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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세는 거주민을 받는거야?”
-거주민들은 받을 수 없습니다.
“그게 무슨 말이야? 거주민을 못 받으면 누구한테 세를 줘!!”
세를 못 받는단 소리나 다름없었다.
-지구인에는 허락되지 않은 접촉입니다. 밖에 나가지 못하는 이유와 같습니다.
“잠깐만 그럼 너굴맨은 어떻게 된 거야?”
-랜덤박스를 통해 접촉한 것은 상관없습니다.
이건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랜덤박스는 예외라고?”
-더 상위의 법칙을 받기 때문에 예외입니다.
머릿속에 많은 질문이 떠올랐지만, 들어봤자 머릿속만 복잡해질 게 분명했다.
지금은 그게 중요한 게 아니었다.
현규는 당장 문제에 집중했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해?”
-지금까지 접촉한 거주민들만 받을 수 있습니다. 저한테 맡겨 보시겠습니까?
현규는 너굴맨을 빤히 보며 대답했다.
“그런 방법이 있구나! 무슨 말인지 알겠어. 전적으로 맡길게!”
“너굴?”
너굴맨은 여전히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다.
“너굴맨! 너 친구 생긴다!”
“너굴!?”
현규의 말에 너굴맨이 화들짝 놀랐다.
당연하다면 당연한 일이었다.
그가 접촉한 외계인은 ‘너굴맨’ 뿐이었다.
“전부 세를 줄 거야?”
-휴먼. 생각을 전환하면 전혀 다른 방법이 나옵니다.
“다른 용도로 쓸 수도 있어?”
“너굴?”
빈 건물. 당장은 떠오르는 게 없었다.
-랜덤박스에서 나온 물건들을 보관할 창고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유용한 방법이었지만, 문제가 있었다.
“응? 잠깐만 다른 사람 오면?”
-휴먼. 기술을 얕보시면 안 됩니다. 사용자 판단은 1세대 기술에도 존재했습니다.
오직 현규만 출입할 수 있는 보물창고.
인공이의 계획은 앞뒤가 딱딱 들어맞았다.
“좋은데!?”
-그리고, 랜덤박스를 안에 보관할 수 있습니다.
“뭐?! 랜덤박스!?”
-그렇습니다. 랜덤박스를 이곳에 보관하면, 열지 않아도 상자가 배달됩니다.
이건 대단한 일이었다.
모든 제한이 해제된다.
“진짜지!?”
“너굴?”
-90% 이상 확신합니다.
90% 거의 된다는 소리였는데.
이런 말을 할 땐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90%?”
-지구에 랜덤박스가 배달된 적이 없어서 실험이 필요합니다.
“한 번 보관해보자?”
-정확합니다.
안될 경우는 박스 하나의 손실.
될 때는 모든 제한의 해제.
“좋아! 내일은 상자깡 방송하지말자. 그러면 방송 쏘스가 필요한데. 이건 고민 좀 해보자.”
-대비책이 있습니다.
“빛이시여.”
인공이는 이미 대비책을 준비해놨다.
“어떻게?”
-입주자를 촬영하여 내일 방송을 대체하겠습니다.
“인공님 언제나 믿고 있었습니다!!”
이러면 내일 업로드 분은 확보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입주자 교섭은 얼마나 걸릴거 같아?”
-입주자 교섭이 모두 끝났습니다. 휴먼.
“벌써?”
회피 반지가 기묘한 감각을 전해줬다.
왠지모를 불안감이 엄습했다.
2.
“너굴맨. 너 친구 생긴다.”
“너굴??”
너굴맨은 기대를 가득 담아 문을 봤다.
“새로운 너굴맨! 새로운 영상소스!”
긍정적인 생각으로 불안감을 해소했다.
-휴먼. 새로운 너굴맨 확신하십니까?
너굴맨 외에는 접촉한 외계인이 없었다.
이건 분명한 사실이었다.
“응 확신해.”
“너굴!”
-촬영 시작합니다.
녹화가 시작됐다.
-손님 입장을 받겠습니까?
“어. 들어오시라고 해.”
말을 하자마자 회피반지는 신호를 보냈다.
‘도망쳐라!’ 이렇게 말하는 것만 같았다.
“?”
“어!?”
“너-굴?!”
-손님 입장하십니다.
? 끔찍한 울음소리.
현규는 눈앞이 아찔해졌다.
“?”
“이 미친X아!!”
“너굴너굴!!!”
현규가 인공이를 욕할 때.
너굴맨은 이미 도망치는 중이었다.
-휴먼. 멜랑이는 세입자 중 가장 높은 수익을 얻을 수 있습니다.
“그렇겠지!!!”
-쿵.
안으로 들어오자, 건물이 진동했다.
-멜랑이 억제기를 가동합니다.
더 커지지 않는다는 건 희소식이었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입주가 가능하다는 뜻이었다.
“?”
“하, 하지마!!”
“너굴너굴!!!”
도망갔던 너굴맨은 이미 붙잡혔다.
현규는 회피반지를 믿고 도망치려고 했지만, 모든 방향에서 감각이 느껴졌다.
절망할 새도 없이, 발목을 붙잡혔다.
촉수는 발목을 타고 현규를 휘감았다.
“아!! 잠깐만요!! 우리 초면이잖아요!! 멜랑님!! 아앗!! 거긴 안돼!! 야이!! 촉수 안 빼!?”
“너굴너굴!!!”
“?”
천국과 지옥.
둘을 모두 경험하고 나서야.
-새 입주자를 환영합니다.
“하아···”
“너···굴···”
“? ??”
멜랑이의 촉수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모든 피로가 씻겨 내려갔다.
3.
“그래서?”
“너굴!?”
현규와 너굴맨은 잔뜩 화가나 물었다.
-1,2,3,4층은 비워둘 것을 요청합니다. 방송할 수 없거나, 사용하지 못할 것을 대비한 창고 역할입니다.
좋은 의견이었지만, 둘의 화는 전혀 풀리지 않았다.
“그래서!”
“너굴!”
인공이는 전혀 개의치 않고 말했다.
-멜랑이는 진동과 소음, 집주인을 강제로 안마해주기 때문에 다른 거주민은 입주할 수 없습니다.
“잠깐만. 그럼 손해 아니야!?”
“너굴?”
이러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그렇지 않습니다. 멜랑이를 받는 것이 모든 층에 거주민을 받는 것보다 높은 수익이 발생합니다.
4층까지는 창고로 활용할 수 있고 수익도 더 높았다. 이곳에 거주한다면 문제겠지만, 현규에게는 해당 사항 없었다.
“인공아.”
-왜 그러십니까?
현규의 얼굴에 웃음이 활짝 떠올랐다.
“믿고 있었다 인공아!! 오이오이! 믿고 있었다구!!”
-휴먼. 말투가 극혐입니다.
인공이의 말에도 웃음이 떠나지 않았다.
“너굴맨! 인공이 칭찬 한 번 해줘!”
“너굴너굴!”
너굴맨은 찡그린 얼굴로 칭찬했다.
-아닙니다. 당연한 일입니다. ‘전력’으로 서포트 한다고 누누이 말씀드렸습니다.
“그 전력이 그 전력이야?”
-중의적 의미라 해석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크!! 인공님 똑똑하셔 증말!”
“너굴!”
칭찬을 받자, 인공이는 현규에게 물었다.
-멜랑이를 입주자를 받는 건 좋은 생각이었습니다. 맞습니까?
“맞습니다!! 믿습니다!! 인공님!!”
“너굴.”
너굴맨이 그런 현규에게서 멀어졌다.
잔뜩 심통이 난 표정이었다.
4.
“오늘도 수고하셨어요.”
“아, 아니에요.”
그녀가 놀란 것은 현규의 모습 때문이었다. 현규는 앞치마를 메고 있었다.
“식사 안 하고 오신 거 맞죠?”
“네! 근데 직접 해주실 줄은 몰랐어요.”
호랑이에게 영역표시를 당하고, 송희와 그대로 헤어졌다.
“식사 대접도 못 했잖아요.”
“제가 패닉이기도 했구요! 죄송했어요!”
동물원에 있었던 일을 말하며.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둘은 밥을 먹었다.
“그런데 오늘 방송 없으세요?”
현규는 이 질문만을 기다렸다.
점심 대접은 겸사겸사 일뿐이었다.
“네. 예전에 녹화한 걸 방송할 예정이라서요.”
“그럼, 오늘 라이브 없으세요!?”
“네. 덕분에 시간이 남아서 이렇게 음식까지 대접하네요.”
“아!”
흔적을 남기고 단서를 흘린다.
당장은 소용없겠지만, 훗날 단서가 될 것이다. 미담까지 된다면 최고였다.
“드세요. 맛있는 게 많아요.”
“아침부터 준비하신 거예요!?”
식탁 위에 있는 음식들은 화려했다.
갈비찜, 차돌 된장찌개, 각종 나물, 해산물까지 한정식 한상차림이라고 해도 될 정도였다.
“맛있어요-!”
“고마워요. 많으니까 많이 드세요. 가실 때 싸드릴 테니까 싸가시고요.”
“정말 감사해요. 집밥 오랜만이에요!”
현규는 씨익 미소를 지었다.
뒤편의 음식 생성기에는 온기가 가득했다.
5.
<금일 상자깡 방송 대신 다른 영상이 업로드 됩니다!>
<외계 건물주-1. 세입자를 받아요!>
박초롱-ㅋㅋㅋㅋ하다하다. 진짜 미치셨나요? 휴먼들?
ㄴ미수-ㅋㅋㅋㅇㅈㅇㅈ. 미쳤나봐 진짜.
rlaalswo-너굴맨님 좀 그만 괴롭혀라 이것들아!!!
타이슨-그러고 보면 이거 장기 프로젝트 아님? 예전에 찍은 영상 올리는 거라며?
ㄴ김호찬- 거의 확실. 인공님 SNS에 물어봤는데도 확답 안 해줌. ‘분석하지말고 영상을 즐기십시요. 휴먼.’ 소리 들음.
ㄴ미루스-ㅋㅋㅋㅋ현역 업계인 질문인데 ㅋㅋㅋㅋ 당연하지.
ㄴ김호찬-진짜. 랜덤박스 채널 입사 안 됩니까!?!?!?! 월급 좀 주고 데려가세요!!!
멜롱-이거 시리즈로 나오는 거 같은데?
스피오-ㅋㅋㅋㅋ유튜브로 드라마를 찍고 있고요 ㅋㅋㅋ미쳤음? 넷플렉스 자금 받아서 드라마를 찍으세요!
ㄴ세미-응. 아니야. 여기 보니깐 자금 마를 일은 없어 보인다. 어우야. 세트 봐라.
아트릭-인공이 누님의 복수혈전!!
세뮤엘-ㅋㅋㅋ복수라니요!!!
田中-촉수는 일본 것. 아주 좋아요♡
Lostai-영화 노이즈 마케팅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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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시리즈 물이야?”
-그렇습니다. 휴먼. 건물을 최대한 활용할 방법입니다.
“뽕 뽑자는 거지?”
-적절한 단어입니다. 휴먼.
채널에 새로운 시리즈가 오픈했다.
휴식-1. 당첨된 복권과 당첨이 예정된 복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