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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정.말. 맛.있.어.보.이.네.요.”
영혼이 1g도 들어가지 않은 모습.
그 모습에 미영은 웃음이 터졌다.
“왜요? 정말 맛있어 보이는데요?”
여태까지 당했던 것을 갚아주려는 듯.
현규의 멘탈을 뒤흔들었다.
미유-언니 잘한다! 내가 보기에도 그래요!
ㄴ김호찬-인간적으로 그건 아님. 먹고 병걸리는거 아닌가 모르겠네 ㅋㅋ
ㄴ팡대-병원에서 라이브키면 존나 웃길듯.
ㄴ김호찬-악마세요? 사탄 대량 실직위기가 괜히 생기는게 아니다. 진짜.
“정말 먹고 싶지만, 손이 가질 않네요.”
현규는 사양하고자 한 말이었지만.
요섹남- 먹여 달라는 말이죠? 크! 완전 먹고 싶어 하는 듯.
시청자들은 창의력 대장이라도 된 듯 새로운 아이디어를 뽑아냈다.
“어머. 요섹남 님 아이디처럼 센스가 너무 넘치세요! 이건 먹여달라는 거 맞죠!?”
안타깝게도 미영이는 채팅을 캐치했다.
“이!! 악마들아!!”
“얼른 먹여 달라고 하시는 거죠? 아~ 하세요. 아~”
그녀는 파스타를 크게 뜨며 말했다.
“진정하세요. 지금 분위기가 너무 과열···”
“아~”
손이 묶기고, 말까지 묶인 현규.
그가 할 수 있는 행동은 하나뿐이다.
“악!!”
음식 맛?
“크흡! 큽! 웁! 우웁!”
현규가 행동으로 보여주고 있었다.
“너무 맛있으셔서 몸부림을 치시네요!”
미유- 맞아요! 언니! 너무 맛있어 보여요!
ㄴ구탑- ㅋㅋㅋ여긴 다 악마들이냐?
김호찬- 합방 후회하고 있을 듯 ㅋㅋ
수미-야! 쟤 밥 먹다 말고 운다!! ㅋㅋㅋ
ㄴ규리-ㅋㅋㅋ글썽글썽ㅋㅋㅋㅋ 그와중에 표정 퇴폐적인거 봐라 ㅋㅋㅋ
너무 맛이 없으면 눈물이 나온다.
현규는 오늘 이 사실을 처음 알았다.
2.
“이제 너굴맨의 도움을 받아볼까요!?”
미영이의 표정은 상쾌하기 그지없었다.
“너굴너굴!”
너굴맨은 쓰러진 현규의 옆에서 일어나 조미료를 들고 움직였다.
“크흡!”
간간이 현규의 몸이 들썩이며 이상한 소리가 들렸지만, 아무도 신경 쓰지 않았다.
루루- 너굴맨 귀여워!
ㄴrlaalswo- 인정 또 인정이고요!
뷰루훙-진짜 맛있어질까? 먹을 때 보니깐 맛없는건 확실하던데.
ㄴ후추추-ㅋㅋ그게 연기면 영화배우를 해야지. 맛없는건 100%임.
초롱이- ㅋㅋㅋ선생님! 쟤 울어요!!ㅋㅋ
?이-가끔 들썩거리는거 왜캐 웃김ㅋㅋ
“아직 감동에서 깨어나지 못한 분은 잠깐 내버려 두고 저희는 요리를 진행할게요!”
기묘한-냅두고 진행 ㅋㅋㅋ 누나 표정 지금이 제일 밝아보임 ㅋㅋ
ㄴ봐봐-표정 상쾌 그자체 임ㅋㅋㅋㅋㅋ
“너굴맨님 조미료를 넣으시나요?”
“너굴너굴!”
아직은 안된다는 듯 너굴맨은 조미료를 뒤로 숨겼다.
“왜요?”
“너굴. 너굴너굴! 너굴!”
너굴맨이 한참을 설명했지만, 너구리의 언어는 사람이 알아들을 수 없었다.
“조언 고마워요. 근데 못 알아듣겠어요!”
“너굴!?”
그런 둘을 도와준 것은 인공이었다.
-너굴맨의 언어를 번역하겠습니다.
“인공 언니! 부탁해요!”
-다시 말하지만, 휴먼. 전 당신의 언니가 아닙니다.
“에이 또! 부끄러워서 그러신다.”
미유-ㅋㅋㅋㅋㅋ여기도 케미터짐ㅋㅋㅋㅋ
ㄴ륭륭- 누구 생각인지 모르겠는데. 둘 조합 진짜 좋음 ㅋㅋ
둘의 대화에 시청자들의 반응이 뜨거웠다.
투닥거리면서도 계속 방송을 진행했다.
-와인과 음식을 곁들여야 하니. 바로 조미료를 사용하면 안 된다고 하십니다.
“네? 그럼요!?”
“너굴!”
옆에서 너굴맨은 끄덕였다.
“너굴너굴! 너굴.”
-와인을 소량 음식에 집어넣으면, 조미료가 와인의 맛까지 조화시켜준다고 합니다.
“너굴!”
“그래요?! 그럼 소문의 와인을 보여드려야겠네요!”
선반 아래 준비해 놓은 와인을 꺼냈다.
“여러분! 보이세요?”
카메라 가까이 가져가 라벨을 보여주었다.
진묘-ㅋㅋ진짜 2822임.
ㄴ수리-저거 비싼거임?
ㄴ진묘-1811 패러디 한거 같은데, 1811 마지막으로 팔린게 13억? 그정도 했을걸?
ㄴ수리-미쳤네. 그럼 저건?
ㄴ진묘-잘만든 가짜인지, 특수 제작한건지는 ㅋㅋ랜덤박스 채널 주인만 알겠지 ㅋㅋㅋ
라벨을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수많은 채팅이 올라와 와인에 대해 설명해주었다.
“설명요정 분들께서 이미 해주셨지만, 제가 받을 때 듣기로는 미래에서 가져온 신비의 와인이라고 했어요! 부럽죠!?”
그녀는 해맑게 설명했다.
진묘-난놈은 난놈이야 ㅋㅋ 웃기라고 만든 와인을 미래의 와인이라고 사기를 쳐버리네 ㅋㅋ 얼마나 입을 잘털었으면ㅋㅋㅋㅋ
ㄴ수리- 누나 눈빛 봐. 저건 100% 속은 호구의 눈빛이야!
“저! 호구 아니에요!”
그녀는 아니라고 소리쳤지만, 그럴 때마다 채팅창은 더 불타올랐다.
“진짜. 호구 아닌데.”
“너굴너굴.”
너굴맨은 미영의 등을 두드리며 위로했다.
“고마워. 너굴맨.”
“너굴! 너굴너굴.”
너굴맨의 위로에 금세 기운을 회복했다.
“너굴너굴!”
“알겠어. 와인을 개봉할게!”
낑낑거리며 오프너로 와인을 개봉했다.
단지, 개봉했을 뿐인데 진한 향이 퍼졌다.
“짙은 포도향이 나요. 저도 와인은 열지 마셔봤지만, 이만큼이나 짙은 향이 나는 와인은 처음이에요.”
말을 한 그녀의 표정은 갈등이 가득했다.
“어떡하죠. 마셔 보고 싶어요! 그래도 참을게요! 오늘의 시식자는 제가 아니니깐요!”
“너굴!”
그녀는 유혹을 이겨내고 요리에 집중했다.
-휴먼. 흘리면 안 됩니다. 여기서 막 쓰기엔 와인이 아깝습니다.
“저도 동의해요! 향만 맡아도 이렇게 좋은데. 칼같이 넣을게요!”
김군-와인 아까워서 집중력 살아남ㅋㅋㅋ
채팅창 말대로 그녀는 집중력을 발휘했다.
“너굴너굴! 너굴!”
-티스푼 하나면 충분하다 하십니다.
“알겠어요!”
시간이 지나 딱딱해 보이는 파스타에 와인을 집어넣었다. 크림 파스타 위에 와인이 섞이니 이건 음식이 가질 비주얼이 아니었다.
“왠지 더 먹기 싫어진 거 같은데. 기분 탓이겠죠?”
“너굴너굴.”
미욤-와인 한 티스푼에 지옥의 파스타로 변신함 ㅋㅋㅋ 진짜 역대 최악임 저거 ㅋㅋ
끔찍한 맛과 끔찍한 비쥬얼의 콜라보.
역대 최악이란 말에 걸맞은 모습이었다.
“그 정도는 아니에요! 우리 너굴맨이 맛있게 바꿔 주신댔어요!”
“너굴! 너굴너굴!”
-이제 조미료를 넣으면 된다고 하십니다. 똑같이 티스푼 하나면 충분합니다.
마지막 조미료가 파스타에 들어갔다.
“너굴!! 너굴너굴!!”
-여기서 끝이 아니라고 하십니다. 잘 섞어야 한다고 하십니다.
“네!!”
미영이는 파스타를 섞기 시작했다.
“신기해요.”
끔찍한 색을 뿜어내던 와인이 자연스럽게 섞였다. 시간이 지나 굳었던 크림과 면도 녹은 것처럼 부드러워졌다.
“면이랑 크림 보이시죠!? 조미료가 들어간 것뿐인데 마치 새로 한 거 같아요.”
미영이의 말은 과장이 아니었다.
박군-ㄹㅇ 저거 원리가 뭐임 ㅋㅋㅋㅋㅋ
ㄴ휴리우-섞으면서 치즈랑 면이 풀리는 거 아니야? 와인이야 크림에 녹은거고.
ㄴ미첼-야 눈이 있으면 똑바로 봐라. 면이랑 크림이 살아났잖아!
김호찬-랜덤박스 쪽 특수효과 팀이다.
ㄴ유미-특수효과는 오바 아니야? 이거 파스타야 ㅋㅋㅋ 뭔 여기다 특수효과질을 해.
ㄴ김호찬-아니면 저 상황 설명해봐. 진짜 환상의 조미료가 있겠냐!?
ㄴ유미-또 듣고 보니 그렇네. 근데 리액션은 진짜잖아. 진짜 놀랜거임 저거.
ㄴ김호찬-30만 유튜버가 괜히 됐겠냐?
rlaalswo-그냥 즐겨. 원리 생각하지말곸?마술보듯이 감상하는게 이득임.
ㄴ김호찬-이것도 맞다ㅋ 랜덤박스쪽 채널은 이제 원리 궁금해하지도 않음 ㅋㅋㅋ
생방을 보고 있는 시청자들도 놀란 건 마찬가지다. 시청자들끼리 여러 의견이 오갔다.
“벌써 맛있어 보여요. 향도 좋아진건가? 왠지 향도 좋아진 것 같고! 진짜 신기하네요.”
그녀는 의도적으로 채팅창을 읽지 않았다.
‘원리와 관련된 것엔 반응하지 않을 것.’
현규와 약속된 내용이었다.
“너굴!”
-완성이라고 하십니다.
“꺅! 여러분! 완성이에요! 여태까지 제가 한 것중에 제일 맛있어 보여요!”
김충- 그건 인정이구요!
ㄴ히sun0-ㅋㅋㅋ진짜ㅋㅋㅋㅋ
원리를 따지던 사람들은 어느새 영상 그 자체에 집중했다. 웃고, 떠들고, 즐거워하며 방송을 즐겼다.
“끄어!!! 내가 돌아왔-드아!!”
괴성과 함께 현규가 일어났다.
요리와 시식할 사람 모든 게 준비됐다.
rlaalswo- ㅋㅋㅋㅋ누렁이 밥다되니깐 일어남ㅋㅋㅋ누렁아 밥 다됐다!
ㄴ효미-언니가 한거 개밥아니거든!
3.
“아까와 면이 전혀 다릅니다. 향도 균형이 잡혔고요. 그럴싸해 보입니다.”
“그쵸!? 괜찮아 보이죠!?”
미영이에 말에 현규는 그녀를 쳐다봤다.
“왜 그렇게 보세요.”
“아닙니다. 설마 아까 괜찮지 않아 보였는데 직접 먹여주신 것인지 궁금해서요.”
현규의 말에 미영이는 입을 다물고 딴청을 피우기 시작했다.
“너굴맨 털이 어쩜 이렇게 부드러워?”
“너굴?”
어색한 그녀 행동에 너굴맨은 갸웃거렸다.
딴청 피우는 그녀를 지긋이 쳐다보다 다시 음식에 집중했다.
“아까는 치즈가 꾸덕꾸덕했는데 지금은 보이시죠? 치즈가 아니라 크림이에요.”
유신-닭 비린내는 좀 줄어듦?
채팅창을 보던 현규는 바로 대답했다.
“좋은 의견입니다! 흠. 비린 향은 여전히 나긴 하는데. 해산물 넣었을 때처럼 비린내는 조금 나지만 역하지 않아요.”
현규에 말에 모두가 놀랐다.
“진짜예요!?”
미영이도 예외는 아니었다.
“예. 이리 와서 맡아보세요.”
“어! 진짜 그렇네요?”
비린내는 났지만 역하지 않았다.
현규의 표현은 정확했다.
“아까 먹어봤으니 걱정이 될 만 한데도 괜찮아요. 전혀 다른 음식이라고 봐도 되겠는데요?”
“제가 은근히 실력이 있다니깐요!”
-휴먼. 제정신입니까? 그건 아닙니다.
현규가 뭐라고 하기도 전에 인공이가 그녀의 말을 부정했다.
“언니마저···”
그녀는 시무룩한 표정으로 입을 다물었다.
“나이스 어시스트!”
덕분에 현규는 웃음을 되찾았다.
“그럼! 이제 먹어보겠습니다!”
망설임은 없었다. 포크로 파스타를 듬뿍 떠서 그대로 입에 집어넣었다.
동공이 커지고, 씹는 속도가 빨라졌다.
다시 한번 듬뿍 떠서 먹었다.
“어때요!? 먹지만 말고 말해주세요!”
황천장각- 맛있나?ㅋㅋ 개 맛있게 먹네.
ㄴ류미미-ㅋㅋ맛없어서 서두르는 걸수도. 아니 근데 진짜 맛있게 먹네 ㅋㅋ
궁금한 건 시청자들도 마찬가지였다.
맛없다고 하기엔 너무 맛있게 먹고 있었고, 맛있다고 하기엔 요리과정이 끔찍했다.
“이이! 그만 먹어요!! 저도 먹어볼래요!!”
그러다 보니 안달 난 것은 미영이었다.
“와인주세요. 어울리는지 볼게요.”
아직 부족한지 현규는 와인을 요구했다.
그녀는 와인 작은 잔에 따라 주었다.
“방송이니깐. 술잔은 작은 거로 할게요!”
윤느-ㅋㅋㅋ언니 욕심부린다!
ㄴ꼬북꼬북-100%! 와인 향 진짜 좋나봐
요리천재-저거 예전에 시음용 잔이라고 소개시켜준거임 ㅋ평소엔 저기다 안마심ㅋ
현규는 개의치 않고 파스타를 먹고, 와인을 마셨다.
“맛있?!”
“네!?”
“먹어봐요.”
독특한 표현에 그녀가 놀랐는데 현규는 아무렇지 않게 음식을 권했다.
“와인이랑 같이 먹어요.”
현규는 비어있던 잔을 채워주었다.
그녀는 조심스럽게 파스타를 먹었다.
눈의 동공이 커졌다.
허겁지겁 와인을 마셨다.
그리고 그녀 입에서 탄성이 터져 나왔다.
“맛있졍!”
그녀의 말을 끝으로 생방은 종료됐다.
rlaalswo- ㅋㅋㅋㅋ방종멘트 맛있? 실화냐?ㅋㅋ존나 웃기네 ㅋㅋㅋ오늘 레전드다.
4.
“저 현규 씨. 왜 이렇게 급하게 방종한 거예요?”
관심과 재미 모든 걸 잡은 방송이었다.
갑자기 방송을 종료한 것이 아까웠다.
“아쉬워요?”
카메라가 꺼지자 현규는 원래의 겸손하고 순수한 모습으로 돌아왔다.
“네. 조금. 아니 많이요.”
현규는 그녀의 말에 미소를 지었다.
“이 조미료 어떻게 생각해요?”
“네!? 말해도 돼요? 비밀리에 특수 제작된 조미료 같은 거 아니에요?”
그녀는 무엇인가 큰 오해를 하고 있었다.
“그게 방종한 이유에요.”
“네?”
현규의 말이 계속될수록 그녀는 혼란스러웠다.
“신기한 조미료. 그런데 사실 원리를 따지면 어처구니없을 정도로 간단해요.”
“네!? 이거 제가 들어도 돼요!?”
짙은 미소를 짓고 현규가 대답했다.
“치즈와 면이 풀린 건 와인이 들어가서예요. 별다른 트릭도 없어요. 뻑뻑한 곳에 진한 와인이 들어가니 풀린 거예요.”
“그 정도가 아니었는데.”
설명은 이제 시작이었다.
“미영 씨는 함정에 빠진거에요.”
“네?!”
“이 조미료와 와인이 특별하다고 계속해서 들었죠?”
그녀를 납득시키는 방법은 간단하다.
“네! 특별한 와인이고, 소금물도 맛있게 만들어주는 환상의 조미료라고요.”
“벌써 선입견이 생긴 거예요. 그냥 파스타에 와인같은 물을 넣고 살살 저어주면 면도 풀어지고 치즈도 녹아요.”
미영이는 놀란 듯 현규를 쳐다봤다.
“그런데 특수한 조미료가 들어갔다고 하니. 그 모습조차 신비로워 보인 거예요.”
담담히 말하는 현규의 표정은 거짓말을 하는 사람의 표정이 아니었다.
“맛은요!?”
“미각을 둔하게 만들어요. 조미료보다는 약에 가까운 물건이에요.”
“약이요?”
“위험하거나 그런 건 아니에요. 마취용이라고 생각하시면 돼요.”
현규는 조미료도 가짜라고 말했다.
“아니에요. 분명 맛있어졌어요. 제가 맛을 못 느낀 게 아니에요.”
“그럼요. 농도가 높은 미원과 약이 섞였으니깐요. 미각은 떨어지고, 진한 조미료 맛만 남은 거죠. 그래서 딱 한입 드실 만큼만 남긴 거예요.”
마술의 비밀을 알면 속이 시원하기보다는 허무하고 허탈해진다.
“막상 듣고 보니 허무하죠?”
“으으···네. 맞아요.”
현규의 눈이 빛났다. 설득이 거의 끝났다.
“그래서 방송을 종료한 거예요. 정말 맛있어진 건지, 어떤 방법을 쓴건지, 사람들이 궁금하도록 하려고요.”
“아-!”
그녀는 감탄을 터트리며 현규를 쳐다봤다.
“원래는 이것도 말씀드리면 안 되는데, 같이 합동 방송했는데 예의가 아닌 것 같아서요.”
현규는 뒤통수를 긁적이며 말했다.
순수하기 그지없는 모습이었다.
“그 계약과 관련된 문제인데 말해주신 거 아니에요?”
순수한 모습은 위장이었다.
현규는 그녀에게 미끼를 던진 것이다.
“그렇긴 한데, 중간부터 같이하고 싶단 생각이 들어서요.”
갑작스러운 현규의 함께하잔 말에 그녀는 얼굴을 붉혔다.
“네!?”
“오늘 함께 일해보니깐 어떠셨어요?”
“좋았어요!”
미영이는 무심코 큰소리로 대답했다.
“좋으셨다니 다행이네요. 두 분이 일하는 모습 저도 정말 보기 좋았어요. 찰떡궁합이시더라고요.”
“어? 두 분이요?”
미영이의 망상과는 달리 현규의 말은 어딘가 이상했다.
“인공이랑 미영 씨 두 분이요.”
“아. 인공 언니요?”
어딘가 맥이 빠진 목소리였다.
현규의 미소는 더욱 짙어졌다.
“예. 방송 때마다 인공이를 빌려 드릴까 하는데 어떠세요?”
“언니를요!? 그것도 계속이요!?”
현규는 2가지를 얻기 위해 왔다.
‘방송을 통한 우리 채널 홍보.’
이건 이미 생방을 통해 얻었다.
“네. 괜찮으시면 빌려 드릴게요.”
“정말요!?”
“대신 몇 가지 부탁하고 싶은 게 있어요.”
중요한 건 남은 한 가지였다.
‘지속적인 방송 홍보 및 인연.’
그녀는 미끼를 물었다.
5.
그녀와 한참이나 이야기를 나누고 집에 돌아오니 오후 8시가 다 된 시간이었다.
“너굴맨. 오늘 힘들지?”
“너굴너굴.”
아니라고 고개를 저었지만, 피곤을 숨기지 못했다.
“녹화 짧게 끝내자.”
“너굴!”
저녁에 업로드 된다고 공지를 남겼다.
피곤하다고 뒤롤 미룰 수는 없었다.
“인공아. 방송 준비 좀 해줘.”
-준비는 모두 끝났습니다. 휴먼.
그렇다면 망설일 필요 없었다.
녹화를 시작했다.
랜덤박스-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