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레이드 커맨더-146화 (147/254)

< 형제 >

용이의 몸이 꺾이고, 부셔지고, 갈라지고, 가루가 되었다.

그러면서 몸이 조금씩 커졌다.

미드가르드 행성에서 성장하여, 용이는 수한의 팔뚝 크기가 되었다.

이젠 그걸 넘어 대형견 정도로 변했다. 더 이상 수한의 어깨에 앉는다거나, 허리에 자신의 몸을 감고 들러붙는 게 힘들어진 것이다.

외모에도 변화가 있었다.

동글동글 귀엽던 옛 모습은 찾기 어려웠다. 완전한 용의 모습이 되었다. 뿔은 위풍당당하게 하늘로 솟아 있고, 날개를 펼치면 독수리처럼 세상을 몽땅 가릴 듯했다.

세계수는 성장의 힘을 가지고 있다면, 칠채 옥좌는 부활의 힘을 가지고 있다.

그 부활의 힘이 용이에게 부족했던 어떤 것을 재생시켰다. 그에 자극 받아서 용이가 한 단계 진화한 것이다.

절대자의 눈으로 뭐가 재생되었는지 보긴 했지만, 수한은 그게 무엇인지는 알 수 없었다.

대신 기억해 두었다.

세라프 종족들.

그들이라면 어떻게 된 이유인지 알아낼 테니까. 수한이 본 장면을 고스란히 전해주면 될 것이다.

[우아, 나 멋있다!]

용이가 방방 뛰었다.

겉보기에는 위엄 있는 소형 기계용인데, 행동하는 건 어째 처음 봤을 때나 지금이나 차이가 없었다.

라오그뉴가 흥 코웃음을 쳤다.

[꼬맹아, 진정하고 좀 얌전히 있어라.]

[뭐? 나 꼬맹이 아냐! 이 사자 괴물아!]

[이 건방진 꼬맹이가?]

둘이 맞붙으려는 것을, 수한이 겨우 뜯어말렸다.

아웅다웅하는 것을 보니, 둘 다 똑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용이나 라오그뉴나 다 어린아이라고 할까.

한편 레벨 업 도우미의 정보창을 확인했다.

장비창, 권속 항목의 기계용 등급이 절대+에서 신화로 상승해 있었다.

가슴이 두근거렸다.

예기치 못한 진화지만 어쨌든 진화는 진화.

절대 등급일 때는 중형 기계 괴수와 융합하는 것도 버거워 했지만, 이젠 대형도 가능하지 않을까 싶었다.

확실한 것은 직접 확인해 봐야겠지만.

수한은 라오그뉴에게 정중히 인사를 했다.

[그럼 저희는 이만 가보겠습니다. 두 신을 설득하고, 기계 괴수까지 잡으려면 시간이 촉박해서요.]

[잠깐만.]

라오그뉴가 일행을 붙잡았다.

[나도 같이 가자.]

[예? 다른 신의 영토로 들어가는 건 금기 아니었습니까?]

[난 그 아저씨들이랑 친분 있어서 괜찮아. 기왕 칠채 옥좌 넘겨준 김에, 나도 따라가서 생색 좀 내야겠어. 그래야 그 아저씨들이 모아놓은 보물이라도 좀 받지.]

소형 기계 괴수를 혼자 잡을 정도로 강력한 라오그뉴였다. 합류한다면 도움이 될 것이다.

수한은 일행과 잠깐 의논을 했다.

대부분 반응이 나쁘지 않았다. 새미는 수한의 의견에 무조건 따르겠다고 했고, 마르엘이나 아르텔라는 아무래도 좋다는 태도였다.

딱 하나, 용이만 격렬히 반대했다.

[난 싫어! 반대! 반대! 결사 반대!]

수한은 용이를 쓰다듬었다. 수한의 손길을 느낀 용이가 눈을 감더니 좀 진정했다.

결국 라오그뉴와 동행하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

라오그뉴가 기분이 좋은지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었다.

[좋아. 앞으로 잘 부탁해. 재미있는 모험이 됐으면 좋겠다!]

[하하, 잘 부탁드립니다.]

[흥! 난 싫어!]

[요 꼬맹이가?]

라오그뉴가 자기 꼬리로 용이를 툭툭 건드렸다.

용이가 성질을 부리며 입을 벌렸다.

숨겨 두었던 강철 이빨로 라오그뉴의 꼬리를 깨물려고 했다. 그 순간 라오그뉴가 꼬리를 확 뺐다. 다시 용이의 머리를 톡톡 건드리자, 용이가 날개를 펼쳐 라오그뉴에게 덤벼들었다.

라오그뉴가 깔깔 웃었다.

[나 잡아 봐라!]

둘이 빙글빙글 신전 안을 돌았다.

강아지와 아기 고양이가 서로 장난치는 듯한 광경.

새미가 그걸 보고 웃음을 터뜨렸다.

“어휴, 귀여워. 라오그뉴님은 처음 봤을 때는 근엄한 분인 줄 알았는데, 그렇지도 않네.”

“이제 삼백 살도 안 됐다고 하잖아. 우리 나이로 치면 고등학생 정도인가 봐.”

“아, 진짜?”

“그나저나 둘이 죽이 잘 맞네.”

여기서 굳이 시간을 죽일 필요는 없었다.

라오그뉴가 당분간 신전을 떠나 있겠다고 통보했다.

신관들도 무덤덤했다. 라오그뉴는 방랑벽이 심해서 신전에 머무를 때가 거의 없었으니까.

그들이 공손히 절을 했다.

[즐거운 모험을 다녀오시길 바랍니다.]

[변이체들이 더 오지 않는다면 저희가 충분히 이곳을 지킬 수 있습니다. 더 강해져서 돌아오시길……]

이번에도 세라프의 전당을 이용했다.

미루스가 머물고 있다는 코닝 산으로 바로 날아갔다.

낮은 산이었다. 미루스의 성지가 있어서, 도로가 잘 정비되어 올라가기도 편했다.

SUV가 성지로 접근하자, 대기가 웅웅 떨리기 시작했다.

주민들이 놀라 바닥에 엎드렸다.

라오그뉴가 길게 하품을 했다.

[내가 온 걸 미루스 아저씨가 안 모양인데?]

[사이가 나쁘시진 않죠?]

[응. 어릴 때부터 가끔 놀러가기도 했으니까. 날 무척 귀여워했거든. 아빠랑은 사이가 나쁜 것 같은데, 그거야 내 알 바 아니고.]

라오그뉴가 SUV의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

지붕 위로 올라가 책상다리를 하고 앉았다. 두 눈에서 현란한 일곱 가지 빛깔이 빛나며, 주변의 공기가 무거워졌다.

그때, 앞쪽에서 거대한 생명체가 모습을 드러냈다.

회색 늑대.

라오그뉴 보다 조금 작은 크기였다. 특이하게도 발에 달린 발톱이 커다란 낫처럼 생겼다. 머리에는 망치 같은 혹이 몇 개 나 있었다.

늑대, 미루스는 복잡한 눈으로 라오그뉴를 노려보았다.

[어린 사자가 내 땅에는 어쩐 일이냐?]

[내가 볼 일 있는 건 아니고, 이 지구인이 아저씨한테 볼 일이 있다는데?]

[지구인이?]

수한과 새미, 카자크, 아르텔라도 SUV에서 내렸다.

그제야 미루스가 시선을 내려 일행을 보았다.

[지구인, 그리고 미드가르드 엘프인가? 흠, 하나는 모르겠구나. 대단하다. 다들 강력한 힘이 느껴진다. 또 모험을 떠나려나 보구나. 이들이 네 새로운 동료냐?]

[글쎄. 아직은 아냐.]

[그래, 내게 할 말이라는 게 뭐냐?]

수한은 조심스럽게 품에서 칠채 옥좌를 꺼냈다.

한 손에 다 들어오는, 꽃봉오리처럼 생긴 물건.

생생한 빛이 뿜어지고 있었다. 옥좌가 수한의 품에서 나온 순간, 주위의 생명들이 기쁨에 찬 노래를 불렀다.

미루스의 몸이 경직되었다.

눈동자가 화악 커졌다.

자신도 모르게 수한을 향해 손을 뻗었다.

[칠채 옥좌가 아니냐!]

몸을 웅크렸다가 달려들려는 순간, 수한이 강력한 정신 계열 능력으로 제지했다.

[진정하세요. 제가 왜 이걸 이곳으로 가져왔겠습니까? 이야기만 잘 되면, 칠채 옥좌를 드리겠습니다.]

[그래? 알겠다. 무엇을 원하느냐? 보물? 여자? 권력? 무엇이든 말만 해라. 어떤 것이든 이루어주마.]

미루스의 입에서 걸쭉한 침이 뚝뚝 떨어졌다.

수한은 칠채 옥좌를 다시 품속으로 넣었다.

미루스가 눈에서 불을 토했다. 으르렁대며 다가서려 하자, 라오그뉴가 SUV의 천장 위를 탁탁 두드렸다.

[아저씨, 아저씨한테도 나쁜 얘기는 아닐 걸? 진득하게 좀 들어 봐. 성깔 부리지 말고.]

[끄응, 알았다.]

미루스가 몸을 한 번 비틀었다.

회색 안개가 뭉클뭉클 쏟아졌다. 그 안개가 미루스의 몸을 덮더니, 금방 사람 크기로 축소되었다.

미루스가 변신한 것도 지구인 모습.

비쩍 말라 신경질적으로 보이는 중년 남자가 나타났다.

수한은 미루스를 보고 말했다.

[제가 원하는 것은 두 가지입니다.]

[말해 보아라.]

[미루스님과 르익님, 두 분이 화해하시는 게 첫째, 그래서 기계 괴수를 격퇴하는 게 둘째입니다.]

[음!]

미루스의 얼굴이 순간적으로 흐려졌다.

안 그래도 기계 괴수에 대해 고민하던 참이었다. 저렇게 가만히 놔두면, 결국 자신이 지키는 주민들이 피해를 입을 테니까.

고민하는 것을 눈치 챈 수한이 말을 덧붙였다.

[다른 건 몰라도, 기계 괴수는 처리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거기다 칠채 옥좌를 되찾으면 옛 영광을 되찾을 수도 있을 겁니다.]

[으음.]

미루스가 신음소리를 내더니 눈을 감았다.

좁은 이마에 가는 주름이 생겼다.

하긴 형제신이 몰락한 이유는 르익이 칠채 옥좌를 아조떼 여신에게 넘긴 것에서 비롯되었다. 그냥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넘어가기는 어려울 터였다.

그러나 결론이 어떻게 날지는 뻔했다.

미루스는 이를 부득부득 갈면서도 고개를 끄덕였다.

[좋다. 묵은 한을 잊도록 하겠다. 하지만 한 대는 때려줘야겠다!]

미루스도 SUV에 탔다.

가장 뒷좌석에 타야 해서 꽤 비좁았다. 미루스는 주변을 둘러보더니 다시 변신했다. 작은 늑대 형상으로 변하자 공간이 충분했다.

그걸 보고 주변의 주민들이 몇 번이나 절을 했다. 엉엉 울부짖으며 정신을 놓치는 이도 보였다.

뤽마 왕국에 가는 것은 순식간이었다.

라오그뉴가 자기 이름으로 세라프의 전당을 이용하겠다고 연락을 넣었다. 당연히 번개처럼 승인되었다. 채 몇 분이 지나기도 전, 뤽마 왕국에 도착했다.

분위기 자체는 미르수즈 왕국과 비슷했다. 아무리 적국이라고 해도 종족도 같고, 섬기는 신도 어쨌든 형제신이니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미루스는 SUV 깊숙이 몸을 숨겼다. 존재감도 확 죽였다. 괜히 모습을 드러냈다가 병사들이 달려들면 곤란하니까.

수한은 SUV를 운전하여 로운 산을 올랐다.

코닝 산과 비슷했다. 천천히 길을 따라가는데, 꼭 갔던 길을 다시 가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그렇게 얼마나 올라갔을까.

저 위쪽에 신전에 보일 때쯤, 별안간 번개 치는 듯한 소리가 울렸다.

[미루스! 네놈이 감히 내 땅에 발을 들여놓다니!]

신전이 흔들리며 커다란 늑대가 뛰쳐나왔다.

영락없이 미루스와 똑같이 생긴 늑대.

미루스가 이를 갈며 뛰쳐나갔다.

[르익!]

두 늑대가 부딪쳤다.

육중한 몸통이 충돌하자 꽝 하고 폭음이 터졌다. 대기가 찢어지며 충격파가 일어났다.

둘이 다시 맞붙으려는데, 수한이 둘의 정신에 대고 강렬한 경고를 날렸다.

[그만하세요! 이러시면 칠채 옥좌를 돌려드리지 않겠습니다!]

그 말에 둘이 수한을 쳐다보았다.

[칠채 옥좌라니?]

[오해하지 마라. 그냥 가볍게 인사한 것뿐이다.]

미루스가 먼저 물러났다.

르익이 의아한 눈빛을 보냈다.

마주치면 무조건 사생결단을 내려고 하던 미루스였다. 이렇게 물러서는 광경은 생전 처음 보았다.

수한은 품속에서 칠채 옥좌를 꺼내들었다.

그걸 본 르익의 눈이 당장 뒤집혔다.

[칠채 옥좌!]

누가 형제 아니랄까봐, 보이는 반응이 똑같았다.

수한을 향해 돌진하는 것을 미루스가 막았다. 튕겨져 나간 르익이 몸을 고정하고 으르렁거렸다.

[미루스, 이 놈! 이제 보니 날 죽이려 우군을 데려왔구나! 내가 그렇게 쉽게 당할 줄 아느냐?]

[멍청한 놈! 사태 파악부터 제대로 해라!]

둘은 함부로 덤벼들지 못했다.

르익은 미루스와 함께 온 일행을 경계했다. 라오그뉴의 정체를 꿰뚫어 본 것이다. 그리고 미루스는 수한의 마음이 바뀔까 봐 섣불리 공격을 하지 않았다.

수한은 침착한 태도로 말을 걸었다.

[이제 이야기를 좀 해볼까요?]

[무슨 이야기?]

[르익님은 이게 갖기 싫으신가 봅니다.]

수한은 칠채 옥좌를 이리저리 흔들었다.

르익의 눈동자가 흔들리는 칠채 옥좌를 따라 왕복했다.

미루스가 이때다 싶었는지 고개를 쑥 내밀었다.

[그냥 나에게 주지 그래. 굳이 이런 멍청한 놈이랑 화해할 필요가 있겠어?]

수한은 고개를 저었다.

[지금 길벵 강에 있는 기계 괴수도 두 분이 함께 해서 겨우 시간을 끌었다고 들었습니다. 놈을 잡으려면 두 분의 협력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끄응, 네 말이 맞다.]

[그만 쑥덕대고, 덤빌 테면 덤벼라!]

르익이 고함을 질렀다.

수한은 차분히 자신의 생각을 설명했다.

처음에는 전투적으로 반응하던 르익이었지만, 수한의 설명을 듣고는 진정했다.

탐욕스러운 눈으로 칠채 옥좌를 보며 반문했다.

[미루스와 화해하고 기계 괴수를 잡으면 칠채 옥좌를 돌려준다? 틀림없는 사실이겠지?]

[속고만 사셨습니까?]

[네게서 진심이 느껴진다. 좋다. 뭐 어려운 일이라고. 미루스와 화해하도록 하겠다.]

르익은 미루스를 쳐다보았다.

둘의 시선이 마주쳤다.

막 만났을 때의 적대감은 많이 옅어졌다. 최소한 치고 박고 싸울 일은 없을 것 같았다.

미루스가 앞발로 자기 머리를 긁적였다.

[그런데 화해를 어떻게 하라는 거지? 내 백성들이 하는 것처럼 물고 빨고 해야 되나?]

[우엑! 그러면 화해 따윈 없다! 선전포고로 받아들이겠어!]

[흥. 나라고 가만히 있을 줄 아느냐?]

[자자, 그만들 하세요. 굳이 그럴 필요까진 없습니다. 꼭 닭살 돋는 말을 해야만 화해하는 건 아니지 않습니까? 앞으로 싸우지 않고, 한 곳에 정착하는 것만으로 충분합니다.]

[한 곳에 정착하다니?]

[그럼 지금처럼 코닝 산과 로운 산에 각자 사시려고요? 칠채 옥좌를 지켜야 할 텐데, 서로 떨어져서는 힘들 겁니다.]

[그 말이 옳다.]

[각자 번갈아 가면서 지키면…… 그건 힘들겠군.]

둘은 서로를 탐탁찮은 눈으로 쳐다보았다.

수백 년 넘게 싸우려다 같이 살려고 생각하니 기분이 좋지만은 않은 모양이었다.

수한은 그들에게 한 가지를 제안했다.

[지금 기계 괴수가 있는 자리에 터를 잡고 사는 것은 어떻습니까? 상징적인 의미도 크고, 두 나라의 중간 지점이니 두 분의 백성들을 보호하는 것도 더 쉬울 겁니다.]

그 말에 둘이 말다툼을 멈췄다.

몇 마디를 속닥거리더니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좋다. 그나저나 칠채 옥좌는 언제 줄 거냐?]

[기계 괴수를 쓰러뜨리는 즉시 드리겠습니다. 라오그뉴님은 신전 아래에 칠채 옥좌를 넣어두셨던데 두 분도 그렇게 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그게 칠채 옥좌 활용의 정석이지. 좋아. 그렇게 하자.]

미루스와 르익이 인간 형태로 변신했다.

SUV의 지붕 위에 걸터앉자, 숨어 있던 주민들이 나와 무수히 절을 했다.

르익이 주민들에게 손을 흔들었다.

수한은 SUV를 몰고 대로를 따라갔다. 그때마다 주민들이 나와 꽃잎을 뿌렸다. 엉엉 울부짖으며 실신하는 주민들도 많이 보였다.

가끔 이상한 시선을 던지는 주민들도 있었다. 르익과 너무나 닮은 미루스 때문이었다.

몇몇은 미루스의 정체를 알아차렸다.

수한은 그들의 상념을 읽었다.

[미루스 신이다!]

[설마 두 신께서 화해하신 건가?]

[만나기만 하면 싸우던 분들인데……]

급할 게 없었다.

수한은 천천히 SUV를 몰았다.

형제신이 나란히 이동 중이라는 사실이 금세 퍼졌다. 뤽마 왕국의 귀족들은 물론, 국왕과 주요 왕실 인사들까지 둘을 만나러 나왔다.

왕관을 쓴 화려한 차림새의 남자가 르익 앞에 무릎을 꿇었다.

[고귀한 달의 후예께서 어찌 이 누추한 땅을 밟으려 하시옵니까? 저의 등을 밟고 가소서.]

[쯧, 됐다. 인사나 해라. 내 형인 미루스다.]

뤽마 국왕의 눈이 커졌다.

[어찌, 어찌……]

[그렇게 됐다. 형과 화해하기로 했다. 지금 당장 기계 괴수를 잡으러 갈 테니 그렇게 알아라.]

[오오, 위대한 분이시여!]

르익의 선언을 들은 뤽마 국왕이 만세를 불렀다.

그 선언은 빠르게 뤽마 왕국 전체로 퍼졌다. 심지어 이웃나라인 미르수즈 왕국에도 전파되었다.

일행은 SUV를 타고 길벵 강을 향해 달렸다.

이제 남은 것은 기계 괴수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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