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레이드 커맨더-183화 (184/254)

< 내륙 진군 >

원정대 간부들을 불러 모았다.

그들 앞에서, 수한은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

“슬슬 멀리 원정을 가야겠습니다.”

모두 공감한 표정을 지었다.

굴투 시는 많이 안정되었다. 아직은 미르 공격대가 필요하지만, 지금까지처럼 하나부터 열까지 다 챙길 필요는 없었다.

시규가 우려 섞인 표정을 지었다.

“아직은 좀 불안하지 않을까요? 무엇보다도, 굴투 시는 우리에게 많은 것을 일임하고 있는데요. 특히 변이체에 대한 방어 능력이 전무하다시피 합니다.”

“이능력자 각성을 시도해야겠네요.”

“예. 그것 말고도 굴투 시의 체계를 잡아주는 게 필요할 것 같습니다. 시장을 세운다거나, 각 직종 별로 대표를 선정하는 것도 좋겠지요.”

수한은 동감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직종 별 대표는 이미 있었다. 무리를 모아놓자, 나이 많고 경험 많은 이들이 다른 이들을 이끌었던 것이다.

어부와 요리사는 좀 경우가 달라서, 자메스와 그의 아내가 대표 역할을 했지만.

그들에게 그럴 듯한 직함을 주는 것으로 충분했다. 그러면 그들이 알아서 굴투 시를 통제할 터였다. 이제 적당한 무력만 쥐어주면 되겠지.

수한은 간부들에게 말했다.

“지구에서 힘의 결정 추출 장치, 이능 적성 검사 기기, 이능 인증 기기를 가져오겠습니다. 저번에 지원 받은 품목이 아직 좀 남아 있으니, 창고에서 좀 꺼내오면 되겠지요. 넉넉잡고 이틀이면 도착할 테니까, 늦어도 1주 후에는 내륙으로 진군하는 것을 목표로 하겠습니다.”

“예, 사장님.”

시규가 직접 지구로 건너갔다.

하루면 충분했다. 바로 다음날, 창고에서 장비들을 가지고 돌아왔다.

나머지는 쉬웠다.

이미 질라 행성에서 현지 종족들을 각성시킨 경험이 있었다. 그 경험을 살려, 이능 적성이 높은 이들을 대상으로 E급 힘의 결정을 흡수시켰다.

변이체 심장은 아주 넘쳐났다. 그 동안 굴투 시 인근의 변이체들을 몽땅 소탕했기 때문이었다. 그걸 추출 장치에 넣자 금방 힘의 결정이 쏟아져 나왔다.

회의가 있던 날부터 1주가 지나기 전, 500명 이상의 크람 행성인 이능력자를 확보할 수 있었다.

이능력자들이 신기한 듯 자기 이능을 발현하며 돌아다녔다.

장작더미에 불을 붙여보고, 평소엔 들 생각도 못할 무거운 것을 들어올렸다. 건물의 지붕 위를 새처럼 뛰어다니는 사람도 있었다.

수한은 각 직종 별 대표들을 불렀다.

가슴에 보석 박힌 휘장을 달아준 뒤였다. 그것만으로도 어깨에 힘이 들어가서, 요새는 수한이 크게 개입하지 않아도 굴투 시가 잘 돌아갔다.

[사장님, 부르셨습니까?]

대표들이 조심스럽게 사령부에 들어왔다.

수한은 그들에게 앉을 것을 권했다.

[앉으세요. 여러분에게 할 말이 있습니다.]

수한 혼자 그들을 대하는 게 아니었다. 새미를 비롯하여 원정대 간부들 모두 함께하고 있었다.

그들이 쩔쩔매며 자리에 앉자, 수한은 바로 본론을 꺼냈다.

[우리 미르 공격대는 내일부터 내륙으로 진군할 겁니다.]

사전에 알게 모르게 알린 내용이었다.

대표들은 올 것이 왔다는 얼굴을 했다.

그나마 안면을 익힌 자메스가 수한을 쳐다보았다.

[영영 가시는 겁니까?]

[아뇨. 세라프의 전당이 이곳에 있으니 이곳을 거점으로 활동할 겁니다. 열흘에 한 번이나 보름에 한 번 정도는 이곳에 올 예정입니다.]

수한의 말에 대표들이 안심한 표정을 지었다.

몇 번이나 말한 내용이었지만 그래도 불안한 모양이었다. 설마 자기들을 버리고 떠나는 게 아닌지 묻곤 했다.

수한은 시규를 보고 말했다.

“임 과장님은 지원과와 함께 이곳에 남아 주세요. 굴투 시와 세라프의 전당을 부탁드립니다. 사냥은 저희끼리 하겠습니다.”

“예, 사장님.”

수한은 자신의 부재를 대비하여 이것저것을 지시했다.

식량은 충분했다. 치안도 잘 유지되고 있었다. 가끔 출현하는 변이체가 문제인데, 고위 변이체는 몽땅 소탕해 놓았으니 보름 정도는 견딜 것 같았다.

아침 일찍 출발했다.

수한까지 해서 총 10명이 기계용에 올랐다.

굴투 시에 머물러 있는 동안 아르텔라가 소환수들로 정찰을 싹 해놓은 참이었다. 아주 먼 곳은 몰라도, 기계용으로 3시간 거리 안에는 기계 괴수의 위치 파악이 끝났다.

총 25마리.

처음에 굴투 시 인근에서 잡았던 수보다 적었다. 면적이 수십 배로 넓다는 것을 생각하면, 밀도 차이가 컸다.

라오그뉴가 바닥을 벅벅 긁었다.

[얼른 가자! 1달 넘게 짐승들만 잡고 다녔더니 내 발톱이 뭉그러지려고 해!]

“알겠습니다. 출발하겠습니다.”

가장 가까운 기계 괴수 무리는 굴투 시에서 2시간 거리.

상당히 멀었다. 대한민국 서울에서 베트남까지의 거리와 비슷하니까.

간단히 작전을 설명했다.

기껏해야 소형 3마리.

지금 원정대의 능력으로 어렵지 않게 사냥이 가능했다. 방심만 하지 않으면 된다.

수한은 혹시나 싶어 다른 사람들에게 주의를 주었다.

“모두 방심하지 마세요. 기계 괴수를 잡는 건 이미 확정된 일이나 다름없지만, 잘못해서 광선포에 맞기라도 하면 즉사합니다.”

“걱정 마십시오. 저희가 마음 놓고 있는 것처럼 보여도, 산전수전 다 겪어본 사람들입니다. 저희 할 일은 확실히 합니다.”

“알겠습니다.”

2시간의 비행 끝에 기계 괴수를 포착했다.

사냥은 쉬웠다.

모두 내려준 뒤, 기계용과 라오그뉴가 돌진했다. 앞에서 든든히 막아주자 이능력자들도 신이 나서 공격을 했다. 수한이 걸어놓은 유도 속성에 따라 차근차근 쓰러뜨렸다.

수한은 기계용에 세 마리의 기계 괴수를 연결했다.

소형만 잡아서 그런지 비행이 가능했다. 속도는 느린 편이지만, 육상 이동보다는 훨씬 나았다.

“다른 무리도 잡아가도록 하겠습니다.”

이번엔 중형만 두 마리.

그것들까지 잡자 비행이 불가능해졌다. 비행형 기계 괴수 한 마리만 끼어 있어도 날 수 있었을 텐데 좀 아쉬웠다.

여기까지 오는 건 2시간으로 충분했는데, 귀환하는 것은 시간이 좀 걸렸다. 도로 사정이 안 좋은 탓에, 용이를 이용해 하루 24시간 내내 이동을 했어도 사흘이 지난 후 굴투 시에 도착했다.

“사장님, 고생하셨습니다.”

시규가 마중을 나왔다.

“그 동안 별 일 없었지요?”

“예. 조용합니다. 그런데 변이체들이 좀 늘어난 것 같습니다. 얼마 전에 B급 변이체가 출현해서 겨우 쫓아 보냈습니다.”

“그래요? 다친 사람은 없었습니까?”

“구비해 놓은 특수 탄두 덕을 많이 봤습니다. 그게 아니었으면 피해가 컸을 겁니다.”

다시 원정을 떠나기 전 변이체들을 사냥해놓고 가야겠다.

하급 변이체야 지원 요원들이 쓸어버릴 수 있지만, 고위 변이체는 얘기가 달랐다. 1발에 수억씩 하는 특수 탄두를 써야 했다. 크람 행성인 이능력자들이 성장하려면 아직 시간이 필요하니까.

시규가 조심스러운 눈으로 수한을 보았다.

“차라리 신입 이능력자를 좀 뽑는 게 어떻겠습니까?”

“신입을요?”

“예. A급이나 B급 이능력자 몇 명만 있어도 굴투 시를 지키는 게 쉬워질 겁니다.”

“한 번 생각해 보겠습니다.”

시규의 말에도 일리가 있었다.

원래는 S급 이상으로만 공격대를 구성할 생각이었는데, 그렇게 했더니 자질구레한 일을 할 사람이 부족하다. 모집 요건을 A급이나 B급으로 내리는 것도 고려해 봐야겠다.

일단은 있는 사람들끼리 헤쳐 나가기로 했다.

주변의 변이체들을 한번 싹 청소했다. 식량이 좀 부족할 것 같아 기계용으로 샹티아 해역을 몇 번 더 다녀왔다. 그렇게 사흘을 굴투 시에서 머무르고 내륙으로 전진했다.

단조로운 시간이 이어졌다.

내륙으로 날아가 기계 괴수를 잡았다. 잡은 다음 기계용과 융합시켜 굴투 시로 가져왔다. 그러면 기다리고 있던 지원 요원들이 전리품을 지구로 보냈다.

그렇게 원정이 길어지자 문제가 생겼다.

거리가 너무 멀어진 것이다.

이제는 기계 괴수들을 잡아 굴투 시로 돌아오려면 최하 1주일이 걸렸다. 거리가 하도 멀어 수한의 초월 의식도 잘 닿지 않았다.

새로운 거점이 필요했다.

“세라프의 전당이 더 있어야겠습니다.”

모두 동감한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최근 들어 사냥 효율이 낮아진 것은 모두 느끼고 있었다.

정찰도 힘들고, 거리도 멀어서 그러했다. 예전엔 기계 괴수의 위치를 다 알고 나섰지만, 이젠 기계용으로 찾아다녀야 했고.

새미가 크람 행성 전도를 내려다보았다.

“우리가 지금까지 한 1/4 정도 진행했지요?”

“맞습니다, 부사장님. 굴투 시가 있는 대륙의 절반은 끝났고 이제 나머지 절반과 두 대륙이 남아 있지요.”

“이 대륙 반대쪽에 세라프의 전당을 만들면 좋겠네요.”

“그러게 말입니다. 세라프 종족에게 한 번 의사를 타진해 봐야겠습니다.”

“그럴 것 없습니다. 제가 만들면 돼요.”

“예?”

“대형 기계 괴수 시체 하나만 있으면 세라프의 전당을 만들 수가 있습니다. 기요테 행성에서 세라프 종족을 도와주면서 배웠지요.”

“그렇습니까? 잘 됐습니다.”

기요테 행성에서 제국인을 만난 후, 세 세라프와 함께 세라프의 전당을 만든 적이 있다. 그러면서 수한도 자연스럽게 세라프의 전당을 만드는 방법에 대해 배웠다.

세라프 종족은 수한이 세라프의 전당을 세우는 것에 대해 특별한 제한을 걸지는 않았다. 다만 사후에 반드시 통보할 것과 제국의 손에 넘겨줘서는 안 된다는 단서 조항만 달았다.

시규가 손가락을 접었다.

“그럼 한 가지 문제만 더 해결되면 되겠습니다.”

“거대 기계 괴수들 말씀이시죠?”

“예. 거대 기계 괴수는 대형 기계 괴수와 비교하기 힘들다고 알고 있습니다. 행성 전역에 퍼져 있는데, 그것들을 사냥해야 무난하게 원정을 지속할 수 있을 겁니다.”

크람 행성에 존재하는 거대 기계 괴수는 총 3마리.

2마리는 바다 건너 먼 대륙에 있으니 지금 당장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 그러나 다른 1마리는 대륙의 반대편, 원래 세라프의 전당이 설치되었던 도시의 폐허를 깔고 앉아 있었다.

거대 기계 괴수라……

가능할까?

수한은 한참 동안 생각에 잠겼다.

기계 괴수의 등급은 그 크기에 따라 결정이 된다. 그런데 대형부터는 확연히 특징이 있었다.

광선검이나 광선창, 분해 광선, 파멸 광구 등 위력적인 무기를 하나 이상 장착하는 것이다.

그 위력은 무시무시했다.

예전에 가브낙 행성에서 본 것처럼, 일반 세라프는 잘못하면 일격이 분쇄시켜버릴 정도였다.

그렇다면 거대 기계 괴수는 어떨까?

크기가 대형에 비교해서 기본적으로 2배 이상 컸다. 기동력은 매우 낮아지지만, 대형이 가지고 있는 위력적인 무기를 최소 4개 이상 가지고 있었다.

게다가 방어막의 질이 달라진다. 기계 괴수들의 방어막은 사실 거의 비슷한데, 거대 기계 괴수는 그렇지가 않았다. 훨씬 더 밀도가 높고, 몇 배는 많은 피해를 감당할 수 있었다.

심지어 중화 탄두도 잘 통하지 않았다. 10발 쏘면 1발 정도면 유효하게 작동했다.

‘접어야 하나?’

그런 생각이 들었다.

하다못해 방어막만 중화시키는 게 가능해도 가능성이 있을 것 같은데.

확인을 해봐야겠다.

무턱대고 덤볐다가 실패하기라도 하면 큰일이니까.

수한은 원정대 사람들에게 미리 얘기를 했다.

“잠깐 정찰을 다녀오겠습니다.”

“정찰이요?”

“예. 거대 기계 괴수의 전력을 파악해야 하니까요.”

“너무 위험합니다.”

“그야 그렇지만, 충분한 정보 없이 거대 기계 괴수를 사냥하는 게 더 위험합니다. 전 도망치는데 이골이 난 몸이니, 크게 문제는 없을 겁니다.”

“오빠, 조심해야 돼. 알았지?”

새미의 걱정 어린 말에, 수한은 부드럽게 웃어 보였다.

홀로 기계용에 타고 날아올랐다.

목적지는 대륙 반대 방향 끝.

거대 기계 괴수가 있는 곳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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