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격대 구성 -1- >
공격대를 구성하는 사람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전투 인력이다.
거기에 원정 가는데 필요한 자질구레한 일을 처리할 지원 요원과, 원정으로 얻은 전리품을 팔거나 연구하여 실질적인 이익으로 바꿀 일반 사원들이 필요하다.
정부에 준비한 서류를 모두 제출했다. 동시에, 각종 일간지와 구인 웹사이트에 모집 공고를 냈다.
전투부를 제외한 전 부서.
공고가 나가자마자 문의 전화가 빗발쳤다.
수한은 별 생각 없이 전화를 받았다가 기겁을 했다. 24시간 끊이지 않고 전화가 울렸기 때문이었다.
별 수 없이 임시로 홈페이지를 개설했다.
공고를 다시 냈다.
모든 문의 사항은 홈페이지를 통해서만 받겠다는 것과, 이력서 제출도 홈페이지를 통해서 해달라는 것.
이번에는 홈페이지 서버에 과부하가 걸렸다. 부랴부랴 서버 업체에 연락해서 회선을 증설했다. 그런 다음에야 홈페이지가 완성되었다.
수한은 홈페이지를 둘러보고 혀를 내둘렀다.
“이것 봐, 벌써 5천 명이 지원했어!”
“뭐? 지원 요원 20명에, 일반 사원 50명으로 시작하기로 한 거 아니었어?”
“그랬지. 우와, 지원 요원에 이력서 낸 사람이 벌써 3천 명이나 돼!”
“배당을 받으니까 그런가 보다.”
“1몫 밖에 안 되도 그게 어디야. 1년으로 따지면 수십억은 벌겠다. 내가 그 입장이라도 우리 공격대에 지원할 거야.”
이거 무슨 기준으로 뽑아야 할지 모르겠다.
수한은 일반 사원은 먼저 네 동기, 아니 네 명의 과장에게 맡겼다. 그들이 1차 서류 전형을 담당한 뒤, 면접은 수한과 새미도 같이 들어가기로 한 것이다.
지원 요원은 온전히 수한의 몫.
3천 명의 서류를 보려고 생각하니 머리가 아팠다.
새미가 옆에서 참견했다.
“그냥 뭐 하나 기준 정해놓고 그 아래는 다 잘라버려. 타이탄도 그렇게 하잖아.”
“옛날 생각난다. 난 고졸이라서 타이탄에는 바로 잘렸는데.”
“아, 진짜?”
“응. 타이탄은 신입은 대졸만 뽑거든. 외계 행성학과나 세라프 어문학과를 선호하지. 내가 생각하기엔 굳이 그럴 필요까진 없는 것 같아.”
수한은 궁리하다가 몇 가지 원칙을 세웠다.
첫째, 한국어가 가능할 것.
최소한 의사소통은 가능해야 하지 않겠나. 물론 정신 계열 이능이나 통역 기능 장비를 가지고 있으면 논외고.
둘째, 범죄 경력이 없을 것.
지구에서의 범죄를 말하는 게 아니다. 외계에서의 범죄를 말하는 거다. 이 부분은 서류 심사만으로는 한계가 있으니, 면접 과정에서 직접 걸러내야겠다.
셋째, 종족 차별 주의자가 아닐 것.
인종 차별과 마찬가지로 종족 차별도 존재한다. 특히 지구보다 발전하지 않은 외계 행성의 종족들이 그러했다. 지금도 마엘른이나 라오그뉴를 보는 시선과 아르텔라를 보는 시선이 다른 이들이 꽤 많았다.
그런데 이것도 면접에서 구분해야 하니, 서류는 다 봐야 할 것 같았다.
서류를 보니 아주 화려했다.
대한민국의 상위 공격대 소속 지원 요원들은 몽땅 서류를 넣은 것 같았다. 알바트로스의 상군, 타이탄의 석구의 서류도 보였다. 심지어 외국에서도 온갖 서류가 날아들었다.
‘일단 10%만 추리자.’
3천명을 다 면접 볼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그렇다 보니 경력이 있는 사람 위주로 뽑게 되었다. 특히 상위 공격대에 있었던 사람에게 우선 눈이 갔다.
하지만 상위 공격대에 있었다고 무조건 실력이 있는 건 아니라는 게 문제였다. 분명 이들 중에도 고문관이 섞여 있을 테니, 잘 추려야 했다.
수한은 홀로그램을 이용해 화면을 몇 개나 띄워놓고 그것들을 들여다보았다. 오피스 프로그램을 이용해 그들의 경력을 정리하고, 특이사항도 한쪽에 적어두었다.
그렇게 며칠을 작업한 끝에, 딱 6백 명을 추렸다.
“으으으!”
수한은 진저리를 쳤다.
겨우 1주일 동안 모집했는데 6천명이 몰려들었다. 그 중 가장 원정 경험의 질이 높은 이들로 10%를 추린 것이다.
어디에서 무슨 과장, 팀장을 한 것보다는 원정 경험을 보았다. 기계 괴수를 잡은 원정에 참여했으면 가산점을 주고, 다양한 행성 원정을 다녀왔으면 또 가산점을 주었다.
그러다 보니 경력이 없으면 아무래도 꺼려졌다.
나중에 규모가 좀 커지면 대형 연수원을 짓고 무경력자들도 뽑아야겠다. 잘 교육시키면 오히려 그들이 더 높이 성장할 수도 있으니까.
“실기 시험은 안 볼 거야?”
“응. 면접으로 끝내려고. 다 경력자여서, 기본적인 실력은 있거든.”
“경력자가 좋긴 좋구나. 난 처음 원정 다닐 때 경력자만 뽑는다고 해서 욕하고 그랬는데.”
가장 중요한 것은 간부들을 뽑는 거였다.
기본적으로 수한은 공격대 경영에는 문외한이었다. 아무리 무리 통솔과 분쟁 조절 기술의 도움을 받는다 해도 마찬가지였다. 타이탄 공격대에 있을 때 보았던, 전문 경영인이 필요했다.
그 1명만 있다고 다 되겠나?
최소한 인사과와 총무과, 관리과는 필요하다. 나중에는 홍보과와 법무과, 분석과도 만들어야겠지. 이외에도 만들어야 할 건 많지만, 중요한 건 앞서 언급한 네 명이었다.
게다가 수한 본인의 비서도 뽑아야 했다. 하도 바쁜 자리이니, 누군가 개인 일정을 정리해줄 사람이 필요했던 것.
여기에 대해서도 공고를 냈다. 좀 조건을 까다롭게 했는데도, 서류들이 엄청나게 들어왔다.
간부급도 수한이 챙기다 보니 시간이 많이 걸렸다. 워낙 훌륭한 사람이 많아서, 국내 최상위권으로만 뽑았는데 50명이 훌쩍 넘어갔다.
네 명의 과장들도 이때쯤에는 서류 심사를 종료했다.
이들도 10%씩 뽑았다. 그렇게 해도 면접 대상자가 3백 명이나 되었다.
합치면 9백 5십 명.
하루에 1백 명씩 면접을 해도 10일이 걸리게 생겼다.
영업과장을 맡기로 한 동휴가 뜨악한 표정을 지었다.
“사장님, 이 사람들을 전부 보시게요?”
“우리 공격대 창립 멤버를 고용하는 건데, 신중하게 해야죠.”
“그래도 너무 많은데요. 적당히 2차 시험 봐서 더 줄이는 게 어떻겠습니까?”
“음, 제가 뽑은 지원 요원 6백 명은 꼭 얼굴을 보고 싶을 정도로 실력 있는 사람들이었습니다. 네 분이 뽑은 사원들은 어떻던가요?”
“사실 저희도 그렇습니다. 다들 대단한 사람만 지원해서, 추려내느라 애를 먹었어요.”
“그 정도 사람들이니, 얼굴이라도 한 번 봐야 하지 않겠습니까?”
과장 넷이 서로 얼굴을 쳐다보더니, 알았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9백 명에게 이메일을 보냈다.
면접 날짜와 시간을 통고한 것이다.
하루에 백 명. 오전 오후로 나누어 50명씩 보기로 했다. 마지막 날만 50명이었다. 그걸 일일이 정리해서 이메일로 보내는 것도 시간이 꽤 걸렸다.
면접날이 되었다.
무려 열흘이나 되는 대장정.
수한은 9시에 정확히 새미와 함께 출근했다.
“사장님, 오셨습니까?”
사무실이 위치한 건물의 경비원이 꾸벅 허리를 숙였다.
수한은 수고하라고 인사한 후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아직 면접 시간이 좀 남았는데도 검은 양복을 입은 남자들이 우글거렸다. 그들이 수한을 보더니 분분히 인사를 했다.
“안녕하십니까? 백철명이라고 합니다.”
“처음 뵙겠습니다! 김명훈입니다!”
“아아, 반갑습니다. 면접 보러 오셨나 보죠?”
“예. 꼭 사장님 밑에서 원정을 다니고 싶습니다!”
“하하하. 면접을 잘 보시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겁니다. 일이 밀려 있어서, 먼저 들어가 보겠습니다.”
조만간 면접에 들어갈 심사위원들이 모두 모였다.
총 11명.
수한, 새미, 라오그뉴, 마엘른, 아르텔라, 드빌, 뉴팩, 동휴, 권준, 지훈, 유미.
현재 미르 공격대에 소속된 이들은 모두 참가하는 것이다.
“들어오시라고 할까요?”
사무실을 얻자마자 고용해 두었던 스무 살짜리 경리가 배꼼 고개를 내밀었다. 수한은 묵직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가슴에 번호표를 단 남자들이 차례로 입장했다.
지원 요원들.
수한이 경험했던 것처럼, 험한 일이다 보니 남초 현상이 극심했던 것이다.
그들이 인사를 하고 앉자, 수한은 타블릿 PC에 뜬 인적사항을 보고 한 명씩 호명했다.
“최민수씨, 이우성씨, 김민준씨, 박현우씨, 정영진씨?”
“예!”
“예!”
이름이 불릴 때마다 남자들이 대답을 했다.
수한은 한 번씩 그들에게 시선을 주었다.
겉으로 보기에는 다들 비슷비슷해 보였다. 마른 듯한 몸은 근육으로 꽉 차 있고, 눈빛은 불똥이 튀기듯 매서웠다.
절대자의 눈을 사용한다면 그들의 속내는 물론, 실력까지 읽어낼 수 있겠지만 그건 불법이다. 그걸 발현하지 않고도 자연스럽게 느껴지는 기세로 판단할 수밖에 없었다.
수한은 내심 입맛을 다셨다.
레벨 업 도우미가 다른 사람의 능력치도 읽어주면 참 편할 텐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 그것만 비교한 뒤 가장 뛰어난 인물들만 뽑으면 되지 않겠나.
불가능한 생각은 그만.
첫 번째 질문을 던졌다.
“여기 계신 분들께 한 가지 질문을 하겠습니다. 원정을 나간 상태라고 가정해 봅시다. 원정대의 전력은 AA급 변이체 1마리를 간신히 잡을 정도에 해당합니다. 1달 원정 끝에 만족스러운 성과를 거두고 돌아가는 길에, AA급 변이체 1마리가 현지인의 마을을 공격하고 있다고 합시다. 잡을 수도 있고, 잡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원주민들을 도울 수도 있고, 아니면 변이체가 물러간 후 마을을 털 수도 있습니다. 여러분이 원정대의 대장이라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다양한 의견이 나왔다.
당장 개입해서 원주민들을 도와 변이체를 잡겠다는 사람, 지켜보다가 원주민들만 구해준 뒤 귀환하겠다는 사람, 변이체만 잡고 돌아가겠다는 사람, 못 본 척 하겠다는 사람 등등.
어차피 정답이 없는 문제였다.
다만 수한은 어떤 식으로든 원주민을 돕겠다고 한 사람에게 가산점을 주었다.
미르 공격대에는 외계 종족이 많고, 기존에 수한이 쌓아 놓은 인맥도 있으니 되도록 외계인에게 호의적인 인물을 뽑기 위해서였다.
다른 사람들도 점수를 매기는 게 보였다.
다음 질문에 들어갔다.
“두 번째 질문입니다. 원정 중 다른 행성의 원정대를 만났다고 가정합시다. 경쟁 끝에, 최종 목표로 삼았던 고위 변이체를 그 원정대가 우리 원정대에 앞서 사냥에 성공했습니다. 그러면 여러분은 어떻게 하실 겁니까? 승복하고 돌아오시겠습니까? 아니면 그 원정대를 기습하여 변이체 시체를 빼앗겠습니까?”
이건 좀 엇갈렸다.
기습하여 시체를 빼앗겠다는 사람과 그냥 돌아오겠다는 사람이 반반 정도 되었다.
수한은 점수를 표시한 후, 마지막 질문을 했다.
“마지막 질문입니다. 원정 도중, 변이체들의 습격으로 원정대가 위기에 빠졌다고 합시다. 그 원정대는 12명으로 이루어져 있고, 여러분은 그 중 1명입니다. 마침 여러분에겐 딱 2장의 장거리 공간이동 주문서가 있다고 하면, 그 12명 중 누구를 구하실 겁니까?”
면접을 보던 남자들이 서로 눈치를 보았다.
수한은 눈길을 주자, 가장 앞선 최민수가 조심스럽게 대답했다.
“사장님과 부사장님을 구하겠습니다.”
“왜 본인을 구하지 않고요?”
“제가 미르 공격대에 취업하게 된다면, 미르 공격대는 제 집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제가 비록 어떻게 되는 한이 있더라도, 사장님과 부사장님을 구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배에 힘을 주고 소리치지만, 공허하게만 들렸다.
수한은 들으면서도 어이가 없었다.
듣기야 좋지만, 실제 상황에서 그렇게 움직일 사람이 어디 있겠나.
다 본인부터 챙기지.
수한이 질문한 의도도 남은 1장의 주문서로 누굴 구하는지, 왜 그 사람을 선택했는지 알아보려는 거였다.
차라리 진심이었다면 대단하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수한의 초인적인 직감이 뻔한 거짓말이라고 속삭이고 있었다. 수한은 마음속으로 X표를 쳤다.
다음은 이우성.
“저는 부사장님과 방유미 과장님께 주문서를 드리겠습니다.”
“이유를 알 수 있겠습니까?”
“여자 분이잖습니까? 남자에게는 여자를 보호할 의무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듣기에는 농담 같은데, 두 눈에 진심이 깃들어 있었다.
차라리 그런 거면 낫다. 말과 행동이 일치할 테니까. 되도 않는 아첨을 늘어놓는 것보다는 훨씬 좋았다.
그 외에도 별의 별 의견이 다 나왔다.
본인과 수한을 살리겠다는 사람, 본인과 아르텔라를 살리겠다는 사람 등등.
이것으로 면접이 끝났다.
“모두 고생하셨습니다. 돌아가셔도 좋습니다. 결과는 이메일로 통보하도록 하겠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남자들이 정중히 인사를 하고 밖으로 나갔다.
오전 내에 10개 조, 50명을 보려면 서둘러야 했다. 쉴 틈도 없이 다음 조가 들어왔다.
질문은 대동소이했다. 3번째 질문만 똑같았다.
백인백색이라더니, 다양한 대답이 나왔다. 수한이 생각지도 못했던 기상천외한 답을 내는 사람도 있었다.
또, 가끔은 유독 기세가 강한 사람이 들어왔다.
일반인들은 모르겠지만, S급 투시 계열 초능을 가진 탓에 알 수 있었다. 육체적인 측면에서는 물론, 정신적인 측면에서도 다른 사람들보다 우월하다는 것을.
수한은 특히 그런 이들을 눈여겨보았다.
광풍처럼 오전이 지나갔다.
“아구구구, 죽겠네요. 면접이 원래 이렇게 힘든 거예요?”
지훈이 스트레칭을 하며 앓는 소리를 냈다.
사실 수한도 좀 피곤했다.
체력 괴물인 수한도 그런데, 일반인인 4명의 과장이야 죽을 맛일 터였다.
수한은 시계를 들여다보았다.
12시.
점심시간이었다.
자리에서 일어나며 다른 사람들에게 말했다.
“자, 점심 먹고 오죠. 1시 되면 또 사람들이 들이닥칠 겁니다.”
“끔찍하네요.”
“세상에 쉬운 일 하나 없구나……”
주말까지 끼어서 총 12일.
계속 면접에만 매달렸다. 오전 오후 내내 면접을 보는 것으로도 모자라, 저녁에는 서로가 준 점수를 확인하고 면접자들에 대해 토론을 했다.
뛰어난 인물은 보여도 압도적인 인상을 주는 사람은 없었다. 그게 좀 아쉬웠는데, 9일째에 수한이 바라던 사람이 등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