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레이드 커맨더-149화 (150/254)

< 복귀 -1- >

도대체 무슨 말을 하려는 거지?

수한은 괜히 불안해지는 것을 느꼈다.

[뭔가 하실 말씀이라도?]

라오그뉴가 나긋나긋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응. 너희들, 공격대 소속이랬지?]

[그렇습니다만.]

[잘 됐다. 나도 거기 끼워 줘.]

[예?]

수한은 눈을 크게 떴다.

가까이 와 있던 새미가 이상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새미도 군체 의식 덕에 둘의 대화를 들은 것이다.

[저희 공격대에요? 왜요?]

[왜긴? 지금처럼 대단한 모험을 할 수 있을 거 아냐? 이제 쥬페르 행성에 남은 기계 괴수는 거의 없어. 여기 있어봐야 변이체들랑 드잡이질이나 할 테니, 널 따라가는 게 좋겠지.]

[흠.]

수한은 팔짱을 끼고 생각에 잠겼다.

라오그뉴가 합류하겠다면 환영할 일이다.

단신으로 소형 기계 괴수를 때려잡을 정도로 강한 존재니까. 방금도 대형 기계 괴수와 맞서 계속해서 공격을 꽂아 넣지 않았나.

라오그뉴는 방랑벽이 있고 모험심이 강한 어린 신.

쥬페르 행성은 물론, 이계까지 간 적이 있다고 했다. 지금의 제안도 그 연장선에 있는 것 같았다.

라오그뉴의 눈이 수한에게 다가오는 마엘른과 아르텔라를 향했다.

[미드가르드 엘프와 질라 행성인도 되는데, 나한테 안 된다고 하지는 않겠지?]

하긴 그렇다.

수한은 빙긋 미소를 지었다.

[환영합니다.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나도 잘 부탁해!]

[환영해요, 라오그뉴님.]

[잘 부탁드리겠소, 마엘른이라 하오.]

[아르텔라에요. 잘 부탁드려요.]

수한은 일단 자신과 타이탄 공격대의 사이를 설명했다.

지금까지 말한 것으로는 수한을 따라오겠다는 건지, 타이탄 공격대에 소속되겠다는 것인지 명확하지 않아서였다.

사정을 들은 후, 라오그뉴가 당연하다는 듯 말했다.

[널 따라가는 거지. 타이탄 공격대? 이름도 못 들어봤는데 거기에 왜 적을 둬? 거기다 곧 탈퇴한다고? 그럼 얘기가 뻔한 거 아냐.]

[그야 그렇지요.]

마엘른이나 아르텔라처럼 하기로 했다.

타이탄 공격대와는 단기 계약을 맺는 것으로 충분했다. 어차피 몇 달이 지나면 수한이 자신의 공격대를 만들 테니, 그 공격대에 소속되는 형식을 취하면 된다.

이렇게 다섯.

지구인 둘에 미드가르드 엘프, 질라 행성인, 쥬페르 행성의 신이 새로운 공격대의 초기 구성원이 될 것이다.

“그런데 오빠, 그건 뭐야?”

새미가 수한이 입은 갑옷을 훑어보았다.

흡사 영화나 소설에서 나오는 용인(龍人)을 보는 듯했다. 거무튀튀한 무광의 금속이 전신을 감싸고 있어서, 묵직한 위압감이 풍겼다.

수한은 피식 웃고는 손가락을 튕겼다.

갑옷이 벗겨졌다.

착용 순간의 역순을 밟아나갔다.

투구가 하늘로 치솟았다. 날개가 떨어지고, 팔과 다리가 분리되었다. 가슴 갑옷과 등 갑옷이 금속음과 함께 앞뒤로 벌어졌다. 그리고 그것들이 한데 뭉쳐 익숙한 형상을 만들었다.

용이.

용이가 허공에 체류한 채 코를 쫑긋 세웠다.

[나야! 어때? 멋있지?]

[너였어?]

새미가 감탄을 터뜨렸다.

아까는 번개를 떨어뜨리느라 용이가 갑옷으로 변형하는 것을 보지 못했던 것이다.

마엘른과 아르텔라가 놀란 표정을 지었다.

[스스로 변형하여 갑옷이 되는 무구에 대해서는 몇 번 들어보았소. 하지만 이 정도 성능을 발현하는 무구는 없었소.]

[세상에는 정말 별 게 다 있네요. 제 고향에는 전설의 무기라고 해도 스스로 불을 일으키는 검이나 던지면 저절로 돌아오는 창 정도였는데.]

이런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 형제신이 돌아왔다.

본체로 돌아간 상태인데, 자기 몸통에 온갖 보물들을 주렁주렁 묶어놓고 있었다.

둘은 거의 동시에 도착했다.

기게 괴수 앞에 착지하더니, 보물들을 한 곳에 쌓아두었다.

[한 번 골라 보아라. 내가 지금까지 모은 것들인데, 꽤 쓸 만 할 거다.]

형제신인데도, 둘이 모아둔 보물의 종류가 참 달랐다.

미루스는 흔히 말하는 금은보화와 각종 이능 장비를 모았다. 검, 창, 갑옷, 여러 장신구가 불룩하니 쌓였다.

반면 르익은 힘의 결정을 위주로 모았다. E급부터 S급까지 아주 다양한데, 힘의 결정이 수십 개가 모이자 서로 어우러져 빛을 뿜는 게 아주 볼 만 했다.

그 중 수한의 눈을 사로잡는 게 있었다.

다름 아닌 정신 계열 S급 힘의 결정이었다.

이것까지 흡수에 성공하면 변조 계열과 투시 계열, 신속 계열, 그리고 정신 계열까지 네 개의 S급 초능을 얻는 셈이었다.

수한은 주저하지 않고 그걸 골랐다. 그러자 르익이 미루스에게 보란 듯이 콧김을 뿜었다.

[반짝이는 물건들만 수집하면 뭘 해? 나처럼 실속을 차려야지. 그런 것들은 보기나 좋지, 본인 능력 강해지는 거랑 비교가 되겠어?]

[흥! 이봐, 지구인. 이거 어때? 절대성검이라는 물건인데, 주인을 모든 외부의 공격에서 보호해주는 녀석이야. 뭇 영웅들이 탐내는 물건이라고. 좋아 보이지 않아?]

미루스가 수한에게 검 한 자루를 안겼다.

화려한 검이었다.

온갖 보석으로 검 자루를 장식하고, 뽑아든 순간 보광이 수한의 눈을 찔렀다.

겉보기에는 최강의 검 같은데, 수한은 등급을 확인한 뒤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전설 등급.

물론 그것만으로도 좋지만, 마엘른이 소지한 카일룸만 해도 절대 등급 아닌가. 거기다 수한이 검을 쓰는 것도 아니니, 사실 필요가 없는 물건이었다.

[차라리 저걸 주시죠?]

수한은 미루스가 가져온 보물 중 하나를 가리켰다.

회색 신발.

겉보기에는 별 것 없어 보인다. 그렇게 특이한 점이 하나 있었다. 언뜻 보면 모르지만, 자세히 보면 신발 주변의 공간이 왜곡되어 보이는 것이다.

수한은 한눈에 그 정체를 알아보았다.

차원 전이의 신발.

단거리 공간 도약을 가능하게 하고, 하루에 1번 몸을 이차원으로 옮겨 외부의 공격을 무시하는 능력이 있었다. 방어나 회피용으로 아주 유명한 물건이었다.

전설 등급 장비, 즉 S급.

미루스가 손뼉을 쳤다.

[아, 저게 있었지! 좋네. 얼마든지 가져가게. 다른 거 갖고 싶은 것은 없어?]

[제 동료들도 하나씩 가져가도 되겠습니까?]

[물론이지.]

다른 둘도 적당한 물건을 골랐다.

새미는 목걸이, 마엘른은 허리띠.

목걸이는 이능 사용 시 소요되는 힘을 줄여주는 종류였다. 새미는 이능을 발현할 때 많은 힘을 소모하니 꽤 도움이 될 터였다. 허리띠는 수한의 것처럼 공격당하면 자동으로 방어막을 형성하는 기능을 가지고 있었다.

둘 다 S급.

반면 아르텔라는 르익이 모은 것 중 하나를 골랐다.

AA급 소환 계열 힘의 결정이었다.

[흠, 좀 부족한 것 같은데?]

르익이 미루스를 힐끔거리더니 말했다.

미루스는 S급 장비를 세 개나 주었는데, 자신은 S급 힘의 결정 한 개와 AA급 힘의 결정 한 개로 끝나니 이상한데서 경쟁심에 불이 붙은 것이다.

[그렇지, 이것도 가져가라.]

르익이 힘의 결정 두 개를 더 밀어주었다.

AA급과 A급 외능 계열 힘의 결정.

아르텔라가 비단 소환 계열만이 아니라, 외능 계열 이능도 갖고 있다는 것을 눈치 챈 것이다.

아르텔라가 난색을 표했다.

[제겐 너무 과분합니다.]

현재 아르텔라의 외능 계열 이능은 C급.

르익이 준 힘의 결정을 흡수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일단 B급이 된 다음에야 써먹을 수 있겠지.

상관없다는 듯 르익이 웃었다.

[지금은 아니더라도 나중에는 쓸 수 있겠지. 그것으로 충분하다.]

의지 계열이나 구현 계열 S급 힘의 결정이 있었다면 수한에게 줬겠지만, 하필 수집 목록에 그게 없어 차선책을 취한 것이다.

미루스가 위엄 있게 말했다.

[이것으로 빚은 갚았다.]

[감사합니다.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S급 힘의 결정도, 차원 전이의 신발도 매우 귀중한 물건이었다.

르익이 부드럽게 웃음을 지었다.

[칠채 옥좌에 비하면 별 것 아니다. 우리의 재현 능력과 최고의 궁합을 가진 물건이거든. 앞으로 백 년 안에, 우리들은 신계에 다시 입성할 수 있을 것이다.]

[미리 축하드립니다.]

[고맙다. 나중에라도 우리의 도움이 필요하면 연락을 해다오. 너희는 우리의 은인이니, 전력을 다해 돕겠다.]

[말씀이라도 고맙습니다.]

두 신의 무력은 기계 괴수와 싸우면서 그 강건함을 충분히 실감했다. 언제든 도움이 될 것이다.

수한은 페롱을 돌아보았다.

“이제 저희는 슬슬 돌아가려고 하는데, 페롱 이사님은 어떻게 하실 겁니까?”

“타이탄 공격대와의 계약이 끝나지 않았습니다. 저도 돌아가야지요. 몇 달만인지 모르겠습니다.”

“그럼 저희랑 같이 가면 되겠습니다.”

형제신과 라오그뉴에게도 지구로 귀환하겠다고 통보했다.

그러자 라오그뉴가 신바람을 냈다.

[드디어 지구에 가는구나! 기대 된다! 강철 새들이 하늘을 날고 강철 배들이 바다를 떠다닌다며?]

[실제로 보면 별 것 아닙니다.]

형제신이 크게 연회를 열어 주었다.

수한은 술잔을 기울이며 정보창을 확인했다.

레벨이 꽤 올랐다.

질라 행성 원정이 끝난 시점에서, 수한의 레벨은 360이었다. 그러던 게 노르헤임 행성과 헤븐 행성을 거쳐 쥬페르 행성의 형제신들을 중재하는 동안 395레벨까지 올라갔다.

쥬페르 행성에서 얻은 것이 특히 컸다.

대형 기계 괴수 안의 제국인이 가지고 있던 레벨 업 도우미를 흡수했으니까. 그들이 가사 상태라는 사실도 알아냈고.

더구나 기술 중에 분쟁 조정도 1 레벨이 올랐다. 지능과 직감, 위엄도 1이 올랐으니 쥬페르 행성에 온 보람이 있었다.

그나저나 395레벨이라면 한 가지 신경 쓸 게 더 있다.

바로 일곱 번째 초능.

초능 창에는 여전히 400과 500이라는 숫자가 남아 있었다.

일곱 번째 초능이 개방되기까지 얼마 남지 않은 셈.

슬슬 뭘 선택할지 고민해야겠다.

시간은 많았다.

이번에는 초능 개발에 두 달이 넘게 걸릴 테니까. 힘의 결정 흡수 효율까지 생각하면 지금까지 선택하지 않았던 다른 계열을 택해야 할 테니, 그렇게 오래 고민할 필요도 없었다.

“오빠, 기분이 좋나 봐.”

옆에서 새미가 종알거렸다.

수한은 어깨를 으쓱했다.

“그럼, 당연하지. 솔직히 기대 안 하고 왔는데 많은 걸 얻어가잖아?”

“그건 그래.”

대형 기계 괴수의 전리품은 미르수즈 왕국과 르익 왕국에서 지구로 보내주기로 했다. 칠채 옥좌를 형제신에게 돌려주고, 기계 괴수 공략을 도와준데 대한 보답이었다.

다음날, 수한은 이른 아침부터 SUV에 시동을 걸었다.

기이이잉!

전기 엔진이 묘한 소리를 냈다.

용이가 하품을 하더니 SUV와 융합되었다. SUV가 뚱뚱한 기계용처럼 변했다.

형제신이 앞발을 흔들었다.

[잘 가라!]

[라오그뉴를 잘 챙겨라. 아무리 독립했다고 해도, 라오그뉴의 신상에 문제가 생기면 갈레옹과 아조떼가 가만히 있지 않을 거다!]

[흥, 아저씨들이나 잘 해! 또 투닥투닥 다투지 말고!]

[하하, 알았다.]

용이가 SUV를 출발시켰다.

SUV가 기세 좋게 달려 나갔다.

소식을 들었는지 대로가 주민들로 가득 차 있었다.

주민들이 SUV를 보고 만세를 불렀다.

“#@$##^*!”

“@#^#$^!!”

평화가 찾아온 것을 진심으로 기뻐하는 모습이었다.

수한의 입가에 가느다란 미소가 걸렸다.

그들이 해방된 위험은 단지 기계 괴수만이 아니다. 미루스와 르익이 화해하면서, 향후 벌어졌을 수많은 전쟁에서도 해방되었다.

그 마음을 짐작한 듯, SUV가 천천히 움직였다. 영주성을 둘러싼 마을을 벗어난 다음에야 속도를 올렸다.

일행은 다음 영지에서도, 그 다음 영지에서도 환대를 받았다.

새미가 주민들을 보고 말했다.

“사람들이 많이 좋아하네. 진작 이렇게 됐으면 좋았을 텐데.”

“그러게. 하지만 여기 사람들은 신들에게 영향을 많이 받으니까, 자기들이 신들을 화해시키기는 어려웠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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