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레이드 커맨더-147화 (148/254)

< 용갑 변형 -1- >

가는 곳마다 주민들이 환대를 했다.

“$$#%@#!”

“$%&&@#!”

귀족들이 나와 머리를 조아렸다. 부디 하룻밤 묵어 갈 것을 청했지만, 형제신이 나서서 뿌리쳤다.

당연했다.

기계 괴수가 여전히 길벵 강에 머물러 있었다.

셀레이나가 말한 날짜도 얼마 남지 않았으니 서둘러야 했다.

하루 종일 달리고 달려, 마침내 길벵 강에 도착했다.

새미가 고글로 기계 괴수를 살폈다.

“아직 그대로네. 세라프들이 잘 막고 있는 것 같아.”

“다행이다. 두 세라프와 함께하면, 아무리 기계 괴수라도 충분히 잡을 수 있을 거야.”

“이 근처에 라미즈님이 계시다던데, 그 분을 찾아가는 게 어때요?”

거의 말이 없던 아르텔라가 오랜만에 입을 열었다.

마엘른도 고개를 끄덕였다.

“동감이오. 세라프 종족과 조율하는 게 필요할 테니까.”

길벵 강을 사이에 두고 서로를 마주보는 강변 요새.

라미즈도 그곳에 있었다.

셀레이나는 푸른 날개의 세라프, 라미즈는 붉은 날개의 세라프.

일행이 요새로 들어가자, 기다렸다는 듯 마중을 나왔다.

라미즈가 형제신을 한 번 보더니 수한에게 시선을 돌렸다.

[훌륭하다. 성공했구나.]

[이제 기계 괴수만 잡으면 됩니다.]

이쪽의 전력은 세라프 둘에 쥬페르 행성의 신이 셋, 거기에 더하여 수한 일행까지 있었다.

수한이 판단하기에, 세라프 종족을 주축으로 하면 대형 기계 괴수 사냥이 가능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라미즈가 난색을 표한 것이다.

[나와 셀레이나는 너무 오래 힘을 소모하고 있었다. 기계 괴수를 잡을 때 크게 도움이 되진 않을 것이다.]

결국 세 신이 주축이 되어야 한다는 것.

아슬아슬하겠다.

라오그뉴는 확실히 세라프 종족 한 개체와 비슷한 무력을 가지고 있었다. 형제신은 따로 떨어뜨리면 약하지만, 함께 하면 세라프 종족 한둘은 이길 수 있다고 자신했다.

그렇다면 지금까지 수한의 경험에 비추어 볼 때, 대형 기계 괴수와 비등비등했다.

문제는 기계 괴수 안의 제국인.

그 자가 실력이 좋다면 이쪽이 밀린다. 그렇지 않으면 오히려 몰아붙일 수 있었다.

라미즈가 희망적인 이야기를 했다.

[추정하건대, 제국인은 4익급 무기를 가지고 있는 것 같다. 그게 아니었으면 진작 봉인을 깨뜨렸겠지.]

그 정도면 해볼 만하다.

해가 떠오르는 시간, 길벵 강에 포진했다.

총 열 명.

두 세라프, 세 신, 수한, 새미, 마엘른, 아르텔라, 페롱 이사.

[시작하겠습니다.]

셀레이나가 말했다.

들고 있던 지팡이로 허공에 그림을 그렸다. 기하학적인 문양이 그려지더니 환한 빛을 뿜었다.

구구구구궁.

기계 괴수의 몸에서 묘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

라미즈가 신들을 보며 당부했다.

[도리깨를 주의하라. 도리깨는 맞는 순간 전신의 내장을 곤죽으로 만든다. 방어막이나 갑옷을 투과하는 성질이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

[알겠소.]

[맞지 않으면 되겠군.]

[일격에 죽지만 않으면 돼. 칠채 옥좌에서 회복한 다음 싸우면 되니까.]

신들이 본체로 돌아갔다.

세 방향으로 흩어진 채, 기계 괴수에게 접근했다.

마침내 기계 괴수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두 눈에서 빛을 뿜더니, 접근하는 신들을 감지했다. 아울러 멀리 떨어져 있는 세 신과 수한 일행을 한꺼번에 시야에 담았다.

“부우우웅!”

기계 괴수가 도리깨를 높이 들어올렸다.

그것을 신호로, 라오그뉴가 가장 먼저 달려들었다.

[죽어!]

움직임이 벼락같았다.

앗 하는 순간 이미 기계 괴수의 코앞에 도달해 있었다.

기계 괴수가 도리깨를 휘둘렀다.

라오그뉴가 관성의 법칙 따위 무시하고 그 자리에 정지했다. 몸을 바짝 낮추자 도리깨가 그 위를 지나쳤다. 다시 땅을 박차며 기계 괴수의 품 안으로 뛰어들었다.

퍼퍼퍼퍽!

동력핵이 있는 자리로, 폭풍 같은 연타가 쏟아졌다.

무지갯빛 섬광이 연거푸 터졌다. 방어막이 순식간에 찢어지고, 금속 장갑이 움푹 파였다.

미루스와 르익이 그 뒤를 따랐다.

[어린 사자에게 질 수 없지!]

[본때를 보여주마!]

둘은 라오그뉴보다는 확연히 느렸다.

그러나 기계 괴수의 시선이 라오그뉴에게 집중된 참이었다. 쉽게 파고들었다. 미루스는 기계 괴수의 등에 올라타 기계 괴수의 뒷목을 물고, 르익은 다리 하나를 물고 늘어졌다.

치악력으로 따지면 라오그뉴보다 강한 둘이다. 당장 뒷목이 으스러지고 다리가 박살나 기동력에 문제가 생겼다.

수한은 놀라 눈을 크게 떴다.

생각보다 강했다.

어쩌면 셋만으로도 기계 괴수를 해결할 지도 몰랐다.

기계 괴수가 반격에 나선 것은 바로 그때였다.

몸 곳곳이 열리며 광선포가 모습을 드러냈다. 시꺼멓고 뭉툭한 원형 물체도 나타났다. 광선포가 빛을 뿌리고, 원형 물체가 푸른 화염을 토했다.

[이크!]

[피해!]

두 늑대신이 급히 몸을 피했다.

반면 라오그뉴는 아직도 기계 괴수의 가슴을 때리고 있었다. 광선포 몇 발은 그대로 몸으로 때우고, 화염을 한참 뒤집어 쓴 다음에야 유유히 벗어났다.

[라오그뉴님, 괜찮으십니까?]

[괜찮아, 괜찮아.]

몇 군데 상처를 입긴 했는데, 그나마 빠른 속도로 회복되고 있었다.

방어 능력도 상당한 모양.

수한은 혀를 내두르면서도 아바돈을 겨눴다.

속성 부여 없이 가볍게 방아쇠를 당겼다.

회색 광선이 쏘아졌다. 기계 괴수의 방어막을 뚫고 금속 장갑을 타격했다. 비록 금속 장갑에 막히긴 했지만, 상당히 깊은 흔적이 남았다.

역시 SS급 무기라고 할까.

수한은 먼저 유도 속성을 기계 괴수의 가슴에 걸었다. 그 다음 실명과 마비 속성을 조합해서 마구 쏴대기 시작했다.

목표는 탐지 장치가 집중된 기계 괴수의 머리.

광선포를 쏘고 화염을 뿌리던 기계 괴수가 당장 혼란을 일으켰다. 신들을 정교하게 노리고 공격하는 게 아니라, 일단 접근을 막기 위해 아무데나 난사했다.

수한이 군체 의식으로 소리쳤다.

[지금입니다! 제가 탐지 장치를 교란하고 있으니까, 지금 공격하세요!]

[좋았어!]

신들이 눈을 빛내며 달려들었다.

새미가 손을 떨쳤다.

벼락이 떨어져 기계 괴수의 가슴을 향해 내리꽂혔다. 위협을 느낀 기계 괴수가 방어막을 강화시켰지만, 때 마침 아바돈에서 날아간 광선이 분열하며 방어막을 중화시켰다.

수천 개의 벼락이 끝없이 동력핵을 보호하는 금속 장갑을 후려쳤다.

라오그뉴가 급히 몸을 뒤집어 번개 공격을 피했다. 기계 괴수의 몸 표면에 드러난 광선포와 화염방사기를 부수면서, 새미를 향해 정신 감응을 날렸다.

[너 대단한데? 다시 봤어!]

새미는 말없이 웃었다.

늑대신들도 부상을 무릅쓰고 라오그뉴처럼 기계 괴수의 무기를 박살내기 시작했다.

너무 무모했다.

수한이 계속 실명 속성을 박아 넣었지만, 기계 괴수가 서서히 거기에 익숙해진 것이다.

탐지 장치 중 하나가 미루스의 움직임을 포착했다.

피피핑!

기계 괴수의 몸에서 철 채찍이 튀어나왔다.

철 채찍이 미루스를 후려갈겼다. 미루스가 비명을 지르며 나가떨어졌다.

그러나 진짜 공격은 그 다음이었다.

기계 괴수가 도리깨를 휘둘렀다.

도리깨가 정확히 미루스를 때렸다. 격타 순간, 격렬한 청색 파장이 일어나 미루스의 전신으로 스며들었다.

[커헉!]

미루스가 피를 뿜었다.

눈, 코, 입, 귀 등 전신의 모든 구멍에서 붉은 피가 터졌다. 몸을 뒤틀며 고통스러워하는 게, 치명타를 입은 것 같았다.

르익이 고함을 질렀다.

[멍청아! 그걸 맞으면 어떻게 해? 저번처럼 피했어야지!]

[흥, 멍청한 건 너다. 재현 능력을 잊은 거냐? 이젠 칠채 옥좌도 있다.]

[아, 그렇지.]

미루스는 몸을 굴려 전장을 빠져나왔다.

자신의 몸을 축소시키더니 일반적인 늑대 크기로 변했다. 비틀거리면서도 몸을 날려 수한의 옆으로 왔다.

수한은 염려하는 눈으로 미루스를 보았다.

[괜찮습니까?]

[괜찮다. 작정하고 맞은 거니까. 칠채 옥좌를 사용할 수 있게 해다오.]

[좋습니다.]

뭔가 꿍꿍이가 있나 보다.

수한은 칠채 옥좌를 한쪽에 던졌다. 꽃봉오리처럼 오므려져 있던 칠채 옥좌가 활짝 벌어졌다. 꼭 연못 위에 핀 연꽃처럼 피어난 것이다.

미루스는 그 안에 들어가 엎드렸다.

칠채 옥좌에서 찬란한 빛이 쏟아졌다. 그 빛이 미루스를 어루만지자, 만신창이가 된 미루스의 몸이 급속도로 회복되었다.

겨우 몇 초.

미루스가 회복하는데 걸린 시간이었다.

위풍당당하게 고함을 지르며 전장에 합류했다.

[죽어라!]

미루스의 몸에, 어디선가 본 청색 광채가 어려 있었다.

한달음에 거리를 좁히더니 몸으로 기계 괴수를 들이 받았다. 그러자 광채가 겹겹이 일어나며 파동으로 바뀌었다. 그 파동이 방어막을 무시하고 기계 괴수의 내부로 투사되었다.

“허!”

수한은 사태를 알아차렸다.

미루스와 르익, 형제신에게는 상대의 공격을 복사해서 그대로 재현하는 능력이 있었던 것이다.

“부우우우!”

기계 괴수가 묘한 소리를 질렀다.

강맹하게 도리깨를 휘두르는데, 이번에는 르익이 그 앞으로 자청해서 뛰어들었다. 모르는 사람이 보면 자살하려는 것으로 보일 지경이었다.

역시 작게 변한 후 칠채 옥좌를 사용했다. 완전히 몸을 회복시킨 후, 파란 빛을 발하며 달려들었다.

다른 이들도 기계 괴수를 공격했다.

마엘른은 근접하여 카일룸을 찔렀다. 그때마다 송곳처럼 뾰족한 기운이 솟구쳤다. 주로 다리 관절의 중요 구동부를 공격하여, 기동력을 최대한 빼앗았다.

아르텔라도 비슷한 식으로 움직였다. 아주 작은 반투명한 용들을 불러 기계 괴수의 관절에 들러붙게 했다. 주로 도리깨를 휘두르는 팔의 관절을 노렸다.

페롱도 새미처럼 열심히 공격을 퍼붓고 있었다. 비록 새미에 비하면 손색이 심하지만, 상당히 도움이 되었다.

세라프들은 전투에 가세하지 않았다. 지난 시간 기계 괴수를 붙드느라 힘을 많이 소모했기 때문이었다. 그래도 자기들 무기를 꺼낸 채 언제든 뛰어들 준비를 하고 있어서, 심리적으로 안정감이 들었다.

모두 정신없이 기계 괴수와 싸우는 중이었다.

반면 할 일 없이 구경만 하는 존재도 있었다.

“키이잉.”

용이가 처량한 목소리를 냈다.

수한과 함께하고서는 기계 괴수와 싸울 때 항상 주도적인 역할을 했던 용이였다.

가브낙 행성에서는 지휘 장갑차와 융합해서 타이탄 공격대에게 결정적인 도움을 주었다. 질라 행성에서는 기계용이 되어 일선에서 기계 괴수들을 사냥했다.

그런데 여기선 이게 뭐냐?

전투에 참가하기는커녕 뒤에서 구경만 하는 신세 아니냐.

기껏 칠채 옥좌의 힘으로 진화했는데, 이래서야 진화한 보람이 없었다.

[나도 싸우고 싶어.]

용이가 읊조렸다.

하지만 방법이 없다.

용이에겐 따로 무장이 없으니까. 근처에 융합할 수 있는 기갑 장비가 있는 것도 아니고.

SUV?

그거랑 융합해서 뭐하겠나. 그냥 이동수단에 불과한데.

용이는 수한을 쳐다보았다.

쉬지 않고 아바돈의 방아쇠를 당기는 게 보였다. 그때마다 회색 광선이 쭉쭉 쏘아졌다.

용이는 부러움을 느꼈다.

차라리 총으로 변할 수 있으면 좋을 텐데. 그러면 아바돈 대신 수한과 함께 기계 괴수를 공격할 수 있지 않겠나.

‘응? 총으로 변한다고?’

용이는 고개를 갸웃했다.

무장이 없는 한, 총으로 변해봐야 그건 장식에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총이 아니라면 어떨까?

용이의 시선이 수한이 입고 있는 각종 이능 장비를 향했다. 그러다 눈을 굴려, 저기서 기계 괴수들과 싸우고 있는 신들이 입은 갑옷을 보았다.

저거라면 가능하다.

원래 있었어야 했으나 결여되었던, 용이의 근간 중 하나가 재생된 지금은 충분히 현실화시킬 수 있었다.

“캬아앙!”

용이가 앙칼진 울음을 터뜨렸다.

강렬한 심상이 수한의 의식으로 파고들었다.

수한은 깜짝 놀라 용이를 돌아보았다.

용이의 몸이 조각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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