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랜덤박스로 유튜브 스타-35화 (35/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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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아침에 일어나 실험을 위해 랜덤박스를 옮겼다. 웃긴 건, 그러고 나니 할 일이 없었다.

“오늘은 완전 휴가야?”

“너굴!?”

너굴맨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오! 너굴맨. 마당에서 오늘은 피크닉이나 할까?”

“너굴너굴!!”

방방 뛰며 주위를 뛰어다녔다.

온몸으로 좋다는 것은 표현했다.

-휴먼. 오늘의 일정이 존재합니다.

그 사이로 인공이가 끼어들었다.

“어? 무슨 일정? 어차피 상자야 내일 깔 테고, 라이브도 없잖아.”

“너굴너굴.”

옆에서 너굴맨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닙니다. 시간이 부족해서 취소하려던 약속이 존재합니다.

“중요한 약속이야?”

“너굴?”

인공이의 의견은 미묘했다.

-장단점이 존재하는 문제이기 때문에. 휴먼의 판단에 맡기겠습니다.

“필요한 일이긴 한 거지?”

-그렇습니다. 확인해주길 요청합니다.

“너굴너굴!!”

처음으로 너굴맨이 강력히 항의했다.

-너굴맨님. 그래서 약속을 점심 이후로 잡았습니다. 피크닉 하실 시간은 충분하십니다.

“너굴.”

너굴맨은 만족한 듯 더 항의하지 않았다.

인공이의 완벽한 설계였다.

“그래서 무슨 일인데?”

-라이브 관련해서 섭외 요청이 들어왔습니다.

“배우!? 아니면 MC?! 뭐야!? 역시 사람들은 내 진가를 알아본다니깐.”

그러나 되돌아온 답변은 전혀 아니었다.

-라이브 방송을 자기들 플랫폼에서 해달라는 요청입니다.

“플랫폼?”

-아프리코TV, 트위키TV, 코코아TV. 이렇게 3곳에서 요청이 왔습니다.

3곳에서 요청이 온 게 아니었다.

사실상, 모든 곳에서 연락이 온 거였다.

“페이스북이나 인스타는? 그쪽에서도 라이브 운영하잖아.”

-저희의 방송에는 적합하지 않습니다.

“하긴 그것도 그렇네. 휴대폰으로 찍는 거니깐.”

우린 특수효과를 쓴다고 알려져 있다.

휴대폰을 이용해서는 어려움이 있었다.

“그래서, 그중에 고른 게 저 3곳이라고?”

-아닙니다. 이미 누구와 거래할지는 선정되었습니다.

그 후로 인공이의 설명이 이어졌다.

-···이런 방향으로 계획을 세웠습니다.

“이건 너무 지독한 거 아니야?”

-거부감이 있다면, 계획을 수정하겠습니다.

“아니!! 무슨 소리세요!! 칭찬입니다! 칭찬! 거기다 제가 좋은 생각이 있는데···”

현규와 인공이는 한참이나 대화를 나눴다.

“너굴너굴.”

너굴맨은 그런 둘을 보며 고개를 저었다.

2.

송희는 녹음하기 전부터 느낌이 왔다.

고개를 돌리면, 현규가 대기하고 있었다.

“물 필요하세요? 아니면 수건?”

“아, 아니에요.”

노골적으로 과도한 친절.

전에 이런 경험을 했을 때. 뭣 모르고 따라갔다가, 평생 잊지 못할 경험을 했다.

‘의심’이 ‘확신’이 되는 건 순식간이었다.

“오늘 식사는 하셨어요? 점심 준비할까요?”

“아 오늘 노래 진짜 좋네요. 역시 송희 씨 대단하세요!! 너굴맨 박수쳐!!”

“너굴너굴.”

“요즘 일하시는데 걱정은 없어요?”

“문제는요? 저한테 맡겨주세요.”

현규의 칭찬과 친절은 끝없이 이어졌다.

송희는 현규를 뚱하니 쳐다봤다.

“놀리시는 거죠?”

“아닙니다! 진짜 오늘 너무 완벽하셔서 그래요. 게다가 제가 좋은 말씀을 좀 전하고 싶어요.”

마치 종교권유나 다단계권유와 비슷했다.

“그냥 집에 가면 안 될까요?”

“진짜 좋은 이야기를 가지고 왔습니다.”

경박하고, 장난기 가득했지만.

묘하게도 신뢰가 가는 얼굴이었다.

“들어만 봐도 되죠?”

“그럼요, 학자금 대출받으셨죠?”

“네. 받았어요.”

요즘 세상 받지 않는 게 이상한 법이다.

“노래 부르는 알바 있는데 생각 있으세요?”

“정말요!? 어디서요? 아니 시급은 얼마나 될까요?”

그녀의 눈이 반짝였다.

“계약금이 센 대신 월급은 따로 없어요. 돈은 사람들이 듣고 요금을 낼 거에요.”

“라이브에요?”

라이브란 말에 현규가 씩 웃었다.

“예. 라이브에요.”

“계약금은 얼마나 돼요?”

“학자금 대출 얼마나 되세요?”

노골적으로 수상해 보이는데도.

송희의 경계는 약해지고, 어느새 현규의 말에 빠져들었다.

“정말요?”

“그럼요! 저 못 믿으세요?”

“아니요! 믿어요! 제가 현규 씨 안 믿으면 누굴 믿겠어요!”

종교에 가입한 신도처럼.

현규에 말에 열렬히 고개를 끄덕였다.

마지막 준비가 끝났다.

3.

인공이는 어떻게 구워삶았는지.

세 회사 담당자들을 한 자리에 불렀다.

아프리코TV에서는 부장급 담당자.

코코아TV에서는 대리급 담당자가.

트위키TV에서는 한국지부 사장이 나왔다.

명함을 받고 간단한 통성명을 나누고 나서야. 본론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흠. 저희 아프리코TV에서는···”

“아니요. 잠시만요. 제가 먼저 이야기할게요.”

현규가 말을 끊자. 옆에 있던 송희가 움찔했다. 아프리코 쪽 담당자는 쓴웃음을 지었다.

“지금 상황 보시면 대충 아시겠죠?”

세 명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분명히 짚고 넘어가겠습니다. 저희는 한국 시장에 그다지 관심이 없습니다.”

모두 예상했는지 담담한 표정이었다.

오히려 화들짝 놀란 건 송희였다.

“대규모 프로젝트로 진행 중인 상태고, 여러분은 거기에 숟가락을 올리러 오신 겁니다. 노골적인 말이지만, 저희가 갑이고 여러분들이 을입니다. 이게 마음에 드시지 않으시면 일어나서 나가시면 됩니다.”

현규는 잠시 시간을 주었지만.

아무도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았다.

“우선, 각 플랫폼마다 명칭이 다르다고 알고 있습니다. PD, BJ, 스트리머. 전부 사용하지 않습니다. 어디서 방송을 하든 ‘유튜버’로 소개하겠습니다.”

지금까지도 변화가 없었다.

“유튜브와 동시 송출할 생각입니다.”

처음으로 반응을 보인 것은 아프리코 담당자였다.

“그게, 저희 쪽과 계약하시면 유튜브 동시송출은 불가능합니다.”

“예. 수고하셨습니다.”

교섭이고, 거래고 아무것도 없었다.

이건 축객령이나 다름없었다.

“아닙니다. 괜찮습니다.”

축객령 한 방에 아프리코 담당자의 계약조건이 변했다.

“업계에 어떻게 소문이 났는지는 모르겠지만, 우리 회사는 돈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여러분은 무엇을 해주실 수 있습니까?”

이제야 본 게임이었다.

“저희 아프리코TV는 한국에서 최대 규모의 플랫폼으로 귀사 측에 한국 시장 공략에 도움이 될 것입니다. 요구하신 조건은 적극적으로 수용하겠습니다.”

뻔하디뻔한 소개였다.

“유튜브 외에 플랫폼을 늘려야 될 이유도 없고, 앞서 말했듯이 한국 시장의 중요도는 그렇게 높지 않습니다. 결국, 해주실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네요?”

“광고나 그 외의 추가 수익을···”

“네. 잘 들었습니다. 돌아가 주시면 될 것 같습니다.”

현규는 싱그럽게 웃으며 말했다.

“아니. 요구 사항이라도 말씀해주시면 저희가 적극 수용을···”

“아직도 본질을 모르시네요. 없어요. 우리 회사는 딱히 여러분들 회사에 원하는 게 없어요. 앞서 말한 조건도 그렇게 방송을 한다는 거지 조건이라고 말하긴 우습잖아요?”

모욕적이라고 생각했는지.

그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었다.

“너무 한 거 아닙니까!? 한국에서는 저희를 빼놓고는···”

“담당자님. 돌아가 주세요.”

선에서 악으로 변하는 것처럼.

현규의 분위기가 일순 변화했다.

담당자는 굳어서 말도 하지 못했다.

“다음에 연이 되면 뵙겠습니다.”

“아, 그, 알겠습니다. 먼저 가보겠습니다.”

가장 먼저 퇴장한 것은 아프리코였다.

분위기가 딱딱하게 굳었다.

“그럼, 코코아 쪽은 어떤 걸 해주실 수 있나요?”

“코코아톡을 이용해서, 유튜브와 메신저를 연결. 저희 쪽 플랫폼까지 한 번에 볼 수 있는 시스템을···”

“네. 수고하셨습니다. 돌아가 주시면 될 것 같네요.”

축객령에 코코아 쪽 담당자는 퇴장했다.

이제 남은 건 트위키TV 뿐이었다.

“자 시작해 볼까요?”

“얼마를 드리면 되겠습니까?”

드디어 원하던 대답이 나왔다.

4.

“제가 말했듯이 우리 회사는 돈이 필요 없습니다.”

현규의 말에도 그의 얼굴엔 미소가 걸려 있었다.

“제가 말을 잘 못 했군요. 현규 씨에게 얼마를 드리면 되겠습니까?”

“질문에 질문을 얹겠습니다. 옆에 망부석처럼 앉아 있는 이 친구 아십니까?”

현규의 말에 송희가 깜짝 놀랐다.

“예. 알고 있습니다. 쏭 님이시죠? 노래 잘 듣고 있습니다.”

“아, 고맙습니다.”

송희는 안절부절못하고 있었다.

“송희 씨까지 포함하면. 얼마를 주실 수 있겠습니까?”

“네!?”

이게 송희 씨를 데려온 이유였다.

“이거 참. 당했습니다.”

“눈치채셨습니까?”

현규의 말에 그가 웃음을 터트렸다.

“정말이지 대단하시네요.”

“칭찬하셔도 안 깎아 드립니다.”

“알겠습니다. 당첨된 복권과 당첨이 예정된 복권. 둘 다 사려면 얼마나 드려야 할지 걱정입니다.”

그는 너스레를 떨었다.

“우리 쏭님은 메인에 노출도 좀 해주시고, 파트너 계약만큼 대우 부탁드립니다.”

“현규 씨는 필요 없으시고요?”

“권하시는 거면 감사히 받겠습니다.”

둘은 동시에 웃음을 터트렸다.

송희만 홀로 불안한 얼굴이었다.

“그럼, 현규 씨 구체적인 금액에 관해 이야기해 볼까요?”

“제 비서 연결해 드리겠습니다.”

“설마···”

돈은 전문가에게 맡겨야 하는 법이다.

“예. 인공이입니다.”

거래가 끝나고 우린 웃으면서 헤어졌다.

둘만 남게 되자 송희가 나지막이 말했다.

“현규 씨. 이거 괜찮은 거예요?”

송희의 얼굴에는 걱정이 가득했다.

구체적인 액수는 모르지만, 크다는 걸 짐작한 모양이었다.

“저희 공범입니다. 최대한 감옥은 가지 않게 노력해 보겠습니다.”

“진, 진짜요!?”

현규의 장난에 송희는 울먹거렸다.

“아! 장난이에요! 죄송해요!”

“진짠 줄··· 알았어요···”

오히려 다행이란 얼굴로 쳐다봤다.

“본사에서 내려온 거예요. 인공이까지 투입됐는데 제가 부정을 저지르겠어요?”

“놀랐어요. 평소에 제가 보던 현규 씨가 아니신 거 같기도 하고···”

분위기가 바뀌면서 놀란 모양이었다.

“멘탈리스트 이야기 기억하세요?”

“감정을 읽는 거요?”

현규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것처럼 그저 잡기일 뿐이에요.”

“배우신 거예요!?”

“그럼요. 약간 불친절 한 분께 배웠습니다.”

거짓말은 아니었다.

랜덤 박스는 그다지 친절하지 않았다.

“대, 대단해요!”

“이상한 데서 놀라시는 거 아니에요?”

잡담을 나누며 그녀를 데려다주었다.

5.

“여러분. 안녕하세요!”

“너굴너굴.”

둘은 진지한 표정으로 인사했다.

“상자깡 방송인 줄 알고 호다닥 들어오신 분이 있다면 정말 죄송합니다.”

“너굴.”

엄숙하고 진지한 표정.

“제목 보고도, ‘허허, 이 친구 오늘 어그로가 일품이구나.’ 하시고 상자깡이라고 생각했다면 안타깝지만, 아닙니다.”

“너굴.”

너굴맨이 끄덕이며 동의를 표했다.

“어제 외계 시리즈가 새로 올라가면서, 하루 쉬었더니. 랜덤박스가 2개가 됐습니다.”

“너굴!”

책상 위에는 2개의 박스가 올려져 있었다.

“그래서 새로운 방법으로 방송을 시도합니다!”

“너굴!”

비장한 표정의 너굴맨과 현규.

“이미 상자는 오픈한 상태입니다.”

카메라로 보기에도 상자는 뜯어져 있었다.

“두 개의 상자 중 보고 싶은 물건을 골라 주시면, 라이브 방송으로 공개하겠습니다.”

“너굴!?”

선택은 시청자가 하는 것이었다.

“그럼 힌트를 드리겠습니다. 더 보고 싶은 방송을 고르시면 돼요.”

왼쪽의 상자를 가리켰다.

“왼쪽 상자는 제가 진실만을 말할 수밖에 없는 물건입니다. Q&A 방송이나, 제가 싫어할 만한 질문하는 방송이 되겠네요. 솔직히 우리 구독자님들 생각하면 이건 가급적 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이번엔 오른쪽 상자를 가리켰다.

“이쪽은 신기한 느낌의 물건입니다. 신기한 도구를 이용해서 어떻게 사용하는지, 검증하는 방송입니다. 이런 물건은 처음 보실 거고, 그렇단 이야기는 제작비가 엄청나게··· 흠! 흠! 그렇습니다.”

“너굴너굴!”

너굴맨이 현규에게 주의를 줬다.

“그럼 댓글로 오른쪽과 왼쪽 중에 선택해주세요. 댓글을 집계해서 더 많은 쪽의 물건을 보여드리겠습니다.”

“너굴!”

“끝이에요! 오늘 녹화는 여기까지!”

“너굴!”

그렇게 영상은 끝났다.

영상에는 댓글이 끊임없이 이어졌다.

“어휴. 인생 진짜.”

“너굴.”

댓글을 확인한 현규를 너굴맨이 위로했다.

라이브방송 -9. 트위키tv 첫 방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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