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레이드 커맨더-224화 (225/254)

< 두 개의 별 >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초월 진화에서는 선택이 불가능했다.

진화가 완료된 순간, 초능도 결정되었다.

지금까지 수한이 진화시켰던 초능 항목들이 반영되어 생성된 수한만의 초능.

근원 부여.

그리고 세계 투시.

[★근원 부여]

설명 : 세상의 근원을 부여한다. 본인에게 익숙한 근원이라면 무엇이든 부여할 수 있다. 어떤 존재에도 부여할 수 있으며, 대상이 유형이든 무형이든 관계가 없다. 레벨이 오를수록 위력이 더 강해지며 사정 거리도 늘어난다.

능력 : 대상에 세상의 근원 부여.

제한 : 2000 레벨까지 육성 가능.

계열 : 만물 변환.

레벨 : 1.

진화 : 성장 한계.

기록 : 속성 부여 : 소총 총알, +속성 부여 : 총알, ++상급 속성 부여 : 총알, +++속성 조합 : 총알, ++++특급 속성 부여 : 총알, +++++특급 속성 부여 : 발사체, ++++++속성 중첩 : 발사체, +++++++궁극 속성 부여 : 발사체.

[★세계 투시]

설명 : 세계 그 자체를 투시한다. 힘을 사용하지 않더라도 사용할 수 있으며, 힘을 사용하면 더욱 강하게 사용하는 것이 가능하다. 시간, 공간, 영혼, 육체 등 모든 것을 꿰뚫어볼 수 있다. 레벨이 올라가면 위력이 강해진다.

능력 : 대상의 모든 면 투시.

제한 : 2000 레벨까지 육성 가능.

계열 : 만상 투시.

레벨 : 1.

진화 : 성장 한계.

기록 : 정체 파악, +주시자의 눈, ++군림자의 눈, +++초월자의 눈, ++++신안, +++++절대자의 눈, ++++++운명의 눈, +++++++삼생의 눈.

초능창을 확인한 수한의 눈이 깊어졌다.

+ 표시 대신 ★ 표시가 붙었다.

지금까지와는 격이 다르다고 웅변하는 것 같다고 할까.

새미를 재워놓고, 잠시 침대를 빠져나왔다. 응접실의 소파에 앉은 채 손을 내밀었다.

근원 부여를 써보았다.

수한의 손가락 끝에 보라색 빛이 피어올랐다. 예전과는 다른, 훨씬 더 선명하고 투명한 색채의 빛이었다.

그 상태 그대로 눈에 띄는 책자를 집어 들었다.

책자로 보라색 빛이 옮겨갔다.

아무 변화가 없었다.

수한은 다시 초능창을 살폈다.

‘어떻게 해야 하는 거지?’

짐작 가는 바가 있었다.

머릿속으로 광명 속성을 상상했다.

그 이미지를 구축한 채 힘을 쏟자, 책자에 은은한 빛이 내려앉았다.

연달아 여러 속성을 부여해 보았다.

화염, 빙결, 파멸, 멸혼, 지옥 등등.

모든 속성이 가능했다.

더구나 발사체가 아니어도 좋았다. 이젠 근접 무기나 방어구, 설령 기갑 장비라도 부여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수한은 고개를 갸웃했다.

단지 이게 끝일까?

그러진 않을 것 같았다.

수한은 궁리 끝에 혼돈 속성을 부여해 보았다.

지금까지 얻은 속성 부여에는 포함되지 않았던, 아바돈이나 드라고나를 통해 익숙해진 혼돈 속성.

그것도 되었다.

수한이 마음을 먹은 즉시, 책자가 회색으로 변했다.

이걸 어디에 휘두르기라도 했다간 재앙이 벌어질 터. 수한은 급히 책자에 깃든 힘을 회수했다.

‘중첩이랑 조합은 안 되나?’

실험해 보았다.

충분히 가능했다.

특기할 점은, 중첩과 조합의 개수 제한이 사라졌다는 점이다. 지금까지 수한은 중첩은 2번만, 조합도 2개만 가능했는데 이젠 힘에 여유가 있는 한 무제한적으로 사용이 가능했다.

꿀꺽.

수한은 마른 침을 삼켰다.

가장 강력한 속성인 천멸이나 지옥을 무식하게 중첩해서 쏘면 어떻게 될까?

힘이 부족할 테니 거기까진 힘들겠지만, 행성 하나 정도 박살내는 것은 일도 아니었다. 총 한 자루만 있으면 기계 괴수라 해도 죽일 수 있었다.

근원 부여에 대해선 여기까지 하고, 세계 투시로 눈길을 돌렸다.

세계 투시도 굉장했다. 눈에 힘을 주고 달을 보자 그 표면이 선명하게 들여다보였다. 창밖으로 커플 한 쌍이 지나가기에 그들을 보았는데, 그들의 인생은 물론 전생과 후생까지 모두 읽어낼 수 있었다.

SSS급일 때도 가능하긴 했지만 그때는 정신을 집중하고 힘을 최고도로 끌어올려야 했다. 더구나 그렇게 해도 흐릿하게 대략의 장면을 보는 게 다였는데, 이젠 영화를 관람하는 것처럼 선명했다.

과연 Ex 등급이었다.

수한이 응접실에서 이것저것 실험을 하고 있자, 새미가 일어나 밖으로 나왔다.

“오빠, 뭐 해?”

“응? 아, 강해진 능력 실험해 보고 있었어. 피곤할 텐데 더 자.”

“오빠가 옆에 없으니까 잠이 안 와.”

“하하, 그래?”

수한은 가볍게 새미를 끌어안았다.

그렇게 밤이 깊었다.

수한은 새미와 결혼하기로 한 사실을 먼저 두 동생에게 알렸다.

두 동생은 쌍수를 들어 환영했다.

“진짜? 우리도 좋아!”

“언제 결혼식 올릴 거야?”

“일단 장인 어른이랑 장모님께 인사드리고 결정해야지. 그냥 조촐하게 할 거라서, 다음 달에 할까 생각 중이야.”

“뭐? 다음 달?”

“너무 이른 거 아냐?”

“형 혹시……”

기한이 의미심장하게 말꼬리를 흐렸다. 그러면서 묘한 눈으로 새미의 아랫배를 쳐다보았다.

“이 녀석이?”

수한은 기한의 머리에 꿀밤을 먹였다.

제법 세게 때렸더니 기한이 머리를 싸매며 앓는 소리를 냈다.

“그런 거 아니니까 이상한 소리하지 마.”

“끙, 아니면 아니지 왜 때리고 그래?”

“솔직히 맞을 만 했어.”

명한이 짐짓 근엄한 척 말했다.

기한이 눈을 흘겼다.

“형도 똑같은 생각 했으면서?”

“아니거든? 그나저나 우리 형이 드디어 유부남이 되는구나. 하긴 형도 나이가 들었지. 벌써 한판이잖아?”

은근슬쩍 화제를 돌리는 것을, 웃으며 받아주었다.

“그래. 결혼할 때 되긴 했지. 너희들은 결혼 생각 없어?”

“나는 뭐……”

“에이, 서른은 되어야 결혼하지. 나 겨우 스물넷인데? 나한텐 한참 먼 얘기야.”

“이십대 중반에서 서른은 눈 깜짝할 사이에 된다. 너도 계속 여자 갈지 말고 정착할 여자를 찾아.”

“쳇, 알았어.”

명한은 끝내 미현과 헤어졌다. 권태기를 극복하지 못한 것이다.

미현은 잘 이겨냈다. 지금은 미르 공격대의 법무 이사로 재직하고 있었다. 몇 번 명한과 마주치긴 했지만 명한이 껄끄러워할망정 미현은 개의치 않는 듯했다.

집에 같이 사는 이들도 잘 생각했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라오그뉴가 꼬리를 살랑였다.

[둘이 결혼한다고? 축하해! 그런데 너희 둘 진작 결혼한 거 아니었어? 볼 때마다 짝짓기 하고 있던데?]

“라오그뉴님!”

새미가 소리를 빽 질렀다.

라오그뉴는 모르는 척 딴청을 피웠다. 괜히 혀로 발등을 핥는가 하면 자기 머리를 만지는 시늉을 했다.

마침 미드가르드 행성에서 돌아온 마엘른이 담담한 얼굴로 말했다.

“크리맛실에 다녀온 김에 세계수의 꽃을 몇 송이 가져왔는데 잘 됐습니다. 여러 효능이 있지만 부부의 방에 놔두면 금슬을 좋게 해줍니다. 두 분의 결혼 선물로 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아르텔라도 경건한 자세로 축하를 해주었다. 드워프들은 벌써부터 맥주 파티를 벌이자고 야단이었다.

그렇게 몇몇 친지들에게만 알렸는데, 소문이 일파만파로 번졌다. 며칠이 지난 다음에는 인터넷은 물론 주요 언론 매체에 특종이 뜰 지경이었다.

수한은 TV 뉴스를 보고 쓰게 웃었다.

둘의 결혼 소식이 모든 채널을 점령했다. 공중파 방송이든 케이블이든 가리지 않았다. 심지어 별로 관계도 없는 스포츠 채널과 연예, 음악 채널까지 하루 종일 수한과 새미의 결혼 소식만 전하고 있었다.

“형! 우리 준비 다 됐어!”

“그래? 그럼 출발하자.”

원래는 새미의 부모님에게 인사만 드리려고 했다.

하지만 지난 5년 간 몇 번 얼굴을 본 참이었다. 미르 공격대 설립 후에는 언론에 노출이 많이 되어 더욱 친숙했다.

그러다 보니 새미의 부모님은 상견례 겸 양가가 같이 만날 것을 제의했다. 양가라고 해 봐야 수한네 삼형제와 새미네 가족까지 하여 여섯 명이 전부지만.

약속 장소는 예전에 깔루 행성에서 돌아온 뒤 처음 식사를 했던 한정식집이었다.

새미네 가족이 먼저 도착해 있었다.

수한이 예약한 방으로 들어가자, 새미의 부모님이 수한을 살갑게 맞이했다.

“어서 오게 이 서방. 차 막히지는 않던가?”

“어휴, 옛날 같으면 씨암탉이라도 고아서 먹였을 텐데……”

분위기는 화기애애했다.

굳이 허락 받고 뭐할 것도 없었다. 수한이 슬쩍 얘기를 꺼냈더니 장인과 장모될 사람 모두 허락은 5년 전에 했다며 웃었다. 오히려 왜 이렇게 늦게 결혼하느냐며 은근히 타박을 했다.

음식이 나왔다.

5년 전 그 맛 그대로였다. 옛 일을 추억하며 즐겁게 식사를 했다.

“그래, 식은 언제 올릴 생각인가?”

장인이 묻자, 수한은 생각했던 대로 말을 했다.

“굳이 오래 끌 것 없이 1월 말 정도에 할 생각입니다. 크게 하지는 않을 거고요, 마침 강원도에 제가 가진 별장이 있으니 그곳에서 조촐하게 하려고 합니다.”

듣고 있던 장모가 의아하다는 듯 물었다.

“이 서방, 한 번 뿐인 결혼식인데 좀 크게 하지 않고?”

“아, 그러면 너무 번잡해질 것 같습니다. 어지간한 웨딩 홀로는 수용이 불가능할 테니 가까운 사람들만 초대할 생각입니다.”

“그래도……”

“어허, 공식적으로 청첩장 돌리면 사람이 얼마나 많이 올 줄 알고? 자네 뜻대로 하게. 내 생각에도 그게 좋을 것 같으이.”

결혼식에 대해서도 논의를 했다.

어차피 초대할 사람은 많지 않았다. 수한도 그렇지만, 새미네도 대전쟁 당시에 친척들이 대부분 죽었기 때문이다.

듣고 있던 기한이 고개를 갸웃했다.

“형, 미르 공격대 사원들은 초대해야 하지 않을까? 자기 회사 사장님이랑 부사장님이 결혼하는 거잖아. 대부분은 오고 싶어 할 텐데.”

명한도 끼어들었다.

“언제 뉴스에서 들은 건데, 미르 공격대의 유일한 약점이 형이랑 새미 누나가 결혼하지 않은 거라고 그랬어. 둘이 헤어지기라도 하면 미르 공격대가 쪼개질 수도 있다고 하던데?”

“아, 나도 그거 봤어.”

“그 뉴스 나가고 인터넷 게시판 마비 됐던 건 알아? 둘이 헤어지라고 고사 지내는 거냐며 항의 글들이 쏟아졌었어. 결국 며칠 뒤에 공식적으로 사과했지 뭐야.”

수한은 잠시 고민을 했다.

미르 공격대 사원들을 초대한다?

나쁘지 않은 소리다.

하지만 숫자가 너무 많았다. 지금에 와서는 미르 공격대의 사원이 무려 5천에 달하기 때문이다.

결국 회사의 임원진만 초대하기로 했다. 창립할 때부터 함께 했던 부장들이나 백기수 이사 정도만. 수한의 별장도 규모가 크지 않아 그 이상은 힘들었다.

그리고 신혼집은 아예 새로 마련하기로 결정했다. 지금 집은 변이체들과 외계인들, 동생들까지 같이 살고 있어 북적북적했던 것이다.

신혼집에서는 오롯이 수한과 새미, 둘만 살 생각이었다.

장모가 둘을 보며 물었다.

“그래, 아이는 몇이나 낳을 생각이니?”

수한과 새미의 눈이 잠깐 마주쳤다.

수한은 조심스럽게 말했다.

“굳이 조절하지는 않을 생각입니다. 낳으면 낳는 대로, 아들이든 딸이든 잘 키우고 싶습니다.”

“그렇게 하게. 능력도 없는 것도 아니니, 되도록 많이 낳는 게 좋지.”

“그런데 앞으로 원정은 어떻게 할 생각인가?”

“당분간은 함께 할 겁니다. 혹시 새미가 임신하게 되면 즉시 그만두고요.”

“그래, 알겠네.”

식사는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끝이 났다.

새미의 부모님은 둘의 결혼식이 끝나는 대로 출국한다고 했다. 원래는 신정만 보내고 출국할 예정이었는데, 갑작스런 결혼에 좀 늦춘 것이다.

장인이 수한의 어깨를 두드렸다.

“혹시 도움이 필요하면 연락하게나.”

“예, 장인 어른. 그때 뵙겠습니다.”

“이 서방, 잘 있게.”

“예, 장모님. 조심히 들어가세요.”

신정 연휴가 끝나고, 수한은 공식적으로 미르 공격대 내에 결혼 사실을 알렸다.

이미 다 아는 사실이었지만 공식 발표는 또 달랐다. 미르 공격대 내외에서 축하 인사가 엄청나게 쏟아졌다. 목표를 달성하고 좀 늘어졌던 미르 공격대의 분위기도 달아올라서, 흥겨운 축제 분위기가 되었다.

“사장님, 축하드립니다!”

“드디어 결혼하시네요!”

“흐흐, 이제 행복 끝 불행 시작입니다. 괜히 결혼을 인생의 무덤이라고 부르는 게 아닙니다.”

“하하, 다들 고맙습니다.”

다소 짓궂게 축하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수한은 그저 웃어 넘겼다.

2주는 금방 지나갔다.

결혼식 날짜가 성큼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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