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2. 이것은 마법인가 기술인가.
"유튜브 지원사업 설명회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저는 오늘 행사 진행을 맡은 이현규입니다."
사람들의 시선이 집중되어 있는데도 현규는 여유와 자신감이 넘쳐 보였다.
"거두절미하고, 저희가 어떻게 지원을 해 드릴지 보여드리겠습니다."
바쁜 시간을 쪼개서 모인 사람들이었기 때문에 시간을 질질 끌며 어필할 필요가 없었다.
"우선, 시범을 보여드리기 위한 장비가 필요한데, 저희 쪽에서 준비한 물건으로 보여드리는 게 아닌 조금 다른 방법으로 진행해 보겠습니다."
현규는 뭔가를 찾는 것처럼 객석을 살펴봤다.
"맨 앞에 계신 분, 노트북 잠시 빌릴 수 있을까요?"
그는 현규의 말에 깜짝 놀라 노트북을 감쌌다. 하지만 그에게서 자연스럽게 노트북을 받을 방법이 있었다.
"대신 사용할 노트북을 드리겠습니다. 잠시 노트북 좀 빌릴 수 있을까요?"
현규의 말에 진행요원이 노트북을 가지고 손님에게 이동했다.
"빌려주시는 동안 사용하실 노트북은 되돌려주시지 않아도 됩니다. 협조해주신 선물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노트북을 선물한다는 말에 망설이던 그가 노트북을 건네주었다.
설치가 간단하다는 걸 보여줄 생각이었다.
"방송 장비가 세팅되신 상태에서는 이 USB 하나면 끝입니다."
USB를 꽂고 얼마 지나지 않아 노트북의 화면이 회장에 걸린 스크린에 나오기 시작했다.
"그저 USB만 꽂으면, 이렇게 모든 준비가 끝납니다. 인공아?"
- 네. 접속 완료했습니다.
인공이의 대답이 회장 스피커를 통해 흘러나왔다.
"방금 노트북을 받아 USB를 꼽았을 뿐이지만 벌써 준비가 끝났습니다. 최적의 세팅을 자동으로 인공이가 해줍니다."
- 모든 설정 완료했습니다.
USB만 꽂으면 모든 준비가 끝난다.
"녹화를 할 수도 있고, 라이브 방송을 할 수도 있습니다. 여러분이 해주실 일은 USB를 꽂는 것뿐입니다. 나머지는 인공이에게 부탁하시면 됩니다."
- 비공개 채널로 유튜브와 트위키 라이브 방송을 시작합니다.
현규의 말에 맞춰 방송이 시작됐다.
"노트북으로 진행되는 방송이라 부족한 것들이 있긴 하지만, 일단 팬들과 소통하실 분들은 이 정도만 해도 충분하실 겁니다."
회장 스크린에 유튜브와 트위키가 나타나고 라이브로 진행되는 방송이 나오기 시작했다.
"그럼 방송이 끝나고는 어떨까요?"
- 라이브 방송을 종료하고, 영상을 편집해 업로드합니다.
방송이 끝나고 편집과 업로드가 진행된다.
"방송의 시작부터 편집까지. USB만 꽂으시면 모두 가능합니다. 노트북으로도 충분히 가능하고 성능이 좋은 컴퓨터면 더 좋습니다."
- 편집이 끝내고 영상을 업로드 중입니다.
잠깐 사이에 영상이 업로드됐다.
"이 USB만 있다면 당신도 유튜버입니다. 그럼, 질문받겠습니다."
시작부터 끝까지 현규가 사용한 건 USB 하나뿐이었다. 무수한 질문의 요청이 쇄도했다.
***
피뢰침 - ㅋㅋㅋㅋㅋㅋㅋㅋ이게 뭐야 ㅋㅋㅋㅋ 하다하다 진짜 별걸 다 하네 ㅋㅋㅋㅋㅋㅋ
ㄴ수호대 - ㅋㅋㅋ 질문할 때. 3대 기획사 다 온 거 실화야? ㅋㅋㅋㅋ미쳤음.
ㄴ악마2호 - ㅋㅋㅋ회사랑 상관없이 직접 온 연예인도 있던 거 같던데?
ㄴ피뢰침 - ㅇㅇㅇ…있는거 같았음. 객석을 보여주질 않아서 누군질 몰라서 그렇지 ㅋㅋㅋ
취호선 - 근데 이거 왜 하는 거야? 딱히 비싸게 받고 파는 것도 아닌 거 같던데.
이민수- ㅇㅇ… 질문할 때 보니깐. 회사들한테만 돈 받고, 개인한테는 돈 안 받는다며.
ㄴrlaalswo - 돈이 목적이 아닌 거 같아 보임.
명탐정고난 - 우리가 나설 차례네. 돈이 목적이 아닌 건 확실해 보임.
ㄴ수호대 - 그럼 뭐가 목적이야!?
ㄴ노년탐정김전일 - 솔직히, 존나 말도 안 되는 건데. 이건 노골적인 업 수집 같아 보임 ㅋㅋㅋㅋㅋ
ㄴ수호대 - ㅋㅋㅋㅋㅋ미친. 랜덤박스 유니버스 땜에 이 난리를 치는 거라고? ㅋㅋㅋㅋ
ㄴ씰룩홈즈 - 아니면 다른 이유가 없음. 돈을 뜯어내려면 얼마든지 할 수 있을 텐데. 편집 지원받는 유튜버들 말 들어보면 전혀 아니던데?
ㄴ수호대- 리얼?
ㄴ씰룩홈즈 - ㅇㅇ…랜박 갓갓이라고, 그쪽은 거의 광신도 수준임 ㅋㅋㅋ
ㄴ악마2호 - ㅋㅋㅋ진짜 업 때문이다? 진짜로? ㅋㅋㅋ 그게 의미가 있는 거야?
ㄴ명탐정고난 - 모르지 ㅋㅋㅋㅋ 진짜 세부적인 건 설정덕후들에게 맡김 ㅋㅋㅋ
설정연합 - 이 몸 등장!!
ㄴ악마2호 - ㅋㅋㅋ덕후들 어서 오고.
설정연합 - 진짜 설명 들어감.
ㄴ설정연합 - 업이 늘어나면, 형의 활동 범위가 늘어남. 여까진 다들 동의하지?
ㄴ탐정연합 - 알지. 근데 막대한 비용을 들여서 업을 챙긴다? 이건 잘 모르겠음.
ㄴ설정연합 - 크게 봐봐. 당장 코앞만 보지 말고, 유튜버들이 랜박 지원 받는거 점점 늘어나는 추세임. 요즘 신입 유튜버들은 대부분 랜박 지원받음.
ㄴ명탐정고난 - 벌써? 그 정도로 빠르다고?
ㄴ설정연합- ㅇㅇ…… 상상 이상으로 빠르게 지원하고 있음.
ㄴ탐정연합 - 거기에 연예인까지!?
ㄴ설정연합 - ㅋㅋㅋ농담이 아니라. 진짜 랜박 유니버스 가능할지도 모름.
ㄴ명탐정고난 - 자연스럽게 랜박 유니버스에 빠지는거구나?
ㄴ설정연합 - ㅇㅇ…스타워즈나 해리포터, 드래곤볼처럼 전세계인이 아는 세계관이 생기는거임.
ㄴ악마2호 - 유튜브로?
ㄴ설정연합 - 영화나 드라마, 소설, 만화가 아니라 인터넷 방송으로 하는 첫 시도. 여러 가지 의미로 대단한 채널임.
ㄴ랜빡의원 - 우리야 재밌게 보면 되는 거고?
ㄴ설정연합 - ㅋㅋㅋㅋ그래. 그게 맞다. 우리도 재밌어서 하는 분석이니. 각자 재밌게 즐기면 될 거 같음. ㅋㅋㅋㅋ
ㄴ탐정연합- 이 말이 맞네. ㅋㅋㅋ 이 다음에 뭐가 나올지. 기대하며 보면 될 듯.
댓글을 확인한 현규는 깜짝 놀랐다.
"이게 무슨 개소리야?"
그런 심오한 이유로 시작한 일이 아니었다.
- 간단한 이야기입니다. 휴먼.
인공이의 반응은 전혀 달랐다.
"간단하다고?"
- 그렇습니다. 업이 가짜라고 알고 있는 시청자들에게는 이유가 필요한 법입니다.
'랜덤박스가 이런 일을 하는 이유.'
몰입해 있는 시청자들에겐 중요한 요소다.
"네 생각은 어때?"
- 시청자들의 의견을 물어보신 거라면, 합리적이고 설득력 있는 이야기입니다.
"이게?"
- 앞으로 저희가 할 모든 일에 이유가 돼줄 겁니다.
시청자들의 분석이 적중했다.
"그럼, 시청자들의 아이디어를 받아서 시나리오를 만들어 보는 게 어때?"
- 괜찮은 발상입니다. 제법입니다. 휴먼.
"잘 부탁할게!"
- …제가 하는 겁니까?
물론 인공이의 업무였다.
"이런 중요한 일을 누구에게 맡기겠어. 짐승인 내가 해? 아니면 똑똑하고, 빛과 같으신 인공님이 해?"
- 안타깝지만 제가 할 수밖에 없어 보입니다.
자연스럽게 인공이에게 일을 미뤘다.
이제 성과를 확인할 시간이었다.
"좋아. 실제 기획사들 반응은 어때?"
- 개인을 무료로 해준다는 이야기에 자극을 받은 모양인지.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있습니다.
개인을 무료로 풀어준 건 기획사를 자극하기 위해서였다.
"적중이네?"
- 맞습니다. 개인을 풀어주면서 실리와 명분을 모두 챙겼습니다.
지원한다는 명분과 기획사를 움직이게 만든 실리. 두 가지를 모두 챙겼다.
"개인적으로 접촉하는 사람 모두 계약해 줘. 발등에 불 떨어지면 더 적극적으로 움직일 거야."
- 알겠습니다. 계속해서 진행하겠습니다.
기획사와 싸우고 협상할 필요 없었다. 개인을 흡수하면 기획사는 빠르게 움직일 수밖에 없다.
"이건 이렇게 마무리하자고."
- 아직입니다. 새로운 요청이 있었습니다.
"요청?"
아직 끝이 아니었다.
- 콜라보레이션을 요청한 연예인들이 있습니다.
"콜라보?"
- 그렇습니다.
벌써 이런 요청이 들어올 줄은 몰랐다.
"귀찮긴 하지만 원한다면 어쩔 수 없지."
현규의 말과 표정은 정반대였다.
진한 미소와 신난 표정.
솔직히 싫어할 필요가 없는 일이었다.
- 무슨 소리입니까?
"어!? 콜라보라며."
그런데 인공이의 대답은 전혀 달랐다.
- 맞습니다. 콜라보.
"설마, 내가 하는 게 아니야!?"
생각해 보니 누구와 콜라보를 하는지는 말하지 않았다.
- 그렇습니다. 쏭 채널과 요못녀 채널에 콜라보레이션이 들어왔습니다.
"나는?!"
- 전혀 없습니다.
"왜!!"
- 지금까지 컨셉을 생각하길 바랍니다.
생각해 보니 틀린 말도 아니었다. 랜덤박스와 연예인 콜라보는 어울리지 않았다.
"좋아. 송희랑 미영이에게는 전달해주고, 하고 싶다고 하면 콜라보 할 수 있게 지원해줘."
- 알겠습니다.
아쉽지만 연예인과의 합방은 둘에게 양보해야 할 것 같았다.
"됐어. 어차피 원하지도 않았어!"
- 얼굴에 아쉬움이 가득합니다. 휴먼.
"됐다고! 그것보다 더 재밌는 일이 있잖아!"
억지로 텐션을 끌어 올려봤지만.
- 상자를 준비하면 되겠습니까?
"아… 인생."
콜라보 방송이 없다면 랜덤박스가 할 수 있는 일은 하나뿐이었다.
"그래. 상자깡 가자."
- 준비하겠습니다.
신나는 상자깡 방송 시간이다.
***
"여러분! 너굴너굴!"
"너굴너굴!"
라이브 방송이 시작됐다.
피뢰침 - 랜하!!!
수호대 - 랜하!! 라이브!!
rlaalswo - 랜하!! 너굴맨님!! 저왔습니다!
月光- 랜하!! 형! 후기!! 후기를 주십쇼!!!
악마2호 - ㅋㅋㅋㅋㅋ랜하!! 형 어캐 된거임ㅋㅋㅋㅋ 후기 주세여!!
탐정연합 - 랜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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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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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청자들이 빠르게 접속했다.
"여러분! 설명회 방송 보셨습니까?"
"너굴너굴!"
악마2호 - 오오오!! 후기후기!!!!
月光- 봤습니다!!!
역시나 진성 랜빡이들답다.
"많은 분이 지원해 주시고 있습니다. 설명회는 성공적이었습니다!"
"너-굴!!"
너굴맨과 현규가 포효하고,
수호대 - 오오오오!!! 연예인이! 랜박 소속!
악마2호 - ㅋㅋㅋ 엄밀히 따지면 소속은 아님 ㅋㅋㅋㅋㅋ
수호대 - 이 분위기 파악 못하는 자의 목을 쳐라!!
ㄴ악마2호 - 랜박 소속!!! 우오오오!!!! 시청자들은 환호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모셨습니다!"
"너굴!?"
현규의 말에 채팅창은 난리가 났다.
月光- 연예인wwww?
취호선 - ㅋㅋㅋ게스트를 모셨다고? ㅋㅋㅋ
악마2호 - 이것이 랜박 클라스다!!!!!
물론 뻥이었다.
"오늘의 게스트!! 랜덤박스입니다!!"
"너굴너굴!"
현규는 책상 아래서 랜덤박스를 꺼냈다.
인공연합 - 아오!! 진짠줄 알았네 ㅋㅋㅋㅋ
피뢰침 - ㅋㅋㅋㅋ미쳤냐고 진짜!! 완전 긴장하고 있었어!!
김윤석 - 게스트가 상자 4개면??ㅋㅋㅋㅋㅋ
ㄴ악마2호 - ㅋㅋㅋㅋ상자깡 방송이란 거지 ㅋ
"왜요! 게스트! 맘에 안 드세요?"
"너굴?"
뻔뻔한 얼굴이었다.
취호선 - ㅋㅋㅋ캬!! 우리형 뻔뻔한거 봐라ㅋ
느윤석호 - ㅋㅋ근데 솔직히 상자깡 방송이 더 재밌긴 하지 ㅋㅋㅋㅋ 연예인 봐서 뭘 어쩔건데 ㅋㅋㅋㅋㅋ
ㄴ악마2호 - ㅋㅋㅋ고건 인정이구요 ㅋㅋㅋㅋ
ㄴ수호대 - ㅋㅋㅋ 그래! 상자깡가자! 그게 랜빡이지!
재미를 생각하면 콜라보 보다는 상자깡 방송이었다.
"이래야 우리 랜빡이지!"
"너굴너굴!"
현규는 만족했다는 얼굴로 추가로 설명했다.
"연예인 콜라보가 없는 건 아닙니다. 쏭채널이나 요못녀 채널을 확인해 보시면, 좋은 소식 있으실 겁니다."
"너굴!"
이연수 - 오오오오!! 없는 건 아니구만!!
악마2호 - ㅋㅋㅋ 랜박 채널이 콜라보하긴 좀 그렇지 ㅋㅋㅋ 클라스가 있는데. ㅋㅋㅋㅋ
ㄴ수호대 - ㅋㅋㅋ 맞음. 클라스 별로 일때도 방송국 걸렀는데 ㅋㅋㅋㅋㅋ
박충효 - ㅋㅋㅋ랜박은 그런 느낌 아니긴 하지 ㅋㅋㅋㅋㅋㅋㅋ
마지막 당근까지 주고 나니 시청자들의 반응이 더욱 긍정적으로 변했다.
"그럼, 이제 상자 까 볼까요?"
"너굴?"
진짜 상자를 열어볼 차례였다.
***
"바로 오픈 가겠습니다!"
"너굴!"
상자 위에 손을 올렸다.
- 랜덤박스 4개를 오픈하시겠습니까?
동시 개봉 알림이 나타났다.
"네!! 열겠습니다!! 연예인보다는 랜덤박스다!! 가자!!"
- 정말 동시에 오픈하시겠습니까?
"오픈합니다!!"
"너굴너굴!!"
현규와 너굴맨이 동시에 소리쳤다.
- 빠밤! 빠밤!
동시개방 전용 BGM과 함께.
눈 부신 빛이 터져 나왔다.
- 동시개방을 선택하셨습니다.
- 랜덤박스 하나가 합성용으로 소모됩니다.
"제발 사용만 가능하길!!!"
"너굴너굴!!"
간절한 외침과 함께 알림이 떠올랐다.
- 음파 탐지 장치.
- 금속 탐지 장치.
- 압축 상자.
상자가 하나 열릴 때마다 지금까지와는 사이즈가 다른 거대한 형태가 보였다.
"너굴맨! 피해!!!"
"너굴!"
너굴맨은 이미 뒤로 물러서 있었다.
- 압축 상자에 합성합니다.
- 음파 탐지 장치가 합성됩니다.
- 압축 상자로 흡수됩니다.
- 기능이 대폭 하락합니다.
- 금속 탐지 장치가 합성됩니다.
- 압축 상자로 흡수됩니다.
- 기능이 대폭 하락합니다.
- 최하급 탐지 장치를 획득하였습니다.
어마어마하게 큰 무언가가 나오리라 생각했는데, 막상 합성이 끝나고 나타난 건 핸드폰 크기의 물건이었다.
"탐지 장치라는데요?
"너굴?"
세상 쓸모없는 물건이 또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