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레이드 커맨더-210화 (211/254)

< 집결 -1- >

수한은 회의를 거쳐 공식적으로 가브낙 행성 원정을 결정했다.

참여하는 것은 S급 이상의 고위 이능력자들뿐이었다. 예외적으로 AA급 이능을 몇 가지 갖고 있는 이들은 참가를 허락했다.

그 외에는 모두 지원 요원들.

그래도 전투원 수가 40명이나 되었다.

SSS급 세 명.

SS급 아홉 명.

S급 스물다섯 명.

AA급 세 명.

한민종 사장과 갈태수 사장은 수한의 요청을 흔쾌히 받아들였다. 지금과 같은 상황이 있을 거라고 진작 예견하고 있었던 것이다.

원정에 참가하는 이들의 이름을 공개하자 무시무시한 파문이 일었다.

화려했다.

이 정도라면 루비 아이를 잡을 수 있을 거라는 희망적인 관측이 나왔다. 가끔은 회의적인 어조로 얘기하는 이도 있었지만, 미르 공격대 내에서는 원정을 성공할 거라는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외부인들은 피상적으로만 아는, 수한과 용이의 강력함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미 원정 준비는 다 끝난 상태.

날짜를 정한 뒤, 세라프의 원형 문으로 향했다.

그렇다. 더 이상 세라프의 전당이 아니다. 이제는 원형 문이다.

구구구구궁.

기계용이 복잡한 여의도 도심을 천천히 날았다.

예전에는 기계용을 분리시켜 가져가야 했다. 그런데 이젠 그럴 필요가 없었다. 원형 문을 열어놓고 그 안을 통과하기만 하면 된다.

바로 수백 미터 앞에 원형 문이 크게 열려 있는 것이 보였다. 그 안에 붉은 소용돌이가 휘몰아치며 불꽃과 같은 광택을 번뜩이고 있었다.

기계용이 원형 문으로 접근하자, 도로에 운집해 있던 시민들이 태극기와 미르 공격대 문양이 새겨진 깃발을 흔들었다.

“미르 공격대 파이팅!”

“루비 아이를 확 죽여 버려요!”

수한은 기계용의 네 발을 흔들어 주었다.

속도를 서서히 높였다.

SUV나 보급품 같은 것은 모두 기계용의 뱃속에 들어 있었다. 이대로 차원문을 통과하면 가브낙 행성에 닿는다.

시민들의 환호를 받으며 차원문에 몸을 던졌다.

번쩍!

섬광과 함께 차원을 넘었다.

푸르른 바다가 보였다.

미르 공격대가 도착한 곳은 멩가 시.

가리오 대륙의 귀퉁이에 위치한 해안 도시로, 낙베일 대륙을 마주보고 있었다. 타이탄 공격대에 있을 때 수한도 머무른 적이 있고, 지금은 세라프 종족과 대한민국 육군이 주둔 중이었다.

공중을 천천히 선회하며 착륙할 곳을 찾았다.

누군가 수한의 정신에 접촉해 왔다.

[안녕하십니까? 상록수 부대 소속 정신 계열 이능력자 김종민 대위라고 합니다. 미르 공격대 맞습니까?]

[맞습니다. 어디에 착륙하면 될까요?]

[저희 부대 옆에 보시면 붉은 연막을 깐 지점이 보이실 겁니다. 그곳에 착륙하시고, 인근에 야영지를 건설하시고 쓰시면 됩니다.]

[감사합니다. 유용하게 쓰겠습니다.]

[아닙니다. 저희도 미르 공격대의 원정에 관심이 큽니다. 필요한 게 있으면 즉각 말씀해 주시기 바랍니다.]

수한은 육군이 표시해 놓은 공터에 기계용을 착륙시켰다.

배가 열리며 SUV들이 줄줄이 나왔다. 비행 접시도 웅웅거리며 보급품을 싣고 공터로 내려왔다.

시규가 진지 구축을 진두지휘했다.

“자자, 빨리빨리 움직입시다!”

수한은 기계용을 공터 한쪽에 잘 놔두었다. 용이를 분리시키자, 잽싸게 하늘을 날아 수한에게 다가왔다.

국군 지휘관들이 한쪽에 기다리고 있었다. 소장이 직접 나온 터라, 수한도 정중하게 그들을 응대했다. 얼마간 시간을 보낸 뒤 용이와 함께 밖으로 나왔다.

“자기야, 나는 변이체들 만나고 올게.”

“알았어.”

가브낙 행성의 변이체들은 여전히 멩가 시 인근에 머무르고 있다고 했다. 기계 괴수들이 멩가 시를 공격하면 그들도 참전하여 멩가 시를 방어한다는 것이다.

용이가 용갑 형태로 변형했다.

예전에는 좀 얇은 편이었는데, 이젠 상당한 중갑이 되었다. SSS급일 때는 우주복을 연상시켰다면, 이젠 중세 기사를 연상시킨다고 할까.

수한은 하늘 높이 날아올랐다.

운명의 눈으로 주변을 둘러보았다.

강렬한 힘이 느껴지는 존재가 멀리 보였다. 제법 높은 산들이 둘러싸서 형성한 작은 분지 지형 안이었다.

정확히 다섯.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용이의 속도를 더욱 빠르게 하여 분지로 접근했다.

[누구냐?]

날카로운 정신 감응이 날아들었다.

예전에는 변이체들 스스로 정신 감응을 쓰진 못했던 것 같은데?

수한은 놀라움과 기쁨을 느끼며 속도를 점차 줄였다.

[나야! 정말 오랜만이다. 거의 3년 만이지?]

[설마, 지구인 친구냐?]

다섯 중 하나가 급히 움직였다. 쏜 살 같이 하늘로 날아올라, 급히 수한에게 다가오는 게 보였다.

새 형태의 변이체.

크게 달라진 것은 없었다. 두 눈이 지혜롭게 빛나는 것을 제외하면, 수한이 가브낙 행성을 떠날 때 모습 그대로였다.

새는 수한을 보고 잠깐 멈칫했다. 용갑을 입은 것은 처음 보니 낯이 설었던 것이다.

그것도 잠시.

이내 수한의 정체를 알아차리고 달려들었다.

[야 임마!]

놀란 용이가 급히 회피 기동을 했다.

새가 허공에 정지한 채 씩씩댔다.

[다시는 안 돌아올 것처럼 하더니! 정말 못 보는 줄 알았잖아!]

[하하하, 그러게 말이야. 잘 지냈지?]

수한은 용이를 원래 상태로 되돌렸다. 그리고 전투복에 깃든 날개를 꺼내 허공에 체류했다.

커다란 호랑이 크기의 용이가 나타났다.

새가 용이를 보고 눈을 반짝였다.

[너 그때 그 조그맣던 녀석 아니니?]

[맞아. 내가 좀 컸지?]

[야, 반갑다! 너 정말 많이 커졌구나? 힘도 많이 세진 것 같은데? 이제 꼬맹이라고 못 놀리겠어!]

새가 친근하게 부리를 들이밀었다.

용이가 장난처럼 꼬리로 새의 부리를 쳤다. 소리가 제법 크게 났지만 새는 킥킥 웃어 넘겼다.

[어쭈, 너 꼬리가 꽤 맵다?]

[근데 나는 이렇게 커졌는데 너는 뭐 했어? 옛날이랑 똑같잖아?]

[끙.]

새가 앓는 소리를 냈다.

수한은 용이의 머리를 가볍게 쥐어박았다.

[요 녀석! 그런 건 조심스럽게 물어봐야지.]

[힝, 내가 뭘?]

용이가 짐짓 아픈 척을 했다.

수한은 혀를 쯧쯧 차고는 새에게 말했다.

[다른 애들은 어때? 잘 있어?]

[아, 날 따라와. 다들 마을을 지키는 중이야.]

[마을?]

새는 직접 보라고 했다. 허공을 부드럽게 선회하여 몸을 돌린 후, 빠르게 허공을 박찼다.

수한은 용이를 용갑으로 되돌렸다. 아무래도 전투복의 날개로는 전투복의 날개로는 비행 속도가 많이 부족했던 것이다.

금방 분지 안으로 날아들었다.

수한은 뜻밖의 광경을 보고 눈을 둥그렇게 떴다.

작은 마을이 조성되어 있었다.

나무로 얼기설기 만든 마을이지만 가브낙 행성인들의 얼굴은 밝았다. 특히 꼬마들의 얼굴이 살이 포동포동 올라 있었다. 신나게 마을 안을 뛰어다니고, 자기들끼리 장난을 하며 웃고 떠들었다.

네 변이체들이 마을 중앙에 떡 버티고 있었다. 몸이 다 기계로 되어 있어 어찌 보면 흉악한 외모인데, 마을 꼬마들은 좋다고 넷에게 장난을 걸었다.

수한은 그들을 불렀다.

[얘들아! 오랜만이야!]

변이체들이 놀라 고개를 들었다.

네 쌍의 눈이 일제히 수한을 향했다.

렌즈로 된 인공 눈이 한 차례씩 강렬한 빛을 뿜었다.

[너, 너, 너!]

[야! 오랜만이다!]

변이체들이 신이 나서 깡충깡충 뛰었다.

땅이 울렸지만 아무도 개의치 않았다. 이미 익숙한지 주변의 꼬마들도 까르르 웃기만 했다.

수한은 가뿐하게 그들 앞에 내려앉았다.

변이체들이 친근하게 앞발이며 머리를 내밀었다.

[다들 잘 지냈어?]

[뭐 그냥 그랬지. 나쁠 건 없는데 너무 심심했어.]

[예전에 너랑 기계 괴수 잡으러 다닐 때가 좋았지.]

[그렇다고 날개 달린 족속이랑 어울리고 싶진 않더라.]

[그것들 얘기는 하지도 마.]

변이체들이 앞 다투어 이야기를 쏟아냈다.

다들 정신 감응에 능숙해졌다. 그리고 야성이 강했던 예전과 다르게 사고가 상당히 복잡해 진 것 같았다. 치기가 남아서 그렇지, 지구인과 비교해도 떨어질 게 없었다.

수한에 이어 용이도 변이체들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오랜만에 본 용이의 변화된 모습에, 변이체들이 신기해하면서도 축하해주었다.

분위기가 좀 정돈된 후, 수한은 자신의 용건을 말했다.

[나는 이번에 예전처럼 기계 괴수들을 잡으려고 해. 너희들도 도와주지 않을래?]

[우리가 도움이 되겠어? 우리 다섯이 힘을 합쳐도 널 이길 순 없을 것 같은데.]

[대체 너희 둘 다 어떻게 이렇게 빠르게 강해진 거야?]

수한의 힘을 변이체들도 느끼는 모양이었다.

하긴 그 말이 맞다.

지금 상태로는 변이체들이 크게 도움이 되질 않는다. 있으면 좋지만, 대세에 영향을 끼칠 정도는 아니기 때문이다.

수한은 담담한 기색으로 말했다.

[우리가 처음 만났을 때 기억 나? 너희한테 기계 괴수 시체를 줬었잖아. 너희는 그걸 먹고 지금처럼 강해졌지.]

[당연히 기억해. 그런데 그건 왜?]

[그때처럼 너희를 강하게 만들고 싶어.]

[그게 가능해?]

변이체들이 회의적인 감정을 보냈다.

수한은 씩 웃었다.

[나만 믿어.]

변이체들이 자기들끼리 시선을 마주쳤다.

그러더니 힘차게 고개를 끄덕인다.

[좋아!]

[너라면 믿을 수 있지.]

[언제부터 시작할 거야?]

떠날 준비를 서둘렀다.

마을 사람들이 몰려나왔다. 자기들을 버리고 떠나지 말아달라는 건데, 변이체들이 어찌할 바를 몰라 허둥거렸다. 여기서도 수한이 나서야 했다.

수한은 무한 의식을 통해 마을 사람들을 설득했다.

변이체들이 영원히 떠나는 게 아니며, 낙베일 대륙의 기계 괴수들을 사냥하기 위해 잠시 자리를 비우는 거라고 얘기한 것이다. 낙베일 대륙 기계 괴수들은 지금도 이들에게 심대한 위협이니까.

한참을 주지시킨 다음에야 마을 사람들이 납득했다. 그제야 겨우 떠날 수 있었다.

수한은 오랜만에 새 변이체의 등에 탔다.

용이도 수한의 옆에 웅크리고 앉아 있었다. 칼날 같은 바람을 맞으며 기분 좋게 눈을 감았다.

변이체들과 함께 금방 진지로 돌아왔다.

얼마 지나지도 않았는데 진지가 거의 완성되어 있었다. 천막 수십 개가 가득 쳐져 있고, 각종 장비를 하역해 놓은 상태였다.

수한은 변이체들과 함께 그 가운데에 내려앉았다.

새미가 뛰어왔다.

“얘들아! 오랜만이야!”

[아, 그때 그 번개 뿌리던 인간이로군.]

[우리 친구랑 각별한 사이였지?]

새미에 이어 한민종 사장도 어슬렁어슬렁 다가왔다. 예전에 함께 사냥을 했던 사이다 보니 인사를 하려는 것이다.

변이체들이 둘을 보고 좀 위축되었다.

못 본 사이에 무척 강해졌기 때문이다. 수한만큼은 아니어도, 자기들이 다 덤벼도 상대하기 힘든 건 비슷했다.

[그래서 우릴 어떻게 강화시킬 거야?]

변이체들이 눈을 반짝이며 물었다.

수한은 용이를 가리켰다.

[이 녀석을 활용할 거야.]

[응?]

변이체들이 고개를 갸웃했다.

수한의 구상은 간단했다.

현재 다섯 변이체들은 몸의 대부분이 기계로 대치되었다. 반면, 심장과 뇌 등 주요 장기는 여전히 생체 상태로 남아 있었다.

이것들을 완전히 기계로 바꾼다면 어떻게 될까?

뇌를 인공지능 칩으로 대체하고, 심장을 동력핵으로 바꾼다. 그리고 다른 부위도 모두 대형 기계 괴수의 부품을 사용하여 교체한다. 기본적으로 소형 기계 괴수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보니 한계가 명확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덩치만 좀 작다뿐이지, 그 알맹이는 대형 기계 괴수. 충분히 SS급에 해당하는 전투력을 발휘하게 될 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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