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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시청자들이 접속하기 시작했다.
rlaalswo- 오늘도 내가 1빠!!
호치치- 늦었!따!
하쿠하쿠- 오빠 하이! 왜 아무도 없지?
ㄴrlaalswo- 방송 준비 중인 듯?
접속한 시청자들은 이상함을 느꼈다. 카메라를 켜지 않은 것처럼 화면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잠시 후 화면에 글자가 떠올랐다.
스타X즈- Imperial March
어두운 화면에 음악이 깔렸다.
어디선가 한 번쯤 들어본 듯한 음악.
김호찬-ㅋㅋㅋㅋ스타X즈 ost맞지?
ㄴ스덕스덕-맞는 듯. 다스베이더 나올 때 나오는건데.
ㄴ김호찬-ㅋㅋㅋㅋㅋ준비 바짝했고만ㅋㅋ
ㄴ스덕스덕-스타워즈 컨셉가는 듯ㅋㅋ
화면에 변화가 생겼다.
빨간색 점이 생기고, 그 점이 확대됐다.
루루이-저거 뭐임??
ㄴ보거수-?? 진짜네. 빨간색 뭐임.
수많은 채팅이 빠르게 올라가는 순간.
-파지지직.
소음과 함께.
파란색 전기광선이 튀어나왔다.
채팅창은 물음표로 가득했다.
파란색 전기광선은 선을 만들었다.
선을따라 조각으로 나뉘고.
-쿵!!
잘린 윗부분이 바닥에 떨어졌다.
카메라는 꺼져 있는 게 아니었다.
잘린 틈 사이로 빛이 쏟아져 들어왔다.
어둠이 밝아지고 실내가 보이기 시작했다.
조컷-영화 장면!!
ㄴ넥토이-다스베이더!! 아 그래서!!
벌써 정답을 찾아낸 이들이 있었다.
잘린 틈에서 너굴맨의 목소리가 들렸다.
“너굴!”
부서진 문을 뛰어넘어 멋지게 착지했다.
로브와 비슷한 옷을 입은 너굴맨은 근엄한 표정으로 카메라를 보며 말했다.
“너굴너굴.”
rlaalswo-오셨습니까!! 너굴맨님!!
룰라우-로브 넘나 잘어울리고!!
필츄-근데 로브는 왜 입힌거?
ㄴ스덕스덕- 스타워즈 덕후들은 알고있다!
너굴맨의 등장에 분위기가 달아올랐다.
멸공의횃불-ㅋㅋ얘 아직도 정신 못 차렸네. 저번에 점프 등장 완전 조져놓고 또!!
너굴맨의 등장이 멋진 만큼.
시청자들은 현규가 어설픈 모습을 등장할 것이라 예상했지만, 전혀 다른 광경이 펼쳐졌다.
잘린 문 위로 파란색 광선이 튀어나왔다.
-파직. 파지직.
소음과 함께 거침없이 휘둘렀다.
파란 광선이 지나가면, 빨간 선이 남았다.
선을따라 조각으로 나뉘고.
-쿵.
아래쪽 부분이 쓰러졌다.
한 남자가 안으로 들어왔다.
짙은 검은색 로브를 깊게 눌러쓰고 있어서 얼굴은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누군지는 뻔했다.
“포스가 그대들과 함께하길.”
“너굴너굴!”
-탁.탁.
광선검은 그대로 꺼졌다.
rlaalswo- 오오오!! 오늘 쫌 멋진데?!
미요미-ㅋㅋㅋ가끔 이런날도 있어야지.
하쿠하쿠-오빠 오늘 너무 섹시해요!!꺅!
김호찬-ㅋㅋ제작비를 갈아 넣었네. 멋지긴 멋지다 ㅋㅋㅋㅋㅋ
칭찬이 이어지자 현규의 어깨가 들썩였다.
말라보- 컨샙지켜!!칭찬에 흔들리지마ㅋㅋ
ㄴ유리맨- ㅋㅋㅋ쟤 못참는다 100%
ㄴrlaalswo-못 참아야 우리 유튜버지!!
시청자의 말대로였다.
“캬! 여러분! 저 오늘 좀 멋있었습니까?!”
오프닝 때 느껴졌던 묵직한 분위기는 언제였냐는 듯 바로 사라졌다.
채팅창이 “ㅋㅋㅋㅋ”으로 도배됐다.
“아! 제가 실수한 게 있습니다!”
입구 쪽으로 다시 걸어갔다.
그리고 문이 설치되었던 위쪽을 확인했다.
“아···이거 빌려온 건데 위에까지 잘렸네요! 광선검이라 거리감을 잡기가 쉽지 않네요.”
카메라는 줌을 당겨 잘려나간 천막을 화면에 잡았다.
“안 그래도 예산 초과인데 진짜 미쳐··· 아닙니다. 전 아무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모든 건 포스의 뜻대로입니다.”
“너굴너굴!!”
현규의 모습에 채팅창엔 또다시 ‘ㅋㅋ’으로 도배되기 시작했다.
2.
그 무렵.
스타X즈 최대 팬 사이트.
StarWarx.
제목: 광선검 진짠데? 라이브 인증함.
글 하나가 올라왔다.
OST와 철문을 차르며 등장하는 모습까지.
생방을 녹화한 영상이 올라와 있었다.
한국인들은 어리둥절 해하며 이해하지 못할 설정이었지만, 이들에게는 아니었다.
-미친!! 진짜야? 이게 생방이라고?
ㄴ진짜야. 지금 방송도 하고 있어.
ㄴ어제 그 영상? 라이브 진짜로 하는거야?
ㄴㅇㅇ. 진짜로 하고 있음.
-안타깝다. 동양인이 하던데, 무슨 말인지 못 알아들을꺼 아니야.
ㄴ아니야. 자막까지 서비스하던데?:)
ㄴ간다!! 뭐하고 있어!?
ㄴ<라이브주소> 첨부한다.
ㄴ고맙다! 브로!
ㄴ혼자보기 아까워서 :)
운 좋게 이런 일이 벌어진 게 아니었다.
이건 정교하게 만들어진 어그로였다.
라이브주소를 클릭한 외국인들이 쏟아졌다.
3.
-휴먼. 어그로 완료했습니다. 외국 시청자가 유입되고 있습니다.
귓가에 조용히 인공이의 목소리가 울렸다.
“아! 이 사람들아! 좀 진정해요!!”
채팅창은 난리가 난 상태였다.
오로치-철판부터 자르자니깐!
휴스-철판같은 소리하네 딴거 잘라보자! 아까 했잖아! 철판은!!
히라수-고기 자르면 어캐됨? 고기 해보자!ㅋㅋ이거 고기 하면 난리난다.ㅋㅋㅋㅋㅋ
무엇으로 할지 의견이 모이지 않았다.
JOeylol- Hi! lol :)
HowCh- WOW ENGLISH SUB?!
ㄴrlaalswo- 외국인? 채팅창 개판이네 ㅋ
Gideon-Oh it's already subbed?
이 상태에서 외국인까지 추가됐다.
“투표로 가자!! 투표! 투표로 뭘 자를지 결정하겠습니드아!!”
“너굴너굴!!”
투표로 정한 것은 영리한 선택이었다.
“1번 철, 2번 고기, 3번 플라스틱. 여러분의 선택은!?”
첫 번째.
시청자들의 참여를 유도 할 수 있다.
“그럼, 잠깐 투표를 하는 동안. 새로 오신 분들에게 인사 한 번 하겠습니다. 하이! 가이스! 웰컴!!”
두 번째.
지금 가장 필요한 시간을 벌 수 있다.
덕분에 새로 온 시청자들과 인사하고, 소통할 수 있는 시간을 확보했다.
“여러분! 드디어! 이 채널에도 외국 시청자가 왔습니다! 세계로 뻗어 나가는 방송!”
“너굴너굴!!”
너굴맨이 적절하게 추임새를 넣었다.
“화면에 잠깐만 안내문을 띄울게요. 시청자 여러분. 잠시만 양해 부탁드립니다.”
영문으로 된 안내문이 화면에 떠올랐다.
‘자막은 왼쪽 아래에 있습니다!’
“너굴맨! 위치를 알려줘!”
“너굴너굴!!”
너굴맨은 자막을 선택하는 오른쪽 하단으로 이동해 짧은 손으로 구석을 가리켰다.
-채팅창 자동 번역프로그램을 가동합니다.
자막을 안내하는 동안.
현규를 위한 자막 또한 발동됐다.
영문으로 된 채팅들이 한글로 변했다.
JPwow1- 저 라쿤 뭐야!? 로브는 뭐고!?
olivia- 너무 귀여워! 지금 중요한건 광선검이 아니야!!
ㄴrlaalswo-세상에서 가장 귀여우시지.
한나봉-ㅋㅋ라이브 자막 실화임?ㅋㅋㅋ 미친 돈이 썩어나나 ㅋㅋㅋㅋㅋㅋ
ㄴ와장창-ㅋㅋㅋ인정. 실버 버튼도 아직인데 외국진출을 먼저하네 ㅋㅋㅋ
영문 채팅도 한글 채팅처럼 보였다.
이제 소통이 가능하단 걸 알려줄 차례다.
“JP 님께서 좋은 질문을 해주셨습니다. 이 분이 궁금하신 거지요?”
“너굴?”
JPwow1-나!? 영어 읽을 수 있는거야!?
“예. 읽을 수 있습니다.”
“너굴!! 너굴너굴!!”
너굴맨은 자신을 소개하다 다른 말을 하는 현규의 팔을 두드렸다.
“예! 죄송합니다.”
정중하게 너굴맨에게 사과했다.
오늘은 너굴맨에겐 정중할 필요가 있었다.
“이 분은 전설의 제다이 그랜드 마스터. 요다 선생님의 뒤를 이으신! 요굴맨 님이십니다!”
“너굴너굴!!”
채팅창이 폭팔하듯 올라갔다.
Jaden-ㅋㅋㅋㅋㅋ요다!! 요굴맨!?
Thaddeus-미쳤어! 그래서 로브였어!!?
유리구슬-요다가 뭐야!?
ㄴ스덕스덕-스승으로 나오는 사람 있음 ㅋㅋㅋ요굴맨 센스 미쳤네 ㅋㅋㅋㅋ
한국과 외국의 반응이 극명히 나뉘었다.
스타워즈를 알고 있는 사람은 이해했지만, 모르는 사람들은 어리둥절한 모습이었다.
“크!! 요다 선생님을 모르시다니! 사진 띄우겠습니다!”
“너굴너굴!!”
현규는 안타까움을 너굴맨을 화를 내며.
요다 선생님의 사진을 띄웠다.
쭈글쭈글하고 조그마한 선생님.
징그럽다기보다는 미묘하게 귀여웠다.
“위대하고 대단하신 분이었습니다. 물론, 우리 요굴맨 님이 더 대단하십니다!”
“너굴너굴! 너굴!! 너굴.”
현규의 칭찬에 자신만만한 자세를 취했다.
요다는 몰라도, 요굴맨님 앞에서는 한국인과 외국인 모두 한 마음으로 변했다.
채팅창엔 너굴맨이 귀엽단 말이 가득했다.
4.
요굴맨을 소개하는 사이 투표가 끝났다.
“투표 종료하겠습니다!!”
“너굴!”
조금 의외의 결과가 나왔다.
“고기를 선택하셨는데. 여러분 무슨 생각이세요!!”
“너굴!?”
rlaalswo-ㅋㅋㅋㅋ역시 고기지. 플라스틱이랑 쇠는 주작이 가능해도 고기는 불가능이죠!
ㄴ김호찬-ㅋㅋ하여간 골탕먹일때는 기가막히게 한 마음이네ㅋㅋㅋㅋ
Stefan-진짜인걸 확인하기에는 고기가 제격이지?
ㄴMaverick-당연하지! :)
ㄴClifford-우리가 선택한 건 당연한 거지만 여기 시청자들도 선택한 모양인데?
ㄴrlaalswo-우리도 당황하는 모습이 보고 싶거든 :)
기가 막힐 정도로 한마음 한뜻이었다.
“후후. 여러분! 이게 가짜라고 생각하셔서 이런 선택을 하신 거겠지만! 놀라실 겁니다!”
“너굴너굴!!”
시청자들의 생각과 정반대의 반응이었다.
“제가 당황할 거라고 생각했다면 우리 채널을 아직 모르시는 거죠.”
김호찬-고기를 선택한 이유 아직 눈치 못 챈 모양인데?ㅋㅋㅋㅋㅋㅋㅋ
ㄴ미욤-ㅋㅋㅋㅋㅋ쉿.
안타깝게도 현규는 채팅을 보지 못했다.
“그럼 시작하겠습니다!!”
책상 밑에 준비된 고기를 꺼냈다.
“2kg짜리 돼지고기입니다. 냉동을 녹여 놓은 상태고, 보시는 대로 두툼합니다.”
크기는 30cmx30cm.
높이는 5cm 정도 됐다.
“썰기 위해 준비가 필요하죠? 이곳에 걸어서 자르겠습니다.”
미리 준비해둔 고리에 고기를 매달았다.
“지금까지의 저는 잊어 주세요!! 오늘부터 제다이라고 불러 주십쇼!”
-탁. 탁.
광선검 바닥을 두드렸다.
-파지직, 파직.
파란색 광선이 멋지게 뿜어져 나왔다.
Elmer-오! 주여! 진짜잖아!?
Jason-전기광선! 너무 쿨해!
기뉴특전대-ㅋㅋㅋ봐도봐도 멋있네.
채팅창의 분위기가 달아올랐다.
“고기여! 나의 검을 받아라!”
허세와 함께.
광선검으로 고기를 베었다.
-파지지직!
그런데 무엇인가 이상했다.
광선이 고기를 파고들어 간 순간.
-파치지지직!!!
눈부신 스파크와 함께.
-치이이익!!!
전류가 고기에 퍼져나갔다.
“으아아악!!”
현규는 놀라 소리를 지르고,
-파치지직!!
고기 전체로 퍼진 스파크는 튀어 오르고,
-쿵!
숯검덩이가 된 고기가 바닥에 떨어졌다.
“여러분··· 이거 뭐에요?”
“너굴!!!”
채팅창엔 ‘ㅋㅋㅋㅋ’만이 가득했다.
당황한 현규. 놀란 너굴맨.
웃음으로 도배된 채팅창.
그렇게 생방송이 종료됐다.
5.
“인공아. 광선검 폐기해줄 수 있어?”
-무슨 이유로 폐기하시는 겁니까? 광선검은 매우 고급 물건입니다.
인공이의 입장에선 아까운 모양이었다.
“위험해.”
이건 필요한 일이었다.
-위험하다는 뜻을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갖고 있기 위험하다는 뜻이야. 이건 갖고 있기엔 지나친 물건이야.”
무기이면서, 오버테크놀러지의 정수.
문제가 생길 여지가 너무 많았다.
“가진 것만으로도 문제가 생길 물건은 애초에 가지고 있지 않는 게 낫지 않아?”
-불필요한 걱정 아니겠습니까?
인공이는 위험을 줄일 방법이 있다고 생각하는 모양이었지만, 현규는 전혀 아니었다.
“모두 들키기 전까지는 기가 막힌 계획을 갖고 있지. 그래도 이상하게 들킨단 말이야. 그럴 바에는 아예 없는 게 낫지.”
현규의 말은 궤변이었지만, 묘한 설득력을 갖고 있었다.
-미약한 위험성을 남기느니 아예 제거하는 것입니까?
“맞아. 멍청하다고 해도 좋고, 쓸데없는 걱정이라도 해도 좋아. 그래도 난 폐기를 원해.”
현규는 단호했고, 확고했다.
-위험성을 완전히 제거하자는 휴먼의 의견에 납득합니다.
결국, 인공이도 동의를 표했다.
-그런데 폐기는 동의할 수 없습니다.
“응? 야! 나 지금까지 누구랑 대화했니!”
-저랑 했습니다. 이 정도 기억도 못 하는 겁니까 휴먼?
기껏 설명했더니 딴소리를 했다.
“야! 너 진짜! 이럴꺼야!”
-더 좋은 생각이 있습니다. 폐기 보다는 재활용은 어떻습니까. 휴먼?
전혀 새로운 이야기가 튀어나왔다.
랜덤박스-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