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공 요새 -1- >
우주 전함 임페리얼이 시공 요새 임페리얼의 격납고 안으로 들어갈 때까지 아무 방해도 없었다.
오히려 성숙한 여성의 홀로그램이 임페리얼 함교에 나타나더니 정중히 인사를 했다.
[비록 평행 차원의 존재지만, 제 옛 함장님과 같은 DNA를 가진 분을 뵈니 반갑습니다. 미네르바라고 합니다.]
아닌 게 아니라 수한이 데리고 있는 미네르바를 닮았다.
수한의 옆에 둥둥 떠 있던 미네르바가 큰 미네르바를 조심스럽게 살폈다.
[당신이 이 시공 요새를 총괄하는 인공지능인가요?]
[그렇답니다.]
다소 어색한 분위기가 감돌았다.
둘을 같은 존재라고 할 수는 없지만, 또 완전히 다른 존재라고 할 수도 없으니까.
큰 미네르바가 수한을 보며 말했다.
[황제 폐하와 대군주 네 분께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담화를 나누고 싶다고 하시는데, 괜찮겠습니까?]
[좋습니다. 한 번 보지요.]
함정은 아니었다. 순수하게 얘기만 하자는 느낌이 들었다. 수한은 스스럼없이 큰 미네르바를 따라나섰다. 다른 이들은 임페리얼에게 남아 있게 했다. 심지어 용이도 마찬가지였다. 반신 진화자들과의 싸움에서는 도움이 되지 않을 테니까.
안내 받은 곳은 시공 요새 외곽의 한 응접실.
화려하게 꾸며놓은 곳이었다. 금실로 짠 커튼이 치렁치렁 늘어져 있었다. 보석 등불이 황홀한 빛을 뿜고, 어디선가 희미한 음악 소리가 들려왔다.
응접실 곳곳에 붉은 소파가 놓여 있었다. 세 명의 남자와 두 명의 여자가 그 위에 누워 시종과 시녀들에게 시중을 받았다. 수한이 들어온 것을 느꼈는데도 수한에겐 신경도 쓰지 않았다.
상관없었다. 육체의 눈이 아닌, 영혼의 눈으로 수한을 보았으니까.
황제가 나른한 목소리로 말했다.
“모두 물러가라.”
“예, 황제 폐하.”
시종과 시녀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갔다.
남자 중 하나가 툴툴거렸다.
“아니, 한참 기분 좋은데 왜 내보내는 거요?”
“쯧. 여자가 품고 싶으면 자네 영지로 가게. 거기서 몇 명을 품든 내 관여하지 않음세.”
“끙, 알았수다. 조금만 참겠소.”
수한은 그들끼리 대거리를 하는 것을 무시했다. 당당하게 걸어가 소파 하나를 차지하고 앉았다. 그러면서 은근히 다섯 명의 반신 진화자를 살폈다.
하나같이 만만해 보이는 자가 없었다.
다들 동양인과 서양인의 혼혈 같은 외모를 했다. 혹시나 수한 자신이나 새미의 얼굴 찾을 수 있을까 해서 황제를 더 자세히 살폈는데, 특별히 닮은 구석은 보이지 않았다.
하기야 수백 세대는 너끈히 지났을 것이다. 그 정도면 황제의 몸에 수한의 피가 한 방울이라도 남아 있으면 용했다.
여자 중 하나가 고양이처럼 느긋하게 수한을 돌아보았다.
“새로 반신 진화자가 탄생한 것은 7천 년 만이지?”
“벌써 그렇게 됐나?”
“궁전에만 박혀 있지 말고 세상 돌아가는 상황에도 관심을 좀 갖지 그래?”
넘쳐나는 게 시간이다 보니, 자기들끼리 변죽만 울리고 있었다.
수한은 근처에 보이는 금 술잔을 향해 손을 뻗었다.
술잔이 날아와 수한의 손에 잡혔다. 무심코 술잔을 입에 가져왔는데, 그 순간 묘한 향기가 수한의 코를 찔렀다.
달짝지근하면서도 비릿한, 뭐라고 말로 표현하기 힘든 냄새.
수한은 금방 그 정체를 알아차렸다.
세라프 종족의 피로 만든 술이다.
입맛이 뚝 떨어졌다. 술잔을 내려놓았다.
황제가 빙글빙글 웃었다.
“수확 차원 출신이라 그런가? 이 맛 좋고 몸에도 좋은 걸 왜 마다하는 건가? 아무리 반신 진화자라 해도, 건강식품을 섭취하지 않으면 오래 살 수가 없다네.”
“쯧, 됐습니다.”
수한은 냉랭하게 거부했다.
오래 못 산다고 하지만 그건 제국인들 기준이었다.현재 수한은 지구인의 한계인 150살을 넘어, 그 두 배는 너끈히 살 수 있었다.
그 정도면 충분했다.
수천수만 년을 살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 사랑하는 이들과 함께 행복한 일생을 보내면 그만이었다.
수한의 생각을 눈치 챈 제국인들이 비웃음을 흘렸다.
“어리군.”
“아직 100살도 안 되었으니까.”
“과연 죽음이 코앞으로 다가왔을 때도 그렇게 초연할 수 있을까?”
전부 1만 살이 넘은 괴물들.
수한은 그들을 보며 당당하게 말했다.
“당신들이 관여할 바는 아닌 것 같습니다. 그건 그렇고, 날 보자고 한 이유가 뭡니까?”
“별 거 아니다. 죽이기 전에, 얼굴을 한 번 보고 싶었거든.”
“그렇게 쉽게 죽어줄 거라고 생각합니까?”
“후후, 이제 막 반신 진화자가 되었으니 눈에 보이는 게 없을 테지. 하지만 노인에게는 젊은이에겐 없는 재주가 있다네. 여기 있는 누구라도, 자네를 1분 내에 끝장낼 수 있어.”
남자 하나가 하품을 하며 말했다.
수한은 그 남자를 빤히 쳐다보았다.
반신 진화자가 되면 더 이상의 성장은 불가능하다. 처음 진화할 때의 그 상태에서 고정된다. 그런데 자신을 간단히 이길 수 있다니, 그게 정말일까 싶었다.
남자가 자기 콧등을 긁었다.
“믿기지가 않나 본데?”
“좋아, 결정됐군.”
“본때를 보여줘!”
반신 진화자들이 흥미롭다는 표정을 지었다.
손가락을 튕겨 방어막을 생성했다. 수십 겹의 차원 위상이 변화되어 있고, 무한한 공간이 중첩되어 수한도 가볍게 뚫기는 힘들어 보였다.
남자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기지개를 펴며, 자신을 소개했다.
“나는 대군주 콘스탄틴이다. 원래는 이름이 더 길었지만, 다 잊어버렸지. 2만 년 전, 날 범하던 아비를 죽이고 12익급 레벨 업 도우미를 흡수하여 대군주가 되었다. 수많은 행성이 내 손에 의해 멸망했고, 나는 그 행성의 주민들을 박제하여 내 궁전에 늘어놓았다. 너도 박제하여 내 침실에 전시해주마. 내 수집품
중에서도 제일 가는 수집품이 될 것이다.”
수한은 코웃음을 쳤다.
주먹을 가볍게 쥐자, 공간이 파르르 떨리며 울부짖었다.
콘스탄틴이 주먹을 들어올렸다.
“신의 주먹을 받아보아라!”
우르릉 하고 천둥 치는 소리가 났다.
압도적인 힘이 쏟아졌다.
행성에 떨어졌다간 단숨에 내핵까지 질주하여 가루로 만들어 버릴 위력.
수한의 눈이 깊어졌다.
공간을 뒤틀었다. 무한한 공간을 첩첩이 중첩시켰다. 그러는 한 편 그 중첩된 공간마다 다른 차원 위상을 부여했다.
콘스탄틴의 주먹이 그 위에 작렬했다.
태양 안에 들어가도 온전할 방어막이지만 이건 견디지 못했다. 마주치는 족족 박살이 났다. 모든 방어막이 순간적으로 깨지며 주먹이 수한을 강타했다.
피할 수 없었다.
막는 것도 불가능했다.
불가사의한 힘이 콘스탄틴의 공격에 깃들어 있었다. 세계의 법칙을 뒤틀어, 회피 불가와 방어 불가의 힘을 구현했다고 할까.
수한은 차가운 눈으로 콘스탄틴의 공격을 주시했다. 찰나의 순간 그 힘을 해석하여, 동일한 힘을 부여하여 강력한 공격을 내쳤다.
번쩍!
빛이 터졌다.
콘스탄틴의 얼굴이 형편없이 찌그러졌다.
“이놈!”
공격이 막힌 것이다.
수한도 온전하지는 않았다. 내밀었던 오른팔이 통째로 사라졌다. 아무래도 처음 해보는 것이다 보니 콘스탄틴에 비해 좀 약했나 보다.
“크윽!”
신음을 흘리며 몸을 복구했다.
허공에서 뼈가 자라나고 그 위에 근육과 힘줄, 신경과 혈관이 덮어졌다. 최종적으로 피부가 재생되는 데까지, 채 몇 초도 걸리지 않았다.
반신 진화자들이 좋다고 박수를 쳤다.
“이야, 대단한데? 우리도 저렇게는 못 할 텐데!”
“보는 재미가 있겠어!”
자존심을 구긴 콘스타틴이 수한을 보며 이를 갈았다.
“본때를 보여주마!”
두 주먹에서 음험한 빛이 흘러나왔다.
그것을 보며, 수한은 한 가지 사실을 깨달았다.
수한은 근원 부여를 이용하여 합일을 이루어냈다. 그런데 콘스탄틴의 경우에는 근원 부여가 아닌 거력 계열 초능을 이용한 것 같았다.
그게 무슨 차이가 있느냐고?
당연히 차이가 있다.
콘스탄틴이 주먹을 휘두르며 달려든다고 수한도 정면으로 맞서 싸웠다간 필패한다는 얘기니까.
속성 부여의 장점이 뭐였나.
첫째가 다양한 속성을 활용한다는 것이고, 둘째가 매우 효율적이라는 것, 셋째가 연속으로 발사하여 화력이 뛰어나다는 것이었다.
이 장점은 지금도 유효했다. 당연히 이 세 장점을 살려야 했다.
드라고나를 빼어들었다.
총 형태로 콘스탄틴을 겨누자, 콘스탄틴이 흥 하고 코웃음을 쳤다.
“그깟 신외지물로 뭘 하겠다는 것이냐?”
몸을 날리며 주먹을 수십 번이나 내치자 시꺼먼 암흑이 덮쳐왔다. 그 파멸적인 기세에, 세계가 종말을 맞이하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하나하나가 강력했다. 회피 불가와 방어 불가는 물론, 피격시 즉사나 소멸 같은 법칙을 강제하고 있었다.
수한은 그것을 하나하나 해석했다.
소멸의 빛이나 봉인의 빛을 만들 때와 같았다. 반대 되는 속성을 일일이 부여해 주었다. 그렇게 강제된 법칙을 해체한 후, 피격 직전 몸을 살짝 날렸다.
콘스탄틴의 눈이 커졌다.
드라고나의 총구를 겨누었다.
회색 광선이 줄기줄기 뛰쳐나갔다. 콘스탄틴에게 배운 방어 불가와 회피 불가의 법칙을 담았다. 동시에 소멸의 힘을 부여하여, 1번만 맞아도 돌이킬 수 없게끔 했다.
콘스탄틴의 얼굴이 심각해졌다. 두 팔을 살짝 교차하여 방어 자세를 취하자, 어둠이 흘러나와 육중한 방패를 만들었다.
절대 방어의 방패.
회색 광선에 담긴 방어 불가의 법칙과, 방패를 구성하는 절대 방어의 법칙이 부딪쳤다.
모순.
두 법칙은 서로 상쇄되었다. 광선과 방패에 담긴 힘만 남아 원시적인 힘겨루기를 했다.
광선이 사그라졌다. 강하긴 해도, 방패를 뚫기에는 역부족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수한이 쏜 게 1발은 아니지 않나.
초당 수천 발의 광선을 쏟아내고 있었다. 그것들이 일거에 방패 위를 두드렸다. 처음에는 굳건하게 버텼지만, 이내 어둠이 흩어지고 그 뒤의 콘스탄틴의 얼굴이 보였다.
콘스탄틴은 왼쪽 주먹을 내밀고 오른쪽 주먹을 뒤로 당기고 있었다. 힘껏 움켜쥔 주먹에서, 어둠이 먹물처럼 뚝뚝 떨어졌다.
반격을 준비하는 것이다.
그러나 수한이 한 발 더 빨랐다.
항상 갖고 다니던 세 자루의 총이 일제히 날아올랐다. 공허 포식자와 별빛 폭격, 아바돈이 콘스탄틴을 사방에서 포위했다.
그것들이 일제히 불을 뿜었다.
회색, 은색, 흑색의 광선이 맹렬히 콘스탄틴을 공격했다. 겉으로는 그냥 광선 공격 같은데 실은 강력한 힘이 부여되어 있었다. 덕분에 콘스탄틴은 오른쪽 주먹에 장전했던 공격을 내뻗지 못하고 어둠의 방패를 생성해 막아야 했다.
“이노옴!”
짐승의 울부짖음 같은 외침이 터져 나왔다.
이제 갓 반신 진화자가 된 어린 놈에게 이토록 무력하게 당하고 있는 게 믿기지 않았다.
분노를 터뜨리며, 실로 오랜만에 제 실력을 발휘했다.
별이 폭발하듯 강렬한 빛이 번뜩였다.
그 빛이 수한의 공격을 모조리 녹여 버렸다. 유령처럼 공중을 날던 세 자루의 총은 빛에 휘말려 멀리 튕겨져 나갔다.
동시에 어둠의 용이 뛰쳐나왔다.
빛을 가르며 태어난 흑룡이 수한이 있던 곳을 덮쳤다.
수한은 이미 그 자리에 없었다. 분신 하나를 남겨놓고 자리를 뜬 것이다.
어지간한 분신이면 콘스탄틴도 눈치 챘을 것이다. 그런데 허공에다가 수한의 육체는 물론 존재감까지 고스란히 부여해 놓았으니, 깜빡 속고 말았다.
두 번은 통하지 않겠지만, 한 번이면 충분했다.
수한은 공간을 박차고 달려들었다.
드라고나가 어느새 검 형태로 바뀌어 있었다. 회색의 빛이 우주를 토막 낼 듯 엄중한 기세를 뿜었다.
그대로 공격을 허용했다간 목숨이 위태로울 터.
어둠의 용이 방향을 돌렸다. 회색의 검을 흑룡이 물어뜯고, 그 뒤에 가려져 있던 수한까지 단숨에 집어삼켰다.
그런데 걸리는 게 아무 것도 없다.
“미, 미친!”
콘스탄틴이 당황하여 헛바람을 들이켰다.
육체와 존재감만이 아니라, 영혼까지 동일한 인물인 것을 확인했는데 공격해 놓고 보니 일개 환영이었던 것이다.
그 순간.
삐죽 날카로운 회색 칼날이 콘스탄틴의 가슴을 관통했다.
심장이 파괴당했다.
칼날에 담긴 소멸의 힘이 콘스탄틴의 몸 전체를 장악했다. 영혼까지 흔들며 모든 초능력을 파괴하고, 반신이 아닌 일개 생명체로 격하시켰다.
콘스탄틴이 눈을 부릅떴다.
“어, 어떻게……”
그걸 알려줄 이유가 있나?
수한은 드라고나의 손잡이를 올려쳤다. 가슴부터 머리가 세로로 두 조각나며, 피가 응접실 천장까지 치솟았다.
드라고나를 잘 갈무리했다.
다른 반신 진화자들이 타는 듯한 눈으로 노려보는 게 느껴졌다.
“콘스탄틴을 죽이다니……”
“싹을 밟아야겠군.”
“제국에 감정이 좋지 않는 자다. 살려둬서는 안 돼.”
“12익급을 흡수한 뒤로는 처음 합공을 해보겠군.”
넷은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그 기세는 비슷하긴 하지만 미묘하게 달랐다.
기반이 된 초능 계열이 다르기 때문이었다. 각자 강체, 구현, 정신, 의지 계열로 보였다.
수한은 스르륵 몸을 움직였다.
유령처럼 미끄러지더니, 시공 요새의 중심 방향을 등 뒤에 두고 섰다. 그것을 본 넷이 눈썹을 꿈틀거렸다.
“건방진……”
“시공 요새를 인질로 삼을 셈이냐?”
“시공핵을 부순다 해도 언제든 복구할 수 있다. 귀찮을 뿐이지. 그러나 임페리얼에 수를 쓰려고 하면 죽여도 곱게 죽이지 않겠다.”
황제가 엄중하게 경고했다.
시공 요새야말로 제국의 핵이었다. 또한 황실 시조 때부터 이어져 내려온 제국의 정통성, 그 자체이기도 했다. 아무리 복구할 수 있다곤 해도, 파괴당하는 걸 두고 볼 수만은 없었다.
수한은 어깨를 으쓱였다.
“자리를 옮기지?”
존대 따위는 집어 치웠다.
반신 진화자들이 서로의 얼굴을 한 번 쳐다보더니 금방 동의했다.
“좋다. 자리를 옮기도록 하지.”
모두 자리를 박차고 나섰다.
공간 이동 정도는 간단하게 해냈다. 채 몇 초 지나지 않아, 시공 요새가 작은 점처럼 보이는 곳에서 대치했다.
수한은 드라고나를 어루만졌다.
화성과 목성 사이 유성대 안이었다. 바위 덩어리들이 주위를 둥둥 떠다녔다.
황제가 이를 드러내며 웃었다.
“여기가 네 무덤이냐? 가히 나쁘지는 않군.”
“맞아. 늙어 죽지도 않는 괴물 넷이 묻히기에는 과분한 장소지.”
“흥, 언제까지 콧대를 세울지 한 번 두고 보자.”
넷이 수한을 포위했다.
과연 이길 수 있을까?
힘들 것이다. 수한의 임기응변이 빼어난 것은 사실이지만, 네 노괴물들에겐 수만 년 간 쌓인 경험이 있으니까.
다만 한 가지 위안거리가 있었다.
노괴물들은 너무 오랜 시간을 쾌락 속에 파묻혀서, 제대로 된 실전을 경험해보지 못했다는 것.
손짓 한 번이면 행성이든 초월 진화자든 죽일 수가 있는 자들이었다. 동등한 자를 상대로 싸운 경험은 없었다. 가끔 새로 나타난 반신 진화자를 죽이는 게 다였다.
그 점을 파고든다면 승기를 잡을 수 있지 않을까.
짝!
별안간 황제가 박수를 쳤다.
매질이 없는 우주 공간인데도, 그 소리가 천둥처럼 수한의 귀로 파고들었다.
동시에 강렬한 힘이 휘몰아쳤다.
황제의 손바닥에서 빛이 번뜩이며 수한에게 쏘아졌다.
그것만이 아니었다. 세 대군주도 공격을 개시했다. 몸 전체에서 빛을 뿜으며 돌진해 오고, 강력한 무형의 공격이 전신을 뒤덮는가 하면, 수한의 운명이 죽음을 예약했다.
콘스탄틴의 공격과 비슷하면서도 다른 공격이었다.
수한은 겨우 그 공격을 회피했다.
분신을 만들어 사방으로 뿌렸다. 운명을 뒤틀어 자기 대신 분신들이 죽게 했다. 빛과 대척되는 어둠의 방패를 만들어 빛을 흡수시키고, 무형의 공격을 분산시켜 피해를 최소화했다.
네 반신 진화자들의 눈빛이 칙칙해졌다.
그들 나름대로 강력한 공격을 한 거였다. 한꺼번에 공격을 한 것이니만큼, 견뎌내지 못할 거라 계산했다.
그런데 그걸 피해내다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