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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준비해야 할 게 왜 이렇게 많아!!"
-모두 필요한 준비입니다. 휴먼,
시청자 참여 라이브 방송.
지금까지 한 방송들과 비슷할 것으로 생각했지만 그건 큰 착각이었다.
"달라도 너무 다르잖아!"
-짜증 낼 때가 아닙니다. 휴먼. 확인할 사항들이 쌓이고 있습니다.
짜증 내고 있을 때가 아니었다.
준비가 많다 보니, 그만큼 할 일이 많았다.
"아! 너굴맨 오늘은 함께 못 가는 거 알지?"
"너굴."
너굴맨이 시무룩하게 대답했다.
그렇기만, 별수 없는 일이었다.
"위험해서 그래."
"너굴."
지금 시점에서 너굴맨을 노출하는 건.
너무 위험한 일이었다.
"나중에, 준비되면 밖에도 같이 다니자."
"너굴!"
시무룩해졌던 너굴맨의 표정이 풀렸다.
"선정된 구독자는?"
-오늘 촬영과 협조가 가능한 인원은 한 명이었습니다.
선정된 인원 중 오늘 촬영이 가능한 건 한 명뿐이었다.
"지역은?"
-대전입니다.
대전이면 그렇게 멀지 않은 거리였다.
"두 시간 좀 안되게 걸리겠네."
-그렇습니다. 최대한 빨리 움직여야 합니다.
모든 준비가 끝나지 않았는데.
벌써 시간이 촉박했다.
"최악이네. 진짜."
-빨리 빨리 움직입니다. 휴먼.
이런 말투는 어디서 배웠는지 의문이었다.
"저번부터 어디서 그런 걸 배워오는 거야?"
-지금 그런 걸 궁금해 할 때입니까? 발이 보입니다. 안 뜁니까? 휴먼?
대답 대신 따끔한 일침이 들어왔다.
"간다!! 가!! 아주 거지 같은 것만 배워오네! 진짜!"
현규는 투덜거리며 서둘러 움직였다.
준비는 아직 한참이나 남았다.
몇 가지 소품, 촬영장소 협조, 카메라와 장비 구성까지.
준비를 마치고 대전에 도착했다.
"안녕하세요."
"형!! 안녕하세요!"
시청자도 준비에 포함되어 있었다.
"오늘 집 노출되는데 상관없으세요?"
"네!! 형!! 우와!! 진짜 형이다!!"
그런데 그 준비가 쉽지 않았다.
흥분한 모양인지 집중하지 못했다.
이럴 때를 위한 기술이 있다.
<교감>을 발동해서, 흥분을 밀어냈다.
"라이브 방송에 얼굴 나와도 상관없어요? 집이 지저분하면 얼굴 많이 팔릴 거에요."
흥분이 밀려난 자리에 걱정이 차오른다.
준비한 걸 내밀 차례였다.
"그래서 준비했어요. 익명성은 철저히 보호해 드리겠습니다."
그러고 나서도 한참을 대화하고 나서야.
시청자의 준비까지 전부 끝이 났다.
2.
"여러분! 너굴너굴!"
라이브 방송이 시작됐다.
인공이가 조처를 한 모양인지.
빠른 속도로 사람들이 접속했다.
rlaalswo-너굴맨 님 어디 계신가요!!?
하쿠하쿠-오빠! 하이하이!
.
.
접속한 시청자들의 인사가 이어졌다.
"네. 여러분 모두 너굴너굴입니다. 아쉽게도 오늘 너굴맨은 없지만요."
채팅창에 물음표가 가득했다.
"잠깐만요! 진정해요!! 방송 시작한 지 이제 1분 됐어요!!"
rlaalswo-합당한 이유를 대라!!
최나한-너굴맨이 왜 없는지 빨리 말하셈!
역시나, 너굴맨의 팬들은 엄청났다.
하지만 그만큼 뻔하기도 했다.
"지저분한 곳에 우리 너굴맨 못 보냅니다! 이야 진짜 여러분 그렇게 안 봤는데, 마굴에 너굴맨을 집어넣을 생각이에요?"
뻔한 질문을 예상했으면.
답변을 준비하는 건 당연했다.
rlaalswo-미친...인정임. 너굴맨님은 못간다!!
사총사-역시!! 너굴맨님이 키우는 휴먼답군!
진타오-참으로 현명한 자다!!
신세유-ㅋㅋㅋ 태세 변환 실화냐 진짜?ㅋㅋㅋㅋ
ㄴ휘사랑-ㅋㅋㅋㅇㅈ. 아주 말 바꾸는 게 빨라 버리고!
사랑은 사랑으로 제압한다.
모든 건 현규의 계획대로였다.
"이제 집중하세요."
시청자들의 집중을 모았다.
"오늘 뭐 하러 왔는지 아시죠?"
미루스- 당연히 청소 아님?
ㄴ호치치-ㅋㅋ청소 라이브 켰다는 건 연락됐다는 소린데. 신청자 답장 개빠르네ㅋㅋㅋ
ㄴ미루스-어!? 그러고 보니 그러네!?
이제야 본경기였다.
현규는 진행을 서둘렀다.
"그럼 오늘의 의뢰인을 소개하겠습니다! 인공이가 뽑은 지옥의 소유자!! 그야말로 마왕이나 마찬가지인 남자!! 가면남A 입니다!!"
채팅이 올라오기도 전에.
가면을 쓴 남자가 안으로 들어왔다.
"좋은 의뢰는 아니기에. 가면을 준비했습니다. 간단한 인사 부탁할게요."
"아! 안녕하세요?"
당당한 등장과는 달리 굉장히 어색해 보였다.
휘나리-ㅋㅋㅋ마왕 등장!!ㅋㅋㅋㅋ
ㄴ취성-지옥과 같은 방을 가진 지구의 마왕!!ㅋㅋㅋㅋㅋ
상미라-근데 왜 저렇게 쭈뼛거림 ㅋㅋ
ㄴ취취미-방송 개 어려움. 막상 카메라 보이면 평소처럼 하는 것도 힘듬.
미라자-ㅋㅋㅋ방 벌써부터 기대된다.
취성-가면은 왜?ㅋㅋㅋㅋㅋ
ㄴ쥐갈량-개인정보 보호?! ㅋ넝담!ㅋㅋ 나 같아도 쓰고 나올듯. 영상 평생남는다.ㅋㅋ
"오우! 쥐갈량님! 맞습니다!! 가면은 정보 보호 차원에서 제작했습니다."
쥐갈량-역시!! ㅋㅋㅋㅋㅋ
이번 편 라이브는 중요했다.
익명성이 철저하게 보장될수록.
새로운 의뢰가 도착할 것이다.
"그럼, 여러분들이 기대하신 지옥 보여드리겠습니다!"
현규가 뒤 배경을 찢었다.
지금까지 라이브는 의뢰인의 집에서 진행되고 있었다.
3.
민들레-미친 ㅋㅋㅋㅋ 왜 이러고 살아 ㅋㅋㅋㅋ
세종미-ㅋㅋㅋ 좀 버리고 살아라!!!
친구사이-아 난 욕 못하겟다. 우리 집도 여차 하면 저랫을걸?
ㄴ프리메-ㅋㅋㅋ인공누님! 여기 또 있어요!
ㄴ친구사이-이 정도는 아니어도, 다들 이러지 않아?
ㄴ상호-나도 비슷함. 훨~씬 깨끗하긴한데, 치우기 전까진 저기처럼 쌓아둠.
미추속-의외로 다들 청소 빡세한다?
ㄴ서른즈음에-일하고 집오면 씻고 자야지. 주말에는 출근하거나, 오랜만에 쉬는데 청소 좀 끔찍함.
ㄴ학식랩퍼-응. 게으름뱅이 핑계 잘 들었고,
ㄴ서른즈음에-ㅋㅋㅋㅋㅋ취업해 봐라.
ㄴ학식랩퍼-응. 나 문과라 취업안돼. 자동 백수야.
집 내부를 공개한 것만으로도 채팅창은 들끓었다.
"장난 아니죠?"
베란다에 가득 쌓인 쓰레기.
주방, 화장실, 자는 방까지 총체적 난국이었다.
"어쩌다 이렇게 까지 쌓인 거에요?"
"처음엔 이 정도는 아니었어요."
가면남A가 구구절절 사연을 설명했다.
"이야기의 시작은 2년 전 입니다."
"잠깐! 타임! 간단하고, 짧게! 내 방송 본다면서요!"
현규는 설명충을 용납하지 않았다.
"조금씩 쌓이던 게, 개인적인 문제로 점점 쌓이더니. 이제는 손쓸 도리가 없습니다!"
"이래야 우리 구독자죠!"
중호선-ㅋㅋㅋㅋ프로 시청자 인정.ㅋㅋㅋ 요약 잘하는거 보소ㅋㅋㅋㅋ
순서를 먼저 정해야 했다.
"베란다, 주방, 거실, 방, 화장실 순서로 청소할게요."
"알겠습니다."
이제는 시청자들을 준비시켜야 했다.
"이제부터 청소를 시작할 겁니다. 그런데 생각해보세요. 여러분."
파로마-갑자기? 뭘 생각해?
시청자를 낚기 위해서 미끼를 던졌다.
"청소 하는 거 보는 게 재미있겠어요? 청소 전, 후 편집 영상은 유튜브에 올라갈 예정이니. 바쁘신 분들은 나가세요!! 진짜 진지하게 청소만 합니다!"
"형!! 저 때문에 그렇게까지!!"
가면남A가 감동을 먹었는데, 진짜 목적은 전혀 달랐다.
rlaalswo-아닌데? 나 안나갈껀데? 볼껀데? 청소 완전 꿀잼인데?
위촉오이지-아닌데? 꿀잼 예정인데?
후라이존맛-ㅋㅋㅋ응. 형보러 온거 아니야. 채팅 볼려고 왔어 ㅋㅋㅋㅋㅋ
청개구리 시청자들을 묶어둘 미끼였다.
"그럼! 청소 시작하겠습니다!!"
"고마워요!! 형!! 진짜 평생 구독할게요!!"
4.
현규의 말대로 재밌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다만,
"으아아아악!!! 미친!! 바퀴!! 바퀴!!!!!!"
쓰레기를 치우는 도중 바퀴벌레가 나오거나.
"여러분은 버섯 양식장을 보고 계십니다!!"
쓰레기들 사이로 자란 버섯을 구경하거나.
"이건 왜 이렇게 무거워요?"
"아!! 그건 보시면 안 돼요!!!"
다 큰 남자의 사생활을 훔쳐보거나.
"이제 3개만 더 모으면 소원을 빌 수 있어요!"
"잃어버렸던 열쇠들이!!"
드래곤볼 대신 열쇠를 모았다.
몇 가지 에피소드가 있긴 했지만.
현규는 시청자가 빠질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조금 미묘했다.
"여러분. 진짜 비꼬는 거 아닌데 뭐 좀 물어봐도 돼요?"
창창호-ㅇㅇ? 뭔뎅??
참고 참았던 질문을 던졌다.
"여러분. 얼마나 한가하길래 시청자가 계속 늘어요!! 이거 그냥 청소할 뿐인 방송이에요!!"
rlaalswo-방송 보면서 오랜만에 청소하는 중.
루밍스-ㅋㅋㅋㅋㅋ묘하게 시원하고 계속 보게됨.
ㄴ찬찬리-나도 겜하면서 켜놓고 보고있음 ㅋㅋㅋㅋ
진석화-열받네!! 유튜버가 팩트로 시청자 막 패고 그러네!! 나 한가하다 한가해!!
ㄴ프로포폴-야 너도!?
ㄴ진창화-어! 나도!
무슨 이유에선지 청소할뿐인 방송이 마음에 든 모양이었다.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베란다 쓰레기 정리 끝!! 이제부터 쓰레기 버립니다!"
<미션 님이 1,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15분에 다 치우면 10만 원. 미션 콜?>
청소할 뿐인데 돈까지 주기 시작했다.
"제가 뭐 돈에 흔들리는 사람으로 보여요?!"
<나도탑승 님이 1,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15분 미션 저도 5만 원 보태봅니다.>
조금씩 금액이 올라가기 시작했다.
"여러분. 저 돈에 흔들리는···"
<뛰어라, 인간. 님께서 1,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15분 100만 원. 뭐해? 안 뛰고?>
거절하기엔 너무 짭짤한 금액이었다.
"사람입니다! 흔들리는 사람이에요! 이거 회사계정이라 저한테 한 푼도 안 떨어지는데!!! 막 흔들려!! 사람 일 어떻게 될지 모르는 거야!! 뜁니다!!!"
현규는 쏜살같이 뛰어 내려갔다.
단지 청소할 뿐인 방송인데.
돈도 받고, 시청자도 늘었다.
5.
청소 방송은 폭발적인 반응 얻었다.
처음에는 시간을 두고 한 번씩 의뢰를 받으려고 했다.
그런데 일이 점점 커지기 시작하더니.
"5일 연속 청소방송 실화냐?"
-실화입니다. 휴먼. 인생은 픽션 아닙니다.
5일 연속 청소방송을 했다.
첫날은 치우는 것만으로도 충분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새로운 게 필요해졌다.
"쥐어짜 내듯 꺼낸 거였는데."
-3화부터 시작한 `청소강의` 반응이 폭발적입니다.
혼자 사는 20~30대는 강의에 열광했다.
"어느 정도길래?"
-반응을 모아놓은 자료를 출력합니까?
"어. 한 번 보여줘."
모니터에 반응이 빼곡하게 떠올랐다.
rlaalswo-구독자들 중에 아직도 집 더러운 호구 없제?
ㄴ르망3세-ㅋㅋ없지 ㅋㅋ 보면서 청소하면 뚝딱임.
ㄴrlaalswo-너굴맨님 안 나온 방송 인데도 최애다. 진짜.
댓글뿐만이 아니었다.
<청소 개꿀Tip.>
<시원해지는 청소 영상>
<청소 동기부여 영상>
각 커뮤니티에도 유튜브가 사진으로 캡쳐되서 뿌려졌다.
덕분에, 유튜브로도 엄청난 유입이 생겼다.
"이게 뭐야. 청소만 했는데. 무서워."
-저도 예상하지 못한 반응입니다.
현규도, 인공이도 이게 엄청난 컨탠츠라곤 생각하지 않았다.
그저 시청자 참여 라이브에 의미가 있었다.
-좋은 소식이 3개 있습니다.
"여기서 더 좋은 소식이 있다고? 그것도 3개나? 심장에 무리 간다."
좋은 소식이 아직도 남아있었다.
-구독자 40만 돌파했습니다. 역대 최단 기간입니다.
"어?"
40만이라는 숫자를 인지하기도 전에 다음 소식이 날라왔다.
-기다리던 실버버튼이 드디어 도착했습니다. 오후 배송예정입니다.
"실버 버튼!? 구독자 10만 때 받은 거!?"
-그렇습니다.
현규가 자세히 물어보기도 전에.
인공이는 마지막 좋은 소식을 꺼냈다.
-신문사 1곳. 잡지 2곳에서 인터뷰 요청이 들어왔습니다.
"어?"
청소가 가져온 건.
폭발적인 반응만이 아닌 모양이다.
"40만, 실버버튼, 인터뷰?"
-정확합니다. 휴먼. 진정해주길 요청합니다. 심박 수가 급격히 상승합니다.
너무 좋으면 심장에 무리 간다는 표현은.
사실을 기반으로 만든 표현이었다.
"···"
또 하나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됐다.
사람은 너무 기쁘면 함성조차 지르지 못한다.
랜덤박스-21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