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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선택해라. 네오. 잔인한 현실인지 꿈같은 현실인지.”
빨간약과 파란약.
두 가지 선택지가 주어졌다.
<띵작수호대 님이 1,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띵작수호대-형. 설마 파란약으로 도망치는 건 아니지?ㅋㅋㅋ>
귀에 연결된 이어셋으로 후원내용이 들렸다.
“모피어스님. 이거 향정신성 약물 같은 건 아니죠?”
그는 대답하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질문에도 당황하지 않고, 컨셉을 철저히 유지했다.
“제 선택은! 잔인한 현실입니다!”
“좋은 선택이다. 네오.”
빨간약을 집어 입에 털어 넣었다.
입안에 딸기 맛이 퍼졌다.
“딸기 맛이네요?”
율리우스-미침?ㅋ 빨간약이라 딸기맛?ㅋ
쇠나리-잔인한 현실이여! 나와라!
“먹었군?”
모피어스는 의미심장하게 말했다.
“예. 맛있네요.”
“잔인한 현실을 알려주겠다.”
외운 대사를 풀어놓듯 설명을 이어갔다.
“나는 모피어스가 아니다.”
“그렇죠? 모피어스라고 하기엔 오늘 머리를 미신 거 같은데.”
휘청요-ㅋㅋㅋ받아 줘라. 쫌!!
ㄴ콜라피-모피어스, 우리형 둘 다 자기 할 말만 하고 있음 ㅋㅋ 저게 대화냐?ㅋㅋㅋ
르망-나 방금 소름끼쳤다. 설마...
ㄴ윤쓰-응? 뭐!?
ㄴ르망-봐라. 이거 대박일 듯.
“내 닉네임은 하쿠하쿠. 너에게 여성 팬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네오. 깨어나라!”
그의 입이 열리고 폭탄이 떨어졌다.
“그 하쿠하쿠!? 매일 오빠라 날 부르던 네가!? 현실에서는 모피어스?!”
잔인한 현실.
“이건! 너무 슬픈 현실이잖아!!”
“깨어나라. 네오.”
이런 현실이라면, 깨어나고 싶지 않았다.
“아니야!! 그럴 리가 없어!! 파란약 내놔요!! 내놔!!”
파란 약을 원했지만, 내어주지 않았다.
유나랑-.......진짜?ㅋㅋㅋㅋ
초호화-아.. 형..힘내.. ㅋㅋㅋ
호타나-그렇치!! 형한테 여자 팬이 있을 리 없지!!ㅋㅋㅋㅋ이게!! 랜덤박스다!!
.
.
.
채팅창엔 위로와 웃음이 가득했다.
“현실은 지옥입니다. 지옥!!”
넋두리를 늘어놓으려고 할 때.
<하쿠하쿠 님이 10,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하쿠하쿠-너 누구야!!! 오빠 저 아니에요!! 저 오늘 못 간단 말이에요!!>
후원이 도착했다.
“어!?”
“아!!”
네오와 모피어스.
서로 다른 탄성이 터져 나왔다.
“너 누구야!!”
“파란 약 드실래요?”
그가 파란약을 내밀었다.
2.
슈리-뭐임? 하쿠하쿠 아님?
ㄴ최요석-ㅋㅋ사칭인가 봄.
ㄴ하나다-그럼 저건 누군데 ㅋㅋㅋㅋ
ㄴ밀랑-모피어스 아저씨. 누구세요?
채팅창이 올라가고 있을 때.
둘은 말없이 서로를 쳐다봤다.
“그러고 보니깐. 우리 어디서 본 적 있죠?”
“네오. 나는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다.”
컨셉을 유지하려고 해봐야 소용없었다.
“방금 ‘파란 약 드실래요.’ 해놓고 컨셉 유지하셔봐야 소용없습니다.”
“···일단 드시죠.”
못 이기는 척 사탕을 집어 먹었다.
입안 가득 소다 향이 퍼졌다.
“진짜. 어디 사탕인지 맛있네요.”
“그렇죠? 비싼 사탕입니다.”
목에 힘을 풀고 자연스럽게 말하자.
묘한 기시감이 더욱 진해졌다.
“분명히 제가 아는 분 같은데요.”
“파란약을 드셨으니. 꿈과 같은 현실을 보여드리겠습니다.”
그는 안주머니에서 작은 무전기를 꺼냈다.
“스미스 요원들 안으로 입장하세요.”
“스미스 요원들이요?”
무슨 뜻인지 금방 알 수 있었다.
검은색 양복에 선글라스를 낀 사람들이 카페 안으로 계속해서 들어왔다.
“저희가 준비한 진행요원들입니다.”
“어··· 저 선생님. 이런 준비를 해주실만한 이벤트가 아닌데요.”
이쯤 되니 진심으로 당혹스러웠다.
조로G-이게 뭐임? 스미스 요원!?ㅋ
최랑-ㅋㅋㅋ우리형 진심 당황했다.ㅋㅋ
ㄴ휴이-이건 당황할 만하지 ㅋ뭐냐 진짜.
“오랜만입니다. 이렇게 재미있는 일이 있으면, 다음엔 먼저 연락 좀 해주세요. 서둘러 준비한다고 했는데 어떠실지 모르겠네요.”
선글라스를 벗고 나서야.
그가 누군지 눈치챌 수 있었다.
“사장님?”
최석호-사장님?
미라나-트위키 코리아 사장님이네ㅋ
ㄴ휴나스-진짜? 트위키!?
ㄴ미라나-ㅇㅇ. 가끔 방송하시잖아ㅋㅋ 선글라스 벗으니깐 이제 알겠네. ㅋㅋ
ㄴ휴나스-사장님이 머리 밀고 온 거야? 이벤트 때문에? ㅋㅋㅋ
ㄴ미나라-괴짜로 유명함. ㅋㅋ 승진 빠르기도 엄청 유명하시고 ㅋㅋㅋ
그의 정체는 트위키 코리아 사장이었다.
“사장님!?”
“재미있어 보여서 판을 조금 키워봤습니다. 파란약 맛 괜찮으신가요?”
파란 약의 꿈같은 현실.
“그럼요!!”
끝내주는 맛이었다.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놀랄 일이 아직 남아 있었다.
“저희 쪽에서 조촐하게 준비를 했습니다.”
“조촐이요?”
카페 바로 앞에 있는 공원에는 간이 무대가 만들어지고 있었고, 10명이나 되는 스미스 요원들은 이벤트를 돕고 있었다.
“야외무대는 전부 허가받은 겁니다. 대신 5시부터 7시까지 2시간만 이용하실 수 있습니다.”
“허가까지요?”
오늘 갑작스럽게 준비된 게 아니었다.
고개를 끄덕이며 설명을 이어갔다.
“나머지는 인공님에게 전부 전달해 놓았습니다. 재미있는 이벤트 되시길.”
“가시게요!?”
현규의 말에 대답하지 않고, 선글라스를 다시 쓰고 가죽 코트를 휘날리며 퇴장했다.
슈라미-퇴장까지 멋있네. ㅋㅋㅋ
츄잉-저 정도는 돼야 초고속 승진이 된다! 여러분 사회생활이 이렇게 힘듭니다!!ㅋ
ㄴ미양이-이래서 내가 백수임.ㅎ
ㄴ조로G-나도! 그래서 취업 안 함ㅋ
중앙러-이게 트위키의 간지다!
ㄴ최랑이-이번만큼은 유튜브의 패배를 인정한다.
3.
그 이후로도 손님은 계속해서 들어왔다.
“형!! 사랑해요!!”
“응. 괜찮아. 나 말고 좋은 여자 만나!”
<패스 님이 1,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패스- 패스!>
“네! 다음 분!”
평범한 팬부터.
“김수미 선생님 성대모사 하겠습니다!”
“잠깐만!! 하지마!! 이거 애들 본다니깐!! 야!!”
“아니. 이 씨부<삐-삐비-!삐-->.”
<간장게장 님이 10,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간장게장-선생님 노잼입니다! 게장 담그러 오시죠!>
성대모사를 준비한 팬까지.
다양한 손님들이 있었지만, 모피어스에 비하면 역부족이었다.
미라나-솔직히 모피어스가 너무 강했다.
ㄴ쿨니-ㅇㅈ. 빡빡이 아직도 안 잊혀짐 ㅋㅋㅋ 트위키 코리아 사장님 ㅋㅋ 진짜 미치셨나.
ㄴ록리-거기다 하쿠하쿠라고 뻥쳤을 때. ㅋㅋㅋ 진짜 기절하는 줄 알았음.
하지만, 실망하기엔 아직 일렀다.
화려한 복장을 한, 두 명이 들어왔다.
꽉 달라붙은 티셔츠에 도드라진 가슴.
현규의 눈이 가슴에 꽂혔다.
“어!?”
“어머. 어디 보니. 내 가슴 본 거니?”
현규는 핑계를 댈 수 없었다.
“죄송합니다. 워낙 크셔서.”
“자기야! 쟤가 내 가슴 봤어!”
“표정이 왜 그렇게 심각해? Why so serious?”
양갈래 머리를 파랑과 빨강으로 염색하고, 짝 달라붙은 티셔츠와 짧은 핫팬츠.
“할리퀸?”
“알아보는구나?”
알아보긴 했지만, 문제가 있었다.
“근육이 굉장하시네요. 형님.”
“멋지지? 그리고 내가 동생일걸?”
“아유. 근육 많은 게 형이죠.”
근육질 몸매의 남성이었다.
“나는 알아보겠어?”
“물론이죠.”
보라색 양복과 광대분장 거기다 명대사까지 못 알아볼 리 없었다.
“조커?”
“응. 조커.”
할리퀸과 조커였다.
심마니-어!! 파워로드 형이랑 득모님이다!
ㄴ루이-그게 누군데! 또 지들끼리 아는 거로!
ㄴ심마니-운동 스트리머랑 먹방 스트리머. 둘 다 ㅋㅋ 몸 완전 좋음.
종수혁-ㅋㅋㅋ 사장님의 유산!?
ㄴ최분느-그럴 듯?ㅋ 저 형들ㅋㅋ 이벤트 찾아다니는 타입은 아님 ㅋㅋ
ㄴ종수혁-공교롭게 ㅋㅋ같은 영화 코스프레. 합리적 의심 인정?
ㄴ미아수-인정 ㅋㅋㅋ
호나루-우리형 근육에 주눅 든 거야?
ㄴ피말-ㅋㅋ이건 이해해주자. 근육 많은 놈이 형이지 ㅋㅋㅋ
모피어스 이후, 침체 된 분위기가 살아났다.
4.
그 후에도 스트리머나 유튜버들이 카페에 찾아왔고, 커피를 마시는 단순한 이벤트가 조금씩 변화하기 시작했다.
“할리퀸 님이랑 사진 찍을 사람 오래!”
“같이 가!!”
팬들이 즐길 것들이 늘어나고, 풍성해졌다.
선순환이 일어나며, 떠나지 않고 손님이 계속 유입됐다. 카페 내부엔 활기가 가득했다.
북적거리는 카페를 흐뭇하게 보고 있을 때, 밖에서 큰 목소리가 들렸다.
“너굴맨님!!”
처음에는 잘 못 들은 줄 알았다.
“너굴맨님!! 당신의 집사가 왔습니다!!”
“···너굴맨 너 찾는데?”
“구우.”
놀란 모양인지 현규의 팔을 꼭 붙잡았다.
<왔다 님이 10,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왔다- 느낌 왔다!! 그 녀석이다!!>
“너굴맨. 내 옆에 꼭 붙어있어.”
“구우..”
너굴맨이 고개를 끄덕이기도 전에.
“너굴맨님!!!”
한 남자가 카운터로 뛰어왔다.
그 남자는 묘한 양복을 입고 있었는데.
양복이라고 하기엔, 어딘가 이상했다.
“설마 집사복?”
“같은 집사라 알아보시는군요? 너굴맨 님의 집사가 되기 위해 왔습니다!!”
극렬 너굴맨 빠돌이의 등장이었다.
“닉네임 rlaalswo님?”
“아닙니다. 전 그분의 경지에 도달하지 못했습니다.”
rlaalswo가 아닌데도 이 정도였다. 이건 컨셉이 아니었다. 너굴맨도 느낀 모양인지, 떨림이 팔을 타고 전해졌다.
<윤쓰 님이 1,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윤쓰-심지어 rlaalswo도 아님ㅋ 이거 잘못 대처하면 큰일난다ㅋㅋ>
동감이었다.
삐끗하면 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었다.
“역시! 준비된 집사!”
“제 집사의 기운이 느껴지십니까?”
무조건 안 된다고 하는 건 하책이었다.
“준비된 집사이기에 단 한 번만 허락하겠습니다. 너굴맨을 살살 쓰다듬어 주세요.”
“구우!?”
너굴맨이 깜짝 놀랐지만, 별수 없었다.
“그, 그래도 되는 겁니까!?”
“집사는 집사를 알아보는 법!”
“크흡!”
기회를 주고, 보내는 게 상책이었다.
사랑이 과한 거지, 나쁜 사람은 아니다.
<칭찬해 님이 1,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칭찬해-완벽한 대처! 제 점수는 100점입니다!>
그는 조심스럽게 너굴맨을 쓰다듬었다.
“크흡! 죽어도 좋습니다!”
“구우..”
너굴맨이 녀석의 손을 잡으며.
작은 해프닝이 끝났지만.
너굴맨의 수난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쫄깃쫄깃, 오동통통 농심 너구리! 너구리 한 마리 몰고 가세요!
“너굴너굴!!”
너굴맨이 낸 소리가 아니었다. 공개 방송을 하면서 너굴이란 울음소리는 금지였다.
“너굴너굴!”
“저, 선생님? 제정신이세요?”
“너굴!”
“구우.”
대 환장 파티가 벌어졌다.
<스폰서!? 님이 1,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스폰서!?-랜덤박스! 대기업에서 스폰들어 온 거야?!>
“아니에요!! 무슨 스폰서에요!? 이거 광고 아닙니다!!”
“너굴너굴!!”
너구리 인형 탈을 쓴 그가 고개를 끄덕였다.
“직원이세요?”
“너굴너굴!”
가짜 너구리가 고개를 가로저었다.
“어? 농심에서 나오신 거 아니에요?”
“너굴!”
너구리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요?”
“너구리 인형 탈은 이것밖에 없다고 해서요. 너굴너굴!”
긴 설명이 필요하니 나지막이 말했다.
최영수-ㅋㅋ설명 할 땐 말하는 거야!?
치치보-말 안 한척한 게 더 웃김 ㅋㅋㅋ
쇠랑이-ㅋㅋㅋ너구리 인형탈이 라면 너구리밖에 없음 ㅋㅋㅋㅋ 미쳤냐고 진짜 ㅋㅋ
르만-저거 구하러 다녔을거 생각해봐라 ㅋㅋㅋ 점수 좀 높게 줘라 이건 ㅋㅋㅋㅋㅋ
“너구리. 그대에게 특별 임무를 부여하겠습니다. 어때요?”
“너굴!”
기다렸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너굴맨 어깨에 태우고, 사람들이랑 사진 찍고 오세요. 스미스 요원 붙여드릴게요. 오늘만큼은 너구리 그대가 스타입니다.”
“너굴너굴!!”
가짜 너구리가 울부짖었다.
5.
“오늘 수고하셨어요.”
“현규 씨가 제일 고생했죠.”
“너무 힘들었어요! 수고하셨어요!”
모두가 떠난, 빈 카페.
“어떻게 했는지 모르게 지나갔네요.”
“미영 씨 진짜 고생하셨어요. 오늘 탄 커피만 해도 어마어마할 거에요.”
“저야 만들기만 하면 되는 일이었어요.”
종일 커피를 만든 미영.
“송희 씨도 마지막에 노래하느라 고생했어요. 서빙도 힘들었죠? 손님들도 짓궂고.”
“아니에요! 재밌었어요! 다들 착하시던데요?”
종일 서빙 하고, 작은 콘서트를 한 송희.
“현규 씨가 진행하랴, 손님 상대하랴 고생하셨죠.”
“맞아요! 그게 제일 어려운 거잖아요!”
“그냥 모두 수고한 거로 할까요?”
“네!”
“그게 좋겠어요.”
훈훈한 분위기 속에.
라이브 카페 이벤트가 마무리됐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날 저녁.
SNS, 커뮤니티, 유튜브까지.
<요못님이 해주신 커피인증!>
<환상의 라이브 풀버전.>
<유튜브&스트리머 총출동!>
<컨셉충 총출동!!>
<라이브 편집본!>
<바리스타 요못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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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인증과 영상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코멘터리 방송- 라이브 카페 이벤트 뒷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