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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잠깐만요!!”
영상을 일시 정지했다.
“콜로세움처럼 보였는데. 외계니깐 건축양식이 다른 거겠죠?”
“굴굴..”
rlaalswo-건축업 종사자 없음!? 조무사 등장해라!! 이게 어떻게 된 거냐!!
ㄴ건축조무사-진짜 조무사임. 콜로세움이란 건물 자체가 많은 사람이 보기 위한 무대임. 문화가 다르다고, 기본적인 게 바뀌진 않음.
ㄴ피뢰침-콜로세움 비슷하다는 거지?
ㄴ건축조무사-ㅇㅇ... 그런 건물로 쓰일 확률이 높지. 랜빡 유니버스 이상한데서 디테일 챙겨서 그런 확률이 농후함.
ㄴ천사연합-좋은 정보는 감사합니다만, 설명충 아웃^^.
시청자들도 술렁이기 시작했다.
“이거 시작부터 불안하네요. 다시 플레이하겠습니다.”
영상이 다시 재생됐다.
보면 볼수록 콜로세움과 똑같았다. 가운데 무대가 있고, 관객석에는 자리마다 비석이 놓여있었다.
“관객석에 놓인 비석은 뭐야?”
-원거리 접속을 위한 툴입니다. 휴먼이 생각하는 좌석이 맞습니다.
직접 오는 게 아니었다.
“집에서 즐기는 콜로세움?!”
-그렇습니다.
“5G 시대! 집에서 즐기는 콜로세움!!?”
팔라미-ㅋㅋㅋㅋ 광고 노림?ㅋㅋㅋ
천사연합-의식의 흐름 진행. 칭찬해^^
ㄴ피뢰침-ㅋㅋㅋ이걸 맥이네.ㅋㅋㅋㅋ
쓸데없는 드립은 여기까지였다.
영상 속 장소가 무엇을 하는지는.
다음 장면에서 알 수 있었다.
-쾅!! 쾅-!!
-쾅!!
고요한 경기장.
금속이 부딪히는 소리만 울려 퍼졌다.
관객이 가득하면서, 전혀 없는 이곳.
-쾅!!
똑같은 로봇이 싸우고 있었다.
“잠깐!! 스톱!!! 이 아저씨, 얘를 어디에 보낸 거야!!”
“너굴!?”
너무 놀라 소리를 질렀다. 얼마나 컸는지. 그 소리에 너굴맨이 깨어날 정도였다.
rlaalswo-ㅋㅋㅋㅋㅋ몰랐음? 아니. 웃을 때가 아니네. 모르는 곳에 왜 보냄!!! 뭐 하는 거임!!
ㄴ너굴사랑-맞음!! 뭐하는거임!!
ㄴ피뢰침-본사에서 나온 거 아님!?ㅋㅋㅋ
ㄴ너굴짜응-본사에서 나왔다고 우리형이 쫄 사람임!?
ㄴ김호찬-친구. 회사 안 다니지? 쫄아... 누구나..그래...
ㄴ윤석정-ㅋㅋㅋㅋ직장인 등장.ㅋㅋㅋ 근데 맞는 말임.ㅋㅋㅋ
채팅창에는 묘한 설정이 생기고 있었다.
개떡같이 말한 걸, 찰떡같이 이해했다.
<랜빡의원 님이 10,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랜빡의원-형. 진짜 본사에서 나온 거야?>
후원까지 등장했다.
지금 필요한 건 ‘두뇌 풀가동’이었다.
2.
진지한 표정으로 카메라를 응시했다.
현규의 단독 샷으로 전환됐다.
“여러분. 저희 랜덤박스. 신이 내려주신 거라고 말씀드렸죠? 본사가 있겠습니까? 설마, 본사 쪽에서 만든 영상이라 제가 전혀 참여하지 못했겠어요? 그래서 지금 진심으로 놀라겠어요!? ··· 이 미친 아저씨가 진짜!!”
시청자들이 만든 설정에, 살을 덧붙였다.
rlaalswo-당했네 당했어!ㅋㅋㅋㅋㅋ
새롬이-ㅋㅋㅋㅋ 본사에서 내려왔나 보네.
ㄴ최홍-대규모 업데이트. ㅋㅋ 이렇게 준비했는데. 본사에서 내려올 만하지. ㅋㅋ
랜빡의원-형!! 지금 본심이 너무 나온 거 같은데 ?ㅋㅋㅋ
반응을 보니. 성공이었다.
“작고 귀여운 애를 저런 곳에 보낼 생각을 하다니. 저는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너굴! 너굴너굴!”
너굴짜응-그건, 인정!
현규의 걱정에 너굴맨이 고개를 저었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저건 아니었다.
펼쳐지고 있는 경기는 장난이 아니었다.
서로 치고받고, 그야말로 난타전이었다.
-쾅!!
-쾅!!쾅!!
난타를 이어가던 경기의 흐름이 변했다.
백색 로봇이 흑색 로봇의 팔을 잡아.
-콰--앙!!!
엎어치기 한판.
흑색 로봇은 일어나지 못했다.
김호찬-솔직히 이야기하면. 이걸 만들 기술이 있으면! 영화를 만들라고!!!
ㄴrlaalswo-ㅋㅋㅋ업계인 화났죠? ㅋㅋㅋ 하지만 랜박에선 별거 아니죠?ㅋㅋㅋㅋ
ㄴ김호찬-그게 더 열 받음 ㅋㅋ 랜박에선 이런 게 별거 아님.
피뢰침-박력 장난아님. 미쳤다. 메카닉! 승부! 외계! ㅋㅋ선물세트네.ㅋㅋ
ㄴ윤쓰-인정 또 인정이구요!
승패가 결정되고, 나레이션이 나왔다.
-정의가 승리한다! 빛의 전사! 크록타가 승리했습니다!
“빛의 전사? 이 정도 네이밍 센스면 우주적 문제 아닙니까? 제가 다 부끄럽습니다.”
이석현-ㅋㅋㅋ 본사 디스 들어가죠?ㅋㅋ
ㄴ우충재-ㅋㅋ촌스럽긴 함 ㅋㅋ 빛의 전사가 뭐냐. 빛의 전사가 ㅋㅋㅋㅋ
신랄한 독설에 시청자도 동의했다.
-오래 기다렸습니다. 오늘의 메인 매치! 어느 순간 사라졌던 환상의 선수가 복귀했습니다.
“설마···”
설마 하는 감정은.
-핏빛 학살자! 살아있는 전투 병기! 로봇 격투의 교본! (#######)입니다!!
이름은 알아들을 수 없는 언어로 나왔지만.
실루엣만으로도 누군지 알 수 있었다.
-너굴-!!!
너굴맨이 포효하자.
-스피커를 개방합니다!
-우와아아아아-!!!!!!!!
-크아아아아---!!!!!
.
.
.
객석에서 함성이 터져 나왔다.
rlaalswo-쩐..다..!!
너굴사랑-너굴맨님.. 카리스마 대박!
동감이었다.
현규가 알던 너굴맨이 아니었다.
3.
“음··· 그러니깐. 저분이 너굴맨?”
“너굴!”
혹시나 했지만, 역시나였다.
너굴맨이 고개를 끄덕였다.
현규는 어색하게 웃으며 화면에 집중했다.
rlaalswo-ㅋㅋㅋ형 설마 쫄!? 너굴맨님 포스에 겁먹은 거 아니지!? ㅋㅋㅋㅋㅋ
채팅도 못 본 척 무시했다.
-도전자. (#######)이 사라지고, 자리를 차지한 현재의 챔피언!! 삭풍의 전사! 크롤라마입니다!
도마뱀 느낌의 실루엣이 나타났다.
더 커다란 덩치.
실루엣만으로도 느껴지는 근육.
-크라라라---!!!!
위압적인 포효까지.
압도적인 모습이었지만, 왠지 작아 보였다.
-스피커를 개방합니다!
-우와아아아아!!!!
.
.
함성도 너굴맨과 비교가 되지 않았다.
rlaalswo-내가 너굴맨님을 사랑해서 그런지 모르겠는데. 실루엣은 상대가 지리는데, 포스는 너굴맨 님만 못 한 듯?
ㄴ윤석정-ㅇㅇ..나도 글캐 느낌.ㅋㅋ 저 쪼만 몸에서ㅋㅋ 이유를 모르겠다 ㅋㅋㅋㅋㅋ
ㄴ쭈용이-ㅋㅋㅋㅋㅋ패기 아니냐?ㅋㅋㅋㅋ
시청자도 같은 느낌을 받은 모양이었다.
-양 선수. 접속!!
“응? 접속?”
“너굴!”
-설마, 기계에 탑승한다고 생각한 건 아닐 거라 믿겠습니다.
못 들은 척 화면에 집중했다.
콜로세움 중앙에서 2대의 로봇이 바닥에서 튀어나왔다.
연한 회색의 로봇과 피처럼 붉은 로봇.
누가 너굴맨인지 감이 잡혔다.
“핏빛 학살자?”
“너굴!”
너굴맨이 해맑게 대답했다.
“로봇은 똑같네?”
-그렇습니다. 같은 기체를 사용해, 순수한 실력을 보는 경기입니다.
로봇의 성능이나 기술이 아닌.
순수한 실력의 승부.
-경기 시작됩니다!!
경기가 시작됐다.
4.
시작과 동시에 빨간 로봇이 손을 까닥거리며 도발했다.
“시작부터?”
rlaalswo-ㅋㅋㅋ이게 너굴맨님이다!!
ㄴ윤쓰-도발 간지 미쳤고 ...ㅎㄷㄷ....
상대는 신경 쓰지 않고, 침착하게 대응했다.
자세를 잡고 들어갈 타이밍을 노렸다.
잠시 대치가 이어지자.
너굴맨은 들어오라는 듯.
가드까지 풀고, 노골적으로 도발했다.
“어!?”
회색이 안쪽으로 파고들어 주먹을 날렸다.
-탕!
쇠를 때리는 소리가 들리고.
어째서인지 주먹은 닿지 못했다.
“정지!!”
순간, 영상이 멈췄다.
rlaalswo-아 뭐임!! 지금 딱 몰입하고 있는데!!
이유가 있었다.
“뭘 보는 척하고 있어요! 날아오는 공을 피하는 나도, 너무 빨라서 못 따라가는데!”
너굴사랑-그건 인정! 너무 빨라. 뭐가 어떻게 된 건지 모르겠음..ㅎㅎ;;;
김호찬-볼수록 미쳤네. 이걸 만들었다고??
“인공아 적당히 속도 좀 조절해줘.”
-몰입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속도를 조절합니다. 영상을 재생합니다.
영상이 다시 시작됐다.
회색 로봇은 반대 팔로 공격했는데, 빨간 로봇은 예상했다는 듯 피했다.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상대는 계속해서 공격을 이어갔다.
주먹을 뻗고, 다리를 날리고,
계속해서 공격을 쏟아냈지만.
단 하나도 빨간색에는 닿지 못했다.
“피한거야?”
“너굴!”
너굴맨이 고개를 끄덕였다.
전부 보고 피했단 소리였다.
“맨 처음엔?”
“너굴너굴 너굴.”
-곧 나온다고 하십니다.
빨간 로봇의 자세가 변했다.
가드를 올리고, 공격을 준비했다.
회색 로봇은 흐름을 빼앗기지 않겠다는 듯이. 다시 공격을 날렸다.
-탕!!
영상이 느려지며 어떻게 된 일인지 보였다.
“저게 뭐야.”
“굴.”
반격기도 아니었고, 흘리기도 아니었다.
날아오는 공격을 옆으로 밀어냈다.
-탕!
공격의 흐름을 끊고, 닿지 못하게 만든다.
이건 공격이면서 방어였다.
-탕!
-탕!
-탕!
모든 공격이 막히고, 닿지 못했다.
회색이 더는 공격하지 않자.
빨강의 기세가 변했다.
막기만 했는데, 모든 주도권이 넘어왔다.
-쾅!
공격의 시작이었다.
-쾅! 쾅! 쾅쾅!!
“어깨?”
빨간 로봇은 회색의 오른팔 어깨관절을 집요하게 공격했다.
rlaalswo-어깨 관절만 노리는 거?
ㄴ격투기조무사-ㅇㅇ.... 전략적 선택 아니야? 관절부 고장 내서 주먹 못 쓰게 하려는?
ㄴ피뢰침-있어도 어차피 못 맞추는데?
ㄴ격투기조무사-그렇네ㅋㅋㅋ 그래서 내가 조무사야! ^^
-으직!
무언가 부서지는 소리와 함께.
오른쪽 가드가 해제됐다.
집요하게 관절을 노린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미친.”
사탄연합-ㅎㄷㄷ... 너굴맨님... 그건 좀..
rlaalswo-신이시다..!!...
시청자들과 현규가 경악했다.
-콰-직!
관절이 부서진 팔을 강제로 잡아 뜯었다.
뜯긴 팔에서 오일이 흩뿌려졌다.
기계의 피가 하늘을 수놓았다.
핏빛 학살자란 별명이 붙은 이유가 있었다.
5.
영상이 끝나고, 현규가 제일 먼저 한 일은.
“여태 제가 잘못 한 게 있다면 넓은 아량으로 용서해 주시길 바랍니다!! 너굴맨이시여!!”
“너굴!!?”
바짝 엎드려 용서를 구하는 일이었다.
rlaalswo-이제야, 주제 파악을 했구나!! 더 고개를 조아리거라!!
윤석정-ㅋㅋㅋㅋ 형 표정. 새하얗게 질린 거 봤음?ㅋㅋㅋ 팔 뜯길 때. 자기 팔 잡음ㅋㅋ
피뢰침-임팩트 진짜 미쳤다. 너굴맨님 다시 봤음 ㅋㅋㅋ 그래도 여전히 귀여움 ㅋㅋㅋ
ㄴ너굴사랑-그건 맞지 ㅋㅋ, 영상 잘 뽑긴 했는데. 너굴맨님 귀여운건 사랑이지 ㅋㅋㅋ
ㄴ피뢰침-ㅋㅋㅋ나도 모르게 너굴맨님이라고 채팅했네 ㅋㅋㅋ 미쳤다 ㅋㅋㅋㅋㅋ
충격적인 엔딩에 채팅창도 술렁였다.
“너굴! 너굴너굴. 너굴!”
현규의 모습에 너굴맨은 발을 동동 굴렀다.
“너굴너굴! 너굴!”
-제발 부탁이니 일어나 달라고 하십니다.
“너굴맨님! 우리 사이가 변하는 일은 없겠지요? 변해도 이뻐해 주시기만 하면! 충성을 다하겠습니다!”
혹시 모르는 일이었다. 확답을 받아야 했다.
“너굴너굴!”
-그렇다고 하십니다.
확답이 나오자마자 바로 일어났다.
“너굴맨!! 사랑한다!!”
“너굴너굴!!”
현규가 팔을 벌리자.
너굴맨이 달려가 안겼다.
박기철-........놀고들있다ㅋㅋㅋ
유망주-근데, 애초에 이걸 왜 본거지?
ㄴ너굴사랑-외계인 팬을 구하러 간 거잖아 ㅋㅋㅋㅋ
ㄴ유망주-맞네! ㅋㅋ그럼 영업 뛰러 가서, 로봇 하나 찢어버린거임?ㅋㅋㅋㅋ 무슨 상관인데? ㅋㅋㅋㅋ
지금이 타이밍이었다.
“너굴맨의 영업결과! 지금 보시겠습니다!”
“너굴너굴!!”
화면에 새로운 채팅창이 떠올랐다.
<지구>
rlaalswo-ㅋㅋㅋ 우리 채팅창 이름 생김 ㅋㅋㅋ <지구> 센스 진짜 ㅋㅋㅋㅋㅋ
기존의 채팅방에 이름이 생기고.
<외계>
24기흙의전사-핏빛 학살자에게 영광을!
13기빛의전사-오랫동안 사모했습니다!!
ㄴ크라나-하여간, 격투계 놈들 말투하고는 ㅋㅋㅋ 아주 영화를 찍어요! 찍어!
크라나2-ㅋㅋㅋ그래도 학살자 오랜만에 보니깐 좋다. 귀여움의 카리스마 여전함 ㅋㅋ
ㄴ43기불의전사-좋은 눈을 하고 있구나.
ㄴ크라나2-ㅋㅋㅋ좋은 눈을 하고 있구나래 ㅋㅋㅋㅋ그놈에 격투체 안 쓰면 안 됨?ㅋㅋ
새로운 채팅방이 생겼다.
“음... 채팅방 잘못 불러온 거 아니야?”
다만, 덜떨어진 친구들이 접속해 있었다.
-아닙니다. 오류는 없습니다.
외계인에 대한 기대는 산산이 부서졌다.
<지구>
사탄연합-ㅋㅋㅋㅋㅋㅋ외계인들이랑 지구인 별 차이 없죠?ㅋㅋㅋㅋㅋㅋ
<외계>
크라나128-야! 어떻게 니들이랑 우리가 비교되냐!? ㅋ 우리가 어느 정도인 줄 알아!?
<크라나128님이 강제 퇴장되었습니다.>
채팅창은 혼돈의 도가니였다.
“아···주여.”
-휴먼. 채팅에서 뭘 기대한 겁니까?
적어도 이런 상황은 아니었다.
아무리 봐도 저건 랜빡이들이었다.
외계인? 착취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