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랜덤박스로 유튜브 스타-5화 (5/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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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미쳤다. 진짜.”

감탄이 나왔다.

특성 강화 카드를 얻은 건 행운이었다.

첫 번째 촬영을 앞두고 제일 먼저 한 일은 장비 설치가 아니었다.

“유튜브를 한 편 봤지.”

구독자 120만의 유명 유튜버 영상.

영상 한 편이 많은 감정을 일깨워 줬다.

‘왜 니들만 잘 벌어 먹고사냐!! 왜!!’

분노가 먼저 생기고.

-분노

-화를 내는 능력.

-두려움이 사라지고 용기가 상승한다.

-<통제가 불가능할 경우.>

-공격성이 생겨 행동을 통제할 수 없다.

첫 방송의 긴장감과 두려움이 사라졌다.

‘부러워 죽겠다!! 부러워!’

시기심이 그다음.

-시기

-더욱 뛰어난 이를 질투하는 능력.

-향상심이 상승한다.

-<통제가 불가능할 경우.>

-부정적 특성이 쉽게 생긴다.

향상심이 생기고 열정이 끓어 올랐다.

‘랜덤박스가 있다면 나도 된다! 스타 유튜버 가즈아!!’

마지막은 욕심이었다.

-탐욕

-과도한 욕심과 욕망.

-집중력과 끈기가 상승한다.

-<통제가 불가능할 경우.>

-충동적으로 행동하고 판단력이 흐려진다.

집중력이 날카롭게 서고, 끈기가 생겼다.

멋들어지게 말했지만, 현실은 비참했다.

“그저 잘나가는 유튜버 영상보고 화내고, 질투하고, 욕심부리는 거지.”

피식 웃음이 나왔다.

곰곰이 생각할수록 어이없는 일이었다.

“분노를 바라고, 질투를 바라고, 욕심을 바란다. 중2병도 아니고··· 이거 그냥 열폭이잖아!!!”

부끄러움은 덤이었다.

그래도 이 부끄러움의 대가는 굉장했다.

“그래도 효과 하나는 끝내주네.”

온갖 긍정적인 감정이 몸을 휘감았다.

“이제 시작해 볼까?”

택배를 뜯어 조명과 카메라를 세팅했다.

“각이 딱 나오네?”

특성의 효과 때문인지 순식간에 끝났다.

마지막 준비가 필요했다.

“제일 중요한 준비지.”

장비의 확인도, 연출에 대한 아이디어보다 더 중요한 일이었다.

현규는 간절히 바랐다.

‘모두 나에게 빠지길. 내 매력이 넘치길.’

-색욕

-이성을 유혹하고, 탐하는 능력.

-매력이 상승한다.

-<통제가 불가능할 경우.>

-성충동을 통제할 수 없게 된다.

유일한 출연자를 꾸미는 일이었다.

“내 꼴이 이렇다고?”

매력이 상승한다.

이 설명이 무엇인지 바로 알 수 있었다.

“이건 절대 안 돼!”

샤워하고, 머리를 손질했다.

“느낌 괜찮은데?”

자신에 어울리는 스타일을 찾고.

“녹화 끝나면 옷부터 산다.”

모든 옷을 꺼내서 간신히 한 벌 맞췄다.

스타일링이 끝났다.

“새끼 잘생겼다!”

스타일링은 끝낸 현규의 모습은 나름 괜찮았다. 과하지 않고, 깔끔한 모습.

“이게 오늘 최선이다.”

준비가 부족했는데도 이 정도까지 스타일링이 가능한 것은 모두 특성의 도움이었다.

“이런 머리와 옷이 어울린다는 건 오늘 알았으니깐.”

거울 속 자신의 모습이 낯설었다.

“잡생각 치우고. 이제 진짜 시작이다.”

2.

교만.

7대 죄악에서 가장 기대한 감정이다.

-교만

-잘난체하며 뽐내는 능력.

-필요 이상의 자신감이 상승한다.

-<통제가 불가능할 경우.>

-사람을 업신여기고 경솔하게 변화한다.

이게 방송 컨셉이었다.

‘나는 교만함을 바란다.’

교만한 컨샙을 <사고>한다.

현규의 몸이 자연스럽게 움직인다.

카메라를 등지고 뒤돌아섰다.

“이 몸은 신에게 선택받은 남자!”

선언하듯 말했다.

곧바로 뒤돌아 카메라에 시선을 고정했다.

“신께서 매일매일 랜덤박스를 하사한다!”

중2병 터지는 포즈를 취하며 입을 열었다.

“지구상에는 존재하지 않는 신기한 랜덤박스!”

이것은 오프닝일 뿐이었다.

과장되고, 부담스러운 모습은 사라진다.

“이런 컨샙으로 진행되는 매일매일 랜덤박스입니다. 안녕하세요!”

카메라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이제 왜 이런 병신같은 컨샙을 잡았는지 설명해줄 차례였다.

“왜 이런 말도 안 되는 컨샙을 잡았느냐!”

한 호흡 쉬어주고,

“그만큼 특별한 물건이 이 랜덤박스에서 나오기 때문입니다.”

이제 다음 단계였다.

“뭐라고요?”

마치 누군가의 말을 들은 것처럼 말했다.

“설명충 꺼지고 얼른 상자 까라고요?”

찔끔한 표정을 짓고 말했다.

“알겠습니다. 열게요! 너무들 하신다 진짜!”

자연스럽게 흐름이 이어진다.

현규는 상자에 손을 올렸다.

-랜덤박스를 오픈하시겠습니까?

알림창이 떠올랐다.

“오픈 할지 메시지가 떠올랐네요.”

허공을 가리키며 말했다.

‘이건 영상 편집해서 추가하자.’

영상에 글자를 추가할 생각이었다.

“망설일 필요 있나요?”

싱그럽게 웃어 보이고 곧장 대답했다.

“오픈합니다.”

-랜덤박스를 오픈합니다.

메시지와 함께 경쾌한 멜로디가 들려왔다.

“이 음악이 등장할 때가 제일 긴장됩니다. 제발!! 좋은 거 떠라!!”

-너구리 집사를 획득하였습니다.

잠시 정적이 흐르고.

“제가 잘못 본 거 같네요.”

그런 현규의 생각과는 달리.

-덜컹.

상자가 움직였다.

‘어떻게 하지?’

<사고>가 맹렬하게 회전하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연출 방향이 결정됐다.

“너구리를 획득했네요.”

당혹스러운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오히려 진한 미소가 떠올라 있었다.

“우리 너구리를 보여드리겠습니다.”

처음 보는 너구리가 ‘우리 너구리’가 됐다.

상자를 열자 너구리 한 마리가 있었다.

“너굴.”

‘미친.’

너구리의 울음소리를 듣고 제일 먼저 떠오른 감정이었다. 처음으로 포커페이스가 깨질 뻔했다.

“우리 너구리입니다!”

“너굴!!”

너구리가 상자에서 나왔다.

그런데 그 모습이 괴이했다.

‘미친. 무슨 너구리가 정장을 입고 있어!’

정장을 입고 있었다.

그제야 알림음이 떠올랐다.

-너구리 집사를 획득하였습니다.

너구리는 현규를 보고 제일 먼저.

“너굴.”

허리 숙여 인사했다.

3.

<사고>를 통해 떠올렸던 수많은 선택지 들이 사라지고, 단 하나만 남았다.

“우리 너구리 귀엽죠!? 멋지죠!? 짱이죠!?”

자기 새끼를 자랑하든 흥분한 얼굴로 말했다.

“너굴맨! 이리와!”

순식간에 이름을 지어줬다.

‘너굴맨’ 이름이 마음에 든 모양이었다.

“너굴!”

너구리는 현규의 팔에 매달렸다.

머리를 살살 쓰다듬어 주자.

“너굴.. 너굴..”

기분이 좋은 모양이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현규는 의미심장하게 말했다.

“똑똑하기까지 한다면 믿으시겠습니까!?”

바로 너구리에게 말을 걸었다.

“너굴맨! 시청자들에게 너의 똑똑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지?”

“너굴!”

집사 너구리.

여기서 중요한 것은 앞의 단어다.

집사. 전문적인 직업이다. 직업을 가질 정도면 똑똑한 건 당연하다.

“앉아!”

“너굴!”

너구리는 바로 웅크렸다.

“일어나!”

“너굴!”

양팔까지 들고 벌떡 일어났다.

“너굴맨! 미안하다!”

“너굴?”

현규의 말에 너구리는 갸웃거렸다.

“이런 단순한 요청을 하다니! 내가 너를 무시했구나! 우리 너굴맨이 얼마나 똑똑한데!”

“너굴! 너굴!”

너구리는 현규의 말에 감동한 듯 팔을 끌어안았다.

“봤어요? 우리 너구리 이해하는 거?”

<사고>를 통해 나온 방법은 단순했다.

“쩔죠? 우리 너굴맨?”

뻔뻔하게 너구리를 계속 칭찬했다.

“뭐요? 상자 깡 방송에서 왜 자랑질이냐고요?”

이럴 때일수록 당당하고 뻔뻔해야 한다.

“생각해보세요. 이렇게 귀여운 녀석을 여러분 같으면 자랑 안 하겠어요? 이렇게 똑똑한 우리 너굴맨을! 어떻게 자랑하지 않을 수 있어요!”

“너굴!”

현규의 말에 호응하듯 너구리가 외쳤다.

‘나이스 타이밍!’

“슬슬 눈치채신 분들이 있으실 겁니다. 예. 제 채널의 영상은 모두 이런 식입니다.”

말을 이어가며 너구리를 살살 쓰다듬었다.

“너굴.”

노곤한 너구리의 목소리가 사운드를 채운다.

“이렇게 뜬금없는 물건들이 매일매일 튀어나옵니다. 그냥 그것뿐인 영상이에요.”

상큼하게 웃어주고.

“그럼 모두 들어가세요!”

“너굴!”

마무리했다.

카메라에 다가가 녹화를 확인했다.

“19분 32초. 선방했네.”

녹화된 영상은 19분 32초였다.

“이걸 10분 안쪽으로 만들어야지.”

유튜브 영상이 10분을 넘어가면 보는 사람들이 버거워한다. 유튜버 사이에서 법칙처럼 알려진 내용이다.

“지금 이게 문제가 아니지.”

“너굴?”

현규의 말에 너구리가 갸웃거렸다.

“너 도대체 뭐니?”

문제는 갑자기 등장한 이 친구였다.

4.

-쏴아아아.

물 내리는 소리가 들렸다.

현규는 작업을 멈추고 고개를 돌렸다.

“너굴!”

화장실을 사용한 건 너구리였다.

“진짜. 기가 막히네.”

“너굴?”

너구리는 왜 그러냐는 듯 현규를 쳐다봤는데 문제는 쳐다보고 있는 너구리였다.

“우리 너굴맨. 지나치게 똑똑한데?”

“너굴!”

칭찬이면서 문제였다.

너구리가 너무 똑똑했다.

‘똘똘한 아이 정도? 아니 더 똑똑한 것 같기도 하고.’

지나칠 정도였다.

너구리는 현규에게 다가와 조심스럽게 허벅지를 건드렸다.

“응? 왜?”

“너굴.”

조심스럽게 부탁하는 느낌.

이런 게 느껴진다는 게 신기했다.

“필요한 거 있어?”

“너굴.”

여전히 허벅지를 조심스럽게 두드렸다.

“설마··· 올라올래?”

“너굴!”

허벅지 위로 올라오고 싶다는 표현이었다.

“작업할 거라 방해하면 안 돼.”

슬쩍 거절해 봤지만.

“너굴!”

너구리가 고개를 끄덕였다.

녀석은 어미의 품에 있는 것처럼 허벅지에 웅크려 앉았다.

“너굴.. 너굴..”

기분이 좋아 보였다.

“이거 참.”

내려오라고 하기에는 너무 귀여웠다.

“다시 시작하자.”

녹화영상을 다시 편집하기 시작했다.

영상편집은 어렵게 생각할 필요 없었다.

‘20분짜리를 10분으로 만든다.’

목표를 정하고.

‘어떻게?’

<사고>가 발동한다.

말이 없거나, 지루한 부분을 전부 날렸다.

불필요한 부분을 쳐냈다.

“11분 14초.”

줄이고 줄인 영상은 11분대까지 내려왔다.

“줄이고 싶어도 쳐 낼 부분이 없네.”

10분 안쪽까지 줄이고 싶었지만, <사고>를 사용해도 여기까지가 최대였다.

“특수효과 좀 넣어주고.”

알림창을 만들고, 상자가 열릴 때 쓰일 BGM을 삽입했다.

“좋아. 마지막으로 오프닝이랑 클로징 붙이면.”

상자가 열리고 매일매일 랜덤박스 글자가 튀어나오는 4초짜리 오피닝과 좋아요, 구독, 댓글을 요청하는 3초짜리 클로징 영상.

추가로 7초가 추가됐다.

“완성!”

“너굴!”

현규의 반응에 너굴이가 호응했다.

“크! 축하해주는 거야?”

“너굴!”

너굴맨은 생긴 것도 귀여웠는데, 하는 짓은 더 귀여웠다. 현규는 흐뭇한 미소를 짓고 너구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너굴.”

너구리는 현규의 손길을 느긋하게 즐겼다.

“너굴맨. 영상 인코딩되는 동안 그냥 기다리면 멍청한 거지?”

“너굴.”

현규와 너구리는 대화가 되고 있었다.

“그래. 멍청한 짓이지.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너굴?”

<사고>를 통해 이미 정답은 구해놨다.

“어그로를 끌어야지.”

“너굴!”

제일 고민했던 게 어그로 방법이었는데.

“우리 너굴맨 때문에 모든 걱정 해결!”

“너굴!”

각 커뮤니티를 띄우고 글을 작성했다.

제목은 ‘너구리는 어떻게 우냐?’ 였다.

5.

rlaalswo-너구리가 너굴너굴 운다는 병신 때문에 왔는데 진짜 너굴이라고 우냐?ㅋㅋㅋㅋㅋ 여러분 너구리는 너굴너굴 웁니다!!

K.t.c-너구리 너무 귀여워!!

짱짱세치- ㅇㅈ 저런 너구리면 자랑 안 하는 게 이상하지

비글위글- 근데 진짜 너구리는 어떻게 움?

ㄴrlaalswo- 병신아ㅋㅋㅋ 영상 안 봤냐? 8:41 보고 와라 ‘너굴!’하고 우네ㅋㅋㅋㅋ

하코하코- 오빠! 너무 색기 넘쳐요!

ㄴ캉승태- 아니야. 우리 너굴맨한텐 안돼.

반반무많이- 너굴맨 진짜 존나 귀엽네. 음성 합성이야? 뭐야? 영상 존나 신기하네 ㅋㅋㅋㅋ

루루? 너굴맨. 심장폭행 빌런이네.

정은우- 근대 너구리가 아니라 라쿤아님?

ㄴ이승호- 라쿤 맞음. 근대 너굴맨이 쫙쫙 붙긴한다ㅋㅋㅋㅋㅋㅋ

rlaalswo- 아무리 생각해도 안되겠다. 좆망 컨텐츠하지말고 너굴맨 채널 만들어라! 채널 안 만들꺼면 당장 너굴맨이 들어간 영상 만들어라.

“아따 드럽게 공격적이네.”

“너굴!”

하루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폭발적인 반응이었다. 공격적인 댓글부터 응원의 댓글까지 수많은 댓글이 올라와 있었다.

“너도 그렇게 생각하는구나!”

“너굴!”

어그로는 대 성공이었다.

“조회 수 달달하고.”

“너굴.”

만족스러운 얼굴로 댓글을 보던 현규는 너구리를 빤히 바라보았다.

“너굴?”

“이 복덩이! 이 복덩이!”

참지 못하고 마구 쓰다듬어 주었다.

“너-굴-!”

너구리도 덩달아 신났다.

“영상을 원한다면 찍어줘야지!”

“너굴!”

너구리를 안고 거실로 나왔다.

식탁에 새로운 랜덤박스가 보였다.

“두 번째 영상 시작이다.”

랜덤박스-5(수정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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