 이능력자일 때도 용이를 이용해 기계 괴수 한 마리를 잡는데 지대한 역할을 하던 수한이었다. S급 이능력자가 된 지금은 그때보다 더할 것이다.
일반적인 S급 이능력자 대여섯 명 분을 하는 셈.
별 수 없이 다른 조건을 붙였다.
“이렇게 하는 게 어떻겠습니까? 연봉과 배당은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하되, 수한씨가 참가한 원정에서 공격대 몫의 10%를 떼어드리겠습니다.”
“그 말씀은……”
“간단히 말해서 각 원정 매출의 5%를 무조건 수한씨에게 드리겠다는 애기입니다.”
수한의 머리가 핑핑 돌아갔다.
나쁘지 않은 조건이다.
특히 대규모 원정일수록 그러했다.
저번 가브낙 행성 원정 때처럼 공격대 전체가 원정에 참가했다고 생각해 보라. 배당을 올리는 것보다, 이렇게 매출의 일부를 받는 게 더 낫다.
문제는 그때처럼 큰 원정이 얼마나 있겠냐는 것.
“나쁘지 않네요.”
장단점이 훤히 들여다보였지만, 수한은 고개를 끄덕였다.
가장 큰 이유는 일반적인 경우, 수한의 몫이 늘어나면 다른 원정대원들의 몫이 줄어든다는 점 때문이었다. 원정에 참가를 했는데 대박을 못 터뜨리면 괜히 불만만 살 수 있었다. 그럴 바에야 매출의 일부를 받는 게 더 낫겠다.
그밖에도 자질구레한 옵션을 몇 가지 더 받았다.
이만하면 나쁘지 않다.
그 생각에, 수한은 동석한 미현의 조언을 들은 후 계약서에 사인을 했다.
인사부장이 환하게 웃었다.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저야말로 잘 부탁드립니다. 배우고 싶은 게 많습니다.”
가볍게 악수를 나눴다.
다음은 새미 차례.
수한에 비해서는 별로 받아내지 못했다.
당연하다면 당연한 일. 새미는 평범한 S급 구현 계열 이능력자이니까. 당장 최 이사와 비교해도 특별히 뛰어난 점이 없었다.
그래도 수한이 옆에서 무언의 압박을 넣고 있어서, 일반적인 조건에 비하면 좋은 조건을 약속 받았다.
연봉 120억에 배당 1200몫.
새미는 그것으로 만족했다.
마엘른의 협상과 아르텔라의 계약도 진행했다.
마엘른은 S급, 아르텔라는 A급 대우를 받았다. 둘에게 지구의 돈은 아무래도 좋지만, 나중에 헤븐 행성에서 환전 후 진귀한 물건을 사면 될 것이다.
인사부장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럼 전 가보겠습니다. 이번에 승급하신 분이 꽤 있어서, 제가 처리할 일이 많아서요.”
“바쁜 분을 붙잡고 있었네요. 조심히 가세요.”
“예. 다음에 또 뵙겠습니다.”
긴 기간은 아니다.
계약 기간이 2017년 6월 말까지니까.
기껏해야 석 달 정도.
그 동안 둘은 타이탄 공격대의 이사로 재직하게 된다.
자연히 특수 원정 1팀에서는 나오게 되었다. 알바트로스 공격대에 있을 때 봤던 것처럼, 필요한 일이 있을 때만 원정에 참가하는 것이다.
짐을 빼러 사무실에 가자, 원정 1팀의 동료들이 둘을 보고 박수를 쳤다.
“두 분 축하드립니다!”
“이사 되셨다면서요?”
“가브낙 행성에 같이 갔을 때부터 두 분이 크게 될 줄 알았습니다. 축하드립니다!”
수한은 만면에 웃음을 지으며 감사하다고 인사를 했다.
개인 사무실로 이사를 했다.
최상층.
타이탄 공격대의 사옥은 세 개의 고층 건물이 나란히 올라간 형태를 하고 있다. 그 건물 중 하나의 최상층을 둘이 사무실로 쓰게끔 해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