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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끝이다! 끝!!”
-깔끔하게 끝났습니다. 휴먼.
인공이 말대로였다.
“급조된 계획이었는데 나름대로 먹혔네.”
-휴먼의 예측능력에 놀랐습니다.
우리의 계획은 한 가지 조건이 필요했다.
<심각한 질문이 나오지 않을 것.>
“먹혔지. 기본적으로 인터넷 방송을 심각하게 보는 사람은 없으니깐.”
-그렇습니다. 예측이 아니라 예언 수준이었습니다.
그렇다고 돌발상황이 없었던 건 아니다.
“팬티 물어본 건 예상 못 했지만.”
-예측한 것 아니었습니까. 휴먼?
무심코 나온 말실수였다.
현규는 황급히 화제를 돌렸다.
“답장은 왔어?”
-대답을 듣지 못했습니다. 예측한 상황이 아니었습니까?
현규는 수치스러운 얼굴로 끄덕였다.
-앞으로는 입고 방송하길 요청합니다.
“넵. 죄송합니다! 입고 방송하겠습니다!”
진심을 담아 인공이에게 사과했다.
-좋습니다. 휴먼. 그럼 이제 설명을 요청합니다. 1회권 왜 남겨 놓으신 겁니까.
“아깝잖아.”
기대와는 달리 단순한 대답이었다.
-모험하고, 위험을 무릅쓴 이유가 그게 다입니까?
“무슨 굉장한 이유를 기대한 거야?”
-중요한 질문을 떠올렸다고 생각했습니다.
특별한 이유가 있어서가 아니었다.
이기적이고 단순한 이유.
“아깝고, 위험해.”
단순한 만큼 확실한 이유였다.
“그렇다면 안 쓰는 게 맞지 않아?”
-동의합니다. 처음 획득했을 때 이야기 한 것처럼 방송에 내보내기는 위험한 물건입니다.
“그치? 적화통일 방법 나왔을 땐. 쓰지 않기로 한 걸 잘했다고 생각했으니깐.”
농담으로 끝난 게 다행이었다.
-사용처는 정해 놓으셨습니까?
“이거? 섣불리 쓸 생각은 없어. 절대로 잃어버리지 않게 보관해줘. 보험으로 사용할 테니깐.”
섣불리 사용하면 후회할 확률이 100%다.
일단은 보관해놓는 게 맞다.
이용권이 마무리됐으니.
기다리던 답장을 확인할 차례였다.
“답장은 왔어?”
-좋은 소식입니다. 휴먼.
“왔구나!?”
생방송도 좋았고, 답장도 도착했다.
그야말로 완벽한 하루였다.
2.
아메리카노 2잔.
은은한 커피 향과 조용한 분위기.
“오랜만이네.”
집 밖, 그것도 카페는 정말 오랜만이다.
얼마 지나지 않아 한 여인이 들어왔다.
“여기입니다.”
“앗! 네!”
긴장한 모양인지 큰 소리로 대답했다.
“안녕하세요. 이현규라고 합니다.”
“아..안녕하세요! 김송희예요.”
커피 한 잔을 그녀 쪽에 놓아주었다.
“드세요. 오시기 전에 시켜놨어요. 아메리카노인데 괜찮으세요?”
“네! 좋아해요!”
얼마나 긴장을 했는지.
목소리가 큰 것도 모르고 있었다.
“긴장 푸세요. 커피부터 한 모금 드세요.”
현규의 분위기에 이끌려 그녀는 커피를 마셨다. 굳어있던 몸과 긴장이 풀렸다.
여전히 떨리지만, 한결 좋아졌다.
“감사합니다.”
“아니에요. 저도 똑같았거든요. 이메일 받고 긴장하고, 걱정하고, 엉망이었어요.”
그녀는 말없이 현규를 응시했다.
“저 스카웃할때는 더 사기 같았어요. 인터넷 화상통화로 대화했으니깐요.”
“정말요? 인터넷으로요?”
현규는 쓴웃음을 지었다.
“예. 전 특출난 재능이 없어서, 교육부터 받았거든요. 으! 지금 생각하면 다시는 못할 텐데.”
“교육이요?”
그녀는 놀란 모양이었다.
“네. 이게 사기가 아니라고 생각한 게 학원비랑 생활비를 내줬거든요. 그것도 꽤 오랫동안이요.”
“왜요?”
그녀는 빨려들 듯 대화에 집중했다.
“재능이 없으면 배워야 한다고요. 뭐랄까, 저는 시제품 같은 거예요.”
“시제품이요?”
“네. 회사가 목표로 하는 유튜버를 키우는 거죠. 첫 번째가 저구요.”
그녀는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전 교육이나 그런 말은 전혀 없었어요.”
“걱정하지 않아도 돼요. 회사에서 생각할 때 재능이 충분하다고 생각한 걸 꺼에요. 오히려 자부심을 가져도 될 것 같은데요?”
그녀는 믿기지 않는지 대답하지 못했다.
“노래 좋아하시죠?”
“네. 정말 좋아해요.”
현규는 미소를 지었다.
“전 사람들의 관심이 좋아요. 관심종자까지는 아닌데, 잘 표현을 못 하겠네요.”
“알 것 같아요. 저도 노래를 왜 좋아하냐고 물어보면 대답 못 할 것 같아요.”
기묘한 공감대가 형성됐다.
“좋아하는 걸 할 수 있게 해줘요. 그것도 돈까지 벌면서요. 꿈같은 이야기죠?”
“정말··· 꿈같은 이야기네요.”
좋아하는 걸 하면서 돈 버는 일은.
대부분 사람에게 꿈같은 일이다.
“해보지 않을래요? 그만두고 싶으면 언제든지 그만둘 수 있게 계약조항 추가해 드릴게요.”
“그런 항목이 추가돼요?”
현규가 사장이니 가능한 일이었다.
“네. 괜찮아요. 저도 그런 계약서를 받았거든요. 지금도 여전히 그 계약이 유지 중이고요.”
“계약서 볼 수 있을까요?”
준비해온 계약서를 꺼냈다.
3.
“노래 편곡을 해주시는 거예요?”
“유튜브 쪽 저작권이 굉장해요. 편곡하지 않으면 수익을 못 받는 경우도 생겨요.”
편곡에 대한 것부터 시작해서.
“영상 편집, 세금 관련 대부분의 일은 회사에서 처리해 드립니다.”
“회사에서 전부요?”
현규는 각 항목을 손으로 집어 주었다.
“이쪽이에요. 꼼꼼히 읽어보세요.”
“조건이 너무 좋은데요.”
그러다 마지막 조항에서 멈췄다.
“유튜브 활동을 통해 생긴 모든 업은 회사에 귀속된다. 이게 무슨 이야기에요?”
“우리 회사가 골 때리는 게 그겁니다.”
현규는 웃으며 말했다.
“네?”
“업. 카르마라고 들어보셨어요?”
그녀는 어리둥절한 표정이었다.
“불교?”
“비슷해요. 설명해 드릴게요. 유튜브를 통해 사람들에게 많은 기쁨이 주겠죠?”
“네.”
현규는 헛웃음을 터트리며 말했다.
“그걸 자기 공으로 하고 싶다는 거예요.”
“이해가 안 돼요.”
“당연한 일이에요. 저도 여전히 이해가 안 되는데요.”
알쏭달쏭한 얼굴이었다.
“제가 추측한 건데 한 번 들어보실래요?”
그녀가 고개를 끄덕였다.
“좋은 일 하면 천국 가죠?”
“그렇겠죠?”
“그 좋은 일을 돈으로 살 수 있다면요?”
“네?!”
말도 안 되는 이야기다.
“부자들의 허영이라고 생각해요.”
“업을 팔아도 되는 거예요?”
의외로 이야기를 진지하게 받아주었다.
“예전에 면죄부를 사고팔았던 이야기 알아요?”
“네. 들어봤어요.”
“그런 거 아닐까요? 자기만족? 허영?”
그녀는 표정을 잔뜩 찡그렸다.
“들으면 들을수록 궁금하지 않아요? 왜 그러는 건지?”
“네. 궁금해요.”
“그래서 물어봤어요. 회사 사장님 종교가 어떻게 되시냐고요.”
그녀는 현규의 말을 기다렸다.
“기독교라고 하시던데요.”
“아···”
마법의 단어. ‘기독교.’
한 단어에 그녀는 이해했다.
“기독교. 좋은 종교지만, ‘일부’ 안 좋은 분들이 계시잖아요.”
“맞아요. 일부 특이한 분들도 있죠.”
그녀는 모든 의문이 해소됐다.
마지막 걱정을 덜어 줄 차례였다.
“아! 전도 받을 걱정은 안 해도 돼요.”
“네?”
“종교 권유 일절 없어요. 오히려 믿으면 안 좋아해요.”
“혹시!”
“맞아요. 같은 종교 믿으시면 경쟁자라고 생각하시는 거 같더라고요.”
“아···”
그 후로도 30분가량을 이야기를 하고 나서야 그녀는 계약서에 사인했다.
사장이 괴짜인 것만 빼면 완벽한 회사.
현규가 생각한 회사의 컨샙이었다.
4.
“여러분! 노팬티로 방송하는 변태 유튜버가 인사드립니다.”
“너굴너굴.”
치욕적인 오프닝.
“다시는 그런 일이 없도록 하겠습니다! 저 입고 있어요!!”
“너굴너굴!!”
-휴먼에게 특별히 주의하라고 했습니다.
현규는 사과하고,
너굴맨은 위로하고,
인공이는 훈계했다.
-앞으로 그런 야만적인 행위는 벌어지지 않을 겁니다. 안심하셔도 됩니다.
인공이의 훈계는 1절을 넘어 2절, 3절.
끝없이 이어졌고, 현규는 참지 못했다.
“야이! 취향이야 취향! 뭐 내가 죄지었어! 뭐 팬티 입기 싫어하면 야만인이야!? 50만 노팬티맨들이 결코 용서하지 않을 거야!!”
-네. 다음 변태.
“너 그딴 거 배워오지 말랬지!!”
둘이 싸우는 것을 중재한 것은.
“너-굴! 너굴너굴! 너굴!!”
너굴맨이었다.
-아닙니다. 너굴맨님. 예. 휴먼에게 제가 심했습니다.
“미안해. 너굴맨.”
결국, 너굴맨에게 사과를 하며 끝났다.
오프닝 꽁트는 이 정도면 충분했다.
“그럼! 바로 상자깡 가야죠?”
“너굴!”
현규는 거침없이 상자에 손을 올렸다.
-랜덤박스를 오픈하시겠습니까?
“네! 오픈합니다!”
“너굴!”
-랜덤박스를 오픈합니다.
음악이 흘러나오고, 알림창이 떠올랐다.
처음 들어보는 물건이었다.
-멜랑이를 획득하였습니다.
“귀여운데요?”
귀엽기 그지없는 이름.
현규는 곧바로 상자를 열었다.
-휴먼. 경고합니다. 열면 안 됩니다.
인공이의 경고는 한발 늦었다.
“?”
귀여운 울음소리와 달리.
상자 안에 있는 건 너무나 징그러웠다.
보라색의 번들번들한 피부.
꾸물거리는 몸채.
눈도 입도 없었다.
“뭐야 이게?”
멜랑이가 변화하기 시작했다.
커지고, 분열하고, 증식했다.
불과 3~4초 사이에 상자를 넘어 탁자 위에 넘치기 시작하더니.
“?”
“이거 설마···”
-만나서 반갑다고 합니다. 휴먼.
커지고 나서야 이게 뭔지 알 수 있었다.
“촉수?”
-정답입니다. 휴먼.
“야!!”
촉수가 현규를 덮쳤다.
5.
촉수가 현규의 몸을 타고 올라왔다.
바지 안으로 티셔츠 안으로 기묘한 감촉이 전신에 느껴지는 기분이었다.
“으아아악!!!”
현규는 소리를 지르고 몸을 흔들었다.
“?? ?”
촉수는 신난다는 듯.
더욱 거세게 현규의 몸을 휘감았다.
“인공아!! 아니 인공님!!! 살려주세요!!!”
-휴먼. 랜덤박스는 해가 되는 물건이 나오지 않습니다. 진정하길 요청합니다.
머리로는 이해가 됐지만,
몸은 전혀 아니었다.
“야!! 이거 진짜 괜찮은 거야!?”
-그렇습니다. 의료형 인공생명체입니다.
아무리 봐도 의료형은 아닌 것 같았다.
“이거 의료용이 아니라 완전 성인용···”
-끔찍한 이야기는 그만해 주길 요청합니다. 휴먼.
인공이는 정색하고 말했다.
“그럼! 이게 어떻게 의료용인데!”
-체험해 보는 편이 빠를 겁니다.
“?”
귀엽기 그지없는 울음소리와 함께.
촉수들이 출렁거리기 시작했다.
“아흥! 이거.. 뭐야!?”
-안마 및 체형교정입니다.
“?”
현규가 탄성을 흘리자 멜랑이는 더욱 신난 듯 몸을 주물렀다. 그때 너굴맨의 목소리가 들렸다.
“너..굴! 너굴..”
증식을 거듭한 멜랑이는 너굴맨까지 안마를 해주고 있었다.
출렁거리는 촉수들.
매달려 있는 현규와 너굴맨.
이곳은 혼돈 그 자체였다.
-휴먼. 멜랑이는 계속해서 증식합니다.
“그게 무슨 개소리야!”
-증식 억제기가 이곳에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안돼!!!”
큰일이었다.
집에서 넘쳐 발각되는 순간.
랜덤박스고 나발이고 모두 끝이었다.
“방법!! 다른 방법 없어!?”
-차원상점을 발동하길 요청합니다.
기본자금이 없어서 봉인된 스킬이었지만.
지금은 그게 문제가 아니었다.
지푸라기도 잡아야 했다.
“상태창!”
이름: 이현규
체력: 97/100%
특성: <사고>, <패배주의>, <7개 죄악>
스킬: <차원상점>
떠오른 스킬을 손으로 터치했다.
=보유하고 있는 ‘업’이 부족합니다.
=최소금액을 보유하고 있지 않습니다.
=상점을 이용하실 수 없습니다
새로운 알림이 떠올랐다.
“여기서 어떻게 해!?”
-휴먼의 상태창에 접속합니다. 허가하시겠습니까?
“허가할게!”
멜랑이는 계속해서 증식하고 있었다.
-반품을 요청합니다.
=상품에 이상은 없습니다.
=반품이 반려됩니다.
인공이와 차원상점의 공방이 시작됐다.
-약관 14. 위반입니다.
=세부내용을 확인합니다.
-지구의 기술로는 멜랑이를 억제하지 못합니다. 이건 개인을 넘어 행성에 해를 가하는 행위입니다. 침략이나 다름없습니다.
=중대한 문제를 인지하였습니다.
인공이가 승기를 잡았다.
=랜덤박스의 가격으로는 반품이 불가합니다.
-인정합니다. 멜랑이의 가격으로 반품을 요청합니다.
=반품이 진행됩니다.
주방에 가득했던 멜랑이가 순식간에 사라지고, 현규와 너굴맨은 해방됐다.
“인공님!!”
“너굴!!”
구출이나 마찬가지였지만.
기묘하게도 몸은 시원하고, 나른했다.
=반품이 완료되었습니다.
=100p를 지급합니다.
=이용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알림창은 더는 떠오르지 않았다.
-휴먼. 반품이 완료되었습니다.
“인공님!! 앞으로는 함부로 상자 열지 않겠습니다!”
“너굴너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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큐브0-ㅋㅋ촉수물 실화냐?ㅋㅋ
Jayne-WTF!
田中-マジ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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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는 촉수물에 열광했다.
랜덤박스-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