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비 교체 -1- >
미르 공격대에 가장 시급한 문제는 두 가지였다.
첫째는 배당.
당장 그 많은 돈을 뿌릴 수는 없었다. 별 수 없이 백기수 이사가 직접 원정에 참가했던 이들에게 양해를 구했다. 앞으로 6개월에 걸쳐 분할해서 주기로 했다.
둘째는 이능력자 모집.
이 문제는 수한이 직접 처리해야 했다. 다른 일들처럼, 기수에게 맡겨만 놓을 수가 없었다.
“A급 이상으로 모집하자고?”
“응. 이제 변이체 사냥도 시작할 거라서.”
“B급이나 C급은?”
“그건 나중에 더 나갈 곳이 없을 때 모집하는 게 좋을 것 같아. 크람 행성 때문에 전투부를 만드는 거잖아? 하급 변이체야 다른 공격대들이나 잡으라지.”
“호호호, 오빠. 그 말 다른 사람이 들으면 재수 없다고 하겠는데?”
“뭐 어때? 여긴 우리 둘 밖에 없는데.”
수한은 새미를 간지럽혔다.
어딜 어떻게 만졌는지, 새미가 자지러지며 웃음을 터뜨렸다.
“오빠! 간지러워! 그만! 그만해!”
수한은 한동안 장난을 치다가 그만두었다.
일이 쌓여 있었다. 언제까지 놀고 있을 수는 없었다.
새미와 함께 공격대 모집 요강을 작성했다.
어렵진 않았다. 예전에 이능력자를 모집했던 것에서 등급만 떨어뜨렸으니까. 기본적인 조건은 모두 똑같았다.
의사소통이 가능할 것.
외계에서의 범죄 경력이 없을 것.
종족 차별 주의자가 아닐 것.
언제나 그랬듯, 미르 공격대의 홈페이지를 이용해 접수를 받았다. 주요 일간지 및 TV에 광고를 실었더니 금방 이력서가 도착하기 시작했다.
예전처럼 서버가 폭주해서 정지하는 일은 없었다. 외부 업체에 맡긴 게 아니라, 사옥에서 아예 서버를 관리했기 때문이다. 어느 정도가 필요한지는 다 예측하고 있으니, 사전에 서버를 확충시켜 놓았다.
100명을 뽑기로 했는데, 무려 500명이 넘는 사람이 지원을 했다.
그 이야기를 듣고, 수한은 묘한 표정을 지었다.
“우리나라에 A급 이상의 이능력자가 그렇게 많았다고요?”
“우리나라 사람 말고 외국인들도 많이 지원을 했습니다. 거의 절반 넘게 외국인인 것 같습니다.”
“허, 그래요?”
“예. 그 중에는 그랜드 공격대와 천룡 공격대 소속도 많습니다.”
“외국인들이 지원할 거라고는 생각했는데, 그 두 공격대 소속 이능력자도 지원할 줄은 몰랐네요.”
“크람 행성 원정의 영향이 컸습니다. 이미 언론들은 우리 공격대를 두 공격대 위로 평가하고 있습니다. 크람 행성에서 우리 공격대가 잡은 기계 괴수 수가 그랜드 공격대와 천룡 공격대가 잡았던 기계 괴수 수보다 많거든요. 심지어 거대 기계 괴수는 지구 역사 상 처음 아닙니까?”
“그렇지요.”
원정 도중 미르 공격대의 문을 두드렸던 이능력자들과도 면접을 했다.
한국인이 2명, 외국인이 4명.
확실히 미르 공격대는 외국인 비율이 높았다. 지원 요원과 일반 사원은 대부분 한국인이지만, 이능력자는 고위 이능력자만 뽑으니 자연히 그렇게 되었다.
수한은 속으로 현재 이능력자의 수를 헤아려 보았다.
새로 뽑은 이능력자까지 도합 16명.
SS급이 3명에, S급이 11명, AA급이 2명이다. AA급이라고 해도 일반적인 인물은 아니었다. 마크 샤뮤엘처럼 여러 개의 AA급 이능을 가지고 있었다.
어차피 당장은 그들이 할 일이 없었다.
미르 공격대는 크람 행성 원정에서 얻은 것을 소화시키는데 골몰하는 중이었다. 새로운 원정을 떠나는 것은 아무리 빨라도 몇 달 후가 될 것이다.
수한은 고민하다가 마크 사뮤엘을 전투부장으로 정했다.
마크가 괜찮겠느냐는 표정을 지었다.
“저보다 뛰어난 분도 많은데 괜찮겠습니까?”
다른 S급 이능력자들을 생각하나 보다.
수한은 고개를 저었다.
“일단 라오그뉴님과 마엘른님, 아르텔라님은 외계인이라 전투부장 자리는 힘듭니다. 그렇다고 다른 S급 이능력자분들은 이력을 봤는데 대부분 원정이나 따라다녔지 실무를 처리한 적은 없었고요. 사뮤엘씨는 그랜드 공격대에서 전투 5과 과장을 하신 적도 있지 않습니까? 그래서 맡기는 겁니다.”
“흠, 알겠습니다. 맡겨만 주신다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마크는 싱글싱글 웃었다.
일단 전투원 처지에서 승진한 셈이니 좋았나 보다.
하긴 지금은 백 명 단위라도 나중에는 몇 배로 불어날 터였다. 자리에서 밀려나지 않는 한, 그랜드 공격대의 일개 과장보다는 훨씬 더 중요한 자리였다.
이윽고 전투부 모집 기간이 끝났다.
이젠 서류 전형과 면접이 남아 있었다.
마크와 함께 서류를 점검했다. 기존에 실력이 입증된 이능력자 위주로 뽑았다. 셋 다 경험이 상당히 쌓인 상태다 보니, 금방 3배수까지 축소할 수 있었다.
그 다음은 면접.
딱 3일 만에 끝냈다. 이젠 경험이 쌓이고, 사옥도 완성이 되어 어렵지 않았다. 수한은 처음에 했던 면접을 생각하곤 격세지감을 느꼈다.
“이제 사람 뽑는 것도 어렵지 않네요?”
“가면 갈수록 쉬워질 겁니다. 나중에는 사장님이 굳이 직접 면접하실 필요도 없어요.”
“그렇겠네요. 그래도 S급 이상은 직접 챙기겠습니다. S급 이상의 고위 이능력자는 고난이도 원정 시에 원정대의 가장 중요한 전력이 될 테니까요.”
“제 생각에도 그게 좋을 것 같습니다.”
전투부가 완성된 것은 크람 행성 원정이 끝난 후 약 1달 정도만의 일이었다.
새해, 즉 1월 초부터 이능력자들이 출근하게 된다.
자연히 다음 원정 이야기가 나왔다.
크람 행성 원정으로 초대박을 터뜨렸지만, 그들을 놀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았다. 케르베스 행성이나 크람 행성처럼 전력을 기울인 원정은 아니더라도, 변이체 사냥 정도는 하는 게 좋았다.
수한은 간단하게 지시했다.
“크람 행성 원정을 시작합시다. 4개의 도시 근처에 고위 변이체들이 많으니까, 지원부에서 원정 계획을 짜서 올리도록 하세요.”
“예, 사장님.”
크람 행성에 갔던 지원 요원들은 특별 휴가를 받아 쉬고 있지만, 그 사이 지원 요원을 또 뽑아 놓았다. 자료는 넘쳐나니까 충분히 원정 계획을 짤 수 있었다.
한편, 수한은 한 가지 고민에 잠겼다.
포상 때문이었다.
저번 케르베스 행성 원정에 성공하고 뿌렸던 것도 엄청났다. 이번에는 그때보다 10배 정도는 뿌려야지 싶었다. 매출이 최소 수십 배에 이르니까.
‘그때 준 게 상여금 1만 %, A급 이능 장비였지?’
물론 그때와는 규모가 다르다.
그때는 공격대 규모가 총 백 명이 안 되었는데, 지금은 꾸준히 수를 불린 결과 2천 명에 육박하니까.
새미와 의논하며 포상 규모를 조율했다.
“상여금 10만 %에 AA급 장비를 주자고?”
“응. 그런데 중간에 합류한 사람이 많으니까, 차라리 1달 재직 기준으로 1만 %씩 주는 것도 어떨까 싶어.”
“그러네. 차라리 그게 좋겠다. 처음부터 같이 고생한 사람이랑 중간에 합류한 사람이랑 똑같이 대접할 수는 없잖아.”
“AA급 이능 장비는 그냥 다 주는 게 좋겠지?”
“그것까지 차등을 주는 건 좀 그래. 이번에는 뭘 줄 거야?”
“생각 중이야. 자기는 뭘 주는 게 좋을 것 같아?”
“글쎄? 아직 생각 안 해봐서 모르겠어.”
저번에는 지원 요원에게는 여행자의 수호 팔찌를, 일반 사원에겐 숲의 생명 반지를 주었다.
게다가 이번에는 함께 했던 다섯 명의 이능력자도 있지 않나. 이들에게는 S급이나 SS급 장비를 사주는 게 좋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건 아무래도 좋았다. 결정되는 대로 헤븐 행성에 가서 차원 경매장을 한 번 이용하면 될 일이었으니까. 수한이 정말로 고민하는 것은 따로 있었다.
“우리도 어디 연수라도 다녀와야 하지 않을까?”
타이탄 공격대는 그렇게 하지 않았나.
가브낙 행성에서 대박을 친 뒤, 공격대 전체가 미드가르드 행성을 다녀왔었지.
새미가 신중한 표정을 지었다.
“외계 행성 연수는 좀 성급한 것 같아. 우리 공격대는 이제 출범한지 1년을 좀 넘었잖아? 타이탄 공격대는 벌써 10년 가까이 되어서 좀 안정이 된 상황이었으니까, 우리랑은 처지가 다르지.”
“자기 말이 맞아. 그나저나 헤븐 행성에 한 번 다녀와야겠어.”
“그러게. 참, 용이 진화는 아직 멀었대? 작년에 헤븐 행성에 갔을 때 방법을 찾아본다고 하지 않았어?”
“연락 준다고 했었는데 연락이 없었어. 가는 김에 학술원도 들러야겠다.”
5명의 이능력자들에게도 연락을 취했다.
이번에 헤븐 행성의 차원 경매장에 갈 건데, 동행할 생각이 있냐는 것.
다들 반색하며 승낙했다. 안 그래도 배당금을 많이 받아 새로운 장비를 살 생각이었는데, 지구에서는 S급 장비도 구하는 게 쉽지 않기 때문이었다.
수한은 스스로의 장비 상태를 점검했다.
SS급 장비는 두 개.
아바돈과 환영 군주.
나머지는 전부 S급이었다.
‘이걸 다 SS급으로 교체해야겠다.’
돈은 넘쳐났다. SS급이면 수천억을 넘어가지만, 전신을 SS급으로 도배할 정도의 돈은 있었다.
‘SSS급도 가능할지도 모르겠다.’
아바돈에 충분히 만족하고 있지만, 기왕이면 더 좋은 무기가 있으면 좋지 않겠나.
문제는 총 종류의 SSS급 무기가 있겠냐는 것. 사실 SS급 권총도 있을지 의문이었다. 종족 연합에서는 총 종류는 인기가 없었으니까.
정 안 되면 노르헤임 행성에 가서 제작 의뢰라도 해야지.
새해가 오기 전, 2018년의 마지막에 헤븐 행성으로 떠났다.
환전할 힘의 결정은 충분히 가져갔다. 개인 장비도 교체해야 하고, 사원들에게 뿌릴 이능 장비도 사야 했으니까.
“이곳이 헤븐 행성입니까?”
“환상적이네요.”
“20개 행성에 원정을 가봤지만, 이런 곳은 처음 봅니다.”
“사진 좀 많이 찍어놔야겠습니다.”
“히야, 사장님 덕에 이런 경험도 해보네요.”
수한은 이제 몇 번 와봐서 많이 익숙해졌지만, 다섯 이능력자는 마냥 신기한 모양이었다.
입을 벌리고 주변을 돌아보았다.
특히 그들의 시선은 주변을 날아다니는 세라프들에게 고정되어 있었다. 공중을 떠다니는 건축물이야 그렇다 치고, 세라프들이 저렇게 많은 건 처음 보는 것이다.
수한은 그들을 이끌었다.
“일단 경매장으로 가죠. 관광이야 나중에 해도 되니까요.”
“아, 예.”
“나중에 여기 남아 있어도 됩니까?”
“관광하고 오시게요? 편하실 대로 하세요. 어차피 우리가 다음 원정 가려면 시간이 좀 필요할 테니까요.”
“알겠습니다, 사장님.”
일행이 늘어서 더 큰 방을 배정 받았다.
10명.
모두들 소파를 하나씩 차지하고 장비를 검색했다.
수한은 지구에서 했던 생각대로 총 종류부터 찾아보았다.
SSS급은 보이지 않았다. 사실, 그것은 총 종류만이 아니라 다른 무기나 방어구도 마찬가지였다.
차원 경매장에 올라와 있는 SSS급 이능 장비는 딱 세 개.
세계검, 진리의 보석, 천공 방벽.
전부 세라프들이 직접 만든 물건이었다.
가격은 명시되어 있지 않았다. 문의 바람이라고만 되어 있었다.
수한은 그것들을 흘깃 보고 지나쳤다. 세 물건 모두, 수한이 쓰기에는 무리가 있는 물건들이어서였다.
대신 SS급 장비를 찾았다.
SS급은 그래도 꽤 있었다. SSS급은 아직 세라프 종족만의 전유물이지만, SS급까지는 따라간 행성이 많이 있었던 것이다.
수한은 속으로 자신의 S급 장비가 몇 개나 되는지 헤아려 보았다.
정확히 10개.
눈, 가슴, 다리, 등, 목, 손목, 허리, 신발, 권총 2개.
이걸 다 바꾸고도 돈이 상당히 남았다. 노르헤임 드워프들에게 SSS급 총 제작을 의뢰하기에도 차고 넘쳤다.
수한은 눈을 벌겋게 뜨고 장비를 하나하나 구입했다.
대부분은 원래 가지고 있던 물건의 상위 호환 장비를 선택했다. 그렇지 않으면 새로운 장비에 익숙해지는 시간이 꽤 필요할 테니까.
한참을 검색한 결과, 총 8종의 장비를 새롭게 구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