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4. 아 진짜 능력 생겼다니깐!
땀에 흠뻑 젖은 현규가 방 밖으로 나왔다.
크라나 - 오오오!! 형 나옴!!!
지노스 - 관리자님과 면담을 저렇게 자주 한다니. 대단하다면 정말 대단한 일이다.
플로나 - 캬!! 맞습니다 ㅋㅋㅋ 저희 가끔 관리자님 방문하시면 도서관장님 빼고 다 빤스런 ㅋㅋㅋㅋㅋ
휴라타 - 인정. 그건. 나도, 이해.
외계인들은 그나마 멀쩡히 돌아온 현규를 칭찬했고, 현규는 채팅에 호응하듯 한쪽 팔을 뻗었다.
"보이십니까!!!"
승리의 표효였다.
크라나 - 보석!? 진짜 추출한 거야!?
지노스 - 문신이 사라졌으니. 진짜인 것 같다.
플로나 - 오오오!! 분석해 보고 싶군요!!
ㄴ휴라타 - 분석. 하면. 면담. 괜찮?
ㄴ플로나 - ㅋㅋㅋ아니 괜찮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현규에 손에 들린 작은 보석이 촬영 조명에 반사되어 반짝거렸다.
"무서웠엉!!! 죽는 죽 알았엉!!"
멋진 등장과 달리, 긴장이 풀린 현규는 울먹거리며 제자리에 주저앉았다.
"너굴너굴!!"
너굴맨이 괜찮다는 듯 현규의 등을 두드려주고,
크라나 - 캬, 우리형 짱이네. 저 정도면 양호하지 않음?
ㄴ지노스 - 완전 양호하다. 팔다리 중에 사라진 거 없고, 겁만 먹어 돌아왔다면 성공이지.
ㄴ플라나 - ㅋㅋㅋ그건 맞습니다. 울먹임에서 끝난 게 대단한 겁니다.
ㄴ휴라타 - 인 정. 형. 담력. 짱셈.
꼴사나운 모습이었지만 외계인들은 이해한다는 듯 위로를 해주었다.
크라나 - 이쯤에서 우리의 성과를 보여주는 게 어떰?
ㄴ지노스 - 좋군. 형도 기분이 풀릴 것이다.
플로나 - 보석도 크기가 작아서, 여유도 있어 보입니다!
- 수거자 기동합니다.
현규가 멘탈을 다잡는 동안 외계인들과 인공이는 선물은 준비했다.
"짹, 짹,"
참새가 집안을 날아다니기 시작했다.
"어?! 완성했어요!?"
이내 진정된 현규는 참새를 보고 깜짝 놀랐다.
크라나 - 당근 빠따죠!! ㅋㅋㅋ 포인트질을해서, 차라리 속도를 높이기로 했지. 어차피 다 써도 되잖아?
빨리 만들기 위해서 업을 사용해 완성 속도를 높인 모양이었다.
"당연하죠! 잘하셨어요!"
업 보다는 시간이 중요했다. 빨리 만들수록 회수할 업은 더 늘어나게 된다.
지노스 - 역시, 우리의 생각이 맞았군. 형이 나오기 전에 완성하길 잘했군.
플로나 - 서두르긴 했지만! 성능은 전혀 상관없습니다!
빨리 만들었다고 성능이 떨어진 것도 아니었다. 이건 완벽했다.
"크!! 믿었습니다!! 제가 고생하면서 얻어 온 보람이 있네요!!!"
크라나 - ㅋㅋㅋㅋ 어떻게 받아온 거야?
ㄴ지노스 - 쉿!
어떻게 받아온 건지 궁금하겠지만 그건 말해 줄 수 없었다.
"그건 말 못 하는 거 아시죠? 아니. 꼭 들어야겠다면 해드리겠습니다! 우리 한배를 타는 겁니다!!"
지노스 - 우리는 안 궁금하다!! 형!! 아니다!! 우리는 아니다!!
크라나 - ……죄송합니다. 경솔했네요…
플로나 - 저희는 도서관 업무가 바빠서…
막상 들려준다고 하니 외계인들은 겁을 먹었다. 관리자가 주는 무게였다.
"농담입니다. 마무리 하고 참새 날려 보낼까요?"
크라나 - 네!!! 형님!! 탁월한 선택이십니다!!
지노스 - 바로 설치 가능하다.
플로나 - 그게 좋은 생각이네요!
휴라타 - 좋은. 생각. 인정. 맞음.
농담을 끝내고 바로 작업에 들어갔다.
- 저희는 반지로 생각하고 공간을 비워놨습니다. 여유 공간이 있으니 바로 장착할 수 있습니다.
남아 있는 공간이 작으면 문제였겠지만, 남는 건 전혀 문제가 아니었다.
"오래 걸려?"
- 오래 걸릴 이유가 없습니다. 끝났습니다.
모든 준비가 끝나고 그저 보석을 넣기만 하면 됐던 모양인지 순식간에 작업이 끝났다.
"끝?"
- 끝입니다. 바로 날려보내시겠습니까?
이렇게 간단하게 될거라곤 생각하지 못했다.
"날아가는 좌표나 뭐 순서, 동선 이런건 상관없어?"
- 제품을 제작하면서 이미 끝낸 상태입니다. 어떤 계산식을 사용했는지 설명이 필요하십니까? 99.7%의 확률로 이해하지 못하실 겁니다.
0.3%나 남겨 줬다는 게 고마울 정도였다.
"아니. 끝났다면 됐어. 근데 집안에서 날려도 돼?"
- 전혀 상관없습니다.
크라나 - ㅋㅋㅋㅋㅋ집 안? 문제없죠. 사념이 집 안에 있을 때도 있을 텐데요.
ㄴ지노스 - 우리는 모든 상황을 가정하고, 이동할 수 있는 로봇을 만들었다.
ㄴ플로나 - ㅋㅋㅋㅋㅋ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이쯤 되니 오히려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오케이! 그럼, 비공개방송의 마지막! 로봇 작동해 보겠습니다!"
창문으로 날아갈 거라 생각하고 창문을 쳐다보고 있었는데.
- 워프 엔진 기동합니다.
"뭔프!?"
참새에서 눈 부신 빛이 나오고,
- 짹!!
그 자리에서 사라졌다.
- 첫 번째, 목적지에 도달했습니다.
"오졌다…"
크라나 - 캬!! 저 얼굴 볼라고 ㅋㅋㅋ 이 고생 한 거지!!
ㄴ지노스 - 흡-족하군.
ㄴ플로나 - 재미있었습니다! ㅋㅋㅋ
오졌다는 말과 함께 방송이 종료됐다. 방송이 끝났지만 현규는 여전히 자리에 앉아 있었다.
"이러면, 지구상의 업은 거의 끝난 거지?"
- 그렇습니다. 애초에 계획했던 유튜버들의 업과 시청자들의 업은 계획대로 흡수 중이고, 예상치 못한 사념의 업까지 모두 흡수가 가능합니다.
죽은 자들의 업인 사념.
이야기에 쌓인 업인 괴담.
그림을 이용해 흡수한 탑 유튜버의 업.
지원을 통해 흡수하고 있는 유튜버들의 업.
방송을 통해 흡수하는 시청자들의 업까지.
막대한 업이 현규에게 쌓이고 있었다.
"우리가 순수하게 얻은 업만 사용하고, 나머지는 저축해줘."
- 알겠습니다.
벌어들인 업을 허겁지겁 사용하던 전과 달리 이제는 저축할 수 있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끝난 거지?"
- 그렇습니다.
이제 나머지는 시간이 해결해 줄 것이다.
업에 필요한 작업은 대부분 끝났다.
***
비공개 방송을 하는 동안 랜덤박스 홈페이지엔 휴방 공지가 올라왔다.
공지에는 수많은 댓글이 달렸다.
수호대 - 왜 방송 없음!!! 초심 어디 갔냐 이거야!!!
ㄴ여구독자연합 - 우리 오빠도 휴먼이에요! 휴먼! 사람이 하루 쉴수도 있지! 근데 오늘 방송 왜 없죠? 보고싶어요!!
ㄴ김초롱 - ㅋㅋㅋㅋ이 언니마저 못 참는 휴방 ㅋㅋㅋㅋㅋㅋ
취호선 - 그러게!! 미치겠네!! 나 금단증상 오고 장난 아님!! 우리형! 휴방하고 어디 여자 만나러 감?!
ㄴ악마2호 - ㅋㅋㅋㅋ 아무리 생각해도 그건 아니구요? ㅋㅋㅋㅋ
ㄴ이인자 - 형이 여자? ㅋㅋㅋㅋ 아니 ㅋㅋㅋ 방송땜에 힘들어서 ㅋㅋㅋㅋ 쉬고 있다에 손가락 걸음. ㅋㅋㅋㅋㅋㅋ
ㄴ여구독자연합 - 방송이 강행군이긴 했어요. 서울부터 부산까지 가고 했는데…
ㄴ취호선 - ㅋㅋㅋ그건 인정이지. ㅋㅋㅋㅋㅋ
탐정연합 - 아니아니. 다들 피곤해서라고 생각하는데. 이거 반대로 생각해봐. 우리형이 피곤하다고 쉴 사람임?
ㄴ악마2호 - 어!? 그것도 그렇네?
ㄴ명탐정고난 - 뭔가 있음. 뭔가가 있으니깐 방송이 없는거임. 아무튼 그럼 ㅋㅋㅋㅋ
ㄴ수호대 - ㅋㅋㅋ 딴 곳은 쉰다고 생각할텐데. ㅋㅋㅋ 여기는 진짜 뭐가 있는 것 같기도 하고 ㅋㅋㅋㅋㅋ
ㄴ씰룩홈즈 - 이거 뭐하나 준비하고 있는거 같은데? 지금 같은 흐름이면 뭐가 있어도 있을텐데.
ㄴ설정연합 - 여기서는 형이 얻은 능력, 자연스럽게 보여주는 게 흐름아님? 설정의 확장과 보여주기가 적절해보이는데.
ㄴ여구독자연합 - 그그. 장산범은 성대모사였고, 자유로 귀신은 존재감 노출이었죠!?
ㄴ설정연합 - ㅇㅇㅇ…… 이걸 현실에 구현하려고 준비중인 듯? ㅋㅋㅋㅋ
ㄴ노년탐정김전일 - 맞음. 이건 내 손주의 명예를 걸고 확실한 수 있음. 우린 내일 방송 기대하면 됨 ㅋㅋㅋㅋㅋ
ㄴ악마2호 - ㅋㅋㅋ그럴싸 한데? ㅋㅋㅋ
ㄴ여구독자연합 - 성실한 우리 오빠라면…
ㄴ수호대 - ㅋㅋ그치? 우리형인데.
ㄴ너굴연합 - ㅋㅋㅋ랜덤박스니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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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에 시청자들의 기대가 쌓이고 있었다.
"이게 무슨 개소리야!?"
- 그걸 왜 저한테 묻는지 모르겠습니다.
댓글들에 미친 소리가 적혀 있었다.
"아니! 관리자님 만나고 오면 당연히 힘들지!!!"
- 시청자들에겐 노출할 수 없니 휴방으로 공지했습니다.
이게 문제였다. 비공개방송까지 이어진 걸 모르니 시청자들은 휴방했다고 생각했다.
"이거 어떻게 해!!"
- 휴먼. 적절한 방법이 있습니다.
역시나 인공이가 희망이었다.
"믿고 있었어!!!"
- 이런 긴급상황에는 역시, 휴먼의 본능을 믿는 겁니다. 생각을 떠올리시면 됩니다. 휴먼.
"어!?"
인공이의 해결책은 '너를 믿어라'였다.
"진심이야?"
- 집중을 요청합니다. 그런 무의미한 질문은 지금 도움 되지 않습니다.
심지어 현규를 혼내기까지 했다.
"아… 인생…"
- 집중입니다. 휴먼, 집중입니다.
결국 현규는 방법을 찾기 위해 두뇌를 풀가동했다.
***
방송이 켜지고,
악마2호 - 랜하!!
크라나 - ㅋㅋㅋ 랜하!! 오늘도 밖이야!?
수호대 - 캬!! 기다렸다아!!! 랜하!! 오늘은 뭘 보여주시나요!!!
너굴연합 - 랜하!! 아앗! 너굴맨님도 없고? 하늘? 왜 하늘을 보여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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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자들이 빠르게 접속했다.
오늘은 오프닝을 인사하는 사람도 없이 그저 하늘을 보여주고 있었다.
rlaalswo - 오늘 도대체 뭐임?
시청자들이 어리둥절하게 있을 때.
화면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수호대 - 이거 드론임? 뭐야? 공중에서 촬영하는거 같은데.
ㄴ크라나 - 오오오!! 어제 우리가 만든 거 같은데!!!
ㄴ설정연합 - 만들어!?
ㄴ크라나 - ㅋㅋㅋㅋ비행 장비까진 아니고, 다른 용도로 만든 거긴 한데 ㅋㅋㅋ 오늘 써먹는 듯.
크라나의 말대로 드론을 이용하는 게 아닌, 참새를 이용해서 촬영하고 있었다.
하늘을 보여주고, 나무와 공원의 모습이 나타나고, 마지막으로 동상 하나가 시야에 들어왔다.
짙은 녹색 동상은 알록달록한 형광색 옷을 입혀져 있고 깃털까지 장식되어 있었는데. 이건 시선 강탈의 수준을 넘어 기괴하게 보일 정도였다.
탐정연합 - 잠깐!! 저거 형 아님?!
ㄴ수호대 - 리얼!? 그러고 보니깐 형처럼 보이기도 하고?
ㄴ크라나 - ㅋㅋㅋ아. 나 감잡았음ㅋㅋㅋㅋ 진짜 우리형 미친 거 아님?
ㄴ설정연합 - 잠깐만. 지금 저걸 존재감 노출이라고 하는거야!?
ㄴ악마2호 - ……설마… 아니겠지… 저 상태면 누구나 존재감 노출되지!!
어떻게 된 건지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때.
-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인공이의 목소리가 들렸다.
수호대 - 누님!! 솔직하게 이야기 해주세요!! 저걸 존재감 노출이라고 우길 생각입니까!?
인공이의 등장에 반가워하기보다는 바로 질문이 튀어나왔다.
- 우기는 게 아닙니다. 존재감을 노출을 극대화하는 방법입니다.
설정연합 - ㅋㅋㅋ 능력을 보여주는 방송 맞네!! ㅋㅋㅋㅋ 아 미친 ㅋㅋㅋㅋ 뭐야 이게 ㅋㅋㅋㅋㅋㅋ
ㄴ악마2호 - ㅋㅋㅋㅋ랜박 ㅋㅋㅋ 누가 초심 잃었다고 그랬냐!? ㅋㅋㅋㅋ 초심 여전하구만 ㅋㅋㅋㅋㅋ
ㄴ수호대 - ㅋㅋㅋ인정이다!! ㅋㅋㅋㅋㅋ
터무니없는 쌈마이 느낌에 시청자들은 웃음을 터트렸다.
- 오늘의 방송을 설명해드리겠습니다.
인공이의 설명이 이어졌다.
- 이곳은 청주에 있는 문암생태공원입니다. 시설관리공단의 협조를 받아 살아있는 동상을 설치했습니다.
이인자 - 캬!! 저걸 하루 만에 협조했다고? ㅋ
ㄴ수호대 - ㅋㅋ미쳤다. 구독자가 많으니깐 ㅋㅋ 이런게 되는 구나. ㅋㅋㅋㅋㅋㅋ
크라나 - ㅋㅋㅋ아!! 가보고 싶다!!
ㄴ악마2호 - 어!? 방문 가능한 거 아님??!
ㄴ여구독자연합 - 전 옷 입었어요!! 출발합니다!
ㄴ수호대 - ㅋㅋㅋ 행동력 미쳤구요! ㅋㅋㅋ 이거 직접 가서 볼 수가 있구나! ㅋㅋㅋ 미쳤네 진짜!!
시청자들의 생각대로 참여가 가능한 콘텐츠였다.
- 맞습니다. 여러분은 직접 와서 구경하실 수도 있고, 혹은 그냥 방송으로 모습을 보실 수도 있습니다.
인공이의 대답에 채팅창이 술렁였다.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 동상 앞에는 태블릿이 걸려 있습니다. 그곳에 보고 싶은 성대모사를 작성하면.
테블릿이 확대되고 그곳에 '범죄와의 전쟁 - 최민식.'이 적히자 동상이 움직였다.
"느그 서장 남천동 살제, 으어?! 내에가 인마 느그 서장이랑 인마 어저께도 으어!? 같이 밥 묵꼬! 으어!? 싸!우나도 같이 가고 어! 마이 새끼야 마 다 해써어! 이 쌔끼드리 말이야! 쯧!"
- 이렇게 성대모사가 작동합니다.
목소리, 동작, 전부 완벽하긴 했는데.
악마2호 - ㅋㅋㅋㅋ목소리가 아니라 ㅋㅋㅋ 왜 스피커에서 소리가 나오는데!!!
ㄴ수호대 - ㅋㅋㅋㅋㅋㅋ미쳤냐고 진짜!! 알록달록 옷이 존재감이고 ㅋㅋㅋㅋ 립싱크가 성대모사임? ㅋㅋㅋㅋㅋㅋㅋㅋ
소리는 목이 아닌 스피커에서 나왔다.
'아 진짜 능력 있는데.'
그대로 보여줄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