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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구독자연합-오늘 방송 아주 알찼다고 평가합니다!! 꿀잼이었으니 안 보신 분들 꼭 보세요! 구독자 인증마크 드립니다!
반응은 하나의 댓글로 요약할 수 있었다.
“지옥을 넘으니 보상은 달콤하구나.”
“너굴너굴.”
너굴맨은 못 말리겠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부정적인 시청자들의 반응은?”
-출력하겠습니다.
긍정적인 반응을 봤으면.
이제 부정적인 반응을 볼 차례였다.
마구니-방송은 재밌긴 했는데. TRPG랑 진실 물약은 어차피 시나리오대로 가는 거 아님?
ㄴ3대200-그렇긴 하겠지?ㅋㅋㅋ
ㄴ마구니-진실의 물약은 먹고, 우리한테 질문 받는 뻔한거 간다.
ㄴ천사연합-ㅋㅋ뭔 과몰입이야. 우리야 재밌게 보면 되는 거지. ㅋㅋㅋㅋ
ㄴ마구니-그건 맞는데. 흠... 하고 싶은 말은 많은데 방송 보고 판단하겠음.
ㄴ천사연합-너 딱 보니깐. 다음 방송 후에 역시 우리형 짱짱맨이라고 댓글 남긴다.
“문제네.”
-확실히 문제입니다.
진실과 시청자가 아는 사실.
두 가지가 다르면서 나타난 문제였다.
“그나마, 진실 물약은 좀 색다르게 가면 될 거 같은데. TRPG는 시나리오를 모르니. 어떻게 판단이 안 되는데?”
-지노스의 전언이 있었습니다.
“어!?”
이런 상황을 예측한 모양이었다.
-무엇을 상상해도 그 이상일 거랍니다.
“음···”
좋아하기엔 걱정이 됐고.
싫어하기엔 다행이었다.
“일단, 미루자.”
-진실 물약을 먼저 하시겠습니까?
“어. 통제 가능한 물건부터 시작해야지.”
진실 물약을 써먹을 최적의 대상이 있었다.
“이번엔 사이즈 좀 크게 가볼까?”
-어떻게 준비하면 되겠습니까?
“휴방 공지 올려.”
현규의 얼굴엔 짓궂은 미소가 가득했다.
-휴먼. 비장한 척 이야기하지 말고 정확히 설명해주길 요청합니다.
“아, 미안! 그러니깐···”
휴방은 휴방이되.
조금 독특한 휴방을 해볼 생각이었다.
2.
“어떻게 이런 생각을 다 하셨어요?”
“맞아요! 전 녹화하러 매일 가는데도, 바쁘셔서 얼굴 보기 힘들던데!”
미영이와 송희는 뒷좌석에서 재잘거렸다.
“제가 너무 바쁘기도 했고, 오랜만에 팀 랜덤박스 단합회 한번 하는 거예요.”
현규는 담담히 말했지만.
“이렇게 갑자기요?”
“그쵸!? 좋긴 한데, 불안해요!”
여자의 ‘촉’은 정말이지 무서웠다.
“너굴맨도 나오니깐 좋지?”
“구우.”
그녀들의 말에 대답하지 않고. 가만히 있는 너굴맨에게 말을 걸었다. 조수석에 앉아 밖을 구경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그래도, 요즘같이 날씨 좋은 날. 방송 녹화한다고 스튜디오에만 있는 건 너무 아깝지 않아요?”
“그건 맞아요!”
송희는 신나서 소리쳤고,
미영이도 미소를 지은 채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송희야. 한국말은 끝까지 들어야 해. 하지만이 나오면 보통 안 좋은 이야기가 나와.”
“네! 언니. 조심할게요!”
무슨 말을 하기도 전에 미영이 끼어들었다.
“마님들 한 번만 들어주시면 안 될까요?”
현규의 애절한 부탁에 웃음이 터졌다.
“좋아요. 해보세요.”
“저는 들을 준비가 됐어요!”
특별한 이야기는 아니었다.
“저희가 그래도 프로 방송인인데. 그냥 놀면 되겠습니까!? 그래서 준비했습니다!”
“차에 설치된 카메라들 말이죠?”
“아! 그래서 설치해 놓으신 거예요!?”
차에 설치된 카메라의 용도.
“맞습니다! 휴가도 가고! 단합도 하고! 휴식도 취하면서! 방송까지 찍어버리는! 놀면서 일하기입니다!”
“우와!!”
송희는 굉장하다는 듯 놀랐지만.
미영이는 아니었다.
“이번 콘텐츠는 랜덤박스 단합회라는 말이네요? 송희야 속지마! 이거 일이야! 일!”
“어!? 그런 거예요!?”
역시나 프로방송인.
짬에서 나오는 통찰력.
어떻게 돌아가는지 꿰뚫어 봤다.
“일이라니! 아닙니다! 풀버전도 아니고, 짤막하게 편집해서 브이로그처럼 사용될 거에요. 정말 일 아닙니다! 여러분은 저를 믿고 노시면 됩니다!”
“저희 진짜 카메라 신경 안 쓸 거예요.”
“언니! 전 원래 신경 안 써요!”
오히려 바라는 바였다.
“더 좋아요! 그냥 편안하고 즐겁게 노시면 돼요. 인공이 편집 솜씨 아시죠?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믿어보겠어요. 현규씨.”
“네!! 저두요!!”
눈을 빛내는 미영이를 애써 무시하고.
첫 번째 목적지로 향했다.
“일단 쇼핑부터 할까요!?”
현규의 빌드업은 이제 시작이었다.
3.
“방송이 아니니깐. 오늘 요리는 현규 씨가 해주시는 거죠?”
“그럼요! 그럼 메뉴는 어떻게 하시겠어요?”
요리 당번이 자연스럽게 결정되고.
“고기요! 고기! 캠핑엔 고기에요!”
“국물도 하나 있으면 좋아요.”
“국물은 닭 한마리 칼국수로 하고, 구이는 양 적고 비싼 거로 고르세요.”
메뉴가 정해졌다.
“양 적고 비싼거요?”
“회사에서 쏩니다. 평소에 구이로 드셔보고 싶었던 거. 오늘이 날입니다.”
순간, 두 여인의 눈빛이 변했다.
“언니! 소에요!”
“송희야. 진짜 비싸고 맛있는 건. 해산물이란다.”
치열한 눈치 싸움을 하던 도중 깨달았다.
“둘 다 사면 되죠!”
“그래!”
뛸 듯 걸어가는 그녀들 뒤를.
머슴 하나가 카트를 밀며 쫓아갔다.
언제나 느끼는 거지만.
여자들의 쇼핑은 굉장했다.
“현규 씨. 저희 점심도 가서 해 먹는 게 어때요?”
“별 상관은 없는데, 시간이 좀 늦을 텐데 괜찮으세요?”
대답을 들을 필요도 없었다.
그녀의 눈빛은 ‘정복자’ 그 자체였다.
1++ 소고기.
처음 보는 크기의 새우.
부르주아의 상징 랍스터.
마트에 원래 있었나 싶은 조개까지.
카트에 음식들이 빠르게 쌓였다.
하루 먹기에, 충분한 양이었다.
“이 정도면 된 거 같은데요?”
“무슨 소리예요? 이제 시작이에요.”
“맞아요! 이제 시작이에요!”
과연, 미영은 요리 유튜버다웠다.
“요리의 맛은 디테일에서 나오는 거예요.”
“역시! 언니 대단해요!”
치즈 3종류.
트러플 오일.
각종 야채와 양념 소스.
후식으로 먹을 과일.
각종 음료수.
카트가 거의 다 채워질 무렵.
“이 정도면 충분 할 것 같네요.”
“맞아요! 언니! 이젠 더 사라고 해도 못 사요!”
드디어 끝이 난 것 같았다.
“그럼 계산할까요?”
“현규 씨. 왜 벌써 계산을 해요? 먹기만 할 거예요?”
“네?”
“놀러 갔으면 추억을 남겨야죠.”
마지막으로 폭죽들까지 사고 나서야.
진짜 끝이 났다.
4.
“오늘 캠핑이라고 하셨죠?”
“네. 맞아요.”
캠핑 장에 거의 다 도착해갈 때.
송희가 질문을 던졌다.
“아까, 음식 실을 때 보니깐. 텐트 없던데. 펜션으로 잡으신 거예요?”
“아니요. 펜션 아니에요.”
“그럼요?!”
진짜 캠핑은 아니지만, 분위기는 온전히 느끼고 편히 지낼 수 있는 곳.
“텐트가 없어도, 캠핑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곳으로 정했어요.”
“그런 게 있어요!?”
글램핑이었다.
“다 왔어요. 직접 보는 게 빠를 거예요.”
캠핑장 내부로 들어와 예약한 텐트 옆에 주차했다.
“우와!! 텐트가 설치돼 있네요!? 엄청커요!!”
“안에는 침대도 있어요. 한번 구경해 보세요.”
송희는 호다닥 안으로 들어갔다.
“엄청 넓어요!! TV도 있는데요!?”
“제 말 맞죠?”
“네!!”
텐트의 입구에는 의자와 그물침대가 걸려 있었다.
“언니! 그물침대에요!”
“분위기 너무 괜찮은데?”
반응은 나쁘지 않았다.
“송희야. 여기 너무 좋은데?”
“그쵸!? 저도 마음에 쏙 들어요!!”
그녀들은 행복한 분위기에 젖었다.
모든 건 현규의 계획대로였다.
“잠깐만 둘러보면서 쉬고 계세요! 점심도 바로 해드릴게요!”
“점심! 점심!!”
송희는 주위를 돌아다니며 구경했고,
미영은 의자에 앉아 주위를 둘러봤다.
따뜻한 봄날의 캠핑장이었다.
현규는 계획을 숨긴 채 바쁘게 움직였다.
일단은 휴가처럼 보이는 것이 중요했다.
“점심 완성입니다! 라볶이 해달라고 하셨죠? 라볶이와 오뎅탕입니다.”
“잘 먹겠습니다!”
“현규 씨. 저 프로인 거 아시죠?”
좋은 장소에서 좋은 사람들과 좋은 음식을 먹는다. 행복은 멀리 있는 게 아니었다.
“맛있어요!”
“조미료 향도 강하지 않고, 간도 딱 맞네요.”
“아까, 구매하신 즉석 떡볶이에요. 뻔히 아시면서 이런 칭찬을···”
“굴?”
그녀들은 웃음을 터트렸다.
“정말 행복해요.”
“그치? 이런 휴식 오랜만이야. 맨날 스튜디오랑 집에 콕 박혀서···”
시간이 지날수록 그녀들은 편안해지고 마음이 풀어졌다.
하지만, 아직 부족했다. 이제 시작이었다.
“맛있게 드셨으면, 게임 한판 할까요?”
게임이란 말에 미영이의 표정이 변했다.
“나쁜 사람. 오늘은 쉬러 왔다고 해놓고···”
“이제 밥값 하는 거예요?”
“아니에요!! 부루마블이요! 오늘 유튜브 아니라니까요.”
먹었으면, 이제 놀 차례였다.
“와-!! 언니! 돈 주세요!”
“송희야. 너 왜 이렇게 잘해?”
“저도 반절 뜯겼어요.”
“구우.”
보드게임을 하고.
“너굴맨! 주위 산책갈래?!”
“구우!”
주위 산책을 다니고.
“현규 씨. 오늘 진짜 쉬는 거예요?”
“카메라 설치돼 있으니. 편집팀에서 알아서 하지 않을까요?”
“진짜구나.”
결국, 미영이의 경계심을 무너트렸다.
“지금까지 의심하고 있던 거에요?”
“현규 씨가 쉬는 게 이상해서요. 일 중독자잖아요.”
그녀가 여태 의심한 건.
모두 현규 때문이란 소리였다.
“생각해보면, 하루도 안 쉬었네요.”
“매일매일 영상 업로드 안 힘들어요?”
인공이가 없었다면.
랜덤박스가 없었다면.
죽을 만큼 힘들었을 것이다.
“힘든 것보다 재밌는 게 더 큰 것 같아요. 하루하루 즐겁고, 새롭고, 좋아요.”
“저도 좀 더 힘내봐야겠네요.”
그녀는 현규의 말에 의욕을 느낀 것 같았다.
“회사에서 적극 서포트 하겠습니다. 마님.”
“방송하신 거 보니깐. 회사에서 별 힘 없어 보이시던데요?”
미영은 장난기 가득한 표정이었다.
“방송이라 그래요. 제가 사실상 실세나 다름없습니다. 들어 보셨죠? 실세.”
현규의 허세에 미영이는 웃음을 터트렸다.
“앗!! 저만 빼놓고!”
“구우.”
“송희야. 현규 씨가 뭐라고 했는지 알아?”
“아! 선생님! 잠시만요!! 농담입니다!!”
어느덧 해가 뉘엿뉘엿 지고 있었다.
5.
“저녁은 파티입니다! 점심때 먹은 건 다 소화되셨죠!?”
“네!! 배고파요!!”
“저도요.”
“구우!”
파티의 시작이었다.
“캠프파이어가 빠질 수 없죠?”
아직은 쌀쌀한 날씨였다.
테이블 옆에 작은 모닥불을 만들고.
“오늘은 제가 쉐프입니다! 모두 맛있게 드시기만 하시면 됩니다!”
“예! 쉐프!”
요리를 시작했다. 현규가 쉐프라고 했지만, 그녀들도 가만히 기다리고 있지만은 않았다.
“현규 씨. 닭 한마리 하실 거죠?”
“아까 손질해서 세팅해 놨어요. 불만 올려주세요!”
“고기 꺼내올까요?”
“네! 전부 꺼내주세요. 저는 불 피울게요!”
그녀들의 도움을 받으며 빠르게 준비됐다.
닭 한마리 칼국수가 끓고.
고기와 해산물이 석쇠에 올라갔다.
음식 냄새가 텐트 주위를 가득 메웠다.
“현규 씨. 오늘 같은 날. 술이 빠지면 죄짓는 기분이 들지 않겠어요?”
“그건 맞습니다. 그러게 사셔도 된다니깐요.”
“방송하는 줄 알았어요!”
덕분에, 텐트에는 술이 하나도 없었다.
“어차피 음식 남을 것 같은데. 다른 텐트에서 술이랑 바꿔 올까요?”
“미안해요. 현규 씨.”
자연스럽게 현규가 가는 분위기가 조성됐다.
“그럼 가져올게요! 미영 씨가 잠시 봐주세요.”
소고기와 해산물을 조금 챙겨 다른 텐트로 향했다. 여기도 흥겨운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었다.
“저, 오늘 일 의뢰했던 사람입니다.”
“오셨군요! 말씀하신 대로 술을 좀 먹긴 했는데. 상관없나요?”
“예. 계약대로 해주시면 문제없습니다.”
이제부터는 방송을 위한 빌드업이었다.
소주 한 병과 맥주 한 병을 챙기고.
현규는 한 남자와 텐트로 돌아왔다.
“술 바꿔 오길 잘했어요!”
“네!?”
“옆에 분은 누구세요?”
현규는 흥분한 표정으로 말했다.
“놀라지 마세요. 이쪽은 최면심리학회에서 오신 최면술사님이세요!”
“아이고, 그런 대단한 거 아니라니까요. 영화나 드라마에서 과장돼서 그래요.”
그는 아니라고 손사래를 쳤다.
현규는 어떻게 된 일인지 설명했다.
“술 바꿔 오면서 대화를 나눴는데. 최면 술사분이라고 하셔서, 제가 부탁 하나 했습니다.”
“부탁이요?”
“저희가 단합 회 왔는데. 서로 솔직해지고, 이해해주는 그런 최면이 없을지 부탁드렸습니다.”
이제 마무리 단계였다.
“흔쾌히 허락해 주셨습니다!”
“아이고, 간단한 암시라서 그런 거창한 게 아니라고 말씀드렸는데도.”
그는 곤란하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진짜요!? 전 좋은 거 같아요!”
“재미있을 거 같긴 한데, 정말 괜찮으세요?”
그녀들의 반응도 나쁘지 않았다.
“예. 괜찮습니다. 정말 간단한 거예요···”
현규의 빌드업이 발동했다.
랜덤박스 홈페이지와 인공이의 SNS에 새로운 공지가 올라갔다.
<진실의 물약-라이브.>
뛰는 현규 위에 나는 미영있다.<진실물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