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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오프닝을 맡은 건 현규가 아니었다.
“어!! 모피어스!!”
“대박!!”
시작을 담당한 건 모피어스였다.
그 사이에 머리가 제법 자라있었다.
“안녕하세요. 오프닝을 맡은 모피어스입니다.”
“우와아아아!!”
환호성이 쏟아졌다.
“들어오실 때. 작은 주머니를 받으셨을 겁니다. 지금 열어보세요.”
사람들은 서둘러 주머니를 열었다.
“사탕이 들어있죠? 재탕하는 것 같지만, 빨간색 사탕을 드셔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이게 그 사탕이지!?”
“딸기 맛!”
“맛있는데!?”
반응은 나쁘지 않았다.
“냉혹한 진실을 하나 알려드리겠습니다. 오늘은 트위키와 랜덤박스의 콜라보 이벤트입니다. 무대와 장비는 트위키에서 준비했고 진행은 랜덤박스에서 맡아주실 겁니다. 랜덤박스와 트위키 모두 사랑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빨간약은 냉혹한 광고의 시간.
“그럼, 이제 파란약을 드셔주시겠어요?”
파란약은 환상과도 같은 현실. 모두 설레는 마음으로 파란색 사탕을 먹었다.
“오늘의 주인공! 팀. 랜덤박스를 모시겠습니다!”
“우와아아아!!!”
환호성 속에서, 현규와 너굴맨이 무대에 등장했다.
“여러분! 너굴너굴!”
“너굴너굴!”
마이크 없는 현규의 목소리는 작지만 힘차게 울려 퍼졌고, 너굴맨의 목소리는 스피커에서 나왔다.
“너굴너굴!!!”
“랜-하!!!”
시청자들의 대답이 우례와 같이 쏟아졌다.
“여러분! 오프닝을 맡아주신 트위키 코리아! 모피어스 님에게 박수 좀 쳐주세요!”
모피어스 얼굴에 웃음이 피어났다.
다소 쑥스러운 얼굴로, 박수를 받으며.
“네오! 뒷일을 부탁하네!”
드립과 함께 코트를 휘날리며 퇴장했다.
“사장님!! 너무 멋지게 퇴장하시는 거 아니에요!?”
“모피어스 형님!! 멋져요!!”
환호성이 터져 나오는 동안. 너굴맨과 현규가 의자에 앉고,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여러분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게릴라 팬미팅. 저도 모르고 있던 상태에서 설정팀의 계략에 빠져···”
-휴먼. 거기까지입니다.
“역시!! 인공이 누님 오셨구나!!”
“크!! 이것이 팀 랜박!!”
인공이가 현규의 말을 잘랐다.
“아주! 이딴 식에요! 여러분! 저는 답답해서 살 수가 없습니다!”
현규의 말에 객석에서 웃음이 터져 나왔다.
“오늘 답답하시죠? 평소처럼 채팅도 못 하고, 저를 열 받게 할 후원도 불가능하고?”
““““네!!””””
인터넷 방송에 채팅이 빠지면 섭섭하다.
팬미팅이라고 다를 건 없었다.
“자. 그래서 준비했습니다. 의자 등받이에 보면 QR코드랑 웹주소가 있을 겁니다. 이곳이 오늘 팬미팅 전용으로 사용할 채팅방이니. 얼른 입장해 주세요!”
현규의 말에 모두 핸드폰을 꺼냈다.
“모르겠다 싶으시면 옆에 물어보세요! 마! 우리가 남이가!? 랜박 식구 아니가!?”
팽이-ㅋㅋㅋㅋ 아재요. 요즘은 다 알아요!
어느새 접속한 시청자의 채팅이 올라왔다.
“아니. 여러분. 숨 좀 쉬세요. 채팅창 들어왔다고, 갑자기 너무 조용해진 거 아니에요?”
채팅창에 접속하고, 소란스러웠던 현장이 조용해졌다.
루이스-퍄! 퍄! 역시 이 맛이지!
ㄴ클로에-ㅋㅋㅋ인정이구요!
서로 얼굴을 볼 때는 낯을 가렸지만, 채팅창에서는 모두가 친구였다.
“크! 옆자리 사람이랑 모른 척하더니. 채팅창에서는 아주 형제가 따로 없으시네요!”
윤라베-ㅋㅋㅋ형제여!!
소마루-ㅋㅋㅋ어!? 형!
.
.
채팅창엔 웃음이 가득했는데.
“아! 쫌! 웃는 건 소리 내서 웃으세요! 채팅으로 웃지 말고!!”
“너굴!”
그제야 사람들의 웃음소리가 들렸다.
“생각 같아선, 당장 튀어나와요! 가위바위보로 다 발라 줄 테니깐! 하고 싶은데. 그 전에 할 일이 있습니다.”
루이콘-뭐임? ㅋㅋ 딱 보니깐 긴장해서 시간 끄네 ㅋㅋㅋ 우리 형이 저래요! 꼭 저래!
“루이콘님! 누구세요!! 뭘 쫄아요! 진짜 중요한 일 때문에 그렇습니다.”
중요한 일이란 말에.
채팅창이 조용해졌다.
“우선, 자랑질 한 번 하겠습니다! 인공아 우리 구독자 얼마야!?”
-현재 구독자 914,865명입니다.
91만 4천.
필라소-진짜야!? 91만!! 랜박 클라스!
ㄴ소라미-최단기간 아님? 거의 수직 상승일 텐데 ㅋㅋ 우리형 좀 멋진데?
ㄴ너굴사랑-그게 다 너굴맨님 덕분이지.
환호성과 함께 채팅창이 불타올랐다.
“여러분의 사랑을 받아! 100만이 코앞입니다!! 그런데, 우리 유튜브 구독자님들 애칭이 없더라구요?”
“너굴너굴!”
유튜버 구독자 애칭.
“하다못해! 요리못하는여자님도 있으신데! 우리가 없어서 되겠습니까!?”
“너굴너굴!!”
그라수-그렇네? 우리 100만이 코앞인데?
가위바위보 하기 전에 마련된 코너.
“그래서! 구독자 애칭을 만들겠습니다! 중요한 일 인정하시죠!?”
“너굴!?”
클러치-인정 또 인정!! 가즈아!!!
싫다고 할 리가 없었다.
팬미팅을 개최한 이유?
가위바위보 검증이 주 콘텐츠가 아니었다. 지금까지 미뤄뒀던 일을 처리할 기회였다.
3.
“랜덤박스 팬 여러분들 중에. 사조직이 있다는 소문이 들립니다. 사탄연합, 너굴맨연합, 인공사랑연합, 여구독자연합까지! 이것들은 모두 빼고, 랜덤박스를 하나로 묶을 수 있는 걸로 선정할 예정입니다.”
“우우우우-!!!”
예상대로 장난스러운 야유가 쏟아졌다.
“근데 왜! 우리형연합이나, 우리오빠연합은 없어요!? 사조직 철퇴!! 물러가라!!”
“너굴!?”
장난스럽게 정리했지만, 특정 단체명이 애칭이 되어 사람들이 이탈하는 건 절대 안 될 일이었다.
수호대-ㅇㅇ. 이건 영리한 대처임. 원래는 친목질도 안 되는 거야! 각 세력 티키타카가 재밌어서 풀어준 거지. 애칭은 다 포함해야지.
ㄴ여구독자연합-우리도 동의! 오빠 오늘 옷 잘 어울려요!
ㄴ너굴사랑-ㅇㅇ. 동의함. 우리도 선 안 넘으려고 조심하고 있음.
ㄴ사탄연합-ㅇㅇ. 우리쪽도 동의. 우린 몇 번 넘었는데, 형이 대처를 너무 잘해서ㅋㅋ
“잡았다! 요놈! 요즘 채팅 아슬아슬하다고 채팅 관리팀한테 연락 엄청 와요! 제발! 선 관리 철저히 해주세요!”
사탄연합-판사님! 제 채팅은 고양이가 쳤습니다!
“여기 고양이가 어딨어요!”
작은 해프닝 뒤에야 선정에 들어갔다.
“느낌있고, 왠지 세련되고, 막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우리 구독자님들 클라스! 보여주세요!”
소룡포-이거 짬 당하는 기분 나만 그럼?ㅋ
ㄴ취화수-너도!? 나도!!ㅋㅋ
ㄴ시랑호-???:구독자놈들아! 어서! 멋진 놈으로 지어오거라! 에헴!!
ㄴ취화수-???<--우리형?
ㄴ프로미-스포 ㄴㄴ요ㅋㅋㅋㅋ
그냥 진행되면, 랜덤박스 구독자들이 아니었다. 짓궂은 장난이 훅 들어왔다.
“아, 아니에요! 잠깐만요! 이야기가 왜 그렇게 돼요!?”
“딱! 들켰죠!?”
객석에서 우렁찬 목소리가 나왔다.
팬들에 반응에 현규가 소리쳤다.
“좋아요! 그럼 제가 만들겠습니다!”
신호석-아 그건 쫌...ㅋㅋㅋㅋㅋ
유리찬-형 센스 없잖아!
ㄴ이민석-쉿!!
이민석-아닙니다! 형님!! 저희가 할게요!
최윤석-넵!! 저희가 하겠습니다!
필사적으로 자기들이 만들겠다고 했는데.
“이게 더 기분 나빠!!!”
마음에 상처만을 남겼다.
현규는 서글픈 얼굴로 진행을 이어갔다.
“우리 인공이 능력 아시죠? 애칭 적어주시면, 자동으로 선택해서! 분류합니다. 그렇게 선정된 애칭들은 트위치 라이브 채팅창으로 가게 됩니다.”
김윤석-여기 온 우리가 애칭 선정 및 1차 투표하고, 온라인에서 마지막 투표하는거임?
ㄴ순석-야! 너 설정팀이지!? 어디서 은근슬쩍 요약하냐! 너무 감사합니다!
ㄴ김윤석-엄마!! 나 취업했어!!!
다행히 시청자들은 빠르게 이해했다.
“그럼 올려주세요! 경건한 마음으로 기다리겠습니다!”
하나둘씩 애칭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4.
“오! 이건 느낌 있는데요?”
-랜둥이.
첫 번째로 올라온 애칭이었다.
“랜둥이 느낌 있습니다! 이것이 우리 시청자님들의 센스!”
첫 끗발이 개 끗발이란 말이 맞았다.
-랜블리.
“아 선생님들. 랜덤박스+러블리 합성어 같긴 한데, 뭔가 게임 느낌 나지 않아요?”
애매하거나.
-너굴맨과 아이들.
“이거 누구예요! 너굴연합! 아주 가만 안 둬요!”
어처구니없거나.
-랜덤조연.
“랜덤 조연 느낌 있는데요? 근데 이거 설마, 인공이 쪽 연합이에요!? 주인공이라 조연이냐!?”
느낌은 있지만 맞지 않는.
-랜선이.
“흐음. 랜박+랜선 온라인을 뜻하는 여러 가지 의미!? 나쁘진 않은데.”
썩 좋은 의견들이 별로 없었다.
그 결과 랜둥이가 눈에 들어왔다.
“랜둥이가 그나마 제일 괜찮지 않아요? 아무래도 이 정도면 결정 난 거 아닌가요?”
‘말’은 모든 일의 화근이다.
김호석-랜둥이. 느낌이 오지 않는다. 이게 랜박이냐!? 랜박이 아니다!
유석천-이러니깐 사회가 무너지고! 경제가 무너지고! 랜박이 무너지고!
ㄴ이리마-ㅋㅋㅋ아 이건 좀 지나치구요. 그래도 동의다! 이게 랜박이냐!?
사탄연합-우린 결단코! 형이 원하는 것을 주지 않을 것이다! 이것이 랜박이다!
ㄴ수호대-진성 악마들 등장이네ㅋㅋ
“그래서! 랜덤조연? 랜선이? 랜블리? 너굴맨과아이들? 이런 거 할 거예요!?”
여기서 도발한 건 실수였다.
-랜박이.
“어!?”
계속해서 겹치는 단어를 프로그램이 애칭으로 인식하고, 보기로 출력했다.
“뭐야!! 아니에요!!”
사탄연합-ㅋㅋㅋ가자!!! 랜박이 좋다!!!ㅋ
여구독자연합-오빠의 곤란한 얼굴과 랜박이란 촌스러운 애칭. 저희는 곤란한 얼굴을 택합니다 ㅋㅋㅋㅋㅋㅋ
너굴연합-ㅋㅋㅋ랜박이들. 느낌 오는데?!
“뭔 느낌이 와요!! 어허! 연합분들! 그러지 말아요!! 아니 랜박이가 뭐야!!!”
제일 괜찮은 걸 고르고, 도발한 결과.
-1차 투표 결과. 랜박이, 랜블리, 너굴맨과 아이들, 랜선이, 랜덤조연이 선정되었습니다.
“랜둥이는 왜!!!”
랜둥이가 보기에서 제외됐다.
“이 마귀들!! 전 포기하지 않습니다. 랜박이만 아니면 된다! 인공아 온라인 채팅창 확대해!!”
현규는 희망의 끝을 놓지 않았다.
인공짜응-랜박이 느낌 옴.
마구니-ㅋㅋㅋ약간 느낌 있지 않음?ㅋㅋ 랜박이? ㅋㅋㅋ 난 이게 최고인 듯.
음란마귀-이거 쫌 야하지 않음?ㅗㅜㅑ...
ㄴ이석진-제정신입니까? 휴먼?
ㄴ유호석-ㅋㅋ일상생활 가능?ㅋㅋ 아무리 생각해도 모르겠네 ㅋㅋ 뭐가 야함ㅋㅋ
ㄴ사랑방-ㅋㅋㅋ랜박이 가자!!!
초롱이-랜박이. 순박해 보이고 느낌 좋은데?
.
.
.
.
“분위기 왜 이래!? 아니 랜박이라니깐! 랜박이가 뭐야! 랜박이가!!”
“너굴?”
흥분한 현규와 달리.
너굴맨은 평온했다.
“너굴맨! 너 설마!?”
“너굴너굴.”
너굴맨이 괜찮다는 듯.
고개를 끄덕인 게 결정타였다.
너굴사랑-가자!! 너굴맨님이 괜찮다고 하신다!!
사실상 결정된 거나 다름없었다.
5.
“그래요. 이 랜빡이들아.”
사탄연합-아 형. 지금 발음이 너무 쎈거 같은데? 하하. 설마 화난 거 아니지? 랜박이들 귀엽잖아!
그 마귀들이 현규를 달랠 정도였다.
“아오! 이 빡대··· 랜빡이들!”
석굴암-형. 진정해! 방금 위험했어!
현규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원래 여기서 토크도 하고, 개드립도 치는 시간이 준비되어 있었습니다만, 우리! 사랑스러운! 랜빡이들! 덕분에, 제 전의는 최고조 상태입니다.”
김태화-캬!! 역시 우리형 프로다! 이 상황에 진행하네ㅋㅋ 화났지만! 일은 한다!
ㄴ사탄연합-자중해라! 이 악마야!!
ㄴ석호필-ㅋㅋ악마들한테 악마 소리를 듣네.
시청자들의 말대로였다.
“가자!! 팬미팅 오면! 뭐 팬사인도 해주고! 하하 호호 한다면서요!? 랜빡이들 준비해요. 가위바위보 하고, 사인해 줄테니깐.”
사인이 아닌 전투를 준비한 것 같았다.
-흥분상태로 인해. 생략된 내용을 추가 전파합니다. 휴먼에게 가위바위보를 이길시 ‘소원’ 하나를 들어드립니다. 이건 회사 차원에서 결정된 상품입니다.
보라미-오오오!! 소원!? 무엇이든 다 된다는 소리지!? 돈도!?
강철석-기회가 왔다. 형 팬티를 상품으로 받아. 여구독자연합에게 비싸게 팔겠다.
ㄴ인성수-미치셨냐고! 그냥 돈을 달라 그래!!ㅋㅋ
김호찬-취업 각 날카롭다.
ㄴ이른아침-ㅋㅋ프로 취업러ㅋㅋ오늘 여기 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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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팅이 빼곡히 올라올 무렵.
스탭들이 검은 상자들을 옮기기 시작했다.
사탄연합-아니. 형. 이건 좀.. 필승장갑이라며!! 왜 보안검색대를 만들어!!!
“뭐요!! 장갑에 포함된 상품입니다! 이 랜빡이들아!!”
평소라면 굽신거렸겠지만, 오늘은 달랐다.
당당하게 랜빡이들에게 소리쳤다.
긴급 팬미팅!-(2)드루와! 드루와! -여기부터 유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