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레이드 커맨더-211화 (212/254)

< 집결 -2- >

필요한 기술은 용이에게 이미 있었다.

바로 세라프 종족의 기계용 제작 기술이었다. 그걸 응용하여 변이체들의 전신을 개조하려는 것이다.

변이체들이 긴장한 기색을 내비쳤다.

[그거 위험하지 않아?]

[위험하지. 신체 마지막 부분까지 완전히 기계로 바꾸는 거니까. 잘못될 수도 있어.]

수한의 말을 들은 변이체들이 말을 아꼈다.

자기들끼리 쑥덕대며 의논을 나누더니, 수한과 용이, 새미와 민종을 한 차례씩 쳐다보았다. 결정을 내렸는지 수한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쉬울 거라고는 생각한 적 없어. 좋아. 받아들일게.]

[많이 아프진 않겠지?]

[걱정 마.]

바로 교체를 시작했다.

시작은 덩치가 가장 큰 곰 변이체부터.

필요한 부품은 충분히 가져온 참이었다. 힘의 결정으로 추출하지 않은 동력핵 역시 그러했다.

[시작한다.]

[알았어.]

곰이 편히 누운 채 눈을 감았다. 수한이 개입하자 의식이 끊기며 완전한 수면 상태에 접어들었다.

용이를 곰의 머리에 올렸다. 용이와 곰 변이체가 융합되며, 곰 변이체의 몸이 변형되기 시작했다.

[장기는 다 적출해. 소화기나 호흡기는 이제 필요 없어.]

[응, 알았어.]

수한은 곰 변이체의 내부를 꿰뚫어보며 지시를 내렸다.

사실 변이체들이 생존하는데 별로 필요가 없는 부위였다. 이젠 흔적처럼 남은 장기들을 싹 적출했다.

남은 것은 뇌와 심장.

용이의 움직임이 신중해졌다.

잘못 실수하기라도 하면 돌이킬 수가 없었다.

용이가 조심스럽게 자신과 연결된 인공지능 칩을 꺼냈다. 반쯤 기계화된 뇌에 덧붙인 후, 슬며시 융합을 시도했다.

치직, 치직.

전깃불이 튀었다.

용이는 한참 동안 작업을 했다. 그 결과 뇌와 칩이 하나가 되어 구형의 물체 하나가 만들어졌다.

생체 부위가 자연스럽게 탈락했다. 수한은 운명의 눈으로 탈락 부위의 정보를 읽어들었다. 그것을 무한 의식을 통해 새로운 인공 뇌에 복사시켰다.

인공 뇌는 원래 자기 것인 정보들을 탐욕스럽게 흡수했다. 그런데 생각보다 탈락 부위의 정보양이 많은 것 같았다.

[모자라겠는데?]

[응. 칩 몇 개 더 붙여야 할 것 같아.]

용이는 인공지능 칩을 더 융합시켰다.

구형 물체가 밝은 빛을 뿜었다.

곰 변이체의 정신이 온전히 이식된 것이다.

이제 가장 중요한 게 남았다.

동력핵.

이것만 심장과 교체하는데 성공하면 모든 작업이 끝난다.

뇌는 그나마 기존의 것을 살려서 썼지만 이건 그것도 불가능했다. 심장은 피를 통해 전신에 영양을 공급하지만, 이젠 동력핵으로 힘 자체를 공금해야 하기 때문이다.

수한은 용이를 시켜 인공 심장과 인공 혈관을 만들었다. 곰 변이체의 심장 대신 이 인공 심장을 토해 혈액을 공급하면서, 변이체의 몸 전체에 동력 전달 회로를 깔았다.

금속관으로 변한 혈관을 변화시키는 작업이었다. 무척 섬세하면서 지난했다. 이걸 하는 데만 상당한 시간이 걸렸다.

더구나 변화시킨 것은 동력핵에 연결해야 했다. 용이 혼자서는 불가능한 작업이어서, 수한이 개입하여 머리가 터지도록 골머리를 앓아야 했다.

이윽고 변환 작업이 끝났다.

적출한 심장은 한쪽에 놔두었다. 그리고 변이체와 연결된 동력핵은 흉부에 장착한 뒤 잘 덮었다.

바로 두 번째 작업에 들어갔다.

몸 전체 개조.

모든 부품을 대형 기계 괴수의 것으로 교체했다.

광선포, 미사일 발사대, 방어막 생성기, 동력 전달 장치 등등.

이윽고 모든 작업이 끝났다.

잠시 심호흡을 한 후, 곰 변이체의 정신을 깨웠다.

반응이 없었다.

수한의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

[으아아암.]

별안간 곰 변이체가 하품을 했다.

몸을 꿈틀거리며 늘어지게 기지개까지 편다.

[아우 오랜만에 잘 잤다. 뭐야, 무슨 일 있었어?]

곰 변이체가 의아하다는 듯 고개를 갸우뚱했다.

수한은 죽일 듯이 곰 변이체를 노려보고 있었던 것이다.

한참 곰 변이체를 쏘아보던 수한이 분통을 터뜨렸다.

[야 임마! 죽은 줄 알았잖아!]

[응? 뭐가? 무슨 일 있었어?]

[어휴, 말을 말자.]

곰 변이체는 순박한 눈으로 수한을 쳐다보았다. 결국 수한이 가슴을 몇 번 치고 말았다.

몸이 제대로 움직이는지 점검했다.

곰 변이체가 몸을 일으켰다. 빠르게 뛰어보고, 제자리 도약을 해보고, 허공에 대고 앞발을 휘저었다. 광선포와 미사일도 날려보았다. 탐지 장치와 다른 기능도 모두 확인했다.

이상 없다.

완벽히 기동하고 있었다.

그런데 좀 부족하다.

운명의 눈으로 보니 SS급에 도달했다. 이 정도면 충분히 만족할 법도 한데, 어째 수한은 뭔가 불만족스러웠다.

한 가지가 빠진 듯한 느낌.

결정적인 뭔가가 없다고 할까.

지금까지 만난 대형 기계 괴수들을 생각해 보라.

광선검이나 광선창, 파멸의 철퇴나 파멸 광구 같은 강력한 무기가 있지 않았나.

그 생각을 하고 있는데, 용이가 지친 목소리로 속삭였다.

[우리 좀 쉬었다가 하자. 나 힘들어.]

[아, 그래.]

아닌 게 아니라 수한도 머리가 핑핑 돌았다. 본인 막사로 들어가 잠이 들었다.

깨어보니 몇 시간이 훌쩍 지난 뒤였다. 해가 막 떠올랐고, 원정대 사람들이 식사를 하고 있었다.

새미가 수한의 막사로 아침 식사를 가져왔다.

“오빠 배고프지?”

“어, 고마워. 자기는 아침 먹었어?”

“방금 먹었지.”

아침은 풍성했다.

된장국과 겉절이, 깍두기, 돼지고기 수육에 잡곡밥이었다. 마침 배가 고프던 참이라 수한은 순식간에 먹어치웠다. 새미가 그걸 보더니 음식을 더 받아 가져다주었다.

쾅! 쾅!

밖에서는 연신 폭음이 울렸다.

수한은 별 걱정을 하지 않았다. 다름이 아니라 민종과 곰 변이체가 시험 삼아 대련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새미가 못 마땅한 표정을 지었다.

“참나, 멀리 가서 좀 하지. 사람 자고 있는데.”

“하하, 아침이잖아. 슬슬 일어나야지.”

수한은 길게 기지개를 폈다.

피로는 다 풀렸다.

용이도 멀뚱멀뚱 수한을 쳐다보는 게, 변이체들의 개조 작업을 재개해도 될 것 같았다.

밖으로 나오자 민종이 곰 변이체를 바닥에 메다꽂는 게 보였다. 아무리 SS급이 됐어도, 거신 강림을 쓴 민종의 상대는 아니었던 것이다.

[크악!]

곰 변이체가 비명을 질렀다.

민종이 콧방귀를 뀌었다.

“나한테 덤비려면 10년은 더 수련하고 와라!”

[이익, 두고 보자!]

곰 변이체가 분하다는 듯 땅을 쳤다.

수한은 그걸 보고 웃다가 두 번째 변이체의 개조에 들어갔다.

두 번째부터는 쉬웠다.

이미 익숙해진 터라 용이도 곧잘 해냈다. 곰 변이체를 개조하던 때처럼 수한이 머리가 터지게 지시를 하지 않아도 충분했다. 그저 감독만 해도 되었다.

이틀 만에 넷의 개조를 끝냈다.

[기분이 이상해!]

변이체들이 자기 몸을 보며 묘한 얼굴을 했다.

하긴 그럴 만도 했다.

이젠 몸 전체가 기계로 이루어졌다. 더 이상 피가 돌지 않으니, 어색하기도 할 것이다.

다른 사람들이 수한에게 엄지를 치켜들었다.

“역시 사장님이십니다. 정말 SS급으로 상승할 줄은 몰랐습니다.”

“정말 루비 아이를 잡을 수 있겠는데요?”

수한은 가볍게 미소를 지었다.

그러면서도 머릿속으로는 찬찬히 궁리를 하고 있었다.

변이체들에게 어떤 무기를 달아주는 게 좋을까, 하고.

[그런데 우리 이제 앞으로는 먹이 못 먹는 거야?]

[나 먹는 거 좋아하는데……]

녀석들이 자기들 배를 쓰다듬었다.

수한이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사항이었다.

생각해 보면 수한도 맛있는 음식 먹는 것을 좋아한다. 변이체들도 그럴 터였다. 애초에 수한과 관계가 시작된 것도 전리품을 먹으라고 나눠준 것부터였으니까.

고민을 하다가 음식물 섭취가 가능하게 만들었다.

정확히는 기계류만.

특히 기계 괴수 부품을 뜯어먹으면 그걸로 자신을 수리할 수가 있었다. 수한도 생각하지 못했던 기능인데 용이가 아이디어를 내어 내장이 있던 자리에 수리 장치를 설치했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무기도 하나씩 추가해주었다.

곰에게는 초밀도 방어막 생성 장치, 새에게는 파멸 광구, 뱀에게는 주포, 살쾡이는 광선검을 변형시킨 광선 발톱, 원숭이에게는 파멸의 철퇴.

변형이 끝나자 곰 변이체가 기세 좋게 함성을 터뜨렸다.

[나는 강해졌다!]

그리고는 한민종 사장에게 대련을 신청했다.

대련에서 처참하게 졌던 게 마음에 걸렸던 모양.

이번에도 민종의 승리였다. 하지만 며칠 전처럼 쉽게 끝내지는 못했다. 한 동안 치고받은 다음에야 곰 변이체를 쓰러뜨리고 승리를 따낼 수 있었다.

수한은 만족해서 고개를 끄덕였다.

이만하면 충분하다.

다섯 변이체 모두 일반적인 이능력자 보다 강해졌다. 거의 SSS급 무기를 가진 새미나 마엘른 정도는 된다고 할까.

때를 맞추어 기다리고 있던 존재들이 도착했다.

[여! 오랜만이야!]

[아저씨들 왔어?]

변이체들을 흥미롭게 보던 라오그뉴가 꼬리를 살랑거렸다.

쥬페르 행성의 형제신들이 도착한 것이다.

전신에 온갖 갑옷을 주렁주렁 차려입고 있었다. 동생신인 르익은 등에 칠채 옥좌를 짊어졌다. 그 상태에서 원형 문을 통과하여, 미르 공격대 진지에 내려앉았다.

변이체들이 놀라 형제신들을 경계했다.

수한이 직접 나가 둘을 맞이했다.

[잘 오셨습니다. 건강하셨지요?]

[하하, 우리야 잘 지내고 있지.]

[모인 전력이 대단하다. 오기 전까지는 가능할까 싶었는데 마음이 놓인다.]

[이 정도는 모아야 왕급 기계 괴수 사냥을 할 수 있지요.]

수한은 자신만만하게 웃었다.

이것으로 필요한 인원은 모두 모였다.

바로 회의를 소집했다.

커다란 막사 안에 직접 전투에 참가할 40명이 몽땅 들어왔다. 지원부에서도 과장급 이상은 모두 참석했다.

수한은 그들을 보며 말했다.

“내일부터 바로 진격을 개시하겠습니다. 목표는 낙베일 대륙의 왕급 기계 괴수 루비 아이입니다. 놈을 잡고 난 다음에는 낙베일 대륙 전체의 기계 괴수를 잡겠습니다.”

“정말로 이런 날이 왔네요. 처음 공격대를 시작할 때만 해도 언제 루비 아이를 잡을까 했었는데……”

“루비 아이를 잡으면 세계수 의회도 제 복귀를 인정할 겁니다.”

“용신님께서 함께 하시는 한, 앞을 막을 수 있는 존재는 어디에도 없습니다.”

[루비 아이가 겁나게 세다며? 내가 가슴을 뚫어주겠어!]

작전 회의에 들어갔다.

멩가 시에 머무르던 세라프 종족에게 루비 아이에 대한 자료를 넘겨받은 상황이었다. 그것을 토대로 작전을 짰다.

하루가 지났다.

모든 준비가 완료되었다.

[출발하겠습니다.]

기계용이 하늘로 날아올랐다.

펑! 펑펑!

포성이 울렸다.

국군이 사냥에 성공해 달라는 염원을 담아 쏘아 붙이는 예포 소리였다.

수한은 기계용을 움직여 멩가 시 상공에 크게 원을 그렸다.

국군 장병들이 환호하는 게 보였다. 질세라 외국 군대에서도 예포를 쏘았다. 멩가 시에 머무르던 세라프들도 날아올라 허공에 형형색색의 빛을 터뜨렸다.

그들의 기원을 뒤로 하고, 낙베일 대륙을 향해 방향을 틀었다.

낙베일 대륙까지는 금방.

성층권까지 솟아올라 최대 속력까지 가속했다.

기계용이 굉음을 터뜨리며 낙베일 대륙 깊은 곳으로 파고들었다.

몇 시간 걸리지 않았다.

저 멀리 검게 물든 대지가 보이기 시작했다.

세라프 종족이 일전을 벌여 루비 아이의 움직임을 제한했던 곳.

별칭, 죽음의 대지.

그곳에 있었다.

왕관 모양의 몸체와 거대한 눈이 특징적인 기계 괴수.

루비 아이.

기계용이 모습을 감춘 채, 루비 아이에게 서서히 접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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