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레이드 커맨더-242화 (243/254)

< 설욕전 -1- >

황태자가 된 것은 좋은데, 지지 기반이 취약하다는 건 큰 문제였다.

그나마 가신들을 통해 몽떼 파벌과의 관계를 복구했다. 앙금은 남아 있지만, 그런 것을 계속 가지고 있으면 하등 도움이 되지 않을 테니까.

한편 초월 진화자를 끌어들이려고 애썼다.

아무리 거대한 요새도, 아무리 강력한 함대도 초월 진화자 1명에게 무너지는 게 현실이니까. 제국 권력자의 힘은 초월 진화자를 얼마나 많이 가지고 있느냐에 따라 판가름 되었다.

쉽지는 않았다.

대부분의 초월 진화자는 주군이 있었다. 없다고 해도 비에라의 손을 잡을 자는 많지 않았다. 이름만 황태자지, 그에 걸맞는 권위를 갖지 못했으니까.

결국 자기 주변에서 찾아야 했다.

가장 먼저 눈을 돌린 것은 바로 수한.

당연한 수순이었다.

블랙 프린스를 돌파하면서 보여준 수한의 무력이 너무 인상 깊었으니까.

혼자서 판을 뒤집어 버렸지 않나.

가신들이 꺼려하는 기색을 보였다.

“너무 위험합니다.”

“그 자는 어디까지나 미천한 수확 차원 출신입니다. 아무리 황실의 시조와 같은 육체를 가지고 있다고 해도, 그 격이 떨어집니다.”

“흉중에 무슨 마음을 품고 있는 지도 알 수 없습니다. 어쩌면 제국 전체에 적개심을 가지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믿을 수 없는 자입니다.”

그러나 비에라의 뜻은 확고했다.

“하지만 초월 진화자 중 최강자라는 것도 무시할 수 없는 사실이지요. 못 봤어요? 폐태자와 그 휘하 군주를 연달아 격파하는 거? 그리고 그 자가 수확 차원 출신인 이상, 그 차원만 제가 움켜쥐고 있으면 절 배신할 수도 없지요. 잘 하면 제 마음대로 부릴 초월 진화자를 얻을지도 몰라요.”

“흠, 전하께서 그리 생각하신다면야……”

“과연, 그런 방법이 있겠습니다.”

비에라는 한편으로 칼라트라에게 연락을 했다.

마침 다른 저장소와 지구가 있는 차원의 동기화가 거의 끝나가던 시점.

둘은 작당하고 한 가지 모의를 꾸몄다. 당연한 말이지만, 수한이나 다른 초월 진화자들에게 들통 나지 않도록 최대한 조심했다.

특히 투시 계열이나 정신 계열, 감각 계열 초능에 들키지 않도록 했다. 항상 스스로의 정신을 지키는 왕관을 쓰고 다녔고, 해킹을 우려해 보안 회선으로만 연락을 했다.

하지만 이런 노력이 무색하게, 수한은 비에라의 행동을 눈치 채고 있었다.

황태자가 되고 나서, 갑자기 살갑게 대해서였다.

순수하게 호의로 그러는 게 아닐 거라는 점은 분명했다. 당연히 의심을 가졌고, 비에라의 주위를 살펴본 결과 뭔가 일을 벌이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그리고 칼라트라.

독토르가 물어온 정보가 컸다. 칼라트라의 군주가 비밀리에 비에라와 접촉했다는 것이다.

그것으로 충분했다.

수한은 물밑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간파했다. 즉각 대응책을 마련했다.

독토르를 찾아갔다.

“요즘은 좀 어떻습니까?”

“무슨 말씀이신지?”

“잉트리그의 천덕꾸러기에서 황태자의 측근이 되었으니, 잉트리그에서도 반응이 있을 거 아닙니까?”

“뭐, 아직은 그저 그렇습니다. 아시다시피, 군주 위피디스님께서 절 경원시하시니까요.”

“그렇습니까? 그럼 이렇게 해보지요. 칼라트라와 잉트리그의 사이에 전쟁을 일으키는 겁니다.”

“예?”

독토르가 눈을 크게 떴다.

수한은 심드렁한 태도로 말했다.

“원래 칼라트라와 잉트리그는 앙숙 아니었습니까? 얼마 전에는 잉트리그의 군주가 칼라트라에게 붙잡혔다가 탈출한 적도 있다면서요.”

“그랬지요.”

“잉트리그에서는 그 일로 칼라트라에게 이를 갈고 있는 것으로 압니다. 몇 번은 수확 차원을 공격해서 세라프 종족들을 몰살시키기도 했잖습니까? 지금도 접경 지대에서는 산발적으로 국지전이 벌어진다고 들었습니다.”

“잘 알고 계시네요. 사실 그렇습니다. 칼라트라야말로 우리 잉트리그의 주적입니다. 저도 칼라트라와의 전쟁에서 이름을 얻고 출세했으니까요.”

“칼라트라의 전쟁을 벌여, 그 전쟁에서 독토르님의 영향력을 증대시키면 무슨 일이 벌어지겠습니까? 군주의 영향력을 줄이는 것은 물론, 만약 독토르님이 군주 계급에 오른다면 파벌의 수장 자리를 합법적으로 쟁취할 수도 있을 겁니다.”

“흐음!”

독토르가 혹하는 표정을 지었다.

요 며칠, 수한은 독토르를 비롯한 초월 진화자들에게 자신의 조합 기술을 가르쳤다.

기계병에 동력핵을 따로 장착시킨 다음 변형시켜주기도 했다. 근원 부여를 이용해 도움을 주니, 초월 진화자들은 자신의 힘을 쉽게 주입했다.

지금은 조합 기술의 발현이 가능한 경지에 올라 있었다. 비록 한 번 발현하는데 10분 이상이 걸려 실전에서 써먹을 수는 없지만, 그야 지속적인 수련으로 해결될 문제였다.

특이한 것은 조합 기술을 익히더니 궁극기의 위력이 조금이나마 강해졌다는 점이다. 기존 제국인의 궁극기와는 비교도 되지 않게 어려운 조합 기술을 익히다 보니 얻은 부수적인 소득이었다.

덩달아 수한도 제국의 궁극기를 발현하는 방법을 배웠다.

조합 기술과 일맥상통하는 점이 있었다. 두 가지 초월 진화한 초능을 섞어 사용하는 것이다.

비록 여러 면에서 조합 기술보다 뒤떨어졌지만, 대신 맨몸으로도 발현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었다. 수한은 혹시 모르니 일단 배워 두었다.

동석해 있던 베일리프 등 칼데츠라한의 3인방이 독토르를 보고 말했다.

“원한다면, 우리가 당신의 맹우로서 칼라트라와의 전쟁에 참여하겠소.”

“이건 독토르 원수에게만 해당하는 말이 아니오. 퀴그 원수, 핌 원수에게도 같은 제안을 하겠소.”

“우리의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도, 그대들의 안위를 지키기 위해서도 나쁜 얘기는 아닐 거요.”

각 파벌은 대개 초월 진화자 열 명에서 스무 명 정도를 보유하고 있다.

칼라트라나 잉트리그는 파벌 중에서도 상위권. 따라서 칼라트라에는 17명, 잉트리그에는 15명의 초월 진화자가 존재했다.

미세하게나마 칼라트라가 앞서 있긴 하지만 여기에 3명이 추가된다?

더구나 비상시에는 수한도 참전할 것 아닌가.

수한은 특이하게도 원수 계급이면서 군주들을 일대일로 격파시킨 강력한 초능력자였다. 그것까지 감안하면 잉트리그의 압승이 점쳐졌다.

독토르가 혹한 표정을 지었다.

“흠, 하지만 다른 파벌 간 전쟁에서 다른 파벌의 개입은 금지되어 있습니다. 황태자 전하께서 언제든 강제 휴전을 시킬 수가…… 아!”

“바로 그겁니다.”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

황태자는 막대한 권한을 가지고 있었다.

원칙적으로 파벌 간 전쟁에서 다른 파벌을 끌어들이는 것은 금지되어 있다. 그러나 그것을 해석하는 것은 오로지 황태자의 권한이었다.

칼데츠라한 3인방을 파벌로 해석하느냐, 그렇지 않느냐는 황태자 마음이라는 것.

칼라트라나 잉트리그 등 총 49개 파벌은 이미 제국법에 적시가 되어 있으니 어쩔 수 없다. 하지만 모든 초월 진화자가 49개 파벌에 속해 있는 것은 아니니, 황태자의 권한이 막강함을 알 수 있었다.

비에라가 칼라트라와 뭔가 밀약을 맺은 사실은 수한도 알고 있다.

그렇다면 칼라트라와 잉트리그, 두 파벌 간 전쟁이 격화되면 비에라가 어떤 선택을 할까?

수한에게 족쇄를 채우려고 칼라트라를 밀까? 아니면 자신을 지지한 독토르가 속한 잉트리그를 도울까?

답은 처음부터 정해져 있었다.

비에라가 유폐를 풀고 황태자가 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게 10명의 초월 진화자다. 그런 이들 중 하나가 앙숙 파벌을 공격하겠다는데 어깃장을 놓으면 제국 정계에서 평판이 무척 떨어질 것이다.

독토르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좋습니다. 그렇게 하지요. 저 먼저 잉트리그로 돌아가겠습니다.”

“내가 따라가겠소.”

“전황이 격화되면 참전 요청을 하겠습니다. 그때 도와주시기 바랍니다.”

“알겠습니다.”

독토르와 베일리프가 먼저 떠났다.

아마 며칠 후면 참전 요청을 할 것이다. 그때 수한과 줄랑, 콩코드가 나서기로 했다. 그렇게 다섯 명이서 일거에 칼라트라를 치고 들어갈 예정이었다.

수한은 느긋하게 기다렸다.

그 사이 스스로를 강화하는데 전력을 다했다.

비에라가 상이라며 블랙 프린스의 보물 창고를 개방한 것이다. 다른 초월 진화자들은 그저 시큰둥했지만, 수한은 얼른 그 안으로 들어갔다.

개인 무구류는 별 것이 없었다. 그저 초능을 증폭시키는 금속 장식류가 전부였다. 기본적으로 제국은 기계병에 타고 전투를 벌이다 보니 개인 무구류는 발전하지 않았던 것이다.

대신 힘의 근원이나 각종 진귀한 물건이 많았다. 수한은 오직 힘의 근원만 종류별로 수십 개를 챙겨왔다.

임페리얼에 돌아온 뒤, 밀실에 들어가 문을 잠갔다.

새미가 등 뒤에서 응원을 했다.

“오빠! 힘 내! 힘들 것 같으면 무리하지 말고 그냥 나와. 알았지?”

“알았어. 걱정하지 마.”

제국에서 말하는 힘의 근원은 힘의 결정과 비슷하다.

하지만 결정적인 차이점이 있었다.

레벨 업 도우미를 통해 흡수할 경우, 힘의 결정보다 훨씬 더 효율이 뛰어나다는 것이다.

힘의 결정은 2번째 흡수하면 얻는 점수가 1/3로 준다. 3번째부터는 아예 점수를 얻지 못했다. 그러나 힘의 근원은 1/9로 줄어들기만 할 뿐 점수를 얻는 게 가능했다.

4번째에서는 1/27, 5번재에서는 1/81……

더구나 6번째부터는 1/81로 고정되었다. 힘의 근원만 충분하다면, 자신이 소유한 레벨 업 도우미의 성장 한계까지 모든 초능을 성장시킬 수 있다는 것.

수한이 지금 그렇게 했다.

고통은 힘의 결정을 흡수할 때와 비슷했다. 이를 악물고 그렇게 했다.

다만 아쉬운 점은 초월 등급 힘의 근원은 얻어오지 못했다는 점이다. 제국에서도 진귀한 것이다 보니, 황족이 아니면 쓸 수가 없다나.

[초능]

★근원 부여 2000.

★세계 투시 2000.

★광속 2000.

+++++++유일 은하 1000.

+++++++절대 의식 1000.

+++++++벼락신 1000.

+++++++불멸의 육체 1000.

+++++++파천황 1000.

+++++++용신 강림 1000.

+++++++용신의 저주 1000.

여유 점수 : 100.

원수 계급에서 초월 진화시킬 수 있는 초능은 3가지.

수한은 신속 계열을 선택했다. 그에 따라 기존 뇌룡 질주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빠르게 움직일 수 있게 되었다.

한 가지 더.

새로운 조합 기술을 만드는데 성공했다.

근원 부여와 광속의 조합.

혼돈이나 차원 위상을 조합하는 것은 크게 차이가 없었다. 가장 효과적인 것은 근원 부여 내에 포함된 중첩 기능이었다.

초능의 이름은 광속이지만, 엄밀히 말해 빛의 속도를 낼 수는 없었다. 그런데 이렇게 중첩시켜 속도를 내자, 거의 빛의 속도에 근접하는 게 가능했다.

이 정도면 공간 도약하는 것보다 조합 기술을 발현하는 게 더 빠를 지경.

더구나 광명 속성을 조합하니 몸이 빛으로 변화했다. 뇌룡 질주처럼 무형으로 변하여 자유자재로 움직이는 게 가능해진 것이다.

수한은 이 조합 기술에 빛의 질주라는 이름을 붙였다.

누군가 알아채지 못하게 혼자만 알고 있었다. 개방된 곳에서는 연습을 하지 않았다. 일종의 비밀 무기로 활용하려는 의도였다.

이러는 동안 10번째 초능도 개발이 완료되었다.

용신의 저주.

아르텔라의 것과 같았다. 자신의 신체를 제물로 바쳐 상대에게 각종 강력한 저주를 거는 거였다. 수한이 9번째로 선택한 용신 강림과 같은 용신의 힘을 빌리는 거여서, 용신 강림 상태에서는 수한의 영혼이 오염되지도 않았다.

이렇게 둘을 선택하자 엄청난 상승 효과가 있었다.

새로운 조합 기술, 암흑 용신.

암흑 용신을 발휘하면 모든 공격에 강력한 저주가 깃든다. 수한이 손가락 하나 정도는 절단해야 가능할 정도의 위력이니, 앞으로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임페리얼에서 빈둥거리던 퀴그와 핌이 질렸다는 표정을 지었다.

“설마 그걸 다 흡수하다니, 정말 지독한 작자로군.”

“아니, 1개만 흡수해도 몸이 터지려고 하는데 어떻게 흡수한 거야?”

수한은 담담하게 웃었다.

제국인들과 수한은 그 마음가짐이 달랐다.

앞으로 벌어질 대전쟁에서 수한이 한 걸음, 아니 반의 반 걸음만 삐끗해도 수한과 새미는 물론, 지구 전체가 참담한 결말을 맞이할 테니까.

힘의 근원을 흡수할 때 겪는 고통?

이미 익숙했다. 지구에서 지겹도록 겪어보았다. 더구나 자신의 어깨에 지구의 운명이 걸려 있다고 생각하니, 고통이 두렵다고 강해지는 것을 미룰 수가 없었던 것이다.

성장 한계에 도달한 뒤에는 휴식을 취했다.

‘그나저나, 내가 흡수한 10익급 레벨 업 도우미가 몇 개 였더라?’

정확히 11개였다.

그렇다면 한두 개 정도만 더 흡수하면 군주 계급이 된다는 이야기인데……

일단 군주 계급이 되면 3개의 초능을 더 초월 진화시킬 수 있다. 조합 기술까지 생각하면 지금보다 배는 강해질 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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