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레이드 커맨더-188화 (189/254)

< 정리 >

굴투 시의 시민들이 원정대를 열렬히 환영했다.

하늘을 날아 들어온 것도 아니고, 세라프의 전당을 통해 입성한 참이었다. 한 눈에 보기에도 기계 괴수가 아니라 기계용이 분명했다.

어째 평소에 보던 것과 형태가 많이 달라지긴 했지만, 몸통에 보란 듯 미르 공격대 문양까지 새겨 놓았으니 못 알아볼 리가 없다.

굴투 시를 지키고 있던 시규가 시민들 대표들을 데리고 얼른 찾아왔다.

“역시 성공하셨네요!”

“당연하지요. 그렇게 전력을 모아 갔는데 실패하면 되겠습니까.”

수한은 싱글싱글 웃었다.

이제 남은 거대 기계 괴수는 2마리.

모두 바다 건너 다른 대륙에 있었다. 그것들을 잡으려면 기계용을 비행이 가능하게끔 개조해야 할 것이다.

기계용은 성문 밖에 놔두고, SUV를 타고 사령부로 이동했다.

태수가 수한에게 말을 걸었다.

“이제 어떻게 하실 겁니까?”

“무슨 말씀이신지?”

“이제 미르 공격대 자체적으로 거대 기계 괴수 사냥이 가능할 것 같은데 저희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고 싶습니다.”

“아하, 그 말씀이십니까?”

수한은 한쪽 뺨을 긁었다.

어떻게 할까?

이능력자들을 모두 돌려보내도 거대 기계 괴수는 사냥할 수 있었다. 새로운 기계용이 있으니까.

하지만 이대로 이들을 보내는 것도 좀 아쉽다.

미르 공격대만으로 거대 기계 괴수와 싸우면 상당히 아슬아슬하게 이길 터였다. 반면 이들과 함께 한다면 거의 99%의 승률을 자신할 수 있다.

‘굳이 모험을 할 필요는 없지.’

공격대의 목적은 이익이고, 목숨은 이익에 우선한다.

수한은 빙그레 웃었다.

“기왕 오신 김에, 거대 기계 괴수 잡을 때까지는 함께 하시지요. 전리품도 섭섭지 않게 챙겨 드리겠습니다.”

“그래도 되겠습니까?”

“그럼요. 사실 저 기계용을 만드는데 여러분의 도움이 크지 않았습니까? 저는 그냥 입을 씻을 만큼 얼굴 가죽이 두꺼운 사람이 아닙니다.”

다른 사람들도 모두 찬성했다.

몫이 줄어든다고 해도 안전을 확보하는 게 옳았다. 뻔히 쉬운 길이 앞에 보이는데, 굳이 어려운 길로 갈 필요는 없지 않겠나.

다른 기계 괴수를 잡을 작전을 짜기 시작했다.

수한은 기계용을 개조했다. 가져올 때는 부품 하나 버리지 않았지만 이젠 굳이 그럴 필요가 없었던 것이다.

우선적으로 비행이 가능하도록 했다. 군살은 다 떨어내 버렸다. 원래 기계용에는 광선포와 미사일을 많이 장착하는데, 그것도 최소한으로 줄였다.

보존한 것은 딱 넷.

거대 기계 괴수의 주무기들이었다.

이것만으로 충분했다.

앞서 거대 기계 괴수를 잡았던 곳에는 소수의 지원 요원만 좀 보냈다.

될 수 있으면 세라프의 전당을 지키라고 하고, 위험하면 주저하지 않고 철수하라고 했다. 세라프의 전당이 갖는 가치도 중요하지만, 그보다는 지원 요원들의 목숨이 중요했으니까.

며칠 간 휴식을 취한 뒤, 원정대를 태우고 하늘로 날아올랐다.

가까운 거대 기계 괴수를 공습하여 처리했다. 인근에 대형 기계 괴수가 있기에 그것도 잡았다. 그걸로 세라프의 전당을 만든 후, 여기에도 지원 요원들을 파견했다.

지구에서는 꾸준히 지원 요원들을 뽑고 있었다. 이능력자도 지원을 꽤 했다고 하던데, 수한이 몸을 빼기 힘들어 나중으로 미뤄두었다.

그렇게 움직이자 순식간이었다.

사흘.

두 마리의 거대 기계 괴수를 마저 처리하는데 겨우 그 시간으로 충분했다.

이제 큰 고비를 넘었다.

남은 기계 괴수들을 다 합쳐도 지금까지 잡은 기계 괴수만은 못할 것이다.

실질적으로 크람 행성 원정을 성공시켰다고 할까.

굴투 시에서 축하 파티를 벌였다.

술은 크람 행성인들이 빚은 산딸기주가 전부였다. 안주는 정체를 알 수 없는 죽과 해양 생물 고기로 때웠다. 하나같이 지구인의 입맛에는 맞지 않았지만, 그래도 못 먹을 정도는 아니었다.

“사장님, 고생하셨습니다!”

시규가 가장 먼저 다가와 술잔을 내밀었다.

수한은 흔쾌히 술잔을 받았다.

가볍게 비운 뒤, 시규에게 술잔을 돌려주었다. 잔이 넘치도록 콸콸 붓자 시규가 황송하다는 몸짓을 했다.

“과장님도 고생하셨습니다. 아, 이제 부장님이라고 불러야겠습니다.”

“하하, 아직 정식으로 승진한 건 아니지 않습니까? 지구로 돌아가면 그렇게 불러 주십시오.”

“과장님 고생하셨어요. 제 잔도 한 잔 받으세요.”

새미가 술잔을 건넸다.

시규가 허리를 넙죽 굽혔다.

“어이쿠, 부사장님! 감사합니다!”

그렇게 화기애애하게 술을 나누고 있는데, 마엘른이 이상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본인의 타액이 묻은 잔을 왜 그렇게 교환하는 거요? 뭔가 의미라도 있소?”

[그 뭐야, 그루밍 대신 해주는 건가 보지.]

“아하, 이제 이해가 가오. 지구인들은 역시 특이하외다.”

“저도 술잔을 교환하고 싶습니다.”

밤이 깊었다.

즐거운 파티가 끝나고 회의를 열었다.

다들 얼굴이 밝았다. 지금껏 사망자 1명 없이 잘 이끌어 왔기 때문이다.

민종이 수한을 보더니 씩 웃었다.

“축하드립니다, 이 사장님. 이제 원정을 거의 성공시킨 것 같습니다.”

“하하, 그래도 바짝 긴장해야지요. 이제 실질적으로 유종의 미를 거둬야 할 때 아닙니까?”

“몇 달만 지나면 원정이 끝날 것 같습니다.”

“그럴 겁니다. 그래도 다 합치면 1년은 걸릴 것 같습니다. 지금 크람 행성에 거점이 4개가 완성되었는데, 그 거점들도 어느 정도는 정리를 해야 하니까요.”

“하긴 그렇겠습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눈 후, 본격적인 회의에 들어갔다.

가장 중요한 것은 다름 아닌 전리품 분배였다.

수한이 한 말도 있고, 다른 이들이 기여한 것도 있지 않나. 최소한 그들이 섭섭해 하지 않을 정도로 챙겨줘야 했다.

“원하는 게 있으면 말씀해 보세요. 최대한 반영하겠습니다.”

어차피 이번 원정은 초대박이다.

지구 역사에서는 물론, 종족 연합 전체에서도 유래가 없는 결과를 빚어냈다.

세라프 종족이 포기하고 철수한 행성을, 겨우 공격대 하나가 되찾는 것이다. 굳이 야박하게 굴 것 없이, 인심을 베풀어 놓는 것이 여러모로 좋았다.

이능력자들이 서로 눈치를 보았다.

케르베스 행성의 미르 동맹.

지구의 타이탄 공격대, 그리고 알바트로스 공격대.

모두 활약이 컸다. 미르 공격대의 다른 사람들도 그들을 인정하고 있었다.

태수가 먼저 입을 열었다.

“저희는 다른 것보다도, SS급 힘의 결정이나 S급 힘의 결정을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SS급에 도전해 보시게요?”

“어렵겠지만, 도전은 해봐야지요.”

수한은 머릿속에서 계산을 끝냈다.

SS급 힘의 결정은 대형 기계 괴수를 잡으면 무조건적으로 얻을 수 있다. 크람 행성에 있는 대형 기계 괴수의 수는 적어도 30마리가 넘으니까, 그 중 몇 개를 주는 것은 문제가 안 된다.

수한은 고개를 끄덕였다.

“좋습니다. SS급 힘의 결정 다섯 개를 기꺼이 선사하겠습니다. 신속, 거력, 강체, 구현, 의지 계열 맞지요?”

“예, 맞습니다.”

알바트로스의 이능력자들이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어차피 그들은 거대 기계 괴수의 부품을 받아도 그걸 활용할 능력이 없다. 차라리 SS급 힘의 결정을 받아서 승급을 꾀하는 게 나은 선택이었다.

수한은 혹시나 싶어 주의를 주었다.

“바로 승급에 도전하시지 말고, S급 힘의 결정을 구해서 가능성을 높이시는 게 좋을 겁니다.”

“하하, 저희도 그건 압니다. AA급일 때도 그렇게 했는데요.”

반면, 타이탄 공격대는 다른 것을 요구했다.

거대 기계 괴수들이 쓰던 무기.

그냥 무기가 아니라 중요 무기를 말하는 거였다. 수한이 기계용에 장착시켜 놓은 광선검이나 광선창 같은 거.

민종이 진지한 표정을 지었다.

“그것들을 제가 쓸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볼 생각입니다. 거신 강림 상태에서 광선창을 쓰면, 상당히 효과적일 것 같아서요.”

“하, 정말 그렇겠습니다.”

민종의 구상에 수한은 혀를 내둘렀다.

기계용이 광선검과 파멸의 철퇴를 쓰는 것을 보고 이런 생각을 떠올렸나 보다.

과연 가능할까?

기계용이야 동력핵으로 기동하니 무리 없이 무기를 쓸 수 있지만, 민종은 그런 게 아니지 않나.

수한은 신경을 껐다.

본인이 알아서 잘 하겠지.

수한은 적당한 분량을 나눠주었다.

그 중에는 중요 무기만이 아니라 여러 부품도 포함되어 있었다. 알바트로스와는 다르게, 타이탄 공격대는 그것을 연구해서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는 게 가능했던 것이다.

남은 것은 케르베스 행성의 미르 동맹.

그들은 광선포와 주포에 관심을 보였다. 쿠시아르가 그랬던 것처럼, 주변 요새에 장거리 무기를 배치하고 있는데 그걸 강화시킬 생각인가 보다.

그러면서 한 가지를 요청했다.

[귀 공격대가 얻은 전리품 중 일부를, 저희 동맹에 팔아주셨으면 합니다. 동력핵은 기왕이면 힘의 결정으로 추출한 다음이라면 더 좋겠고요.]

무슨 뜻인지 금방 알아들었다.

기계 괴수 부품은 어느 행성이든 다 부족하다. 원활하게 공급받을 수만 있다면, 행성의 기술력을 아득히 끌어올릴 수 있었다.

수한은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어차피 진작 차원 무역을 하기로 협의를 했다. 더구나 지구에 지금처럼 전리품을 가져가면 가치가 떨어질 게 예상되는 상황이었다.

안 그래도 외계 행성에 기계 괴수 부품을 팔라고 지시를 내려놓았으니, 첫 번째 대상이 케르베스 행성이 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좋습니다. 그렇게 하지요.]

이것으로 조율이 끝났다.

협상을 마치고, 다른 이들은 모두 귀환했다.

어차피 당장 전리품을 나눠줄 수는 없었다. 그러려면 거대 기계 괴수의 시체를 가져와야 하는데, 모두 다른 대륙에 있으니까. 기계용의 부품을 뜯어서 줄 수도 없는 일이고.

그들이 돌아간 후, 수한은 헤븐 행성에 편지를 보냈다.

거대 기계 괴수를 잡았음을 명시하고 증거를 첨부했다. 아울러 세라프의 전당을 설치했다고 통보했다. 그러면서 향후 거점을 지킬 세라프를 파견해달라고 공식적으로 요청했다.

미르 공격대가 언제까지나 4개의 거점을 지킬 수는 없지 않겠나. 크람 행성인들이 충분한 자위력을 갖춘 것도 아니고.

머지않아 답변이 왔다.

아니, 아예 여섯 명의 세라프를 보냈다.

대표 격인 황금색 날개의 세라프, 베아스가 놀란 표정을 지었다.

[대단하네요. 정말 거대 기계 괴수를 잡을 줄은 몰랐습니다. 거기에 행성 전체를 평정하실 줄이야……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일입니다.]

[세라프의 전당을 지켜주실 겁니까?]

[그 정도는 어렵지 않습니다. 하지만 언제까지나 머무르지는 않을 겁니다. 몇 년 뒤에는 헤븐 행성으로 돌아가야 해요.]

[그것으로 충분합니다. 감사합니다.]

수한은 정중히 고개를 숙였다.

몇 년이면 된다.

크람 행성인 중에서도 고위 이능력자가 탄생할 테니까.

세라프 종족은 굴투 시를 한 번 둘러본 뒤 짝을 지어 하늘로 날아올랐다.

목적지는 정해져 있었다.

굴투 시를 제외한 세 곳의 거점.

그곳에 있는 세라프의 전당을 방어할 예정이었다.

수한은 멈췄던 사냥을 재개했다.

그 동안 모은 거대 기계 괴수는 모두 지구로 보낸 후.

세 개의 전당을 거점으로, 사방을 날아다니며 기계 괴수를 사냥했다.

자연히 피난민들이 모여들었다.

질긴 것이 목숨이었다. 그 환란을 겪으면서도 살아남은 이들이 있었다. 깊은 산속에 숨기도 하고, 황야에 굴을 파고 숨기도 했다. 그러다 기계 괴수들을 사냥하는 것을 보고 모인 것이다.

세 개의 전당에 작은 마을이 형성되었다. 인구가 늘어나면서, 종국에는 굴투 시보다는 작아도 상당히 큰 도시가 만들어졌다.

수한은 굴투 시에서 했던 것을 똑같이 반복했다.

식량을 확보하고, 치안을 유지했다. 주민들에게 대표를 정해주고, 주변의 기계 괴수 및 변이체를 싸그리 소탕했다. 그러다 신뢰할 수 있다 판단이 들면 이능 적성 검사 후 힘의 결정을 흡수시켰다.

크람 행성에 흩어진 네 개의 도시가 쑥쑥 자라났다.

나름 재미가 있었다.

기계 괴수를 잡을 때는 빼고는 도시 경영에 매달렸다. 피난민들을 더 받아들이고, 도시를 확장시켰다. 처음에는 폐허 밖에 없던 곳이, 불과 몇 달 만에 어엿한 도시로 탈바꿈했다.

한 가지 좋은 소식이 있었다.

[축하합니다, 자메스님.]

[감사합니다, 사장님.]

어부 자메스.

그 또한 이능 적성이 발견되어 힘의 결정을 지속적으로 흡수하고 있었는데, 불과 1년도 안 되어 A급 이능력자가 된 것이다.

더구나 다른 B급 이능력자도 속속 나타나고 있었다. 이제 굴투 시는 미르 공격대가 떠나더라도 스스로를 방어할 능력을 갖춘 것이다.

수한은 그들 중 일부를 다른 도시로 이동시켰다.

네 개의 도시 모두 미르 공격대의 지원 요원들이 지키고 있었다. 여기에 이능력자들까지 더해지니, 기계 괴수가 습격하지 않는 한은 문제될 것이 없었다.

세라프들이 수한에게 경의를 표했다.

[대단하십니다. 행성 수복이 눈앞에 있습니다.]

[우리 종족이 포기했던 행성을 수복하시다니, 이건 전례가 없는 일이에요.]

[과찬이십니다.]

이제 남은 기계 괴수는 기껏해야 이십 개체 정도.

더구나 전부 소형과 중형 기계 괴수였다. 거대 기계 괴수는커녕, 대형 기계 괴수도 없었다. 한두 달만 지나면 이것들도 다 잡을 수 있을 것이다.

새미가 아련한 눈으로 굴투 시의 정경을 바라보았다.

“얼마 후면 여기도 작별이네.”

“그러게.”

수한도 귀환을 준비하고 있었다.

요즘은 네 도시에서 손을 거의 뗐다. 크람 행성인들에게 거의 대부분 맡겼다. 그에 따른 시행착오가 계속해서 벌어졌지만, 크람 행성인들도 빠르게 적응 중이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났다.

이윽고 모든 기계 괴수를 사냥하는데 성공했다.

정확히 1년.

목표를 달성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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