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레이드 커맨더-167화 (168/254)

< 첫 원정 -2- >

할리온은 기나리아의 통역 이능이 걸린 목걸이를 받아왔다. 그것을 목에 걸고, 수한과 함께 원정대로 합류했다.

첫 목표는 소형 기계 괴수였다.

인근에 2마리가 함께 위치하고 있었다. 둘을 잡아 기계용을 만들고, 그 다음에는 하늘 대왕을 공격하기로 했다.

SUV 6대가 케르베스 행성을 달렸다.

소형 기계 괴수 2마리는 어렵지 않게 사냥에 성공했다.

기요테 행성에서 이미 손발을 맞춰본 참이었다.

라오그뉴가 앞에서 난리를 쳤다. 그러면 수한이 하늘을 날며 공격을 퍼부었다. 새미와 아르텔라는 뒤에서 지원을 했다. 여기에 마엘른의 날카로운 검과, 할리온의 빠른 움직임까지 더해지니 무난히 기계 괴수를 잡을 수 있었다.

지원 요원들이 혀를 내둘렀다.

“정말 대단하네요.”

“어떻게 기계 괴수를 겨우 다섯이서 잡죠?”

“라오그뉴님의 역할이 큽니다. 라오그뉴님이 안 계셨으면 불가능했을 거예요.”

수한은 용이를 기계 괴수 시체로 보냈다.

용이가 그 중 한 마리의 머리 안으로 들어갔다. 꾸물거리며 기계 괴수를 변형시키기 시작했다. 한 마리로는 모자라다는 듯 다른 한 마리까지 집어삼켰다.

[비행이 가능하겠어?]

[느린 속도면 돼. 그런데 그러려면 한 마리 분량은 거의 덜어내야 될 것 같아.]

[그럼 일단 육상형으로 가자. 전투력만 확보해 줘. 대공 공격을 해야 할지도 모르니까 거기에 신경 쓰고.]

[응. 알았어.]

어차피 하늘 대왕이 멀지 않은 곳에 있었다.

대형이면서 비행형 기계 괴수.

수한이 노리는 것도 그놈이었다. 하늘 대왕을 가장 먼저 잡는다면 케르베스 행성 전역을 누비며 기계 괴수를 잡는 게 가능해지니까.

이윽고 변형이 끝났다.

이번에는 쌍두 기계용.

원거리 공격에 특화되어 있었다. 등에는 거대한 주포를 짊어지고, 입 안에도 광선포가 내장되어 있었다. 유사시 주포를 숨기고 미사일 발사대를 꺼내는 것도 가능했다.

수한은 시간을 가늠해 보았다.

벌써 하루가 지나가고 있었다. 지금 바로 이동했다간 밤을 꼬박 새도 하늘 대왕이 있는 곳에 도착하지 못할 테니, 하룻밤을 보내는 게 좋겠다.

“여기서 야영하도록 합시다.”

“예, 사장님. 저희가 불침번을 서겠습니다.”

“용이가 사방을 경계할 테니 그럴 필요 없습니다. 푹 쉬어서, 최상의 상태를 유지하세요.”

“아닙니다. 이런 일이라도 해야지요.”

지원 요원들이 분주히 텐트를 쳤다. 자기들은 20인용 대형 텐트에서 묵고, 이능력자들에게는 개인 텐트를 마련해 주었다. 할리온도 은근슬쩍 여분의 텐트 하나를 배정 받았다.

밤이어도 마음 놓고 자진 못했다.

수한은 초월 의식을 이용하여 밤늦게까지 작전 회의를 했다. 미리 숙지해 놓은 자료를 가지고, 일종의 모의 사냥을 해본 것이다. 하늘 대왕의 특징이나 움직임에 대해 중요한 점을 머릿속에 박아 넣었으니, 맥없이 죽거나 하지는 않을 것이다.

아침 일찍 식사를 하고 출발했다.

하늘 대왕이 활동하는 지역에 도착한 곳은 그 날 오후 늦게였다.

도로 사정이 안 좋다 보니 시간이 꽤 걸린 것이다.

수한은 기계용의 머리에서 나와 주변을 둘러보았다.

쿠시아르 주변의 척박한 땅과는 좀 달랐다. 커다란 강이 굽이치며 흐르고, 풀과 나무가 사방에 돋아 있었다. 그런가 하면 구획이 잘 정리된 밀밭이 지평선 끝까지 펼쳐졌다.

할리온이 탐욕스러운 눈으로 밀밭을 노려보았다.

“끼이익! 끼익!”

“까악!”

새들이 뭔가에 놀랐는지 사방으로 도망쳤다.

용이가 어떤 영상을 수한에게 전달했다.

하늘 높은 곳, 거대한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었다. 번개처럼 하늘을 날아 어디론가 날아갔다.

그 그림자를 보고 할리온이 눈살을 찌푸렸다.

[하늘 대왕입니다. 저 방향은 항구 도시 쿠오롱이 있는 곳인데……]

[쿠오롱이면 거리가 멀어서 우리가 뭘 할 수 있는 것도 없습니다. 일단 하늘 대왕의 서식지로 갑시다. 야영을 해도 그곳에서 하는 게 좋겠습니다.]

평야 한쪽, 얕은 산이 하나 있었다.

하늘 대왕은 바로 그곳에서 생활했다. 과거 전투의 흔적으로 산 옆에 큰 구덩이가 생겼는데, 거기서 고장 난 부위를 수리하곤 했던 것이다.

구덩이 근처에 진을 쳤다.

이번에는 경보 장치를 촘촘히 깔았다. 미리 각종 지원 화기도 전개해 놓았다. 특수 탄두도 많이 가져왔으니, 유사시에는 지원 요원들에게도 도움을 받을 작정이었다.

수한은 원정대 전체에게 주의를 주었다.

“밤중에 전투가 벌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편히 쉬되, 잠을 자도 교대로 주무세요. 여차하면 밤을 샐 각오를 하고요.”

“예, 사장님.”

수한은 기계용의 머리로 들어갔다.

본인에게 칠채 성좌를 건 뒤, 절대자의 눈으로 쉬지 않고 주위를 살폈다. 수한은 며칠 밤을 새도 끄떡없으니까, 하늘 대왕을 잡을 때까지는 잠을 자지 않을 생각이었다.

그런 수한이 걱정스러웠는지, 새미가 신발의 날개를 이용해 기계용 머리 안으로 들어왔다.

“오빠 잠 안 자려고?”

“우리 원정대에는 투시 계열 이능력자가 나밖에 없잖아. 나라도 깨어 있어야지.”

“오빠가 너무 고생하는 것 같아.”

“나중에 공격대가 자리 잡으면 그때는 덜할 거야. 그때까지는 고생을 해야지.”

수한은 새미를 얼른 텐트 안으로 들여보냈다.

체력이 강한 것은 알지만, 새미의 이능은 체력을 금방 잡아먹곤 했다. 가장 중요한 한 순간을 위해, 새미의 체력을 아껴두어야 했다.

해가 지고, 세상이 검게 물들었다.

자정이 넘어가고 새벽 2시가 넘어가도록 아무 소식이 없었다.

설마 오늘 내로 안 돌아오나 싶어 조바심이 들 때였다.

검은 하늘 사이로 뭔가 작은 물체가 보이기 시작했다.

달빛을 반사시켜 표면이 번들거리고 있었다. 절대자의 눈을 최대한 끌어올리고 보자, 길쭉한 몸통과 뭉툭한 머리, 뾰족한 꽁무니가 눈에 들어왔다.

물체가 점점 커졌다.

거대한 잠자리.

다름 아닌 하늘 대왕이었다.

“기기기기기긱!”

하늘 대왕이 묘한 소리를 발했다.

도깨비가 울부짖는 것만 같은 소리.

수한은 다급히 원정대를 깨웠다.

[비상! 하늘 대왕이 접근합니다!]

수한이 미리 주의를 준 까닭에, 잠을 자도 깊이 자고 있는 대원은 없었다. 수한의 정신파를 듣자마자 허둥지둥 일어나 자기 자리를 찾아갔다.

기계용이 몸을 일으켰다.

수한은 머리 안의 좌석에 앉은 채 상황을 살폈다.

하늘 대왕이 이곳까지 도착하려면 시간이 좀 있다. 아무리 적어도 5분은 걸릴 터, 그 시간이면 전투 준비가 끝날 것이다.

그런데 하늘 대왕이 수한의 생각과는 다르게 움직였다.

날개를 활짝 편 채 하늘에 정지했다.

자기 둥지 옆에 있는 원정대를 내려다보더니, 길쭉한 몸통 아래쪽에서 광선포를 수십 문이나 내밀었다.

광선포의 포구에 시퍼런 빛이 맺혔다.

수한은 급히 광선포를 한 발 쏘았다.

간발의 차이로 기계용이 먼저 푸른 빛줄기를 뿜었다. 하늘 대왕에게 빛줄기가 꽂히면서, 조준한 광선포들이 원정대가 아니라 자기 둥지를 직격했다. 방어막 때문에 유효 타격은 못 입혔지만, 원정대 방어에는 성공한 것이다.

하늘 대왕이 두 눈으로 기계용을 노려보았다.

두 눈이 파란색으로 물들었다. 강렬한 힘이 뻗어 나오며, 눈 주위의 공간이 일그러졌다. 호수에 돌을 던진 것처럼 동심원이 마구 퍼졌다.

청색 광구가 튀어나왔다.

기껏해야 지름 1미터 정도 크기의 두 개의 구.

강렬한 힘이 느껴졌다.

저것이 땅에 닿기만 해도 둥지건 원정대건 몽땅 가루가 되어 으스러질 것이다.

하늘 대왕 최강의 무기.

파멸 광구.

수한의 힘만으로는 막는 게 불가능하다. 힘주어 누군가의 이름을 불렀다.

[마엘른님!]

[기다리고 있었소.]

다급한 상황이지만 마엘른은 냉정하기만 했다.

기계용의 몸통을 박차고 뛰어올랐다. 수한이 타고 있는 머리 위까지 올라온 뒤, 카일룸을 빼어들고 하늘 대왕을 올려다보았다.

파멸 광구가 낙하한다.

사멸하는 태양이 파멸의 전조곡을 울리듯, 묵직한 기세가 사방을 짓눌렀다.

마엘른이 카일룸을 뻗었다.

카일룸에서 청명한 기운이 솟구쳤다. 그 기운이 뭉치고 뭉쳐 하나의 거대한 검처럼 변했다.

파멸 광구가 지상에 떨어지기 직전.

마엘른이 몸을 날렸다.

공중에서 가볍게 몸을 회전했다. 카일룸을 쥔 손목을 부드럽게 놀렸다. 푸른색으로 빛나는 검이 낙하하던 파멸 광구의 아래쪽을 살짝 건드렸다.

검을 미묘하게 움직이자, 느리게 낙하하던 파멸 광구가 진행 방향을 바꿨다. 땅이 아니라 하늘 저 편으로 날아가더니, 공중에서 제멋대로 폭발해 버렸다.

꽈과광!

충격파가 수한이 있는 곳까지 밀려왔다.

어마어마한 폭발이었다.

인근의 밀밭이 전부 뒤집어졌다. 나무가 쓰러지고, 작은 동물들이 씨몰살을 당했다.

마엘른이 땅에 착지했다.

세계수의 기운을 마음대로 주무를 정도로 힘의 제어에 능숙하고, 검술로 따지면 S급 이능력자도 제압할 정도의 인물.

정신을 집중한 상태라면 파멸 광구를 멀리 쳐내는 게 가능했던 것이다.

수한이 쾌재를 불렀다.

[좋습니다!]

이젠 원정대가 공격할 차례.

수한은 기계용의 주포를 하늘 대왕에게 겨눴다.

충전은 끝난 상태.

하늘 대왕이 파멸 광구를 날리는 동안, 수한과 용이도 놀고 있지는 않았던 것이다.

수한의 눈이 번쩍 빛났다.

동시에 주포가 불을 뿜었다.

선명한 적자색 광선.

하늘 대왕이 위협을 느끼고 급히 날개를 떨쳤다. 추진 장치가 꾸물꾸물한 빛을 토했다.

급격히 가속하여 자리를 피했다.

하지만 그때를 노리고 거대한 그림자 용들이 하늘 대왕을 뒤덮었다. 그 바람에 강렬한 저항에 직면하며, 마음 먹은 만큼 움직이지 못하고 말았다.

적자색 광선이 하늘을 관통했다.

동시에 하늘 대왕의 한쪽 날개에 구멍이 송송 뚫렸다.

수한과 용이, 아르텔라의 합작품.

통렬한 일격이었다.

그러나 공중에 떠 있을 수는 있었다.

하늘 대왕이 몇 번 맴을 돌더니 균형을 찾았다. 배에서 광선포를 쏘고, 등에서 미사일을 쏘아 지상을 폭격했다.

화력으로 따지면 케르베스의 기계 괴수 중 하늘 대왕이 최강. 원정대의 화력만으로는 상대가 되지 않았다.

어떻게든 하늘에서 끌어내려야 한다.

수한은 새미와 라오그뉴의 상황을 살폈다.

[아직 멀었어?]

[조금만 기다려. 거의 다 왔어.]

둘은 둥지에서 멀찍이 돌아 하늘 대왕에게 접근하는 중이었다.

그것을 위해, 수한은 새미에게 단검을 주었다.

그림자 칼날.

기계 괴수의 이목을 속이는 은신 기능을 갖춘 물건.

새미는 단검을 작동시킨 채 라오그뉴와 함께 하늘을 날고 있었다. 라오그뉴가 비행 능력이 없으니, 천지격변 세트의 바람 속성과 신발의 비행 기능을 사용하는 것이다.

[이제 곧이야.]

라오그뉴가 눈을 번뜩였다.

둘의 원활한 접근을 위해, 수한은 광선포와 주포를 쉬지 않고 쏘아붙였다. 파멸 광구가 떨어지면 마엘른이 달려들어 얼른 쳐냈다.

지원 요원들은 숨을 죽이고 있었다. 그들이 가진 무기로는 어떤 영향도 줄 수 없는 전투라, 그저 자기들 목숨을 부지하는 것만으로도 바빴다.

마엘른이 세 번째로 파멸 광구를 튕겨냈을 때, 드디어 새미와 라오그뉴가 하늘 대왕에게 접근하는데 성공했다.

라오그뉴가 포효하며 도약했다.

[죽어!]

라오그뉴의 늘씬하던 몸이 폭발하듯 커졌다.

집채 만 한 크기의 사자가 나타났다.

사자가 하늘 대왕을 덮쳤다. 크기 차이는 극명했지만, 체중을 실어 크게 후려치자 온전하던 한쪽 날개가 완전히 찢어져 버렸다.

“기기기긱!”

하늘 대왕이 괴상한 소리를 냈다.

게다가 아르텔라가 소환수들을 불러 하늘 대왕을 짓누르고 있으니 도저히 버틸 재간이 없었다.

몸이 기우뚱하더니, 라오그뉴를 등에 태운 채 빠르게 떨어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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