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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피뢰침-어제 형 흑역사 왠지 부러웠음.
ㄴ김종수-그치? 무엇 하나에 미쳐 살았다는 거니깐.
月光-배꼽 잡을 준비 했는데. 진지한 이야기라 깜짝 놀랐어www 그래도, 나쁘지 않았어.
ㄴ악마2호-진짜 형에 대해 안 기분이지?
ㄴ月光-응www 왠지 찌질했던 형의 얼굴도 떠오르고 www 여러 가지 의미로 좋았어.
ㄴ3대200-찌질한 형도 어울리긴 하지 ㅋㅋ
PYRO-마지막 멘트도 좋지 않았어?:)
ㄴ천사연합-‘매일 즐거워요. 평생 이 일을 하고 싶어요.’ 이거? ㅋㅋㅋ 좀 오그라들었는데.ㅋㅋㅋ 감동이긴 했지만.
ㄴMike-난 좋았어! 형이 즐거워하니깐 재밌는 영상이 나온다고 생각해:)
rlaalswo-우리형 성격알지?ㅋㅋㅋ 지금 이불 뻥뻥차고 있을걸? 진짜 흑역사는 어제였다.
ㄴ취호선-님. 천재세요!?ㅋㅋ 이불 구멍뚫리게 생겼구만.ㅋㅋㅋ 어제 볼때는 감동이었는데. 다시 보니깐 오그라드는 멘트 많음 ㅋㅋㅋ
ㄴ악마2호-맞음ㅋㅋㅋㅋㅋㅋ
ㄴ月光-다시 보러감!!wwwwwwww
너굴짜응-어제 진짜 기승전결 완벽했다.ㅋㅋㅋ 시청자에서 터지고, 마지막 쏭님 땜에 한 번 더 터지고 ㅋㅋㅋ
ㄴ강경호-인정! 어제 방송 꿀잼이었음!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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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을 읽는 건 현규가 아니었다.
인공이가 스피커로 읽어주고 있었다.
-퍽! 퍽!
“아오!! 미친놈아!! 어제 왜 그딴 분위기를 타가지고!!”
현규는 이불을 걷어차고 있었다.
-퍽! 퍽!
“너굴너굴!”
“맞습니다. 그래도 창피한 줄은 아니 다행입니다. 그나마 다행인 건 말실수는 없었습니다.”
둘은 현규를 지켜보며 대화를 나눴다.
“니들 절로 안가!!”
“너굴너굴!”
“너굴맨님의 말이 맞습니다. 우리는 신경쓰지 않으셔도 됩니다.”
침대에서 나와. 현규가 소리 질렀다.
“이것들아! 쫌!!”
“일어나셨으면, 밖으로 나와 활동하길 요청합니다. 바쁩니다. 휴먼.”
“너굴너굴.”
너굴맨이 고개를 끄덕였다.
“일어난다!! 일어나!!”
끔찍한 아침이었다.
2.
아침부터 바쁘다는 말은 거짓말이 아니었다.
“시간은?”
-딱 맞춰 도착했습니다.
현규는 집이 아니었다.
“나이 먹고, 대학교 오니깐 기분이 묘하네.”
-대상이 접근 중입니다.
감상에 빠질 새도 없이.
현규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오셨어요?”
“아! 죄송해요! 제가 수업 때문에 도저히 시간을 뺄 수가 없었어요!”
미연시를 했다던, 여자 대학생.
그녀를 만나기 위해 이곳에 온 것이다.
“괜찮아요. 대학교가 오랜만이라. 즐겁게 기다리고 있었어요.”
“다행이네요. 저, 윤정아라고 해요! 잘 부탁드립니다!”
인사를 받고, 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
“어제 제가 한 이야기 생각해 봤어요?”
“···잘 모르겠어요.”
갑작스러운 이야기긴 했을 것이다.
“그저 제안일 뿐이에요. 가볍게 생각하세요. 부담 갖지 마시구요.”
“계약까지 하는 건데. 큰일 아니에요?”
계약서 때문에 고민하는 모양이었다.
준비해온 계약서를 건네주며 말했다.
“한 번 보시겠어요? 사실, 저희가 투자한 만큼 투자금을 뽑자고, 계약서를 쓰는 게 아니에요.”
“네!? 그럼요?”
이건 랜덤박스를 위한 계약서가 아니었다.
“노력하신 만큼 수익을 보존해 드리는 거예요. 대박 나면 나중에 배 아프지 않겠어요?”
그녀를 위한 계약서였다.
“봐도 잘 모르겠어요.”
쉽고 간단한 조항이 필요했다.
“그럼, 특약을 넣을까요?”
“특약이요?”
“네. 1. 언제든 계약 조항을 수정할 수 있다. 2. 언제든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 3. 단, 업과 관련된 계약은 해지되지 않는다. 이렇게 3가지를 넣으면 어때요?”
일반적인 계약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럼, 너무 손해 아니세요?”
“그만큼 부담 없이 하시란 이야기에요. 대신 업은 양보 못 해드리는 거 알죠?”
현규의 말에 그녀가 웃음을 터트렸다.
“랜덤박스 유니버스 때문에요?”
“역시! 진성 랜빡이!”
설정을 흘리고 다닌 보람이 있었다.
설명하기도 전에 이미 알고 있었다.
“진짜 괜찮아요? 제가 너무 유리한 계약 같아요.”
“누가 누굴 걱정하는 거예요. 괜찮아요. 이거 회삿돈이에요. 제 돈 아닙니다.”
현규는 악당같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 모습에 그녀는 웃음을 터트렸다.
“마지막으로 정리해 줄게요.”
“네!”
계약 내용을 되짚어 볼 시간이었다.
“영상은 랜덤박스 채널에 업로드 될 거예요. 팬이 많이 생기시면, 채널을 독립해서 나가셔도 전혀 상관없어요.”
“아니요! 괜찮아요!”
절대 그럴일 없다고 대답했지만.
사람 일이란 건 모르는 것이다.
“나중에 어떻게 될지 몰라요. 대답하지 마시고, 그런 방법도 있다고 생각만 해두세요.”
“네!”
어떻게 되든 업은 유지되니 상관없었다.
“영상 주기. 할당량. 전부 없습니다. 내킬 때 통으로 녹화해서 인공이에게 주시면, 편집해서 올려줄 겁니다.”
“할당량도 없어요?!”
완전히 퍼주는 계약이었다.
그런데도 이런 계약을 하는 이유가 있었다.
“네. 없어요. 윤정아 씨 말고도 이런 계약을 받는 분들이 계속 생기실 거예요. 시청자 중에서도 받을 생각이구요.”
“어떤 계약인지 확실히 이해했어요!”
설명을 쭉 들으니, 이해된 모양이었다.
“유튜브 컨샙은 제가 말한 거 어때요?”
“음···재미있을 것 같아요. 제가 좋아하던 분야이기도 하구요.”
그녀의 흑역사를 듣고, 생각한 일이었다.
“여성향 미연시 전문 유튜버.”
“네! 사실, 그때 이후로도 계속하고 있어요.”
그녀는 비밀을 말하든 조용히 속삭였다.
“이거 뜹니다!”
“네! 해볼게요!”
독특한 장르이며, 골수 팬덤이 있는 장르.
게다가 유튜브에서 보기 드문 유튜버였다.
“세부사항이나 궁금한 건 인공이랑 이야기하면 돼요. 인공이 거짓말 못 하는 거 알죠? 꼼꼼히 물어보고 계약해요.”
“네! 알겠어요! 오빠 고마워요!”
그렇게 첫 번째 계약이 성사됐다.
3.
두 번째는 중소박차장이었다.
“오셨어요?”
“저 금방 들어가 봐야 합니다! 화단에 살 꽃사러 나왔어요.”
밖에 나오는 길에 들린 것 같았다.
초조함이 얼굴에서 느껴졌다.
“미안해요. 빠르게 설명해 줄게요.”
현규가 계약에 관해 설명했는데.
대학생인 그녀와는 달리 빠르게 이해했다.
“이런 계약이 있어요!?”
“있어요. 거기다 꽤나 확신이 있구요.”
확신이 있단 말에. 그의 눈이 반짝였다.
“큰 그림 그리시는 거 같은데 맞아요?”
“맞아요. 다른 시청자들도 받을 생각이에요. 콘텐츠를 늘리고, 잘되시는 분들은 독립하고, 서로 도움 주고, 모두가 윈-윈하는 생태계를 만들 생각이에요.”
회사원인 그는 빠르게 이해했다.
그리고, 표정이 점점 변했다.
“형. 왜 저예요?”
이내 의미심장하게 입을 열었다.
“백두혈통 들었을 때. 느낌 빡왔어요.”
“백두혈통이요?”
“중소기업도 가족끼리 나눠 먹는데. 우리도 랜덤박스 가족이잖아요. 우리끼리 나눠 먹으면 되는 거 아니에요? 굳이 잘 벌고 있는 사람 데려다 쓸 필요 없잖아요.”
농담 아닌 농담에 그는 웃음을 터트렸다.
“맞네요. 가족끼리 해 먹어야 헬조선이죠.”
“중소기업 관련해서, 영상 찍어봐요.”
“무궁무진해요. 하루하루가 ‘좃소는 못 말려’예요.”
박차장도 전에 없던 유형의 유튜버였다.
소재, 개성, 독창성. 모두 부족함이 없었다.
“좋아요. 나머지는 인공이랑 이야기하세요.”
“저 좃소에서 뒤통수 맞아봐서 깐깐할 텐데. 괜찮아요?”
자신만만하게 물었는데. 상관없었다.
“상대는 인공지능이에요. 지치지도, 짜증 내지도 않으니. 맘껏 꼼꼼하게 따져보세요.”
“아! 인공누님!! 좃소 차장과 인공누님의 승부네요.”
훈훈하게 웃으며 두 번째 계약을 끝냈다.
4.
원래라면, 집에 도착해 바로 방송해야 했다.
그런데 생각지도 못한 일이 생겼다.
-영상 편집이 완료되었습니다.
“진짜 바로 촬영해서 보낼 거라곤, 생각도 못 했는데.”
최소 3일은 걸릴 거라 예상했는데.
둘을 너무 과소평가했다.
“영상은 어때?”
-휴먼에 비하면 많이 부족하지만 편집하면, 괜찮아질 것 같습니다.
부족한 건 당연한 일이었다.
불과 몇 시간 전. 그들은 일반인이었다.
“영상길이는?”
-모자라지는 않습니다.
아주 짧은 영상만 아니라면. 상관없었다.
“편집해서 업로드해!”
-바로 업로드합니까?
“어! 바로 업로드하고, 준비 좀 해서 나도 라이브 짧게 할게. 이건 직접 말해야겠어.”
빠르게 도착해 문제가 생긴 게 아니었다.
오히려 좋은 일이었다.
“공지로 영상 업로드되면 둘 중에 하나라도 보고, 라이브 들어와 달라고 해줘!”
-알겠습니다.
이제 바빠진 것은 현규였다.
어떻게 풀어갈지 방송을 구상해야 했다.
일단, 영상을 확인하는 게 우선이었다.
“첫 번째 영상 확인할게!”
편집된 영상이 화면에 떠올랐다.
고양이 가면을 쓴 윤정아였다.
“여러분! 귀청소를 받고! 흑역사를 고백했던! 랜빡이입니다!”
주눅 들지 않고, 자신 있는 모습이었다.
가면을 써서 생기는 익명의 힘이었다.
“게시판에 무슨 게임이냐고 물어보시는 분이 많던데요! 게시판에 제목을 써도 삐--!로 출력이 되더라구요. 그래서! 어떤 게임인지! 영상으로 리뷰 해드리려고 합니다!”
단기간에 녹화한 비법은 간단했다.
“옆에 보이시나요? 인공언니가 편집해 준다고 했으니! 믿고 가겠습니다! 제목은! 오토메 계열의 ‘나비의 독, 꽃의 쇠사슬’ 이란 작품입니다!···”
인공이의 편집을 믿고, 설명만 이어갔다.
그녀의 방송은 제법 재미있었다.
“저는 마지마가 제일 좋았어요! 얼굴이 그냥! 역시 남자는 퇴폐미예요!”
아슬아슬하게 선 조절도 잘했고.
“막장 드라마를 괜히 좋아해요!? 막장이 주는 특유의 맛이 있다니깐요!”
전문적인 지식과 열정도 있었다.
첫 방송이라는 걸 감안하면.
리뷰어로는 충분해 보였다.
“이 정도까지는 기대 안 했는데. 나쁘지 않은데?”
-휴먼의 의견에 동의합니다.
인공이가 동의할 정도였다.
“좋아. 다른 한 사람은?”
-Vlog라고 해야 할지. 고발이라고 해야 할지. 종잡기가 힘듭니다. 휴먼의 스타일과 유사합니다.
중소박차장의 영상은 보기도 전에 기대됐다.
“영상 틀어줘.”
-플레이하겠습니다.
컴퓨터 화면에 영상이 떠올랐다.
“중소기업이 낳은 괴물! 박차장입니다.”
그는 확실히 방송을 이해하고 있었다.
“따사로운 햇살. 좋은 날씨. 저는 지금 화단을 조성하고 있습니다.”
화단조성. 시작부터 범상치 않았다.
“여러분. 중소기업은 기본적으로 잡부입니다. 저는 조금 더 진화해서, 개잡부까지 왔습니다. 이게 좃소의 현실입니다! 여러분!”
Vlog라고 하기 힘들단 이유가 있었다.
“아! 사람 옵니다!”
그렇게 화면이 꺼지고, 다음은 화장실이었다.
“여긴 왜 왔냐구요? 이게 제 다음 업무입니다. 화장실이 막혀서 뚫으러 왔습니다.”
박차장은 소곤거리며 말했다.
들키지 않으려는 몸부림이었다.
묘한 스릴과 어처구니없음이 몰려왔다.
“제가 개잡부라고 했죠? 육체파라고 생각하실지 모르겠지만, 전 사무직으로 들어왔습니다.”
이야기하고, 자기도 웃긴지 한참을 웃었다.
“좃소에 취업하셨을 때. 팁을 드리겠습니다. 변기 뚫으러 보냈을 때. 절대 뚫지 마세요. 저처럼 새로운 업무가 생깁니다.”
어처구니없는 고발과 생존 팁.
“컨샙 잘 잡았는데?”
-이게 끝이 아닙니다. 여러 가지 아이디어를 계속 보내고 있습니다.
인재라면 인재였다.
“대단하네.”
-소재가 계속 나오는 중소기업이 대단한 것 같습니다.
인공이의 말에 동감이었다.
“그럼 이제 우리도 시작해 볼까?”
-방송 준비하겠습니다.
흑역사부터 쌓은 빌드업을 터트릴 시간이다.
5.
“여러분! 너굴너굴!”
“너굴너굴!”
피뢰침-랜하!! 형! 영상 업로드 된거 모임!?
rlaalswo-너굴맨님! 너굴너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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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자들이 빠르게 접속했다.
대부분 영상을 보고 접속한 거 같았다.
“그에 대한 보고이자, 공지입니다!”
“너굴!”
현규는 비장하게 소리쳤다.
“어제 제가 말한 흑역사 들으셨죠?”
“너굴너굴.”
3대200-들었지 ㅋㅋㅋ 웃겼음. 감동적이기도 했고.
흑역사는 시작점이었다.
“올라온 영상은 어제 만났던 팬들의 영상입니다. 제가 운 좋게 랜덤박스를 만났다고 말씀드렸죠?”
“너굴!”
간단한 이야기였다.
“제가 받은 행운. 여러분에게도 나눠드리고 싶습니다. 게시판이 신설될 겁니다. 영상을 올려주시면, 편집해서 랜덤박스에 게시하겠습니다. 물론 수익은 여러분에게 돌려드립니다.”
“너굴!”
천사연합-진짜!? 형! 유튜버는 구독자가 힘이야. 형 200만이 넘었는데, 채널에 올려준다고!? 굳이!? 왜? 이거 완전 자선 사업이잖아!!
ㄴ악마2호-5:5 비율 정산이어도, 완전 가능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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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팅창은 터질 듯이 들끓었다.
“유튜버가 되시라는 것도, 대박을 노리란 이야기도 아니에요. 다만, 이 기회가 제가 잡은 행운처럼 여러분에게도 행운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너굴!”
유튜버도 구하고, 업도 획득할 수 있다.
게다가 현규가 쓰는 돈은 전혀 없었다.
“자세한 건, 신설된 게시판을 확인해주시면 됩니다. 대회도, 경쟁도 아니에요! 그저 재미있게 놀 수 있는 놀이터입니다!”
“너굴!!”
피뢰침-그저 빛.
Mike-우리빛 형이야!?
月光-대박이네. 랜덤박스 뭐하는 데야 진짜wwww
취호선-진짜 유니버스를 만들어 버리네ㅋ
이인자-게시판 생겼다! 계약 미친 혜자임!!
PYRO-진짜 빛이다 우리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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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자들의 뜨거운 환호는 덤이었다.
랜덤박스 생태계는 이제 시작이었다.
물론, 생태계는 지구에서 끝이 아니었다.
다시금 관리자를 만날 차례였다.
도전장 받아들이겠습니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