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8. 말문이 트이다.
"여러분! 너굴너굴!"
"너굴너굴!!"
인사와 함께 방송이 시작됐다.
여구독자연합 - 오빠! 랜하! 몸 괜찮아요?
피뢰침 -랜하!! ㅋㅋㅋㅋ 얼굴 완전 상쾌해 보이는데? ㅋㅋㅋㅋ
악마2호-크랜하!! ㅋㅋㅋㅋ 형 얼굴 좋아졌네? ㅋㅋㅋㅋ
크라나 - 랜하!! 근무 중 이상무!
ㄴ수호대 -ㅋㅋㅋㅋ 확실해? ㅋㅋㅋㅋㅋ 시청자들이 빠르게 접속했다.
"어제 2차전까지 고통스러운 시간이었습니다."
"너굴너굴."
누군가 강제로 덮치는 건 끔찍한 경험이었지만, 그보다 더 최악인 것이 있었다.
"그런데도! 그 치욕과 아픔 뒤 찾아온 시원함!! 분하지만 너무 시원했습니다!!"
"너굴너굴!!"
분함이 얼굴에 그대로 나타났다.
김초롱 - 남자들은 왜 좋았으면서, 다음날 딴소리하는거야!?
ㄴ피뢰침 - 음… 선생님…그건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ㄴ악마2호- 이 질문에 대답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고 한다. ㅋㅋㅋㅋㅋㅋㅋㅋ
"좋긴 뭐가 좋아!!"
"너굴!!"
현규와 너굴맨이 동시에 소리쳤다.
너굴연합 - ㅋㅋㅋ 여기 우리형 편은 너굴맨님 뿐이시구나 ㅋㅋㅋ 역시 자비로우신 너굴맨님!!
ㄴ피뢰침 -ㅋㅋㅋ 왜 여구독자연합도 있잖아 ㅋㅋㅋㅋ
ㄴ여구독자연합 - 오빠 그래도 시원하셨다니 다행이에요!
ㄴ취호선 -ㅋㅋㅋ귀신같이 등장. 그나마 위로해주는 시청자들이 있었다.
"네. 역시 멜랑이는 달랐습니다. 하루 자고 나니. 뭉쳐 있던 피로가 싹 가셨습니다."
얼굴이 좋아졌다는 시청자의 말은 진짜였다.
뭉쳐 있던 피로가 가시며 얼굴이 훤해 졌다.
"뭐, 시청자분께서는 그런 의미가 아니라. 얼굴의 퀄리티가 좋아졌다는 뜻으로…"
말이 끝나기도 전에 후원이 도착했다.
<악마2호 님이 1,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악마2호-응. 아니야. 해줄 생각없어. 돌아가. 방송이나 진행해주세요!>
"아니. 농담에 정색하고 그래요!"
"너굴?!"
한 번 더 반항해 봤지만.
악마2호 - 응. 아니야. 방금 진심이었던 거
딱 느껴졌어.
한 방에 격추당했다.
현규는 못 본 척 화제를 돌렸다.
"흠! 오늘의 방송 뭔지 궁금하지 않으십니까!?"
"너굴너굴!"
피뢰침 -ㅋㅋ 이렇게 말을 돌린다고? ㅋㅋ
수호대-다들 ㅋㅋ 여기선 모른척해주자.
ㅋㅋ
여구독자연합 - 와 -! 완전 궁금해요! 오늘
방송 뭐에요?
ㄴ김초롱 - ㅋㅋㅋㅋㅋㅋ영혼 하나도
없어.
시청자들은 알면서도 모른 척 넘어갔다.
"외계 확장이다. 설정 넓힌다고, 골치 아프셨던 분들을 위해 준비했습니다!"
"너굴너굴!"
크라나 - 설마!? 랜덤박스 개봉!?
ㄴ취호선 -오오오오!!! 사실 헛소리에 지겨워하고 있었음.
ㄴ수호대 - 어!? 너도 ?ㅋㅋㅋㅋ 랜박은
상자를 까야 맛이지!!
ㄴPYRO-옳소!!!
기다렸다는 듯. 외계부터 지구까지 모든 시청자의 환영이 이어졌다.
"그렇습니다! 상자깡 방송 시작하겠습니다!"
"너-굴!!"
상자깡 방송이 시작됐다.
***
"그럼 바로! 열겠습니다!"
"너굴!!"
현규는 책상 밑에 준비된 상자를 꺼냈다.
크라나 - 오오오!! 가즈아!!!!
피뢰침 - ㅋㅋㅋㅋ 가자!!! 와라!!! 망설일 필요 없었다. 현규는 곧장 상자 위에 손을 올렸다.
- 랜덤박스 4개를 오픈하시겠습니까? 동시 개봉 알림이 나타났다.
"열어 주세요!! 설정에 답답했던 우리들의 속을 뻥하고 뚫어 주세요!!"
"너굴너굴!!"
너굴맨과 현규가 소리 지르고,
피뢰침 - 진짜다!! 깝깝했다!! 재미는 있지만! 역시 랜박은 상자깡이다!!! 시청자들도 이에 동조했다.
- 정말 동시에 오픈하시겠습니까?
"오픈합니다!!"
"너굴너굴!!"
현규와 너굴맨이 동시에 소리쳤다.
- 빠밤! 빠밤!
동시개방 전용 BGM과 함께.
눈 부신 빛이 터져 나왔다.
-동시개방을 선택하셨습니다.
-랜덤박스 하나가 합성용으로 소모됩니다.
"와라!! 시원찮은 거 나오면! 중계권으로 현질하는 수가 있다!!"
"너굴!?"
악마2호- ㅋㅋㅋ 왜 랜덤박스를 협박해 ㅋㅋㅋㅋ 미쳤냐고 진짜 ㅋㅋㅋㅋㅋ
협박과 함께 알림이 떠올랐다.
- 감정 강화 목걸이.
- 파피루스.
-만국 번역기.
이렇게 연관 없는 물건은 처음이었다.
어떻게 조합이 될지 예상조차 되지 않았다.
플로나 - 미친!! 파피루스잖아요!! 멈춰!!! 조합하면 안돼!!! 업드릴게요!!! 플로나의 절규와 함께 합성되기 시작했다.
- 감정 강화 목걸이에 합성합니다.
- 파피루스가 합성됩니다.
- 파피루스를 담기엔 그릇이 작습니다.
- 성능이 대폭 하락합니다.
- 성능이 대폭 하락합니다.
- 만국 번역기가 합성됩니다.
- 파피루스가 번역에 특화됩니다.
- 격정의 우주 번역기를 획득하였습니다.
"격정의 우주 번역기?"
"너굴?"
감정 강화 목걸이가 그릇이 되고, 파피루스와 번역기가 합성된 것 같았다.
문제는… '격정의 우주 번역기'라는 이해되지 않는 결과물이었다.
"번역기가 격정적일 수가 있어요?"
"너굴!?"
너굴맨이 당황할 정도로 충격적인 물건이었다.
피뢰침 -ㅋㅋㅋ우주 번역기에 격정이 붙어? ㅋㅋㅋㅋㅋㅋ
설정연합 - 골 때리네 진짜 ㅋㅋㅋㅋ 그나저나 파피루스는 뭐야?
플로나-파피루스!! 저희 도서관에도 10개가 채 되지 않는 파피루스가!!!
명탐정고난 -ㅋㅋㅋ이해했음. 저장장치같은 건가본데? ㅋㅋ 아!! 그래서 만국 번역기가 우주 번역기 된거 아님?
ㄴ플로나 - 맞습니다. 저게 저런 쓸데없는 물건에 조합되다니!!!
ㄴ크라나 - 쓸데 없다니! 우주 번역기 완전 좋아 보이는데!!
ㄴ플로나 - 파피루스가 들어갔는데요!?
ㄴ크라나 -ㅋㅋㅋ파피루스 가격 생각하면 그건 아니지만 ㅋㅋㅋㅋㅋ
지구와 외계 둘 다 당황하고 있었는데, 둘은 전혀 다른 의미로 당황하고 있었다. 지구는 순수하게 놀라고 있는 쪽이었고 외계는 파피루스 자체에 놀라고 있었다.
"파피루스가 뭐길래 이렇게 난리예요?"
"너굴너굴!"
너굴맨이 반응할 정도의 물건인 것 같았다.
플로나 - <관리자에 의해 삭제된 메시지입니다.> 인 건데, 정말 엄청난
물건입니다.
정보제한으로 채팅창에서는 정보를 얻을 수 없을 것 같았다.
"인공아?"
- 대규모 저장장치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저장된 내용을 스스로 분석, 확장하는 능력을 갖추고 있습니다.
대규모 저장. 분석과 확장.
정보를 담는 데 있어선 최고의 기능이었다.
"아! 거기에 번역기가 담긴 거야?"
-그렇습니다. 만국 번역기는 연합에서 사용되는 흔한 번역기입니다. 그게 파피루스에 기록되며 변화한 것 같습니다.
이게 대박인지 아닌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그럼 이 격정적이라는 부분은?"
-감정 강화 기능이 추가된 모양인데. 사용해 봐야 알 것 같습니다.
결론은 일단 사용해 봐야 할 것 같았다.
"이걸 누구한테 사용해?"
"너굴?"
너굴맨의 목소리가 들리고, 현규의 고개가 돌아갔다. 둘의 눈빛이 마주쳤다.
"너굴!?"
"아닌가?"
너굴맨에게도 적용이 될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피뢰침 -설마!?
악마2호 - 이거 되는 거야?!
플로나 - 당연히 됩니다!! 무조건 번역이 될 겁니다!!
ㄴ크라나 -ㅋㅋㅋ진정해ㅋㅋㅋ 왜 흥분을 하고 그래! ㅋㅋ
채팅창을 보니 가능한 모양이다.
"진짜요?"
"너굴!? 너굴!"
너굴맨은 왠지 긴장한 것처럼 보였다.
- 특별히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위험도는 굉장히 낮습니다.
"그래?"
시험해볼지 말지 고민이 됐다.
rlaalswo-왔다!!! 너굴맨님말문이 트이시는구나!!
ㄴ피뢰침 - ㅋㅋㅋ진성 너굴맨 빠돌이 등장 ㅋㅋㅋㅋㅋ
ㄴ수호대 - ㅋㅋㅋ 귀신같네! 진짜 ㅋㅋㅋㅋ
채팅창은 기대감으로 잔뜩 차올랐다.
그렇다고 바로 너굴맨 목에 걸어줄 수는 없었다. 조금 준비가 필요했다.
"너굴맨! 휴머노이드 탑승!"
"너굴!? 너굴너굴!"
"얼른. 그냥은 안 돼."
"너굴."
망설이던 너굴맨은 휴머노이드가 있는 외계로 이동했다.
"잠시 너굴맨을 기다리겠습니다! 너구리가 말하는 것보다는 사람 모습이 말하는 게 낫지 않겠어요?"
rlaalswo - 하?하?...
ㄴ너굴연합 - 잠깐 진정하는 게;;;;
인공짜응~ㅋㅋㅋ미쳤냐고 진짜 ㅋㅋㅋㅋ
김초롱 - 숨소리 진짜 극혐이야 ㅋㅋㅋㅋㅋ
시청자들의 채팅이 끊임없이 올라왔다.
***
잠시 후.
"너굴너굴!"
너굴맨이 휴머노이드에 탑승하고 왔다.
"너굴맨. 이리 와서 앉아."
"너굴."
피뢰침 - 진짜 되나?
ㄴ악마2호 -ㅋㅋㅋ 선생님 ㅋㅋ 너무 몰입하신 거 아닙니까? ㅋㅋㅋㅋㅋ
ㄴ피뢰침 - 아! 맞네 ㅋㅋㅋ 그냥 말하는 거구나!
현규가 느끼는 것과 시청자들이 느끼는 것에는 큰 차이가 있었다.
"그럼, 바로 목걸이 걸어 주겠습니다."
"너굴너굴."
"너굴맨. 이상하면 바로 목걸이 빼 버려."
"너굴?"
"그래. 상관없어. 그냥 빼 버려."
안전이 최우선이었다.
현규는 조심스럽게 너굴맨에게 목걸이를 걸어주었다.
"너굴?"
- 목걸이를 활성화합니다.
목걸이는 별다른 변화가 없었지만 너굴맨에게는 다이나믹한 변화가 있었다.
"너-굴!? 너굴!"
"어!? 왜그래!?"
얼굴을 찡그렸다가 웃다가, 다양한 표정 변화가 이어졌다.
- 활성화가 완료되었습니다.
인공이의 말과 함께 거짓말처럼 표정 변화가 사라졌다.
"이게 뭐라고 긴장이 되네요."
무표정한 너굴맨에 왠지 모를 긴장감이 느껴졌다.
"너굴맨?"
"아."
"아?"
너굴맨의 입에서 '너굴' 외의 소리가 나온 건 처음이었다. 맑고 청아한 아이의 목소리.
"아… 아…"
"응?"
왠지 모르게 들뜬 목소리였다.
너굴연합 - 너굴맨님! 목소리!! 너무 좋아!!
rlaalswo - 아아… 신의 목소리!!
ㄴ피뢰침 -ㅋㅋㅋ 오바라고 하고 싶은데. ㅋㅋㅋ 너무 좋은데?
시청자도 같이 들뜨기 시작했다.
"형."
"형?"
"형!"
"형?!"
연습하듯 입안에서 단어를 굴리다가.
"우리형!! 좋아!"
그대로 급발진했다.
"으아앗!"
"형! 형! 우리형! 좋아!"
너굴맨은 현규에게 돌진하듯 안겨 얼굴을 비비며 좋다는 말을 연발했다.
김초롱 - 어?! 내 심장 어디감? ㅋㅋㅋ 아 너굴맨 때문에 터졌구나? ㅋㅋㅋㅋ
ㄴ너굴연합 - 너도!? 나도!!
피뢰침 -……이건, 미쳤다. 너무 귀여운데?
크라나 - 음… 너굴맨이 이럴 줄이야. 이거 외계에 퍼지면 난리 나겠는데?
ㄴ플로나 - 확실히. 그렇습니다. 놀랍게도 귀엽군요.
ㄴ크라나 -ㅋㅋㅋ난 우리형 엎드려 뻗쳐 시킬 줄 ㅋㅋㅋㅋㅋㅋ
ㄴ악마2호 -전투본능 발동해서? ㅋㅋㅋ
채팅창이 터질 듯이 올라왔다.
"너굴맨! 잠깐 진정을…"
"좋아!! 최고야! 멋져!"
"천천히 진정해도 될 것 같다."
다소 흥분한 것 같지만 극찬이 쏟아지니.
그다지 나쁘지 않은 기분이었다.
"이게 생각한 거랑 좀 다르네요. 인터뷰나 깊은 대화가 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는데. 이것도 이것대로 나쁘지 않은데요."
"좋아! 언제나 좋아! 우리형이 최고야!"
현규는 헤벌쭉 웃으며 이 즐거움을 만끽했다.
피뢰침 -ㅋㅋㅋ너굴맨님 귀엽긴 한데 ㅋㅋ ㅋ우리형 극혐이고 ㅋㅋㅋㅋ
ㄴ여구독자연합 -극혐까진 아니에요!
ㄴ악마2호-ㅋㅋ그럼 약혐인가요? ㅋㅋㅋㅋ
너굴연합-스크린샷 저장하세요! 떠들 때가 아닙니다!!
rlaalswo - 너굴맨님!! 사랑합니다!!!
채팅을 읽은 현규는 표정을 수습했다.
"일단, 대화를 시도해 보겠습니다."
다소 흥분한 상태에서도 대화가 된다면 그래도 절반은 성공이었다.
"너굴맨! 내가 얼마나 좋아!?"
"우주만큼!"
"크!! 너굴맨!!!"
"형!!"
흥분상태라고 대화가 불가능한 건 아니었다.
"너굴맨이 제일 좋아하는 일이 뭐야?"
"아침에 형 보는 거! 제일 좋아!"
"크!! 나도 마찬가지야!! 우리 너굴맨이 최고야!!"
"아냐! 형이 최고야!!!"
피뢰침 -평소라면 놀고있네. 라고 채팅했겠지만, 너굴맨이 모든걸 용서하게 만든다.
ㄴ너굴연합 - ㅋㅋㅋㅋ 우리형 그래도 나름 그림이 되자너 ㅋㅋㅋㅋ
ㄴ악마2호-크!! 아주 힐링이여. ㅋㅋㅋㅋ
여구독자연합 - 오늘 너무 좋아요!!!
시청자들의 분위기까지 훈훈해질 때.
<설정연합 님이 100,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설정연합 -감정이 없는 인공님이나. 말을 못 하는 멜랑이님이 저 목걸이는 착용한다면!?>
새로운 의견이 튀어나왔다.
"갑자기!?"
"좋아!"
"아니에요! 방금 너굴맨 그 대답한 거 아니에요! 나 좋다는 거지?"
"좋아!"
"아니! 생략하지 말고!!"
너무 좋아해서 문제였다.
<너굴연합 님이 100,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너굴연합 - 예. 훈훈하고 달달한 건 충분히 봤으니. 이제 인공님 내려오시죠^^ 멜랑님도 대기해주시구요^^우리 너굴맨님이 좋으시다잖아요.>
피뢰침 - 맞다!! 후원 내용이 딱 맞다!!
악마2호 - 가즈아!! 인공님 멜랑님도 가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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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팅창의 분위기가 다른 사람으로 흘러갔다.
"냐-앙!"
귀찮아 보이는 고양이의 울음소리가 들렸다.
"여러분! 진정해요!!!"
"좋아! 형 너무 좋아!"
이곳은 혼돈이 가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