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레이드 커맨더-252화 (253/254)

< 시공 요새 -3- >

수한이 지금 하려는 것은 한 마디로 말하기 어려웠다.

굳이 정의하자면, 일종의 시공 회귀라고 할까.

단순한 시공 회귀는 아니었다. 그렇게 하면 해당 차원의 시간만 되돌려질 텐데, 그래봐야 대세에는 영향이 없으니까.

수한이 노리는 것은 제국이 위치한 차원계만이 아닌, 지금까지 시공 요새에서 만들어낸 차원 전부였다.

수만 년을 족히 넘어가는 제국의 역사, 그 모든 것을 무위로 만들려는 것이다. 심지어 새로운 차원을 만들어냈다는 사실마저 지워, 지금까지 있었던 고통의 역사를 모조리 삭제하고자 했다.

물론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그렇게 할 경우, 21세기 지구의 수한이 전함 임페리얼을 발견하면서 또다시 제국의 역사가 시작할 테니까.

그래서 한 걸음 더 나아갔다.

단 하나의 차원만은 남겨놓고자 했다.

바로 수한의 고향 차원.

수한의 고향 차원과 원래 지구의 분기점은 2004년이다. 그때 기계 괴수들이 쳐들어오면서 역사가 달라졌다.

그 역사를 원래 차원에 덧붙이면 어떻게 될까?

평화로웠던 지구가 아닌, 대전쟁이 벌어진 지구가 오리지널이 되는 것이다.

원인과 결과를 맞바꾼다고 해야겠다.

그런데 그게 가능할까?

단지 시간의 선후 관계만 역전시키는 게 아니라, 원인과 결과까지 뒤집는 것 아닌가. 이건 반신도 아니고 신의 영역이었다.

수한의 눈이 음울하게 가라앉았다.

‘해내는 수밖에……’

아무리 생각해도 이 수밖에 없었다.

다른 어떤 방법을 사용해도, 제국이 부활하거나 제국이 남긴 상처가 남아 있을 것 같았다.

한 발 더 앞으로 다가갔다.

시공핵이 수한을 삼킬 듯 울부짖었다.

더 가까이 갔다.

강력한 힘이 수한의 육체를 으스러뜨렸다. 무한한 차원의 장벽으로 스스로를 보고하고 있었는데도, 가루처럼 부스러지고 영혼까지 타격을 입었다.

아랑곳하지 않았다.

상처를 입는 대신, 시공핵의 힘을 더 잘 파악할 수 있었다.

이제 좀 보였다.

혼란스럽게 몰아치는 힘 가운데, 그 힘을 다스리는 법칙이 수한의 의식 속에 들어왔다.

그걸 주물렀다.

비로소 시공핵이 안정되기 시작했다.

그러나 시한폭탄인 것은 여전히 마찬가지였다. 지금도 그 힘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었다. 수한이 아무리 미세한 힘의 조율을 잘 한다고 해도, 얼마 지나지 않아 한계에 도달할 터였다.

“흐으읍.”

숨을 들이켰다.

시간을 되돌리기 시작했다.

무한히 많은 차원계의 시간이 거꾸로 흐르기 시작했다. 비는 땅에서 하늘로 올라가고, 강은 바다에서 산으로 흘렀다. 늙은이는 젊은이가 되고, 아이는 어머니의 뱃속으로 들어갔다.

수한은 광대한 의식으로 그것들을 지켜보았다.

가장 주의를 기울이는 것은 세계가 분화하는 순간이었다.

시공 요새가 작용하여 세계를 분열시킬 때, 그 세계의 탄생을 취소해야 했기 때문이다.

엄청나게 힘들었다.

벌써 머리에 과부하가 걸렸다.

전신의 감각이 사라진지 오래였다. 더구나 상실감이 계속 커지고 있어, 언제 자신이 사라질지 몰랐다.

한 가지를 깨달았다.

이대로는 시간 내에 일을 해결할 수 없다는 것.

시공핵이 완전히 폭주하여 전 차원을 지옥으로 만들고, 영혼에 난 구멍으로 폐인이 되는 것이 더 빠를 터였다.

방법은 하나뿐.

수한은 이를 악물었다.

그리고 시공핵을 향해 몸을 던졌다.

자살하려는 걸까?

아니다.

스스로의 영혼과 육체에 시공핵을 조종하는 법칙을 부여한 뒤였다. 인간이 아니라, 하나의 영적 존재가 되었다고 할까.

시공핵이 몸을 벌려 수한을 받아들였다.

수한과 시공핵이 하나가 되었다.

뜻밖에도, 수한의 영혼에 났던 구멍이 시공핵으로 메워졌다. 수한은 상실감과 허탈함 대신 뿌듯한 충만감이 솟구치는 것을 느꼈다.

경이로운 감각이 찾아왔다.

흡사 우주의 신이 되었을 때와 같았다.

시공핵의 제어를 받는 차원에 눈길 한 번만 던져도 그곳의 모든 것을 파악할 수 있었다. 가벼운 손짓으로 시공을 회귀시켜 차원의 존재 자체를 취소하곤 했다. 더불어 불가능하다 생각했던 차원 덧붙이기도 가능할 것 같았다.

본능적으로 깨달았다.

지금 이 상태에서라면, 계획했던 모든 것을 이룰 수 있다는 사실을.

그러나 잠시뿐이다.

수한은 자신의 영혼이 변질됨을 느꼈다. 인간도 신도 아닌, 전혀 다른 존재로 변하려는 것이다.

그 끝에 뭐가 있는지 알 수가 없었다.

의지를 북돋우며 의식을 개방했다.

잠시 조종을 못하는 사이 흔들리는 차원들이 보였다.

아까 전의 작업을 속행했다.

차원을 하나하나 줄여나갔다. 작업 진척 속도가 엄청났다. 밤하늘의 별처럼 많던 차원들이 순식간에 사라지고, 딱 하나만 남았다.

수한의 고향 차원.

이 차원을 지금 제국이 위치한 차원에 덧붙이기만 하면 모든 것이 끝이 난다.

제국의 차원도 시공 회귀가 성공적으로 완료되었다. 전 우주를 지배하던 제국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인공적인 구조물이라곤 인류가 아닌 몇몇 이종족의 것만 보였다.

오로지 시공 요새 임페리얼만 멀쩡했다. 큰 미네르바가 폭주하는 시공핵에 놀라면서도, 시공 요새를 보호하는 장벽을 설치한 까닭이었다.

수한은 전함 임페리얼을 돌아보았다.

불안에 젖어 있는 새미와 동료들이 임페리얼 함교를 서성이고 있었다.

그들, 특히 새미와 뱃속에 든 아기를 보며 힘을 냈다.

두 차원계를 한 번에 눈에 남았다.

수한의 의식 속에서, 두 차원계는 마치 작은 유리구슬처럼 형상화되었다.

그것들을 천천히 겹쳤다.

시간을 일치시켰다.

공간을 합치시켰다.

처음에는 거부 반응이 있었다. 자석의 같은 극처럼 서로를 밀어내려고 했다.

간신히 달랬다. 차원 고유의 파장이 있다는 것을 알고 힘겹게 동화시켰다. 그렇게 하자 두 차원이 겹쳐지며 세상이 변화하기 시작했다.

현재 시간은 2004년.

차원문이 나타났다.

기계 괴수들이 지구를 공격했다. 그로 인해 대전쟁이 벌어졌다. 지구 인구의 1/3이 죽어나가고, 무수히 많은 도시가 불타올랐다.

세라프 종족들이 나타나고, 대전쟁이 끝나고, 암흑의 시대를 거쳐 대호황이 찾아오고……

시간이 급격히 빠르게 흘렀다.

그렇게 2020년이 되었다.

헤븐 행성에서 우주 전함들이 하늘 가득 날아올랐다.

차원 요새가 함락당하고, 전함 임페리얼이 차원문을 통과하는 것이 보였다.

몇 달이 더 지나자, 시간이 점차 느려졌다.

두 차원이 성공적으로 합쳐지며, 원래의 시간 흐름을 되찾았다.

“쿨럭!”

수한이 시공핵에서 튕겨져 나왔다.

폭주하던 시공핵이 어느새 안정을 찾고 있었다. 아니, 안정되는 게 아니라 모든 힘을 소모해서 타오른 잿더미처럼 바싹 식어버렸다. 그러니 수한과의 동화가 해제된 것이다.

“오빠!”

새미가 임페리얼 밖으로 뛰쳐나왔다. 자칫 우주공간으로 흘러나갈 뻔한 수한을 두 팔로 받아들었다.

처참했다.

당당하던 몸이 공기 빠진 풍선처럼 쪼그라들었다. 피부에 새까맣게 검버섯이 피고, 머리카락도 모두 하얗게 새어 죽음을 앞둔 노인을 보는 것 같았다.

새미는 수한을 얼른 임페리얼 안으로 데려왔다. 그러자 다른 이들이 수한을 보고 웅성거렸다.

[뭐야? 왜 이렇게 됐어?]

“사자님! 눈 좀 떠보세요!”

[숨은 쉬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뇌파가 너무 불안정합니다.]

“제게 세계수 열매가 있습니다. 이걸 먹여보지요.”

마엘른이 주머니에서 작은 열매를 꺼내 수한에게 먹였다.

잘 삼키지 못하자 새미가 씹어 입으로 먹여 주었다. 그러자 수한의 얼굴에 핏기가 돌긴 하는데, 여전히 상태가 말이 아니었다.

보고 있던 마니엘라가 한 마디를 했다.

[영혼에 상처가 난 것 같다. 아무리 세계수 열매가 기적의 성약이라 해도, 영혼을 치유할 수는 없으니까.]

“그럼 어떻게 해야 하죠?”

[글쎄. 같이 생각해 보자꾸나. 영혼 계열 이능을 쓰면 가능할 것도 같은데 잘 모르겠다. 언뜻 보기에도 상처가 너무 크다.]

구구구구궁.

한참 얘기를 나누는데, 주위에서 커다란 소리가 울렸다.

무슨 일인가 보니 시공 요새 임페리얼이 붕괴하고 있었다. 부품들이 저절로 뭉개지고, 금속판이 잘게 쪼개지며 무너져 내리는 것이다.

연합군이 당황할 때, 큰 미네르바가 함교 안에 모습을 드러냈다.

[결국 이렇게 되네요.]

“무슨 일이 벌어진 거죠?”

새미가 묻자, 큰 미네르바는 서글픈 표정을 지었다.

[시공 요새는 시공핵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었습니다. 시공핵이 망가졌으니, 시공 요새가 파괴되는 건 자연스러운 수순이지요.]

“저런…… 그럼 미네르바님도 사라지는 건가요?”

새미가 걱정스런 빛을 보이자, 큰 미네르바가 빙긋 웃었다.

[옛날이나 지금이나 착하시네요. 전 괜찮아요. 오히려 바라던 바에요. 솔직히 제국의 수호신으로 있던 지난 세월…… 너무 아팠거든요.]

새미는 말을 잇지 못했다.

큰 미네르바가 허공을 둥둥 떠서 미네르바에게 다가갔다. 미네르바가 묘한 눈으로 쳐다보자, 큰 미네르바가 손을 뻗어 미네르바의 머리를 매만졌다.

[너는 내 전철을 밟지 않았으면 좋겠다. 부디 우주 연합의 대의를 널리 퍼뜨려 주길 바란다. 행운이 너와 함께 하기를……]

그 말을 끝으로 큰 미네르바가 사라졌다.

시공 요새의 붕괴가 가속화되었다. 이젠 금속 뭉치가 쏟아져 임페리얼의 방어막을 두드렸다.

새미는 수한의 얼굴을 한 번 쓰다듬었다.

해골처럼 변한 모습을 보니 가슴이 아팠다. 하지만 해야 할 일을 잊을 수는 없으니, 마음을 단단히 다잡고 명령을 내렸다.

“미네르바! 지금 당장 탈출한다. 지구로 가자!”

[네, 부함장님!]

임페리얼의 추진 장치가 힘껏 빛을 토했다.

그 육중한 몸이 빠르게 나아갔다. 시공 요새가 붕괴되며 여기저기서 이상 현상이 벌어졌다. 시공핵은 이미 다 탄 잿더미가 되었지만, 그 영향력은 아직도 남아 있었던 것이다.

검은 구멍이 몇 개나 뚫렸다. 구멍은 세상의 모든 것을 탐욕스럽게 집어삼켰다. 반면 흰 구멍이 생겨 빛을 줄기줄기 뿜어댔다. 빛에 닿은 것은 그게 무엇이든 가루가 되어 우주의 먼지로 변했다.

임페리얼이 그 사이를 아슬아슬하게 질주했다.

몇 번은 피하지 못했다. 기계용들이 수납된 격납고 하나가 통째로 갈려 나갔다. 한 번은 함교가 당할 뻔해서, 새미가 악을 쓰며 간신히 회피했다.

간신히 무너지는 시공 요새 안을 빠져나왔다.

어둠이 해일처럼 번졌다. 방금 전만 해도 시공 요새가 있던 곳이, 이제는 금속 파편만 몇 남았다. 검은 구멍과 흰 구멍은 사라지고, 시간과 공간의 흐름이 정상을 되찾았다.

“흐아아……”

누군가 긴 한숨을 토했다.

한숨이 전염되었다. 임페리얼의 함교가 한숨소리로 가득 찼다.

“이제 다 끝난 거죠?”

한 명이 그렇게 묻지만, 아무도 대답이 없었다.

수한은 의식을 잃었고, 새미는 그런 수한을 돌보기 바빴다. 이능력자 중 영혼 계열 이능이 있는 이들은 모두 수한에게 달라붙었다.

효과가 있는 것 같았다.

“끄으응……”

수한이 신음소리를 내며 깨어났다.

몰골은 여전히 말이 아니었다. 그래도 처음 상태보다는 나았다. 얼굴에 핏기가 감도는 게, 최소한 사람 같아 보이기는 했으니까.

새미가 수한의 얼굴을 쓰다듬었다.

“오빠, 정신이 들어?”

“으응, 여기 어디야?”

“임페리얼 안이야.”

“제국은? 시공 요새는?”

“다 없어졌어. 이제 안심해도 돼.”

수한은 자신의 상태를 먼저 점검했다.

썩 좋지는 않았다.

영혼에 커다란 구멍이 나 있었다. 시공핵과 결합했다가 해체되면서, 그 구멍이 더 크게 벌어졌다. 그나마 시공핵과 합일된 동안은 수한이 졌어야 할 부담을 시공핵이 대신 짊어져 여태 살아있을 수 있었다.

시간이 얼마나 남았을까?

1시간? 30분? 아니면 1분?

모르겠다.

수한은 몸을 일으켰다.

시공 요새가 있던 곳을 돌아보았다.

완전히 박살이 났다.

이제 제국은 없다.

그 흔적만 묘비처럼 금속 파편으로 남아 유성대 안을 떠돌고 있었다.

레벨 업 도우미를 얻고 대략 5년.

그 동안의 항쟁이 끝내 결실을 맞이한 것이다.

“크크크크크……”

갑자기 웃음이 흘러나왔다.

몸이 아픈 것도, 상실감이 점차 커져 가는 것도 잊었다. 웃다 못해 배꼽을 쥐고 호호탕탕 대소를 터뜨렸다.

“하하하하!”

그렇게 크게 웃고 있지만, 반면 함교의 분위기는 더욱 차가워졌다.

수한의 몸이 붕괴되고 있었다.

희게 탈색한 머리칼이 아예 회색으로 변하더니 몽땅 빠져버렸다. 피부에서 핏물이 흘러나오는데, 역한 구정물 같은 냄새가 풍겼다. 피부 조각이 떨어지며 근육 조직과 뼈가 훤히 들여다 보였다.

“오빠!”

새미가 울먹이며 소리쳤다.

수한은 새미를 돌아보았다. 침침해진 두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한 새미의 얼굴이 보였다.

“울지 마, 새미야. 이건 내가 황제와 싸웠을 때부터 결정된 거야.”

“그게 무슨 말이야?”

“반신 진화자들과 싸울 때, 황제의 공격을 한 번 허용했어. 그거 때문에 내 영혼에 상처가 났지. 시공핵을 다루면서 더 심해지긴 했지만, 언젠가는 이렇게 될 예정이었어. 영혼에 난 상처는 회복할 수가 없으니까.”

“바보! 맞지 말았어야지! 그런 걸 맞으면 어떻게 해?”

울음이 터졌다.

새미가 수한을 끌어안고 엉엉 울었다.

분위기가 더욱 침울해졌다. 라오그뉴가 괜히 앞발에 침을 묻혀 세수를 하고, 아르텔라가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 마엘른은 애꿎은 세계수 열매만 매만졌다.

마니엘라가 수한을 보며 입을 열었다.

[총사령관. 이대로 죽을 생각은 아니겠지?]

수한은 처연한 웃음을 지었다.

“어쩌겠습니까? 방법이 없는 걸요.”

[아니, 그렇지는 않다.]

마니엘라는 고개를 저었다.

[확신할 수는 없지만 가능성 있는 방법이 있다. 비록 가능성이 낮기는 하지만, 시도는 해봐야 하지 않겠느냐?]

수한의 눈에 폭죽처럼 광채가 감돌았다.

시무룩해서 늘어져 있던 용이가 꼬리를 맹렬하게 쳤다.

[해보자! 어차피 손해 볼 것 없잖아!]

새미가 수한을 안아들었다.

강하게 빛나는 눈으로, 마니엘라를 쳐다보았다.

“부탁드릴게요.”

[걱정마라. 총사령관은 우리 종족의 은인이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살려놓겠다.]

마니엘라는 새미를 안심시켰다.

세라프 종족들이 모여 수한을 일단 동결시켰다. 육체가 더 붕괴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였다.

임페리얼이 지구에 도착했다.

지구의 시간은 벌써 5월.

차원 요새 공략군이 떠나고 약 3개월이 지난 시점이었다. 차원 요새를 공략한 것도, SSS급 이상의 고위 이능력자들만 제국에 쳐들어간 것도 모두 알고 있었다.

지구에서 임페리얼의 접근을 알아차렸다.

많은 부분이 개조되었지만, 고유 식별 신호가 뿌려지는 중이었다. 게다가 새미가 먼저 통신을 보내자, 임페리얼의 귀환을 확신하고 지구 전체는 물론 종족 연합 전체에 알렸다.

[임페리얼이 돌아왔대!]

[뭐? 임페리얼이?]

[그럼 우리가 이긴 거야?]

[이겼대! 제국을 완전히 멸망시켰다는데?]

[뭐라고?]

승전보가 울려 퍼졌다.

축제가 벌어졌다.

지구 전체가 기쁨에 젖어들었다. 누구나 축복의 말을 옆의 사람에게 건네고, 술과 노래로 승전을 축하했다.

어딜 가도 희열이 넘쳐흘렀다.

사람들 모두가 승전을 만끽했다. 지구가 마치 하나의 거대한 용광로가 된 듯, 뜨거운 열기가 땅과 바다, 그리고 하늘에서까지 들끓고 있었다.

실로 오랜만에 벌어진 한 판 지구촌 축제.

그러나 이때, 마땅히 주인공이 되어야 할 수한은 지구 어디에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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