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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까톡!
알림음이 다시 한번 울렸다.
“까까오톡이라고?”
-그렇습니다. 휴먼도 바로 이용할 수 있습니다. 모든 인터페이스가 동일합니다.
“그게 문제가 아닌데.”
너무 ‘지구식’인 게 문제였다.
-휴먼. 무엇을 상상했는지 모르겠지만, 아무리 발전해도 메신저는 메신저일 뿐입니다.
“그런···가?”
곰곰이 생각해봐도.
까까오톡 외에는 다른 게 떠오르지 않았다.
“그래서, 어떻게 사용하면 돼?”
질문과 동시에 스크린과 키보드가 나타났다.
-까까오톡 이용방법과 똑같습니다.
‘까톡’소리가 난 이유가 있었다.
벌써 메시지가 도착한 상태였다.
“이 사람이야? 관리자가?”
-그렇습니다.
그런데, 메시지가 조금 이상했다.
UP-ㅎㅇㅎㅇ
UP-야~~~!!!,,,이,,,확인을,,해쓰,,,면,, 대답을,, 해야할거,,, 아녀~~~!!
누가 봐도 ‘아재’로 보이는 메시지였다.
“관리자 맞아?”
-확실합니다.
“진짜 맞아? 아니 의심하는 게 아니라. 그냥 한 번 더 확인하는 거야.”
-관리자가 맞습니다.
유튜브 업로드용 몰래카메라는 아닌 모양이었다. 여전히 남아있는 의심을 떨쳐냈다.
현규-저, 안녕하세요. 사용법을 숙지하느라 답장이 늦었습니다.
UP-그랴,,,,무슨,,일,, 이여!? 중늘근이를 오~~라,,,가~~라,,,하고
중늘근이란 단어에 머리가 아찔해졌다.
“이거 네가 번역하고 있는 거야?”
-아닙니다. 관리자가 직접 메시지를 보내고 있습니다.
의도적인 오타란 소리였다.
“직접 쓰는 거라고? 정통 아재체인데? 중늙은이 이것도 일부러 오타 낸 거야. 관리자가 지구인이었어?”
-아닙니다.
“그럼, 도대체 뭐야 이 사람.”
현규-죄송합니다. 제가 지구 출신이라 밖으로 나가질 못해서, 이런 방법으로 연락을 드렸습니다.
의문은 의문이고, 업무는 업무였다.
최대한 공손하게 메시지를 보냈다.
UP-ㅎㅎ,,,아러.. 고거 때문에,,, 난리가 났었어!,,,,
난리가 났었다는 건.
지금은 해결됐다는 뜻이었다.
현규-저 때문에 수고스러우셨다면, 죄송합니다. 어떻게 보답이라도 해드려야 되는 게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UP-ㅎㅎㅎ,,,난중에,,받을꺼여!!ㅋ 그려,,, 무슨 일 땜에,, 연락했으까?
예의상 한 말을 그대로 받아들였다.
이건 컨셉이 아니었다. ‘진짜’ 아재였다.
현규-외계인을 대상으로 채팅창을 열고 싶어서요. 안 좋게 생각하지 마시고, 왜 그런 생각을 하게 됐는지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외계가 지구에 개입하게 되는 일이었다.
조심스러운 접근이 필요했다.
UP-설명충 아웃!!ㅎㅎㅎ,,,알어~~,,,업데이트,,,진~~~짜로 하는거여?,,, 인공이가,,,, 가짜로,,,만드는,,,줄~~
“어?”
관리자는 현규의 방송을 보고 있었다.
2.
“트위키나 유튜브 아이디 추적 가능해?”
-관리자를 추적하거나, 찾는 행위는 금지되어 있습니다.
인공이는 단호하게 대답했다.
“아니. 애초에 유튜브를 볼 수 있어?”
-관리자라면 가능한 일입니다.
관리자의 권한이 생각보다 큰 것 같았다.
현규는 서둘러 메시지를 작성했다.
현규-예. 맞습니다. 진짜로 해 볼 생각인데. 가능할지 궁금해서요.
UP-ㅎㅎㅎ,,,우짜쓰까,,, 될까~? 안 될까~?,,,농담이공,,, 되긴하는 데,,, 이거 보통일 아닌거 알제~?,,,,가는 것이 있으믄,,,오는 것이 있어야지!
대가로 제공할 만한 건, 단 하나뿐이었다.
현규-업을 드리면 되겠습니까?
UP-,,,업 관리자한테,,,뇌물 주는 거시여~~?
당황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메시지를 보냈다.
현규-업 외에는 제가 드릴 게 없습니다.
UP-,,,,어차피,,처리는,, 인공이,,가 허지?
받을 것을 벌써 정한 눈치였다.
현규-그렇습니다.
UP-알아서,,,ㅎㅎㅎ,,,받아가겠으!!ㅋㅋㅋ
“업 관리자. 믿어도 되는 거야? 무리한 부탁은 하지 않지?”
-저한테 물어본다는 것 자체가. 무리한 부탁을 하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인공이의 말이 맞았다. 무리한 부탁이라 판단되면 반드시 현규에게 묻고, 결정한다.
현규-채팅방은 허가 났다고 생각해도 되겠습니까?
UP-ㅇㅇ,,, 몇 가지,, 조정이 필요헌디,,, 고거슨ㅎㅎ,,, 인공이,,랑,,!!,,,,
이건 무언가 이상했다.
현규-처리를 인공이가 하더래도, 제가 참관하겠습니다. 처음 내주시는 허가인데, 돕고 싶습니다.
마음에 없는 소리를 하며, 관리자를 떠봤다.
UP-들으면,,,, 큰일 날 텐데?,,,
순간, 날아오는 공을 피할 때처럼.
온몸에 신경이 곤두서고, 위험이 느껴졌다.
생각하고, 판단하기도 전에.
본능이 먼저 움직였다.
현규-그럼 안 듣겠습니다. 나중에 인공이에게 따로 보고 받겠습니다. 경고 정말 감사합니다.
메시지를 보내고도 여전히 소름이 끼쳤다.
UP-어뜩캐,,,이 위태로운 상태를,,,유지허나,,,했더니,,,,, 대단하고만,,, 빠르네?
주인공-여기부터는 제가 참가하겠습니다. 휴먼의 스크린을 종료합니다.
스크린이 종료됐지만.
감각은 여전히 위험 경고를 울렸다.
“인공아!! 먼저 간다!!”
그대로 지구로 넘어갔다.
빤스런이 답이었다.
3.
불안감을 털기 위해 너굴맨을 쓰다듬었는데.
“굴굴굴..”
“잠이 오냐.”
너굴맨은 어느새 곤히 잠들었다.
그런데도, 쓰다듬는 걸 멈추지 못했다.
“왜 이렇게 안 끝나.”
부드러운 털의 감촉에.
불안한 마음이 쓸려 내려갔다.
-교섭을 완료했습니다.
“끝났어!?”
“굴..?”
인공이가 돌아왔다.
“어떻게 됐어!?”
“너굴?”
다급한 목소리에 너굴맨이 눈을 떴다.
-무사히 끝났습니다. 몇 가지 휴먼에게 제한된 정보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내가 들을 수 있는 것들만 자세히 설명해줘.”
평소와는 반대로 자세한 설명을 요구했다.
-지구의 물건을 요구했습니다.
“구하기 어려운 거야?”
-아닙니다. 공산품입니다.
그렇다면 문제 될 게 없었다.
중요한 건 이게 아니었다.
“그럼, 알아서 주문해줘. 그보다, 어떻게 됐어?”
-외계인 채팅방은 허가됐습니다.
“방법은?”
아무나 채팅방에 들어올 수 있는 건.
절대 아닐 것이다.
-3중 검증시스템을 채택하여, 지구에 관련된 내용이 나오지 않도록······
“잠깐!”
아무리 자세한 설명을 요구했다지만,
너무 자세한 설명이었다.
“중요한 부분만. 원리까지는 필요 없어.”
-채팅방의 책임자는 업 관리자입니다.
이런 내용을 원했다.
“이유는?”
-책임소재를 위한 직책입니다.
무척 단순한 이유였다.
“쉽게 말해서?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어?”
-복잡한 여러 이유가 있습니다만, 휴먼이 이해할 수 있는 건 여기까지입니다.
무시하려고 하는 말이 아니었다.
허락된 정보가 여기까지인 것이다.
“좋아. 대가는 우리가 준비할 수 있고, 채팅방 관리 방법은 이미 준비된 것 같고. 문제없는 거지?”
-가장 큰 문제가 남았습니다.
그저 채팅방 하나 개설하는 일이었는데.
문제가 끊이질 않았다.
“뭐가 남았어?”
-휴먼은 근본적인 것을 잊고 있습니다.
근본적인 것.
현규가 고개를 갸웃했다.
“무슨 소리야?”
-채팅방이 문제가 아닙니다.
인공이의 말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근본적인 것은 다른 게 아니었다.
“채팅방 참가자!!”
-맞습니다. 외계인들이 우리 채팅방을 이용할 이유가 없습니다. 아니 존재 자체를 모릅니다.
채팅방에 집중을 하다 보니.
정작 가장 중요한 걸 빼먹고 있었다.
“유튜브 개방할 수 없어?”
-지구의 인터넷에 접속은 엄격히 금지되어 있습니다. 예외적인 상황에만 사용할 수 있습니다.
“우리 쪽에서 외계에 업로드는?”
-그것 또한 금지되어 있습니다.
가장 중요한 무기가 막힌 꼴이었다.
“유튜브 없이 해야 한다는 거네. 따로 생각한 방법 있어?”
무기는 없지만, 든든한 동료가 있었다.
-방법이 있습니다.
“역시!! 인공님!! 믿고 있었습니다!”
-저의 생각이 아닙니다. 업 관리자가 제시한 방법입니다.
“어?”
묘한 불안감이 느껴졌다.
“방법은?”
-너굴맨 님을 오늘 저녁까지 임대 해주는 조건입니다.
“너굴?”
품에 안긴 동료가 현규를 쳐다봤다.
채팅방을 얻자고, 동료를 팔순 없었다.
“됐다 그래. 채팅방? 필요 없어! 임대는 누구 마음대로 임대야!!”
“너굴너굴.”
신기한 건 너굴맨이 굉장히 침착했다.
-싫다고 하면 전하라는 전언이 있었습니다.
“아 진짜.”
아니나 다를까 관리자는 상황을 예견하고, 전언을 남겼다.
-아이야. 외계인 시청자 모집과 유튜브 각까지 잡아줄 테니. 신파 찍지 말고, 보내려무나. 라고 하셨습니다.
“이 아재가 진짜··· 업 관리자. 믿을 수 있는 사람이야?”
도와주려는 의도가 느껴지긴 했지만.
문제는 그를 믿을 수 있냐는 것이었다.
-관리자들은 ‘업’ 때문에 함부로 행동하거나, 거짓말하지 못합니다.
“두루뭉술하게 말하지 말고, 너굴맨을 보내도 괜찮을 거 같아?”
인공이와 너굴맨은 평온했다.
초조한 건 현규뿐이었다.
-휴먼의 오해를 바로잡습니다.
“어? 무슨 말이야?”
-업 관리자는 업에 관련된 문제가 아니라면, 경계하거나 조심해야 하는 존재가 아닙니다.
“그 믿음직스럽지 못한 아저씨가?”
현규는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렇습니다. 제한이 있어 자세한 설명은 불가능하지만, 믿어도 되는 존재입니다.
“너굴너굴!”
너굴맨도 괜찮다는 듯. 현규에게 말했다.
“그럼, 너굴맨이 잠시 다녀오는 것도 큰 위험이나 문제는 없다는 거야?”
-그렇습니다.
“너굴!!”
4.
“너굴맨!! 이거 다 챙겨가!!”
“너굴너굴.”
너굴맨이 괜찮다고 손짓했지만.
이것만큼은 양보할 수 없었다.
“가져가! 다 녹화해와. 위험한 일이라도 있었으면, 아저씨한테 팍팍 따져줄 테니깐.”
“너굴···”
-휴먼. 아직도 못 믿는 겁니까?
외계에서는 어떤 이미지인지 모르겠지만.
현규에게는 음흉한 아저씨일 뿐이었다.
공무원을 이렇게 신뢰하는 게 이해되지 않을 정도였다.
“자고로, 공무원은 믿는 거 아니라고 했어.”
-휴먼. 그런 존재가 아닙니다.
“너굴너굴.”
너굴맨과 인공이가 말렸지만 상관없었다.
“가져가. 이거라도 챙겨가야 내 마음이 괜찮을 거 같아.”
“너굴. 너굴너굴!”
현규의 마음을 느낀 모양인지.
계속 사양하던 너굴맨이 고개를 끄덕였다.
“너굴맨! 혹시 무슨 일 생기면 와서 다 말하고, 힘들어 보이면 그냥 와! 내가 책임질 테니까.”
“너굴. 너굴너굴.”
현규의 진심 어린 걱정에 기분이 좋은지 자꾸 현규에게 안겼다.
“인공아. 너랑 통신할 수 있는 물품도 챙겨주고! 빨리 빨리해!”
-이미 연결을 완료했습니다. 휴먼. 시어머니에 고통받는다는 기분을 오늘 느꼈습니다.
유난을 떠는 이유는 다른 게 아니었다.
“저 조그마한 아이를 보내다니. 내가 죽일 놈이지. 차라리 내가 갈까? 진정이 안 된다 정말.”
“너굴너굴! 너굴!”
너굴맨은 가족이나 마찬가지였다.
“너굴맨 진짜 괜찮겠어?”
“너굴!”
너굴맨이 해맑게 대답했다.
5.
<외쳐!! 빛굴맨!!>
기묘한 방송 제목으로 라이브가 시작됐다.
“여러분. 너굴너굴.”
“굴굴...”
현규가 작은 목소리로 인사했다.
rlaalswo-너굴너굴!!ㅋㅋ 목소리 왜캐 작은가 했더니 ㅋㅋ 너굴맨님 주무심?
김호찬-랜하! ㅋㅋㅋ 방제 뭐임?ㅋㅋ
하쿠하쿠-랜하!랜하!
피뢰침-랜하!!
.
.
.
.
.
빠르게 시청자들이 접속했다.
“항상 빛이지만, 오늘만큼은 진짜 빛굴맨입니다.”
rlaalswo-캬! 형. 역시 아는구나?ㅋㅋ
너굴사랑-너굴맨님 자는 모습 졸귀.. 심장 뿌셔!! 지구 뿌셔!!
ㄴ랜빡의원-ㅋㅋㅋ그걸 왜뿌셔 ㅋㅋㅋㅋ
너굴맨은 책상 위에서 곤히 잠들어 있었다.
“외계 채팅방 런칭. 말씀드렸죠?”
김호찬-아! 그러고 보니. 없네? 아직임?
시청자의 말대로 외계 채팅방은 아직이었다.
“여기서, 저의 멍청함이 드러납니다. 채팅방을 만들 생각만 했지 참가자를 구할 생각을 안 했더라고요.”
필로스-응? 참가자 설정팀 직원들 아님?
ㄴ김초롱-쉿! ㅋㅋ지금 랜빡 유니버스 푸는 중입니다.ㅋㅋㅋㅋㅋ
계속 설명을 이어갔다.
“그래서 방법을 찾던 중에. 우리의 빛굴맨이 영업에 나섰습니다. 그 장대한 스토리! 보실 준비 되셨습니까?”
rlaalswo-그러니깐. 너굴맨님이 외계에서 영업하고 오셨다는 거? ㅋㅋ내가 제대로 이해한 게 맞음?ㅋㅋㅋㅋㅋㅋ
ㄴ피뢰침-ㅋㅋ맞는 듯. ㅋㅋ 진짜 하다 하다 별짓을 다 하네 ㅋ
김호찬-ㅋㅋㅋ채팅방 그냥 만들면 되지. 거기에 유니버스를 얹고, 영상까지 만들었다고?ㅋㅋ
시청자들의 반응이 달아올랐다.
“그럼 시작하겠습니다!”
“굴?”
영상이 시작됐다.
“콜로세움?”
상상도 못 한 장소가 튀어나왔다.
외계 채팅방(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