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3/108 --------------
92화
1.
“역시···내가 귀여워서 문제였군. 돌이켜 생각해보면 방송이 성공하게 된 원천은 내 귀여···”
-미쳤습니까? 휴먼. 정신과 진료를 추천합니다.
농담을 정색하고 받았다.
“몰입의 반지는 내가 쓰고 있는데, 송희는 왜 저런 거야?”
-고양이 모습과 7대 죄악의 상성이 너무 좋습니다. 거기다 고양이에 몰입해서, 제대로 통제가 되지 않으니. 말 그대로 너무 귀여워졌습니다.
7대 죄악과 고양이.
곰곰이 생각해보면 찰떡궁합이었다.
“과몰입이 아니라, 반했다는 소리야?”
-그렇습니다.
어처구니가 없었다.
빌드업을 짜고, 방송을 준비해야. 간신히 나오는 반응들이 고양이란 이유로 쏟아져 나왔다.
“고양이가 나보다 낫구나.”
-정확합니다. 휴먼.
“인생···”
시무룩할 때가 아니었다. 그보다는 어떻게 써먹을지 생각해야 했다.
“팬들을 직접 불러도 문제가 생기는 건 아니지? 7대 죄악 때문에 사람들에게 문제가 생긴다면. 이번 방송은 취소야.”
집단으로 매혹이나 최면이 걸리는 건,
절대 안 될 일이었다.
-그 정도로 뛰어난 능력은 인간이 지닐 수 없습니다. 자의식 과잉입니다. 휴먼.
다행히도 섣부른 걱정이었다.
“방송 진행은 문제없겠네?”
-그렇습니다. 휴먼.
빠르게 움직여야 했다.
“카페 섭외하고, 장비 이동 설치 의뢰해줘. 트위키 쪽에 연락해서 진행 요원도 섭외하고! 애완동물 끔찍이 싫어하는 사람으로 부탁한다고 꼭! 전해줘.”
-알겠습니다. 휴먼.
인공이에게 일을 맡기고.
“너굴맨. 이번 방송 좀 도와줘. 저거 쓰면 나 짐승이나 다름없는 거 알지?”
“너굴너굴!”
너굴맨과 회의가 이어졌다.
그렇게 준비를 끝나갈 저녁 무렵.
전화가 한 통 걸려왔다.
“여보세요.”
“오빠! 고양이 어떻게 된 거예요! 고양이라니요!! 영상 이제 봤어요!! 아니, 왜 말 안 해주셨어요!!”
미영이는 잔뜩 상기된 목소리였다.
처음 겪어보는 모습이었다.
“송이가 다 말해줬어요! 큰 고양이라면서요!! 저도요!! 저도요!!”
“잠깐, 진정 좀 할까?”
“고양이!!”
고양이 한 마리가 큰 파문을 불러왔다.
2.
그녀들은 초대하지 않았는데도.
자발적으로 나와서 일하고 있었다.
“언니! 이거 어디다 놓을까요!?”
“사진 찍어야 하니깐 중앙에 놓자!!”
열정, 기대, 즐거움.
고양이가 불러온 나비효과였다.
“잠깐만. 뭐가 그렇게 많아!”
“부족해요! 우리 야옹이가 쓸 건데요!”
“야! 그거 나거든!”
“달라요!! 오빠지만, 고양이에요!”
준비를 너무 많이 해서 걱정될 정도였다.
“우리 고양이는 우리가 챙겨요!”
“역시! 우리 송희!”
둘은 죽이 척척 맞았다.
“언니 그렇게 큰 방석은 어디서 구했어요!?”
“구한다고 난리였어. 뭐에 쓸지 알겠어?”
“네! 고양이 자리죠!? 중앙에 놓을까요?”
“응. 중앙으로 하자.”
그녀들이 가져온 물건들이.
카페에 하나둘 설치되기 시작했다.
두껍고 큰 방석.
엄청나게 큰 박스.
끝으로 각종 놀이도구까지.
하루 만에 준비했다는 게 믿기지 않았다.
“좀 과한 거 아니야?”
“과하다뇨! 부족해요! 저한테 시간만 더 있었으면!!”
“어···그래···”
부족한 준비라며. 자책할 정도였다.
이쯤 되니 무서울 정도였다.
“고양이가 그렇게 좋아?”
“네!!”
“당연하죠!”
지치지도 않는지. 설레는 표정이었다.
이제 고양이가 등장할 차례였다.
“그럼, 나도 준비할게.”
“얼른요!”
“빨리 나오세요!”
그녀들의 열렬한 배웅을 받으며.
고양이가 되기 위해 창고로 향했다.
3.
“여러분! 너굴너굴!!”
“여러분! 냥-냥!!”
“구우.”
너굴맨은 창피한지 얼굴을 손으로 가렸다.
rlaalswo-너굴너굴!!
피뢰침-랜하!!
.
.
.
시청자들은 기다렸다는 듯 바로 접속했다.
“오늘의 오프닝을 맡은 요못녀와 쏭입니다!”
“구우.”
요섹남-누님! 여긴 어쩐 일로!!
인공짜응-ㅋㅋㅋㅋ설마 고양이 때문에!?
오프닝에 그녀들이 등장하자.
시청자들은 깜짝 놀랐다.
“네! 저희는 고양이를 보러 왔습니다. 송희가 이쁘다고 얼마나 자랑을 하는지. 부러워서 화가 날 정도였어요.”
“맞아요! 진짜 깜짝 놀라실 거에요!”
고양이를 좋아하는 게 표정에 드러났다.
“그래서! 강제로 쳐들어왔습니다!”
“여기. 전부 다 저희가 꾸몄어요!”
피뢰침-초대하지 않은 MC들인거임?ㅋㅋ
ㄴ이인자-어제 쏭님 봤잖아 ㅋㅋㅋ 와도 도움 안됨ㅋ 방송 생각 1도 없음 ㅋㅋㅋ
ㄴ빛의너굴-지금도 ㅋㅋㅋ 방송엔 관심 없음 ㅋㅋㅋ 고양이만 기다림 ㅋㅋ
시청자의 말은 정답이었다.
그녀들은 MC를 보기 위해 온 게 아니었다.
“얼른 불러볼게요!!”
“야옹아!!”
고양이와 놀기 위해 온 것이다.
-끼이익.
창고의 문이 열리고,
“안냥?”
고양이가 나왔다.
“고양아!!!”
송희는 소리를 질렀고.
“아···”
미영이는 입을 틀어막고 감동하고 있었다.
“여러분, 진행하셔야죠! 영아!! 난 너를 믿고 있다!!”
“고양아-!!”
“야!! 진행!!”
믿음은 덧없이 부서졌다.
천사연합-ㅋㅋㅋ방송 때려치고 달려간거임?
ㄴ피뢰침-여자들 고양이 왜캐 좋아함?;;
ㄴ김초롱-그래서 넌 저 고양이 싫어?
ㄴ피뢰침-아니. 갓갓이지. 집에서 키우고 싶다!! 고양이 최고!!
月光-카페에 큰 고양이...너무 좋다...
PYRO-저 털에 파묻히고 싶어:)
그녀들의 돌발행동은 계속됐다.
미영이는 그대로 돌진했다.
-퍽.
“야! 잠깐.”
숨 돌릴 틈도 없이 송희도 돌진했다.
-퍽.
“야! 방송!!”
2번의 강력한 태클이 들어왔다.
그녀들은 털 속에 파묻혔다.
“행복해···”
“고양이 좋아···”
억지로 때어 놓는다고, 진행될 거 같지 않았다. 지금 필요한 건 시간이었다.
“너굴맨! 진행 요원 좀 불러와 줘.”
“구우!”
최대한 몰입이 덜 됐을 때. 움직여야 했다.
“구우.”
너굴맨은 한 남자를 데려왔다.
“밖에 팬분들 얼마나 오셨어요?”
“···와.”
애완동물을 싫어하는 사람들로 뽑았는데도.
정신을 못 차리고 있었다.
“진행 요원님!”
“아! 네! 미리 와서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은 충분히 들어올 수 있습니다.”
시작부터 들어오지 못하는 사람이 생기지는 않을 것 같았다.
“사전에 말씀드렸던 대로 팬분들에게 말해주세요. 음료랑 사진. 만지는 거까지요.”
“···네. 알겠습니다.”
대화가 끝났는데도.
멍하니 현규를 보고 있었다.
“얼른요!”
“···아! 네! 너무 귀엽고 아름다우십니다!”
수줍은 소년처럼. 고백하고 뛰어나갔다.
“야!! 안에 털숭숭 아저씨야!! 왜 그렇게 도망쳐!! 여기 분위기 어쩔거야! 너 이름 뭐야! 당장 안 와!? 야!!!”
여구독자연합-....남자까지 반하게 하는 고양이 미모라니.....가지 못한 게 천추의 한이다!!!
ㄴ인공짜응-ㅋㅋㅋ 릴렉스해! 근데. 실물이 더 쩌나봄.ㅋㅋㅋ 넋놓고 쳐다보네 ㅋㅋㅋ
익며-우리 입장한다!!! 카페 안으로 들어간다! 지금 안내해주고 있음!!
ㄴ마귀2호-오오오!! 간 사람들 진짜 너무 부럽고!!
급한 불을 끄고 나니.
슬슬 귀찮아지기 시작했다.
“귀찮아. 앉을래.”
막연히 앉아 있고 싶었다.
품에서 힐링하고 있던 그녀들이 반응했다.
“고양아! 방석 구해왔어!”
“안아 줄까? 혼자 갈 수 있겠어?”
순식간에 집사로 변했다.
카운터를 지나, 방석 쪽으로 이동하는데.
묘하게 거슬리는 물건이 있었다.
기분 좋은 냄새. 왠지 모를 욕망.
“여기로 할 거야!”
현규는 박스 안으로 들어갔다.
“역시! 박스 구해오길 잘했지?”
“네!!”
여구독자연합-요못언니. 만점이요!! 아이디어 너무 좋아요!!!
취호선-제대로 보고 싶어!!
ㄴ구독자연합-안 되겠다. 이건 제대로 봐야지! 모두의 힘을 모아! 제가 움직입니다!!
<구독자연합 님이 100,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구독자연합-박스 안에 있는 모습. 안 남기실 거에요!? 카메라 하나 들어서 찍어주세요!>
“이 센스쟁이들!”
미영이가 카메라를 하나 들고 와서.
박스 내부를 찍었다.
현규는 상자에서 몸을 뒹굴고 있었다.
“귀, 귀여워!!”
“언니. 저 심장이 아파요!”
“이건 담아야 해!”
미영이가 카메라를 가까이 대자.
“이거 뭐야?”
현규가 카메라를 손으로 툭툭 건드렸다.
PYRO-신이시여. 저 속에 우리형 있는 거 맞아? 그냥 고양이 아니야?!
ㄴ이인자-고민하지 말고! 즐겨!! 젤리봐라!! 완전 커!!! 발바닥 킁카킁카 하고 싶다!!!!
여구독자연합-[속보] 3명 쓰러짐.
ㄴ천사연합-ㅋㅋㅋㅋ너네 요즘 무섭다?ㅋㅋ
그렇게 카메라를 건드리며 장난을 치고 있을 때. 팬들이 입장하기 시작했다.
“고양이!! 아저씨 고양이 어디있어!!”
“랜하!!!”
“형! 나이 먹고 안냥이 뭐야!!”
카페 내부에 소음이 가득했다.
“시끄러워!”
현규가 박스에서 나오고.
“귀여워!!”
“고양이!!”
“우와아아아!!”
무수한 환호가 쏟아졌다.
“정말 시끄럽다니깐!”
현규가 귀를 양손으로 막자.
환호성은 더 커졌다.
“이 멍청이들아!!”
어째서인지. 카페가 떠나갈 듯 환호했다.
여구독자연합-고양이는 도도해야지!!
ㄴ피뢰침-그렇지! 도도해야 매력적이지!
4.
“등 말고! 목!”
“응! 여기!?”
“거기!”
이런 방송이 있을까.
현규는 중앙에 있는 큰 방석에 드러누워.
팬들의 손길을 즐기고 있었다.
“살살. 아파.”
퉁명스러운 말은 오히려 매력적이었다.
“응! 살살할게!”
그저 누워서 사진이나 찍어주고.
만지게만 해줘도 충분했다.
“최고야. 최고. 개꿀!”
“그렇게 좋아!?”
이렇게 날로 먹을 수 있는 방송은 없었다.
<천사연합 님이 100,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천사연합-고양이가 세상에서 제일 좋아하는 거. 퀵으로 보냈습니다! 확인해 주세요! 지금 도착했을 거예요!>
평화로운 카페 안에 폭탄이 떨어졌다.
한가롭게 커피를 마시며. 고양이를 구경하던 사람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불안한데.”
왠지 모를 불안감이 느껴졌다.
“아니야. 팬이 선물 보낸거야.”
팬. 선물.
불안감은 급격히 커지기 시작했다.
“···오!! 어떻게 이런 생각을!?”
“역시, 고인물들은 생각이 달라.”
100% 장담할 수 있었다.
저건, 끔찍한 물건이 확실했다.
생존 본능이 꿈틀거리면서.
몰입에서 조금씩 빠져나왔다.
“오늘은 여기까지 할까요!?”
“고양아!! 잠깐만!! 선물 왔어!!!”
그 선물을 받기 싫어서 끝내는 거였다.
“집에 가서 확인할게요! 피곤해요!!”
“피곤이 싹 가실 선물인데!?”
송희는 눈치도 없었다.
“꼭 봐야 돼?”
“응! 꼭! 지금 준비하고 있어! 거의 다 됐을 거야!”
“싫···”
싫다고 깽판을 치기 직전에.
“싫다고 못 할걸!”
미영이는 작고 얇은 쿠션을 들고왔다.
“그거야?”
“응!”
위험하거나, 끔찍해 보이지 않았다.
겉모습은 합격이었다.
“장난치는 거 아니지!?”
“아니야! 이건 고양이가 제일 좋아하는 거야!”
장난감도 아니었고. 먹을 것도 아니었다.
“내가요?”
“응! 맞지 송이야!?”
“맞아요! 대박이에요!”
반응도 나쁘지 않았다.
“뭔데?”
이쯤 되니. 오히려 궁금했다.
고양이가 제일 좋아하는 물건.
아무리 생각해도 답이 나오지 않았다.
“캣닢이라고 들어보셨어요?”
“캣닢?”
“인간에게 행복하게 만들어주는 초콜릿이 있다면! 고양이에겐 캣닢이 있습니다!”
고양이 탈을 쓰고 몰입하고 있지만.
현규는 사람이었다.
“일단, 확실히 짚고 넘어가야 할게. 나 사람이야. 이거 탈 쓴 거야!”
“그래서 필요 없어요?”
“당연히 필요없지!!”
사람에게 캣닢이라니. 이건 아니었다.
그런데 시청자들의 생각은 달랐다.
천사연합-ㅋㅋㅋㅋ역시ㅋㅋㅋ 시선 쿠션에 고정되어 있음. 꼬리 미친 듯이 팔락거림 ㅋㅋㅋㅋㅋㅋㅋ
ㄴ피뢰침-너 천재세요?ㅋㅋ 캣닢이라니ㅋㅋ
PYRO-연기 디테일 진짜. 감탄만 나옴.
ㄴ月光-연기인거 확실해?www 아무리 봐도 고양이인데?www
이곳에 진지한 건 현규뿐이었다.
모두 얼굴에 미소를 짓고 쳐다보고 있었다.
“진짜 필요 없어요?”
“어! 필요 없어!”
미영이는 짓궂은 표정으로 가까이 내밀었다.
처음 맡아보는 향이었는데.
행복한 기분이 샘솟는 향.
말도 안 되는 물건이었다.
“음···”
“괜찮아요. 시청자들을 위해서잖아요!”
악마는 유혹을 속삭였고.
“그치!?”
현규는 덥석 물었다.
“고양아 여기!”
미영이는 쿠션을 하늘에 던졌고.
“내꺼야!!”
현규는 캣닢을 낚아챘다.
“좋아!! 행복해!!!”
쿠션을 얼굴에 문지르고, 깨물고.
카페 안을 굴러다녔다.
“사진 찍어!!”
“다들. 구르는 동선은 피해주세요!”
“동영상 찍을꺼야! 조용해요!!”
취호선-ㅋㅋㅋㅋㅋ인간의 마지막 존엄성이!!
<구독자연합 님이 1,000,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구독자연합-여한이 없습니다. 최고다!! 고양이!!>
현규는 여전히 뒹굴고 있었다.
아니. 짐승 하나가 바닥을 뒹굴었다.
지노스가 만든 지옥의 TRPG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