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공 요새 -2- >
수한은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넷의 손발이 잘 안 맞았다. 완벽히 동시에 공격을 했으면 대처할 수 없었을 텐데, 그게 아니라 자기들 내키는 대로 공격을 했다. 그래서 겨우 막아낼 수가 있었던 것이다.
반신 진화자들도 그것을 알았다. 그러나 무슨 생각에선지 산발적으로 자기들 마음대로 공격을 했다. 누군가 지휘를 하거나, 정신을 연결하여 합동 공격을 하는 것은 생각도 하지 않는 듯했다.
그만큼 서로를 못 믿었던 것이다.
마음의 한 조각이라도 상대에게 보여줄 여유가 없었다. 어차피 4대 1의 싸움이니, 질 리가 없다 생각하고 무작정 공격을 퍼부었다. 아니, 그 와중에도 서로를 주시하고 있었다.
수한의 눈이 번뜩였다.
제국의 반신 진화자들에게 있어서 가장 큰 적은 다름 아닌 같은 반신 진화자였다.
지금은 공동의 이익을 위해 손을 잡긴 했다. 하지만 자칫 힘을 많이 썼다가 자기가 공격당하기라도 하면 안 된다는 생각에 다들 몸을 사리고 있었다.
이걸 잘 활용해야 한다.
수한은 짐짓 몰리는 장면을 연출했다. 애당초 전력 차이가 커서, 힘껏 싸워도 계속 밀렸기 때문에 그건 어렵지 않았다. 그냥 열심히 싸워도 아찔한 순간이 몇 번이나 연출된 탓이다.
전신이 피투성이가 되었다. 막대한 돈을 들여 구입한 장비들이 하나둘 깨져나갔다. 공허 포식자와 별빛 폭격, 아바돈도 깨져 딱 드라고나 한 자루만 남았다.
머리칼은 봉두난발에, 반쯤 벌거숭이 상태. 더구나 발현하는 초능도 약해졌다. 아무리 반신 진화자라 해도 한계가 있는데, 네 명과 싸우다 보니 이렇게 약해진 것이다.
황제가 호통을 치며 최후의 일격을 날렸다.
“놈, 죽어라!”
빛의 원반이 날아들었다.
수한은 눈을 크게 떴다.
막대한 힘이 느껴졌다. 기껏 어린아이 주먹 만 한 원반 하나에 세계의 창세는 물론 멸망까지 결정지을 수 있는 거대한 힘이 담겨 있었다.
이건 수한이 온전했을 때도 전력을 다해야 방어할 수 있는 거였다.
드라고나를 들어올렸다.
회색의 칼날로 원반을 후려쳤지만, 궤도만 살짝 틀었을 뿐 쳐내지는 못했다.
원반이 수한의 가슴을 가르고 지나쳤다.
“아아악!”
비명이 터졌다.
그나마 심장이 조각나는 것은 면했다. 그러나 원반에 담긴 힘이 수한의 영혼을 강타하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수한의 영혼 일부분이 결손 되었다.
다름 아닌 레벨 업 도우미가 위치한 부분.
아까 콘스탄틴에게 박아 넣었던 것과 비슷하면서도 달랐다. 이건 수한의 모든 초능을 정지시키지는 못했지만, 대신 영구적인 장해를 입혔다.
수한은 상처를 감싸고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몸의 상처는 금방 재생되었다. 그러나 강렬한 허탈감이 몰려오고 있었다. 흡사 레벨 업 도우미와 합일한 직후 우주의 신에서 반신으로 격하되었을 때의 느낌과 비슷했다.
영혼에 메꿀 수 없는 구멍이 생겼다. 그리고 이 구멍을 통해 수한의 힘이 지속적으로 빠져 나갔다.
지금도 수한의 힘이 약화되는 중이었다. 이대로 몇 시간만 지나면 수한은 반신 진화자라고 할 수 없게 된다. 나중에는 모든 초능력을 잃고 일반인이 되는 것으로도 모자라, 이성을 잃어 인간으로서의 존엄도 지키지 못할 것이다.
엄습하는 상실감에, 가슴을 움켜쥐고 앞만 쳐다보았다.
그 사이 제국의 반신 진화자들은 자기들끼리 싸우고 있었다.
황제가 수한에게 빛의 원반을 날린 틈을 노린 것이다. 한 발 늦게 회심의 일격을 날렸는데, 그게 수한이 아니라 황제의 등을 노렸다.
사실 그래서 수한도 목숨을 부지했다. 그렇지 않았으면 빛의 원반에 의해 가슴이 아닌 전신이 쪼개졌을 것이다.
황제가 대로하여 소리쳤다.
“이 반역자들! 무슨 짓들이냐?”
“하하하! 같은 반신 진화자인데 누구는 황제고, 누구는 대군주인 게 말이 되느냐?”
“고귀한 황실 혈통? 이거나 먹어라!”
“언젠가는 이럴 날이 올 줄 알고 있었지!”
황제는 순식간에 수세에 몰렸다.
혼자서 대군주 셋을 다 상대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셋이 작심하고 덤벼드니 더 그러했다. 이 상황을 피하려고 많은 작업을 해두었지만, 대군주들은 승리를 확신하고 일을 저질렀다.
대군주들의 검이 황제를 난도질하기 직전이었다.
푸욱, 하고 살이 갈라지는 소리가 들렸다.
“컥, 무, 무슨……”
대군주 중 하나가 당했다.
남자답게 두터운 손이 여자 하나의 가슴을 관통하고 삐져나와 있었다.
여자는 처음에는 동료 대군주가 그런 줄 알았다. 그러다 뒤를 돌아보고 나서야 암습한 자의 정체를 깨닫고 경악한 표정을 지었다.
“네, 네놈이!”
수한은 파리한 얼굴을 하고 차갑게 웃었다.
지금도 존재 자체가 깎여져 나가는 상실감에 아무 것도 하기 싫었다. 생명을 유지하는 초능도 취소해 버리고 그저 공허 속에 몸을 맡기고 싶었다.
그러나 막 그렇게 하려는 순간, 어떤 장면이 눈앞에 떠올랐다.
수줍게 임신 사실을 알리던 새미의 모습이.
그리고 그 뱃속에 있을 자신의 아이가.
그들을 지켜야 한다는 강렬한 의무감이 수한을 움직였다. 영혼의 상실감도, 존재를 잃는다는 허무감도 모두 잊어버리고 은밀하게 움직였다.
공허 속으로 파묻힐 거라 생각하고 수한을 주의하지 않았던 제국인들의 패착.
수한은 여자의 심장을 쥐어뜯었다. 동시에 영혼 자체를 뽑아냈다. 심장을 터뜨리면서, 영혼도 소멸시켜 버렸다.
“네놈……”
두 대군주가 수한을 경계하며 거리를 벌렸다.
수한은 낭패한 모습의 황제를 쳐다보았다.
“잠시 힘을 합치지.”
“뭐라고?”
“당신도 좋은 처지는 아닌 것 같은데?”
황제가 눈을 굴렸다.
언뜻 교활한 미소가 황제의 얼굴을 스쳤다.
수한은 이대로 놔두면 죽는다. 아니, 죽는 것보다 비참한 지경에 빠진다. 백치가 되어 침만 줄줄 흘리고 다닐 것이다.
그렇다면 힘을 합쳐 이 난국을 타개하는 게 좋을 터였다. 대군주 두 명만 해결하면, 자신이 제국의 유일무이한 반신 진화자가 될 테니까.
“좋다. 그 제안을 받아들이지!”
영혼의 일부가 깎여나간 반쪽짜리야 언제든 해결할 수 있다.
그렇게 생각하고 황제가 몸을 날렸다.
치열한 접전이 벌어졌다.
대군주들은 방어적으로 나왔다. 일이 이렇게까지 된 이상, 수한이 약해질 때까지 기다리려는 속셈이었다.
실수였다.
안전을 되찾은 황제가 무시무시한 공격을 뿌렸다.
기반 계열 자체가 구현 계열로 공격력이 가장 강했다. 더구나 대를 거듭하며 쌓아온 기술이 몇 개 존재했다. 그것들을 아낌없이 사용하자, 대군주들이 속절없이 밀렸다.
1대 2라면 모를까 수한이 함께 있었다. 아무리 영혼이 깎여 나갔어도 지금 당장 전투력이 크게 낮아지진 않았다. 최소한 반신 진화자 1명 몫은 충분히 했다. 결국 황제와 수한의 승리로 끝이 났다.
“허억, 허억, 허억.”
수한은 숨을 몰아쉬었다.
뜻 모를 눈물이 아까부터 자꾸 났다.
영혼이 육체에 영향을 미치고 있었다. 격렬하게 전투를 벌였더니 그게 더 심해져서, 이젠 감정 변화가 극심하게 벌어졌다.
황제가 수한을 보고 혀를 찼다.
“쯧쯧, 가만히 있었으면 몇 달 정도는 더 살았을 것을…… 이젠 돌이킬 수가 없겠군. 뭐, 네 덕을 본 것도 사실이니 네 출신 행성은 수확 금지령을 내리도록 하마.”
선심쓰듯 그렇게 말했다.
수한은 피식 웃었다. 그리고 스스로의 영혼에게 한 가지를 부여했다.
눈물이 멈췄다. 널뛰기를 하던 감정도 고요하게 가라앉았다. 전신을 뒤덮던 허탈함도 사라져, 마음속 깊은 곳에서 강렬한 의지가 솟구치기 시작했다.
황제의 얼굴이 묘하게 변했다.
“네 존재를 네 영혼에 덮어씌운 거냐? 희한한 짓을 하는구나. 그래봤자 변하는 건 없다. 오히려 네 영혼이 변질되어, 더 치명적인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수한이 한 일은 간단했다.
온전하던 때의 자신을 스스로에게 덮어씌운 것.
임시방편이다.
오래 유지할 수도 없을뿐더러, 황제의 말처럼 큰 부작용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았다. 최악의 경우에는 영혼 자체가 소멸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아무래도 좋았다.
수한의 입가에 차가운 웃음이 떠올랐다.
“상관없다.”
“너……”
황제의 눈이 커졌다.
수한의 의도를 알아차린 것이다.
불문곡직 황제에게 달려들었다. 동원 가능한 모든 공격을 퍼붓자, 황제가 기겁하며 방어에 들어갔다.
둘 다 지치고 부상을 입은 상태.
하지만 수한은 일시적으로 자신을 정상처럼 만든 뒤였다. 더구나 여기서 물러서면 모든 게 물거품이 된다고 생각하니, 그 간절함이 당황한 황제를 압살했다.
격전 끝에, 황제의 심장에 오른손을 박았다.
“내가 죽는다고 끝일 줄 아느냐?”
황제가 저주를 퍼부었다.
“제국은 영원하다! 한 번 멸망한다고 해서 끝나지 않는다. 죽음 속에서, 불사조처럼 다시 살아날 것이다!”
일고의 가치도 없는 말.
수한은 그냥 무시했다. 심장을 뽑아내려고 손에 힘을 주는데, 황제가 얼굴 전체에 비웃음을 띄웠다.
“내 말이 틀릴 것 같으냐? 두고 보아라. 네놈은 영웅일지 몰라도, 네놈의 자손들은 영웅이 아닐 테니까. 지구가 발전하여 우주 전체로 뻗어나가면, 그 중간 과정은 어떠할지 몰라도 그 끝은 분명 또 다른 형태의 제국이 될 것이다!”
수한은 침착한 얼굴로 황제를 쳐다보았다.
그 발언에는 수한도 동의했으니까.
지구인이 종족 연합의 주도권을 쥔다면 어떤 폐단이 벌어질지 벌써부터 끔찍했다. 도처에서 온갖 범죄가 벌어질 테고, 종족 연합을 탈퇴하는 종족들이 줄을 잇겠지. 그러다 우주 대전이 벌어질지도 몰랐다.
하지만 그건 수한이 걱정해야 할 일이지 황제가 개입할 일은 아니다.
계속해서 악다구니를 부리는 것을 무시했다. 손에 힘을 주고 심장을 뽑아내자, 그제야 좀 조용해졌다.
영혼까지 완전히 소멸시켰다. 이것으로 제국의 다섯 반신 진화자가 모두 죽은 것이다.
“하아아……”
수한은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방금 전까지 그토록 치열하게 싸웠던 게 거짓말 같았다. 죽음과도 같은 침묵만 우주 공간에 떠돌고 있었다. 저 멀리 보이는 태양이 쏜 빛이 수한의 눈을 간지럽혔다.
수한은 아까 빛의 원반에 당했던 곳을 어루만졌다.
서서히 상실감이 다가오기 시작했다. 임시방편으로 온전한 상태를 가장했던 게 끝나가는 것이다.
얼마나 남았을까?
안정을 취했어도 몇 달이면 죽었을 수한이다. 그런데 전투를 벌인 것으로 모자라 스스로에게 자신을 덮어씌우기까지 했으니, 몇 시간만 시간이 허락되어도 다행이었다.
이럴 때가 아니다.
수한은 급히 몸을 돌렸다.
어서 모든 것을 마무리 지어야 했다.
시공 요새로 돌아왔다.
큰 미네르바가 수한을 맞이했다. 외부에서 벌어졌던 전투의 결과를 이미 알고 있는 것 같았다.
[함장님께서 승리하신 겁니까? 가능성이 낮다고 예측했는데, 예전에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고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드는 재주가 있으십니다.]
승자가 누가 되든 상관없다는 투였다.
수한이 시공핵의 개방을 지시하자 두 말 하지 않고 복종했다. 잘 봉인되어 있던 시공핵이 외부로 드러나자, 시간과 공간의 흐름이 급격하게 뒤틀어지는 게 느껴졌다.
격납고와 시공핵을 잇는 통로를 만들게 했다. 그 후, 전함 임페리얼로 이동하여 시공핵을 향해 전진하게 했다.
[이상한 힘의 흐름이 느껴집니다.]
미네르바가 고개를 갸웃했다.
다른 이들도 시공핵의 존재를 느끼고 있었다. 몇몇은 불안해하고, 몇몇은 끝이 다가온 것을 직감하고 얼굴을 굳혔다.
새미가 수한의 얼굴을 쓰다듬었다.
“오빠, 어디 아픈데 있어?”
다른 이들은 모르는데, 새미만은 수한에게 뭔가 이상이 생겼다는 사실을 안 것 같았다.
수한은 그저 담담하게 웃었다.
“난 아무렇지도 않아. 걱정하지 마.”
“정말 아무 일도 없는 거지?”
“당연하지.”
임페리얼이 시공핵 근처까지 접근했다.
참 묘하게 생겼다.
시꺼먼 포도송이처럼 보이는데, 빛과 어둠이 그 주변에서 소용돌이 치고 있었다.
시간과 공간이 제멋대로 헝클어졌다. 시간이 느려졌다가 빨라지고, 공간이 늘어났다가 줄어들었다가를 반복했다. 시공 회귀는 물론, 시공을 분열시켜 새로운 차원을 만드는 것도 가능한 물체였다.
임페리얼이 그 앞에 정지했다.
큰 미네르바가 시공간 장벽으로 임페리얼을 보호해 주었다. 그 덕에 시공핵에게 영향을 받지 않고 고요히 떠 있을 수 있었다.
새미가 불안한 눈으로 수한을 보았다.
“오빠, 뭘 하려고?”
수한은 대답하지 않고 잠시 심호흡을 했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새미에겐 알려야겠지.
아니, 새미만이 아니라 여기 있는 이들에게는 전부 다. 그들 모두 제국에서 고락을 함께 하였으니, 알아야 할 이유가 있었다.
그들 모두와 정신을 연결했다.
자신의 계획을 알렸다. 그러자 당장 동료들이 우려를 표시했다.
“너무 위험한 것 아닙니까?”
[그러다 잘못 되면? 지구도 쥬페르 행성도 다 망하는 거잖아?]
[조심하시오. 그 말밖에 할 말이 없소.]
“괜찮겠어?”
시간이 없었다.
하나하나 설득하려면 얼마나 시간이 걸릴 줄 몰랐다.
“저만 믿으세요.”
그렇게 말하는 수밖에.
앞쪽으로 나아가려 하자 새미가 수한의 팔을 붙잡았다. 살짝 돌아보니 눈물이 그렁그렁한 눈으로 수한을 쳐다보고 있었다.
영혼의 결손에 대해선 얘기하지 않았는데, 뭔가를 직감한 모양.
수한은 새미를 껴안았다.
이마에 쪽 하고 입을 맞추자, 새미가 울먹였다.
“오빠, 꼭 무사히 돌아와야 돼? 우리 아기를 아빠 없는 아이로 만들면 안 돼. 알았지?”
“걱정하지 마. 건강한 모습으로 돌아올게.”
거짓말을 했다.
수한은 시공핵을 폭주시킬 생각이었다. 폭주하는 시공핵을 다스리는 것으로 수한의 힘이 다할 확률이 높았다.
새미에게 부드럽게 입술을 맞췄다.
눈물이 흘러들어 짭조름한 맛이 났다.
“다녀올게.”
“응……”
몸을 날렸다.
공간을 도약하여 시공핵 앞에 섰다.
어마어마한 힘이 느껴졌다. 그 힘이 시간과 공간을 멋대로 주무르고, 더 나아가 차원까지 조종하고 있었다.
시공핵을 보고 있는데, 갑자기 눈물이 주르륵 났다.
“이런……”
서둘러야겠다.
손을 뻗었다.
시공핵이 수한의 손에 반응했다. 지금까지와는 비교도 안 되게 강한 힘을 뿜어냈다.
정신을 집중했다.
시공핵의 힘을 몇 배로 증폭시켰다.
아니, 증폭시키는 정도가 아니라 폭주시켰다. 금방 수십 수백 배로 늘어나더니, 시공 요새의 제어 능력을 벗어나 버렸다.
이내 본격적으로 폭주하기 시작했다.
뿜어내는 힘이 어찌나 강한지 몰랐다. 눈으로 보일 정도로 유형화되었다. 그에 따라 시간과 공간의 왜곡 정도가 더 강해지며, 서서히 세상이 붕괴되기 시작했다.
수한은 자신의 힘으로 임페리얼을 보호했다. 그러면서 시공핵을 계속해서 지켜보았다.
왜곡되는 시공 속에서, 언뜻 무수히 많은 차원계의 모습이 엿보였다.
제국이 만들어낸 평행 차원들.
시공핵의 폭주는 그곳에도 영향을 미쳤다. 무한히 확장되던 우주가 거꾸로 줄어들고 있었다. 항성은 빛을 잃고, 시간이 뒤엉키며 과거와 미래가 혼재되었다.
이대로 두면 그 많은 차원이 잡탕처럼 뒤섞여 지옥을 만들어낼 터.
수한은 시공핵을 세심하게 조종했다.
시간과 공간을 조율하고, 차원들을 안정시켰다.
쉽지 않았다.
시공핵이 무한히 폭주하고 있었으니까.
더구나 수한 자신이 불완전한 상태 아닌가. 조금만 삐끗해도 모든 것이 끝장날 터였다.
“후우.”
가볍게 숨을 골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