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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그를 처음 본 것은 유튜브에서였다.
“끼 부리는 건가? 왜 저래 진짜.”
그게 그녀가 느낀 첫인상이었다.
그런 첫인상으로 시작해서인지.
“얄미워, 남자가 듬직해야지 촐싹대기나 하고! 너굴맨만 또 고생해! 나빠!”
좋은 평가보단 부정적인 평가가 많았다.
그런 평가 속에서도 한 가지는 확실했다.
“그래도 방송은 잘해. 오디오도 꽉 찼고, 흐름도 자연스럽고, 이거 한 번에 찍은 건가 같은데?”
방송은 잘하지만, 조금 부담스러운 느낌.
이 느낌이 합방을 망설인 이유였다.
“좋은 기회이긴 한데, 같이 하긴 부담스러워. 너굴맨만 오면 당장 수락하는데.”
결국, 수락했지만 여전히 부담스러웠다.
덕분에, 늦잠을 잔 아침은 패닉이었다.
-10분 뒤에 올라가겠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전화는 너무 고마웠다.
“맑고, 진중하고, 친절한 사람.”
작은 호의에서 비롯된 만남은 첫인상을 뒤바꿔 놓았다.
회의도 너무나 즐거웠다.
“그럼, 인공이도 같이 하는 거로 할게요.”
“네! 정말 좋은 거 같아요!”
“너굴너굴.”
너굴맨이 품 안에서 안정감을 주고, 현규 씨는 방송에 도움 될 아이디어를 제공해 주었다. 게다가 생각지도 못한 지원까지.
“정말 너무 감사해요.”
“합동 방송이니깐요. 오히려 허락해주셔서 제가 감사합니다.”
정말이지 그는 상상과는 다른 사람이었다.
“제 방송을 보셔서 아시겠지만, 녹화 할 때는 캐릭터에 맞춰 행동합니다. 조금 놀라실 수도 있어요.”
현규의 말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괜찮아요. 방송인데요! 시작해 볼까요!?”
“예.”
그의 분위기가 180도 변했다.
2.
“여러분! 너굴너굴!”
그녀가 방송의 시작을 알렸다.
이별- 언니!! 설마 오늘 너굴맨 나와요!?
ㄴ38살 사춘기- 100% 등장이다 ㅋㅋㅋ
ㄴ용팀장- 100% 인정하는 부분이고요.
채팅창이 빠르게 올라갔다.
“벌써 눈치채신 것 같네요. 귀하신 분들을 모셨어요.”
병신TV- 너굴맨에게 헬프 친 요리 유튜버가 있다? ㅋㅋㅋㅋ
ㄴ이별- 아니야! 우리언니 요리 잘하거든!
ㄴ새롱- 응 아니야. ㅋㅋ채널이름 읽고와.
“두 분을 모셔볼게요!”
그녀의 말에도 현규와 너굴맨은 나타나지 않았다.
“나오셔도 돼요!”
미쿡- 방송 시작하자마자 사고났죠?ㅋㅋ
rlaalswo- 너굴맨님! 등장하세요!
ㄴ윤이- ㅋㅋㅋ너굴맨 광신도 등장ㅋㅋㅋ
시청자들의 채팅창이 무르익어 갈 때쯤.
너굴맨이 공중에서 나타났다. 앵글 밖에서 점프를 뛰어. 공중제비를 돌며 앵글 안에 착지했다.
“너굴너굴!!”
너굴맨의 등장만으로 반응이 폭발했다.
새롬- 꺅!! 너굴맨!! 사랑해!!
불랑서- 너굴맨 등장 쌉간지 ㅋㅋㅋㅋ
최아람- 설마!! 다음 사람도 똑같이 등장하나?ㅋㅋㅋㅋㅋㅋ
ㄴ금수진- 패션쇼때 몸 좋은거 봤잖아 ㅋㅋㅋ 가능할거 같기도 하고 ㅋㅋㅋ
이제 현규가 등장할 차례였다.
현규는 공중에서 등장하는 건 똑같았지만, 공중제비와는 거리가 멀었다.
어정쩡한 자세로 엉거주춤 착지하여 갑자기 폼을 잡았다.
“너굴맨과 함께 이 몸 등장!”
므츄- 등장 개똥같이 해놓고 표정 완전 당당하네ㅋㅋㅋㅋ 인정이다 진짜ㅋㅋㅋㅋ
ㄴ김호찬- ㅋㅋㅋ 대사 진짜. 작가들 이렇게 일하고 월급 받는거 실화냐?ㅋㅋㅋㅋ
ㄴ푸린- ㅋㅋㅋ왜 난 취향 저격임.ㅋㅋㅋ
현규에 등장에 채팅창엔 ‘ㅋㅋ’라는 글자만 보였다.
“으...아...게스트를 모셨습니다.”
당황함을 숨기려 해봤지만, 실패였다.
그녀의 표정엔 당혹스러움이 가득했다.
호치- ㅋㅋㅋㅋㅋㅋ 등장만으로 당황잼.
ㄴ류진- 30만 유뷰버도 당황시키는 남자.
rlaalswo- 아이고 죄송합니다. 우리 너굴맨님이 키우는 휴먼이란 동물인데. 교육이 부족했네요.
ㄴ사쵸- ㅋㅋ미친ㅋㅋ애완휴먼ㅋㅋ
“요리를 못하는 그대를 위해! 마법의 조미료를 들고 온 두 남자! 인사드립니다!”
“너굴!!”
현규와 너굴맨의 인사에 그녀의 당황은 커져만 갔다.
“아! 네! 그럼 요리 시작을···. 아! 진짜!”
사쵸- 요리 시작도 안했는데 ㅋ 패닉ㅋㅋ
ㄴ형초- 저 친구가 방송을 좀 아는구만ㅋㅋ 요못누님은 놀려야 제 맛!
rlaalswo- 어! 너굴맨님 뛰신다!
ㄴ휴지- ㅋㅋㅋ 달래주는거야?ㅋㅋㅋㅋ
ㄴrlaalswo- 너굴맨님은 관대하시다.
너굴맨은 당황하는 그녀에게 다가갔다.
“너굴너굴.”
진정하라는 듯 너굴맨은 그녀를 달랬다.
“너굴맨. 고마워.”
“너굴.”
그녀와 너굴맨은 같이 있는 것만으로 멋진 그림이 나왔다.
“진짜! 자꾸 그러실 거예요!?”
진정이 된 그녀는 제일 먼저 항의했다.
현규의 얼굴에 미소가 짙어졌다.
“이제 시작입니다! 시청자 여러분 제게 힘을 나눠주세요!!”
“너굴너굴!!”
너굴맨이 현규의 어깨 위로 올라가 손을 하늘로 뻗었다.
손군- ㅋㅋㅋㅋㅋ드래곤볼. 원기옥ㅋㅋㅋ
ㄴ표짱- 아재요. 이거 요즘 애들 몰라요.
ㄴ손군- 아재 셀프인증 개같네.
오십견- 역시 놀려야 제 맛.ㅋㅋㅋㅋㅋ
ㄴ형초- 쟤 누나 방송 예습하고 옴 100%임 ㅋㅋㅋㅋㅋ
“너굴맨! 너까지!”
그녀는 애절하게 너굴맨을 불렀다.
rlaalswo- 너굴맨이시여! 힘을 받으소서!
미츄- 언니 미안해! 너굴맨 내 힘도 받아!
얼핏 보면 개판이었지만, 정반대였다.
채팅창의 분위기는 뜨거웠다.
“으아. 요리 시작할게요! 너굴맨이랑 같이 저쪽 가서 앉으세요! 이쪽 올 생각하지 마세요!”
그녀는 현규와 너굴맨을 쫓아내려고 했지만 아직은 안 될 일이었다.
“이의 있습니다!”
“아 또! 왜요!”
“아름답고 현명하신 요리를 못하는 그대여. 제가 부탁 하나 해도 되겠습니까?”
장난스러운 모습에서 진지한 모습으로 순식간에 변했다. 색욕이 발동 중이라 정중하지만, 도발적이었고, 눈빛, 분위기, 모든 게 퇴폐적인 느낌이었다.
하쿠하쿠- 오빠!! 넘나 섹시한 것!!
ㄴ이별- 모야.. 분위기 갑자기 왜저래..
ㄴ미료- 위험한 분위기 풍기기로 유명함 ㅋㅋㅋ 얼굴 막쓰기로도 유명하고 ㅋㅋ
ㄴ이별- 좋다. 좋아. 언니 보러 왔다가 오빠 생긴기분이다.
“해···해보세요!”
갑작스러운 변화에 그녀가 얼굴을 붉혔다.
“허락하신 거지요?”
허락하면 안 될 것 같은 분위기를 잔뜩 풍겼지만, 그래서 더욱 허락하고 싶었다.
위험한 건 언제나 끌리기 마련이다.
“그···그래요!”
갑자기 분위기가 달달해지고 위험해졌다.
김춘배-쓰블~~분위기,,,에,,당뇨,,걸리겠는,,,것이여~~ㅎㅎ
ㄴ하쿠하쿠-아재냄새!
ㄴ김춘배-쓰댕~~,,내가,,,,왕년엔1,,,,대 십칠로,,싸우고,,,이긴놈이여,,~~,,콱~~ㅎㅎㅎ
ㄴ휴철- ㅋㅋㅋ미친ㅋㅋㅋㅋ진성아재등장. 근데 아재 말도 맞음 ㅋㅋㅋ 갑분달달하네.
“그대의 허락이 있으니 조심스럽게 말하겠습니다.”
그녀의 얼굴이 더욱 붉어졌다.
오늘 만난 현규의 여러 모습이 떠올랐다.
채팅창은 터질 듯 빠르게 글이 올라왔다.
현규는 진심을 담아 말했다.
“랜덤박스 채널에서 나왔습니다! 주인장님 허락도 떨어졌으니! 맘껏 광고하겠습니다! 저희 채널도 좀 사랑해주세요!! 실질적으로 너굴맨이 주인장입니다!”
“너-굴!! 너굴너굴!!”
“네?”
그녀는 얼빠진 표정으로 되물었다. 현규는 그런 그녀를 보고 알았다는 듯 말했다.
“죄송합니다. 제가 그걸 빼먹었군요.”
정중하게 사과하며 말했다.
하지만 그녀는 두 번은 속지 않았다.
“또 장난 치시려고 그런 거죠!”
“칫! 이래서 눈치 빠른 사람은 싫다니깐.”
현규의 말에 채팅창은 웃음이 터졌다.
“진짜! 장난 그만하시고 빼먹은 거 말하세요!”
참독- 대본 줘도 빼먹죠?ㅋㅋㅋㅋ
시청자의 채팅대로 였다.
“흠! 전문가 한 분을 초빙했습니다. 그것도 촌철살인의 대가로 모셨습니다. 얼마나 맛없고, 요리를 못하고 계시는지 구체적으로 설명해 주실 겁니다.”
“너굴너굴!!”
갑자기 너굴맨이 카메라 밖으로 나갔다.
“너굴맨이 모셔올 모양이네요.”
“너굴!!”
너굴맨은 블루투스 스피커를 들고 왔다.
오덕수- 왔-다!!!! 누님 떳----다!!!!
ㄴ미욤- ??
ㄴ수연- ??
ㄴ흑염룡- ㅋㅋㅋ인공누님 떳다는 소리임.
벌써 눈치챈 시청자들도 있었다.
-휴먼. 오늘 저 휴가입니다. 정말 미친 겁니까?
스피커에서 인공이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3.
방송은 그야말로 혼돈 그 자체였다.
요리에 집중해야 했지만, 그럴 수가 없었다.
반대쪽 테이블에 앉아 있는 현규와 너굴맨은 씬스틸러였다.
“으앗! 괴물 너굴맨이다!!”
“너굴-!!!”
너굴맨은 짧은 두 팔을 뻗어 현규에게 달려들었는데, 무섭기는커녕 너무 귀여웠다.
그때마다 채팅창은 너굴맨의 귀여움을 찬양하는 채팅으로 도배되었다.
심지어.
“아-!”
-휴먼. 지금 요리 중입니다. 너굴맨에게 집중하고 있을 때가 아닙니다.
요리하고 있던 미영도 빠져들 정도였다.
초롱이- 언니. 오늘은 집중 못 해도 인정!
ㄴ미욤-ㅋㅋㅋㅋ저건 홀려도 인정! ㅋㅋㅋ
철철이- 집중 흩어지면 더 맛없지는데 저건 자기 무덤을 파네 ㅋㅋㅋㅋ
앞서 말했든 이곳은 혼돈 그 자체였다.
“프라이팬에 기름을 두르고 마늘을 먼저 볶을게요!”
-휴먼. 제정신입니까? 불이 너무 강합니다. 마늘이 타서 쓴맛과 떫은맛이 올라왔습니다.
미영이와 인공이는 찰떡 호흡이었다.
“닭고기는 삶아서 쓸게요. 냄비에 닭을 먼저 넣겠습니다.”
-휴먼. 씻지 않으면 냄새가 납니다. 벌써 넣었습니까? 이상한 부분만 숙련도가 높습니다. 닭 비린내가 추가되었습니다.
미영이의 행동 전부 지적을 받았다.
“파는 남은 게 잎사귀 부분뿐이네요. 여기만 써도 상관없겠죠? 바로 넣을게요!”
-잠깐! 아니 휴먼. 그쪽 부분만 넣으면 쓴맛이 올라옵니다. 그 생강 다 넣을 생각은··· 넣었습니까? 쓴맛과 짙은 생강 맛이 추가되었습니다.
미연-ㅋㅋㅋ언니!! 왜 맛이 없나 했더니ㅋㅋㅋ 이래서 맛이 없었구나!
칠리소스- 인공누님 전문가 인정이다ㅋㅋ
칸라보-설명 추가되니 꿀잼이죠?ㅋ
현규의 생각대로 인공이의 추가는 좋은 아이디어였지만, 그만큼 직접적인 설명이었다.
참지 못하고 현규가 소리쳤다.
“인공이 목소리 좀 안 들리게 해라!!! 그거 내가 먹는 거야!! 왜 이상한 맛만 자꾸 추가 되는 거예요!?”
“네!? 방해하지 마세요! 아! 이거 넣으면 안 되는데. 어쩔 수 없지.”
“어쩔 수 없으면 빼야죠!!”
lowkor- ㅋㅋㅋ대환장파티 ㅋㅋㅋㅋㅋ
채팅창은 그야말로 축제 분위기였다.
-파스타의 형체를 지닌 요리로 보이는 것이 완성되었습니다.
“형체? 요리로 보이는 것?”
완성된 요리의 설명이 심상치 않았다.
-쓴맛과 떫은맛이 추가되었으며, 생강 맛이 그 맛을 배가시킵니다. 거기다 파스타의 면은 일정 부분은 과도하게 익었고 나머지 부분은 익지 않았습니다.
“먹을 수 있어!!”
현규는 마음을 다잡고 소리쳤지만.
-설명이 끝나지 않았습니다.
“어?”
아직 끝이 아니었다.
-양념 조절에 실패했습니다. 소금 대신 설탕을 집어넣었으며 통후추가 오래 조리되어 짙은 쓴맛이 예상됩니다. 과도한 치즈와 크림, 비린내가 심한 닭의 조화는···
설명은 한참이나 이어졌다.
현규는 진작에 전의를 상실한 상태였다.
-휴먼. 마지막 조언 들으시겠습니까?
“제발요!! 인공님!!”
-도.망.쳐. 이상입니다.
사형선고가 떨어졌다.
츄르-씹덕들이 인공누님 좋아하는 이유를 알겠다. 나 빠진거 같음......?!
ㄴ오도덕-ㅋㅋㅋㅋ환영하네. 친구여.
ㄴ미얌-솔직히 너굴맨? 채널주인? 다 좁밥임 진짜는 인공누님이다. 목소리 개쩜.
부추전-인공누님의 말 하나하나 전부 우리 업계에서는 포상입니다.
ㄴ피큐-네. 다음 씹덕.
미영이는 인공이의 팩트공격에 쓰러졌고,
현규는 절망적인 요리 앞에 무릎 꿇었다.
“너굴너굴!!”
마지막 희망.
너굴맨 손에는 조미료가 들려 있었다.
4.
“저 위풍당당한 너굴맨의 모습이 보이십니까 여러분!?”
“너굴!!”
끝이 아니었다.
조미료라는 희망이 있었다.
“환상의 조미료가 들어가면 이 맛없는 요리도 맛있어질 겁니다! 고개를 드세요! 우리에게 희망은 있습니다!!”
김윤- 응? 저희는 괜찮은데요? 사실 조미료도 안 넣었으면 좋겠는데요?
ㄴ박수-ㅋㅋㅋㅋㅋ쌉인정. 그냥먹자!!
ㄴ최최수- ㅋㅋㅋ이거 좋다!!
“안타깝지만, 조미료를 넣어야 해서 그냥 먹을 일은 없습니다. 여러분의 성원 감사하지만 넣어두세요.”
현규는 잘 정리했다고 생각했지만, 인공이가 있는 걸 예상하지 못했다.
-휴먼. 맛없는 걸 맛있게 만드는 방송 맞습니까?
“고렇지! 바로 그 방송이지!”
도움인 줄 알고 현규는 손을 뻗었지만.
-그럼 맛없는 상태를 맛보고 넘어가는 게 좋지 않겠습니까? 바로 조미료를 넣는 것은 프로가 아닙니다.
돈힐- ㅋㅋㅋㅋㅋㅋㅋㅋ인정이구요!
ㄴsola11-역시 인공지능. 머리 완전 좋음.
ㄴ사축노예- ㅋㅋ 퍄. 무릎 꿇어라. 휴먼!
그곳은 지옥이었다.
합동방송-1. 요리못하는여자(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