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랜덤박스로 유튜브 스타-129화 (129/201)

#129.그래서,무슨 행사냐고!

"송이야.한동안 집 비울 거야.출퇴근하지 말고,스튜디오에서 지내도 돼. 왔다 갔다 하지 말고,편한 대로 해."

송희의 편의를 위해서가 아니었다.

"응. 너굴맨이 계속 혼자 있을 텐데 걱정이 돼서."

혼자 있을 너굴맨을 위한 조치였다.

"너굴너굴!너굴!"

-휴먼. 너굴맨님께서 신경 쓰지 않으셔도 된다고 하십니다.

너굴맨은 애써 괜찮다고 했지만. 현규의 마음은 그게 아니었다.

"너굴맨. 또 의젓한 척하는 거야?"

"너굴너굴! 너굴!"

너굴맨은 진심을 담아.필사적으로 소리쳤지만,현규에게는 통하지 않았다.

"내가 걱정돼서 그래. 부탁 좀 할게. 너굴맨."

"너굴."

'걱정된다는 말이 나오고 나서야.

너굴맨은 억지로 고개를 끄덕였다.

"너굴맨. 항상 괜찮다고 해줘서 고마워.혼자 있기 외로울 텐데. 나 때문이라도 같이 있어 줘."

"너굴너굴."

너굴맨은 정말 싫어하는 것처럼 보였지만 현규의 눈에는 애써 싫은 척하는 것으로 보였다.

-휴먼, 정말 구제 불능입니다.

"내가 너굴맨을 사랑해서 그런다! 왜!!"

-휴먼은 지금 뭘 잘못했는지도 모르고 있습니다.

인공이의 말을 귓등으로 흘려들었다.

싫은 척하던 너굴맨이 좋아하는 모습을 보니 잘 선택한 결정 같았다.

"너굴너굴! 너굴!"

물론. 너굴맨은 '사랑한다.'는 말에 즐거워하는 중이었다.

"그럼, 다녀올게!"

"너굴너굴!!"

"인공이 너도 나와!늘어져 있지 말고!"

미국으로 출발이다.

***

이번엔 VLOG는 따로 준비하지 않았다.

좌석에 반쯤 누운 상태로 보고를 받았다.

"무슨 행사야?"

"세계적인 유튜버들이 모이는 행사라고 합니다."

정보 수집이 우선이었다.

"세계적인 유튜버? 우리 채널이 그 정도는 아니지 않아?"

"올해 가장 짧은 시간에 급상승한 채널입니다. 한국에서는 랜덤박스가 유일하게 초청받았습니다."

구독자 수가 아닌 성장세를 보고 초청된 것이었다.

"그래서,행사 진행은?"

"기부라는 주제로 행사가 진행되는 모양입니다."

"자선행사 같은 거야?"

영화에서나 봤던 자선행사의 이미지는 부자들만 참여하는 사교 파티의 느낌이었다.

"비슷하게 진행될 거 같습니다."

"일단 가봐야 안다는 거지?"

"그렇습니다. 유튜브 측에서는 빙의 팔찌를 꼭 챙겨달라고 부탁했습니다."

빙의 팔찌를 챙겨달라고 했다면 재능 기부와 관련된 행사일 것이다.

"행사 기간은?"

"3일로 예정되어 있습니다."

"구체적인 내용은 비밀이고?"

"그렇습니다."

물건을 가져오는 일이었는데 막상 열어보니 재능 기부 행사였다.

"홈페이지에 단서 올려줘."

"즉시 업로드하겠습니다."

나머지는 시청자들이 추리해줄 것이다.

"일단, 체력부터 비축할게."

"좋은 판단입니다. 어떤 상황이 벌어질지 모릅니다. 체력비축은 필수입니다."

현규는 안대를 쓰고 눈을 감았다.

비행기는 미국을 향해 가고 있었다.

***

미국에 도착해 호텔까지 이동하고 나서야 홈페이지 게시판을 확인할 수 있었다.

탐정연합 -새로운 단서 봤음?

ㄴ 명탐정고난-00확인했음. 재능기부 형식이라.

ㄴ 씰룩홈즈 잠시만,모두가 재능기부라고 할 수는 없지

않겠어?

ㄴ 명탐정고난-그게 무슨 말이야?

ㄴ 씰룩홈즈-기부 형식으로 진행된다는데. 유튜버들 모두가

보여줄 만한 재능이 있는 건 아니잖아.

ㄴ 명탐정고난 - 어?! 그렇지?

ㄴ 씰룩홈즈-기부의 컨샙이면 어쨌든 돈을 모으려는 거잖아.

형은 재능기부를 할테고?

ㄴ 노년탐정김전일 -재능기부를 하건 어쩌건.결국 경매

형식으로 가지 않을까?

ㄴ 명탐정고난 -경매!? 오 일리가 있는데.

ㄴ탐정연합 -경매로 파는거야. 형은 재능 기부이니 그림을

그리던가 하고,나머지는 물건을 기부할 수도 있겠지.

ㄴ 씰룩홈즈-그중에 있구나!!

ㄴ탐정연합-그래. 업 확인기와 관련된 건 거기에 있는거야.

그 물건들중에 하나. 그게 시나리오 흐름일 것 같아.

"휴먼.내일 일정은 유튜브 측과 협의를 통해. 제가 배정하겠습니다."

"어. 알겠어."

댓글을 보다가 인공이의 목소리에 고개를 들었다. 일정 관리를 위해 데려온 인공이는 유튜브 측과 일정을 조율하고 있었다.

인공이를 데려온 보람이 있었다.

현규는 다시 댓글들을 확인했다.

설정연합-다들 추리에만 몰두하고 있는데. 이번 행사

생각하면 할수록 개꿀인데?

ㄴ탐정연합-이건 또 무슨소리야?

ㄴ 설정덕후 세계적인 유튜버들이 얼마나 많은 업을 가지고

있을지 생각해봐.

ㄴ 명탐정고난-그러네!? ㅋㅋㅋㅋㅋ 어떻게 이 생각을

못했지!?

ㄴ 설정덕후 물건을 손에 넣는 건 세계관 확장이고,

유튜버를 만나는 건 업획득이지.

ㄴ 명탐정고난-ㅋㅋㅋㅋ오졌다. 그러네. 시나리오팀이랑

설정팀 ㅋㅋㅋ 빡세게 연구했네.

추리를 넘어 이번 방송의 흐름을 꿰뚫는 댓글이었다.

"얼추 내 생각이랑 맞는 거 같은데?"

"시청자들의 의견은 합리적인 추론을 바탕으로 이루어졌습니다."

인공이가 보기에도 괜찮은 모양이었다.

"좋아. 이제 진짜 일정이랑 비교를 해보자. 이번 행사 도대체 뭐야."

"생각과는 조금 다른 방식으로 진행되는 것 같습니다."

"역시, 유튜브 쪽에서도 준비 좀 한 모양이네."

세계적인 유튜버를 모아놓고 뻔한 행사를 하는 건 낭비였다.

"프리마켓과 유사한 구조로 되어 있습니다."

"프리마켓? 좌판에 깔아놓고 파는 그거?"

창작 마켓이나 아트 마켓이라고도 불리는 프리마켓은 수제작 물품을 파는 공간이었다.보통 거리 하나를 할당하고,판매자들이 자유롭게 좌판을 여는 형식이었다.

"좌판은 아니고, 유튜버마다 개인 부스가 존재합니다."

"부스까지 준비됐다고?"

"그렇습니다. 최소 1일 영업해야 하며, 최대 3일 동안 영업할 수 있습니다."

1일부터 3일까지.

각자 선택할 수가 있었다.

"잠깐만. 일반 관람객은 없다고 하지 않았어?"

"맞습니다. 유튜버들은 판매자이면서 구매자입니다."

"이상한데. 이렇게 되면 경매를 하거나, 많은 돈을 모으기 어렵지 않아?"

기부라는 컨셉과 현장의 느낌이 전혀 달랐다. 많은 돈이 모일 환경이 아니었다.

"새로운 아이디어를 제시했습니다."

"아이디어?"

"시청자가 광고를 하나 볼 때마다 플레이 버튼을 하나씩 받습니다."

기발하다면 기발한 생각이었다.

"플레이 버튼으로 물건을 사고파는 거야?"

"그렇습니다. 프리마켓에서 쓰이는 화폐는 플레이 버튼입니다. 인기가 많은 물건일 경우 경매형식으로 진행된다고 합니다. 경매 중개인이 회장에 대기하고 있습니다."

시청자나 유튜버의 주머니에서 나오는 돈으로 진행되는 게 아니었다.

"기업들은 홍보 효과를 노리고 참여한 거고?"

"그렇습니다. 모두가 윈-윈하는 구조입니다."

유명한 유튜버들을 모은 이유가 있었다.

"구독자가 힘인 거네?"

"맞습니다. 구매하거나 경매에 참여하려면 시청자로부터 버튼을 받아야 합니다."

회사, 시청자, 유튜버.

그 누구도 손해를 보지 않았다.

오히려 서로서로 도와주며,새로운 흐름을 만들어냈다.

"괜찮은데?"

"행사에 참여한 유튜버들이 후원을 받으면 수수료는 전부 기부금에 포함된다고 합니다."

유튜브는 판을 만드는데 그치지 않고 수수료를 기부금에 전환하며 판 위에 올라왔다.

"기가 막히네."

"꽤 오랫동안 준비한 행사였다고 합니다."

누가 기획한 건지 모르겠지만 대단했다.

"기획자는?"

"모릅니다. 찾아봅니까?"

"어.접촉해봐. 기왕이면 스카우트도 살짝 해보고."

"알겠습니다."

기획자로 받아도 될 것 같았다.

"좋아! 어떻게 돌아가는지는 이해됐어. 그럼 나는?"

"물건을 파는 게 아닌. 생산을 부탁받았습니다."

빙의 팔찌를 가져오라고 했던 이유.

"받아먹은 만큼 보여줘라?"

"그렇습니다. 다른 유튜버들과는 차별화된 모습을 원하는 것 같았습니다."

받은 만큼 일하라는 뜻이었다.

"영업 3일은 고정이야?"

"고정이라고 하진 않았습니다만,3일을 원하는 것 같았습니다."

대가 없는 호의는 없는 법이다.

"팀을 나누자. 난 부스에서 일할게. 인공이 네가 그 물건을 찾아. 카메라 들고 다니면서 촬영도 하고."

"부스는 휴먼이. 외부는 제가. 이해했습니다."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차라리 잘 됐어.화면은 반씩 나눠서 동시 출력해.보여줄 게

있을 때, 확대해서 보여주는 형식으로."

"알겠습니다."

빙의 팔찌를 사용해도 재미없는 부분이 생긴다.그때를 위해 인공이의 영상도 같이 내보낼 생각이었다.

"좋아. 필요한 물건들 준비해야 하는데 같이 나갈래?"

"걱정할 필요 없습니다. 휴먼. 이미 유튜브 측에서 모두 준비해 놨습니다."

유튜브는 작정하고 초대한 게 확실했다.

"그럼, 최종 점검만 하자."

"알겠습니다."

당장 내일이 방송 시작이었다.

간단하게 점검만 하려던 계획은.

"이 정도 가지곤 안돼. 시선을 제대로 끌어야 해."

새벽이 되고 나서야 끝났다.

"여러분!! 랜하!!"

"랜하입니다."

방송이 시작됐다.

피뢰침 -하!! 미국 공기 어떰!?

PYRO-랜하! 미국에 오신걸 환영합니다!

악마2호 ㅋㅋㅋ랜하ㅋㅋㅋㅋ

탐정연합-랜하!! 모든 의문이 풀렸다!

ㄴ김윤석-ㅋㅋㅋㅋ 확실해?ㅋㅋㅋㅋ

시차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시청자들은 기다렸다는 듯 쏟아져 들어왔다.

"여러분! 이곳은 행사장입니다!"

피뢰침 -추리는 어떻게 된 거예요!!

탐정연합-우리 말이 맞지!?

시청자들의 관심은 행사에 집중되어 있었다.

"이거 조금 애매합니다.반은 맞고,반은 틀리셨어요. 이게 어떻게 된 거냐면…"

행사가 어떻게 진행되는지 쭉 설명했다.

탐정연합-ㅋㅋㅋ미쳤다.창의력에서 우리가 졌네.

ㄴ 피뢰침 -아니지! 이정도면 이긴거 아님?

ㄴ 명탐정고난 비겼다고 하는 게 맞을거 같음 ㅋㅋㅋㅋ

흐름은 맞췄는데. 유튜브에서 이런 행사를 기획할 줄이야.

"대박이죠? 저도 생각도 못 했습니다. 덕분에 저희는 2팀으로 나눠서 진행됩니다."

"저와 휴먼. 이렇게 두 화면이 동시에 송출됩니다."

이건 모두를 만족시킬만한 방법이었다.

인공연합-오오오!! 동시 송출!! 판매와 구매!동시에

가는거네!? 퍄퍄퍄!

탐정연합-오케이! 물건의 추리는 계속 된다는거지 ?

ㅋㅋㅋ좋은데?

여구독자연합-난 오빠 빙의 팔찌쓰는거 볼래요! 이게 더

꿀잼!

ㄴ악마2호-ㅋㅋㅋ 인정입니다.

수호대 -복잡하게 생각할 거 없이. 우린 재밌는 부분만 보면

되는거 아님?

정답이었다.

"바로 그거에요! 재미있는 부분만 보세요. 지루할 땐 다른 쪽

화면을 보시면 됩니다!"

시청자들에게 재미를 주려는 조치였다.

"일단! 여러분의 힘이 필요합니다! 플레이버튼 좀 주세요!!"

"부탁드립니다."

현규와 인공이가 부탁했지만.

천사연합 -우리의 차례군. 버튼을 주면 뭐 해줄꺼임?

시청자에게 무조건 바라는 건 나쁘다고 생각합니다!

ㄴ 인공덕후 솔깃솔깃.

ㄴ 피뢰침 - 흠… 일단 맡겨봅니다!

시청자들은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문제의 물건은 보내드릴 수 없습니다. 이건 인정하시죠?"

천사연합-고건 인정.

시청자들도 막무가내로 요구하는 게 아니었다. 버튼이 남게 될 경우를 대비한 것이다.

"저희가 필요한 물건을 구매하고,버튼이 남는다면! 여러분의 추천을 받아 다른 물건을 구매하고! 추첨을 통해 선물하겠습니다! 어때요? 인정?"

천사연합 -노노. 아직 약함.형도 물건 만들어서 팔 거잖아

ㅋㅋㅋㅋ 그 버튼은 어쩔 거야??

천사연합은 생각 외로 똑똑했다.

"아… 요게 안 통하네."

천사연합 -ㅋㅋㅋㅋ 우리가 이럴 땐 두뇌 풀가동임 ㅋㅋㅋㅋ

결국 다른 조건도 제시해야 했다.

"벌어들이는 버튼도 전부!!여러분이 원하는 물건을 구매하겠습니다! 됐죠!? 와! 이건 너무했다!"

천사연합 -우리는 악마가 아니라 천사. 하나쯤은 형 사고

싶은 거 살 수 있게 해드림.

ㄴ 피뢰침 - 캬!! 역시 천사 ㅋ 자비롭다! ㅋ

ㄴ 여구독자연합-이 정도면 우리도 동의!!

믿었던 여구독자연합마저 동의했다.

"좋습니다! 이제 슬슬 시작해 볼까요?! 주위는 인공이가 소개해 드릴 테니! 전 오늘 뭘 할지! 말씀드리겠습니다!"

이번에 개그를 쏙 뺄 생각이었다.

"이번에도 그림을 그릴 겁니다. 단! 이번엔 예술을 할 생각입니다!"

수호대-예술? ㅋㅋ 상대가 원하는 거 그리는 게 아님?

윤석정-ㅋㅋㅋㅋ 갑자기 분위기 예술!?

랜덤박스를 모르는 많은 시청자가 이 기회를 통해 유입될 것이다. 그렇다면 만화 같은 특수한 장르여서는 안 된다.

"각오하세요. 진지하게,세계를 충격에 빠트리겠습니다. 저 완전 진지합니다. 궁서체입니다."

"휴먼. 오바입니다."

피뢰침 -ㅋㅋㅋㅋㅋ 오바긴 한데,우리형이 또 말한대로는 보여줬으니깐?ㅋㅋ 기대해볼만 할 듯?

유튜브 본사가 주최한 행사가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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