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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으아아앗!! 땅속에서 초심이 올라온다!!”
“너굴!?”
괴성에 너굴맨이 깜짝 놀랐다.
“초심 풀충전!!”
“너굴너굴.”
이제는 포기한 듯.
너굴맨이 고개를 저으며 쳐다봤다.
당당했던 외침과는 달리 일어날 때는 엉거주춤 일어났다.
“와! 방금 보셨어요? 넘어지려는 걸 기가 막힌 균형감각으로 딱! 잡았습니다!”
“너굴?”
“역시! 너굴맨도 본 모양이군요!”
“너굴. 너굴너굴!!”
항의하는 너굴맨을 무시하고, 원래 녹화하는 테이블로 이동했다.
“날카로운 시청자분들은 벌써 의문이 생기셨을 겁니다.”
“너굴!”
테이블 위에는 3개의 상자가 놓여있다.
“왜? 3개지? 4개가 맞을 텐데? 의문이 떠오르셨다면, 그게 맞습니다. 일부러 상자 하나를 빼놨습니다. 빼놓은 상자는 다음에 한꺼번에 열 때 사용하도록 하겠습니다.”
“너굴너굴!”
너굴맨이 고개를 끄덕이며 호응했다.
“원래는 한꺼번에 열지. 하나씩 열지. 투표하려고 했습니다만, 매번! 한꺼번에 열자고 하실 것 같아, 번갈아 가며 하기로 했습니다!”
“너굴!”
현규가 곤란해하는 건.
시청자들의 즐거움이다.
“모두 키보드에서 손 떼요! 또! ‘우리는 그럴 마음이 없는데, 형 오버야.’라고 댓글 남기려는 거 아니죠?”
“너굴. 너굴너굴! 너굴!”
키보드에 손 떼라는 제스처를 너굴맨이 따라 했다.
“이제 쭉 상자깡 방송을 할 생각이라, 언제 또 이렇게 상자가 모일지 모르겠지만. 상자를 한꺼번에 여는 것은 다음에 하고, 오늘은! 하나씩 열어보겠습니다!”
“너굴너굴.”
공지는 이 정도면 충분했다.
이제 상자를 열어볼 차례다.
2.
“그럼, 하나씩 열어볼까요? 쓰레기가 나오면 전부 꿀꺽이 밥으로 주겠습니다.”
“너굴너굴.”
맡겨만 달라는 듯 너굴맨이 소리쳤다.
“그래. 너굴맨! 꿀꺽이 밥은 네게 맡길게!”
“너굴!”
쓰레기가 나와도 포인트로 전환된다.
그 무엇이 나와도 상관없었다.
“그래도 기왕이면, 오랜만에 상자깡인데 괜찮은 게 나왔으면 좋겠네요.”
“너-굴!”
“크!! 우리 너굴맨! 나한테 기운 불어 넣어주는 거야!?”
“너굴너굴!”
-랜덤박스를 오픈하시겠습니까?
조막만 한 손에서 뿜어진 기운을 받아. 첫 번째 상자를 오픈했다.
“땅에서 받은 초심과 너굴맨에게 받은 행운! 오픈하겠습니다!”
-랜덤박스를 오픈합니다.
전용 BGM이 흘러나왔다.
“오늘! 좋은 거 안 뜨면, 컴플레인 넣습니다! 초심과 너굴맨이 합세했는데! 나쁜 게 나올 리 있겠습니까!”
“너굴너굴!!”
무엇이든 좋다던 생각은 쏙 들어갔다.
똥이 뜬다면 투쟁이다!
“결사 투쟁! 랜덤박스 본사 찾아간다!”
“너굴너굴!!”
현규와 너굴맨이 콩트를 찍고 있을 때 새로운 알림이 떠올랐다.
-<만능 컨트롤러를 획득하였습니다.>
랜덤박스는 과장 광고도, 사기도 치지 않는 정직한 곳이었다. 만능이 붙었을 때는 좋은 물건일 확률이 높았다.
“잠시만요. 일단 만능이 붙었다는 것부터 합격이긴 합니다.”
“너굴?”
알림을 보지 못한 너굴맨은 궁금한 모양이었다.
“여러 가지 생각이 들지만, 일단 이게 뭔지 확인해 보겠습니다. 설명요정님! 등장해 주세요!”
-불쾌한 호칭입니다. 휴먼.
인공이가 등장했다.
“설명요정님. 설명 부탁드립니다.”
-이름 그대로입니다. 만능 컨트롤러입니다.
짧은 설명을 하도 강조해서인지.
최근 들어 설명이 너무 간략했다.
“우리가 생각하는 그런 컨트롤러야?”
-물건을 확인하면서 이야기하는 게 더 빠릅니다. 물건 확인을 요청합니다.
직관적인 제품이란 말이었다.
현규는 상자를 열었다.
“목도리랑 태블릿??”
태블릿으로 보이는 물건과 목도리라고 하기엔 얇고 짧은 천이 하나 들어 있었다.
-너굴맨님 잠깐 도와주실 수 있겠습니까?
“너굴너굴!”
너굴맨이 고개를 끄덕이고, 테이블 위로 올라왔다.
“너굴맨으로 시험해 보자는 거야?”
-그렇습니다. 복잡하거나 어려운 물건이 아닙니다.
인공이 말이 맞았다.
대충 어떻게 사용하는지는 예상이 됐다.
-지금부터 만능 컨트롤러 조작법에 대해 알려 드리겠습니다.
“나도 준비됐어.”
물건을 상자에서 꺼내 준비해놨다.
-1. 검은 천을 너굴맨 님의 목에 장착하시면 됩니다.
막상 만져보니 천이 아니었다. 천보다 무겁고, 마치 금속의 느낌이 들었다.
하늘거리는 천을 너굴맨의 목에 감았다.
-키잉.
집중해야 들리는 작은 기계 소리와 함께, 천은 목에 맞춰 줄어들었다.
“이거 괜찮은 거야!?”
-그렇습니다. 정상 작동 중입니다.
“너굴!”
목을 조르거나, 아프진 않은지.
너굴맨의 표정은 평온했다.
그렇게 줄어든 모습은 조금 기묘했다.
“꼭 개목걸이 같은데?”
-초커 목걸이라는 정식 명칭이 존재합니다.
연예인이나 여자들이 착용하는 얇은 초커 목걸이였지만, 현규의 눈에는 그저 얇은 개목걸이 같아 보였다.
“좋아. 초커 목걸이. 그럼 이제 어떻게 하면 되는 거야?”
-2. 너굴맨님. 몸에 힘을 빼주시길 요청합니다. 정식 동기화를 진행합니다.
“너굴!”
거창한 말과 달리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
“설명 요정님. 동기화는 오래 걸려요?”
-이미 끝난 상태입니다.
현규는 고개를 갸웃할 수밖에 없었다.
“끝난 거라고? 그럼 그다음은?”
-3. 컨트롤러로 마음껏 조종하시면 됩니다.
조종?
현규는 화들짝 놀라 대답했다.
“조종당하는 사람은 거부할 수 없어?”
-그렇습니다. 애초에 저 목걸이를 착용하는 것 자체가 굉장한 신뢰가 필요합니다.
대충 무슨 물건인지 예상이 됐다.
“원래 용도는?”
-치료 및 훈련용 기기로 사용됐습니다. 그 외에도 많은 사용처가 있지만,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자세 교정입니다.
전문가가 내 몸으로 직접 자세를 잡아주거나, 훈련해준다니 엄청난 기계였다.
머릿속에 써먹을 방법이 계속 떠올랐다.
“아이디어가 떠오르긴 하는데, 일단 너굴맨으로 시험 해보겠습니다!”
“너굴!”
목만 움직여 너굴맨이 현규를 쳐다봤다.
“목 위로는 통제할 수 없는가 보네?”
-그렇습니다. 뇌는 통제가 금지되어 있습니다.
세부적인 법인 모양이었다.
현규에게 중요한 건 그게 아니었다.
“한 마디로, 목 위로는 떠들거나 다른 곳을 볼 수 있다는 거지?”
-정확합니다. 휴먼.
어떻게 써먹을지가 중요했다.
“조종은? 그냥 하면 되지?”
-그렇습니다. 위험하거나 불가능한 동작은 자동으로 차단되니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안전까지 확보됐다면, 즐기면 된다.
3.
“태블릿으로 조종은?”
-굉장히 직관적인 인터페이스를 지녔습니다. 켜보면 바로 이해가 될 겁니다.
“어떻게···”
키는 방법을 물어보려고 했는데, 태블릿을 집자마자 화면이 켜졌다.
“오오! 이거 신기한데?”
너굴맨의 3D 모형이 그려져 있었다.
다리를 터치하고, 움직여 봤다.
“너굴! 너굴너굴!”
너굴맨이 주위를 걸어 다녔다.
-음성 인식도 가능합니다.
“음성 인식도?”
정말 상상 초월이었다.
“너굴맨 공중제비 돌면서 손뼉 쳐봐.”
“너굴!?”
너굴맨은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지만, 몸은 제자리에서 공중제비를 돌고.
-짝!
손뼉을 쳤다.
“캬!! 이거 끝내주잖아!?”
-너무 심한 동작은 지양해 주길 요청합니다. 몸이 통제되지 않는 거지, 통각은 전부 살아있습니다.
오로지 육체만 통제할 수 있었다.
“오케이. 이해했어. 어쨌든 너굴맨의 육체는 내 손아귀에 있다는 소리지!”
현규가 음흉하게 웃자.
“너굴너굴!”
너굴맨이 두려움에 떨었다.
“왜 그래? 너굴맨. 나 착한 사람이야.”
“너굴너굴!”
격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를 표했다.
“그래. 내게 몸을 맡겨.”
“너굴너굴!!”
이번엔 고개를 가로저었다.
“너의 동의는 필요 없어!”
“너굴!?”
현규의 표정은 악당 그 자체였다.
“여러분! 너굴맨의 모든 것을 보여드리겠습니다! 너굴맨 일단 춤부터 춰볼까!? 너굴맨들의 전통춤을 보여줘!”
“너굴!”
그냥 던져본 이야기였는데.
“너굴! 너굴! 너굴!”
엉덩이를 씰룩거리고, 나름대로 스탭을 밟으면서 귀엽기 짝이 없는 춤을 추기 시작했다.
“너굴! 너굴! 너굴!”
“오오!! 우리 너굴맨 잘한다!!”
현규의 칭찬에 너굴맨은 신이 난 듯 몸만 움직이는 게 아니라, 얼굴까지 춤과 하나 됐다.
“심장 터진다. 진짜.”
오동통한 엉덩이에 맞춰서 꼬리가 살랑거리는 건. 정말이지 참을 수 없는 귀여움이었다.
“너굴너굴! 너굴!”
“오오오!!! 너굴맨 멋지다!!”
“너굴!!”
마지막 마무리까지 완벽했다.
“인공아. 이거 컴퓨터로 연결해서, 원격으로 조종도 가능해?”
-가능합니다.
컴퓨터에 연결하는 것도 가능했다.
머릿속에 번개가 치듯 아이디어가 쏟아져 내렸다.
“확인해 보자. 태블릿 연결해서, 너굴맨 움직여봐.”
-태블릿을 컴퓨터 본체 위에 올려주시면 됩니다.
인공이 말대로 태블릿을 올리자.
-연결 완료했습니다.
“금방 되네?”
-그렇습니다. 사용해보겠습니다.
마지막 확인만 남았다.
-너굴맨님. 휴먼의 어깨 위로 올라가 머리를 마구 때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어!?”
되물을 시간도 없었다.
너굴맨은 현규의 어깨 위로 올라왔고.
-딱!! 딱!!
“야!! 너굴맨! 너 감정 실린 거 같은데!!”
“너굴!”
아니라고 고개를 저었지만, 너굴맨의 표정엔 작은 미소가 떠올라 있었다.
“아!! 야! 뼈 맞았어! 뼈!!”
“너굴너굴!”
-뼈 안 맞았습니다. 너굴맨님.
그렇게 녹화 방송은 끝났다.
4.
rlaalswo-신의 춤이 강림했다!! 저것이 우리들의 공식 춤이다!! 너굴맨이시여!!
ㄴ안졸리당-형. 요즘 컨셉이 좀 과하지 않아?ㅋㅋㅋㅋ 광신도야 이 정도면 ㅋㅋㅋ
ㄴ야호-크크 이 정도면 컨셉에 잡아 먹힌 거지 ㅋㅋㅋ 광신도 해라!! 해!! ㅋㅋㅋ
새롬이-우리는 그럴 마음이 없는데, 형 오버야. 물론. 한꺼번에 여는 게 좋지만.
ㄴ쉬람마-ㅋ본성나오죠?ㅋㅋㅋ물론. 저도 한꺼번에 여는 게 좋습니다.
ㄴ르망스-인간들 진짜 ㅋㅋㅋㅋ
하쿠하쿠-저 목걸이 오빠 목에 걸고 싶어!
ㄴ호랑이-ㅋㅋㅋㅋ여기 컨셉에 잡아먹힌 다른 사람 등장 ㅋㅋㅋ 도랐 ㅋㅋ 걸어서 뭐할라곸ㅋㅋㅋ?
ㄴ권미연-나쁘지 않은 거 같아요!
ㄴ개구리-아니다! 이 악마들아! 우리 형 건드리지 마!! 이 덜렁이들아!!ㅋㅋㅋ
정무경-틀린 이야긴 아님. 라이브 기대되지 않아? ㅋㅋ 근데 이거 하려나?ㅋㅋㅋ 피카피카 사건도 있고 했는데.
ㄴ김혜진-백만 볼트 사건ㅋㅋㅋ
ㄴ나린-ㅋㅋ겁나서 못할 듯.
ㄴ제이삼-아니. 우리 형이라면 가능할지도?
요리못하는여자-저 그거 잠깐 빌릴 수 있을까요? 제 목에 채우고 요리해보게요.
ㄴ쉬리스-ㅋㅋㅋ요못누님 등장.
ㄴ섹시요못-?! 상상만 해도 그림 나오고.
ㄴ손민욱-아 변태야! 좀 꺼져!
ㄴ자이-말이 안되는 건 아닌데 ㅋㅋ
병자호란-라이브 기대되는 건 맞지 않음?
ㄴ반포동-그건 맞음ㅋㅋㅋ
김호찬-너굴맨 꼬리 부분 일그러짐 일어나네. 춤추는 거 어느 정도 손질 들어간 듯. 저 취업시켜 주시면 저런 거 안 보이게 합니다!
ㄴ아소라-ㅋㅋ당연하지. 너구리가 저렇게 춤을 어떻게 춤?ㅋㅋㅋ
ㄴ미카미-ㅋㅋ진짜 취업에 대한 열정.
ㄴ숀수-내가 저런 열정이 없어서 취업 안 하잖아. ㅋㅋㅋ
ㄴ바나호-쌉 인정이구요 ㅋㅋㅋㅋ
호치-라이브 공지 떴다!!
ㄴ양평굽-미친 ㅋㅋㅋㅋㅋㅋ
ㄴ림케이-이게 랜박이다. 이 말이야!
ㄴ발부유발-그랜절 박고, 초심 바로 찾아버림 ㅋㅋㅋ 이 정도는 돼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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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자깡 방송은 성공적이었다.
“SNS에 공지는?”
-라이브 방송 공지 올렸습니다. 진짜 할 생각입니까. 휴먼?
미친 짓이나 다름없었다.
“심각할 때 강제 차단은 해 줄 수 있지?”
-가능합니다만, 굳이 이렇게까지 하는 이유를 모르겠습니다.
인공이의 의문은 당연했다.
“솔직히 나도 좀 불안하긴 한데. 아무리 생각해도 이거 재밌을 거 같지 않아?”
-제정신입니까? 휴먼?
오랜만에 듣는 잔소리였다.
5.
랜덤박스 채널의 라이브가 시작됐다.
“여러분! 너굴너굴!!”
“너굴!!”
rlaalswo-너굴맨님 ㅎㅇㅎㅇ.
쇠랑이-랜하!!
미나리-랜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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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른 속도로 시청자들이 접속했다.
현규는 굉장히 긴장한 표정이었는데 목에 '초크 목걸이'가 걸려 있었다.
“아! 쫌!! 천천히 와요!! 마음 좀 추스르게!!”
라이브방송-15. 만능리모컨 검증방송.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