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6. 송희는 가끔 무섭다.
그 뒤로도 실험이 이어졌다.
"원리는 알 수 없지만, 사용감이 있는 물건만 되네요."
연금이 가능한 물건은 사용한 물건이어야 했다.
"거기다. 의미가 있으면 좀 더 좋은 거 같기도 하고… 이거 애매하네요."
그냥 물 같은 걸 넣거나 새로 산 물건을 넣으면 되지 않았는데, 이상하게도 사용했던 적이 있거나 아니면 사용감이 있는 물건은 가능했다.
"그냥 물은 안되고, 먹던 거나 입에 머금었다 넣는 게 된다니. 이거 참 끔찍한 조건이네요."
사용감이라는 건 정말 애매했다.
설정연합 - ㅋㅋㅋ나름대로 기준이 있는 거 같은데 ㅋㅋㅋ 뭔지를 모르겠네ㅋㅋㅋㅋ
ㄴ크라나 - ㅋㅋㅋ골때린다 진짜 ㅋㅋㅋ 왜지? 업이 문제라고 생각했는데. 업이 없는 물건들도 되잖아!
ㄴ지노스 - 랜덤박스의 영향인 것 같은데. 무엇하나 확실하지 않다.
시청자들이 머리를 맞대고 추리해봤지만, 구체적인 이유는 끝까지 찾지 못했다.
"복잡하게 생각하지 말고 간단하게 가죠?"
"너굴?"
이런 건 간단하게 생각해야 했다.
"여러분!! 여러분의 애장품이나! 사용했던 물건들을 보내주세요!!"
"너굴!?"
기왕 사용할 거, 시청자들의 물건이 들어가면 한층 의미가 있는 물건이 된다.
크라나 - 캬!! 우리 외계도 물건 보내도 됨!?
ㄴ지노스 - 음. 나쁘지 않군. 사용했던 물건이기만 하면 되니.
ㄴ악마2호 - 오오!! 외계인들도!? 지구도 가만히 있을 수 없지!!
ㄴPYRO - 이럴 때마다 너무 아쉬워. 한국에 살고 싶다!!
ㄴ여구독자연합 - 물건은 어떻게 받으세요!?
외계인이 호응하자 지구의 시청자들도 반응하기 시작했다.
"착불 퀵으로 보내주세요! 비용은 제가 전부 부담하겠습니다! 3일밖에 시간이 없는데! 내일까지 받을 수 있게! 퀵으로 받겠습니다!"
"너굴너굴!?"
악마2호 - 오오오!! 퀵으로!? 엄청 비싸 형!!
천사연합 - 지역별로 묶어서 퀵 보내도 될 것 같은데?
수호대 - 괜찮은데?
여구독자연합 - 꼭 보낼게요! 오빠!!! 지구의 시청자들이 환호하고,
크라나 - 외계 물건도!?
ㄴ지노스 - 그것도 괜찮은 생각이군. 외계 시청자들의 마음도 흔들리기 시작했다.
"좋다! 외계도 팍팍 보내세요! 우리 남은 업 있습니다!!"
"너굴너굴!"
외계의 물건도 요금을 내도 상관없었다.
업은 이제 문제가 아니었다.
"내일! 여러분의 물건을 받아 물약을 만들고, 보내드릴지 저희가 먹을지는 고민해보겠습니다!"
"너굴."
지구의 통념으로 이해가 되는 물건은 보내줄 생각이었다.
"그리고! 막 이상한 거 보내시는 분들! 랜덤박스 법무팀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여러분의 물건 때문에 다른 분들의 물건까지 못 받는 사태가 일어나면 정말 용서치 않을 겁니다."
"너굴너굴!"
경고를 끝으로 방송이 종료됐다.
곧 물건을 보낼 주소가 홈페이지에 올라오고,
천사연합 - 물건 배달 갈 사람 있음? 아니 일단 분류부터 하자! 구독자연합 형! 나와 봐!!
구독자연합 - 빠르게 정리해서 물건을 보내겠습니다. 선 넘는 물건은 절대 안 됩니다.
시청자들이 바쁘게 움직였다.
그건 현규도 마찬가지였다.
"인공아! 휴머노이드 접속해서! 오늘 분 연금 세트에서 뽑을 수 있는 거 최대한 뽑아!"
- 알겠습니다. 물약은 필요 없는 건 폐기하고 좋은 물약만 남기겠습니다.
"오케이!"
"너굴?"
제한이 걸린 만큼은 무조건 사용해야 했다.
인공이가 물약을 만드는 동안 현규는 핸드폰을 들었다.
"어! 송이야. 부탁할 게 있는데."
"아니. 내가 언제 재미없는 거 부탁한 적 있어? 물론 당연히 재미있지."
"오늘 와서 맛만 봐 대충 알려줄게."
"그래 이따 보자!"
송희를 낚고,
"미영아! 혹시 재미있는 콘텐츠 참여할 생각 있어?"
"어!? 방송 봤다고? 음. 같이할래? 재미있을 거 같은데."
"아. 전화 올 줄 알았다고? 음 그래. 부탁 좀 할게! 어!? 그럼! 당연히 출연료 지급하지!"
미영이에겐 역으로 낚였다.
그렇게 마지막 요소인 게스트까지 확보됐다.
아침부터 전쟁이었다.
시간이 촉박하니 물건은 집으로 받았고.
"형!!! 배달왔어요!!"
"아니! 퀵으로 보내라니깐! 왜 직접 오고 그래요!!"
랜빡이들이 하나둘 도착하기 시작했다.
"형은 돈 아끼고! 우리는 형 봐서 좋고! 이게 윈윈이죠!"
"아! 진짜! 랜빡이들! 이거 받아가요! 사진 얼른 찍고! 촬영 준비 때문에 바쁜 거니깐 이해 좀 해줘요."
"그 정도면 충분해요!!"
인공이가 준비해준 액자를 선물하고 빠르게 사진을 찍어주었다. 벌써 4명째였다.
올 때마다 한 아름씩 물건들을 싸 왔는데, 오늘 조합할 물건은 충분해 보였다.
"오빠! 물건 왔어요!? 안으로 가져다 놓을게요!"
"아니야! 들고 들어갈게! 기다리고 있어!"
현규는 물건을 들고 안으로 들어왔다.
"송이야 미영이한테 오늘 방송 들었어!?"
"네! 언니가 설명해 줬어요!"
다행히 구구절절 설명할 필요는 없었다.
"그럼! 진짜 중요한 것만 설명할게!"
미영이와 송희의 시선이 모였다.
"이거 진짜 연금이 되고 그런 건 아닌 거 알지?"
"당연하죠."
"아니에요!?"
미영이와 송희의 상반된 반응에 웃음이 나왔다.
"당연하지. 불법 약물제조로 끌려간다. 달콤한 시럽이 조합된 음료수니깐. 먹어도 문제없고 효과가 진짜 있는 것도 아니야."
꼭 설명하고 넘어가야 할 것들이었다.
"그러니깐! 부담 없이 마셔도 된다는 뜻이야. 실제 조합되는 물건이랑은 전혀 상관없어."
"효과가 있으면요!?"
송희는 생글거리며 질문을 했는데 어딘가 묘한 기분이 느껴졌다.
"당연히 기분 탓이지. 플라시보 효과 알지? 막 아무 효과 없는 약 먹었는데. 효과 있는 거 같은 기분. 그런 거야. 아니. 이걸 진지하게 대답해주는 것도 이상한데? 아! 그리고 이거 밑에 연결된 거야. 절대 건드리면 안 돼! 기계 설치해놓은 거야!"
"알겠어요!"
"아. 그렇게 만들어진 거예요?"
송희와 미영이에게 해줄 설명은 끝이였다.
"그럼 마지막으로 정리하고! 바로 시작하자!"
"네!!"
"확인할게요."
방송준비가 끝나갔다.
***
"여러분! 랜하!!"
"랜하에요!!"
"여러분! 랜하랜하!"
미영이와 송희가 함께하는 오프닝이었다.
rlaalswo - 아아아…너굴너굴! 너굴맨님 어디계십니까!!
피뢰침 - 랜하!! ㅋㅋㅋㅋ 게스트왔는데 ㅋㅋㅋ 너굴맨님 찾는거임? ㅋㅋㅋㅋ
수호대 - 랜하!! 랜덤박스 하이라는 뜻!
취호선 - 랜하!! 오오오!! 게스트!!
구독자연합 - 랜하! 물건은 모두 잘 도착했다고 합니다.
시청자들이 접속했다.
"좋은 물약 먹는데! 혼자 먹기 미안해서!! 이렇게 게스트를 모셨습니다! 요못 님과 쏭 님입니다!"
"안녕하세요! 또 왔어요!"
"여러분! 좋은 약이 있다고 해서 왔어요!"
그녀들에게 랜덤박스는 익숙한 방송이었다.
크라나 - 캬!! 오늘 다른 사람들까지! 물건도 많아 보이고!!
피뢰침 - 캬! 누님들 오셨군요! 이제는 고정맴버지!
ㄴ취호선 - ㅋㅋㅋㅋ 맞지 ㅋㅋㅋ 랜박 식구지 이젠 ㅋㅋㅋ
시청자들에게도 익숙한 맴버였다.
"지구 여러분의 물건도 잘 도착했고! 외계 분들의 물건도 잘 도착했습니다! 물건이 잔뜩 와서, 30번을 어떻게 배정해야 할지가 문제입니다! 오늘 못 쓰는 건 내일 30회분 만들어서 영상 업로드할 테니 채택이 안 됐다고 속상해하지 마세요!"
악마2호 - ㅋㅋㅋㅋ그건 별수 없지!
내일까지 만들어서 보여주면 인정입니다!
이인자 - 고고고! 빠르게 가시죠!!
설명은 이 정도면 충분했다.
"어떻게 만드는지 여러분도 아시니깐. 바로 시작하겠습니다! 일단 각각 맘에 드는 물건 3개씩 골라볼게요!"
"좋아요!!"
"물건은 상관없죠!?"
물건을 하나씩 소개하기보다는 각자 골라보기로 했다.
"그럼! 3개씩 마음에 드는 거 골라!"
"네!!"
"앗! 언니!"
그녀들이 물건을 고르기 시작하고, 현규도 물건을 고르기 위해 살펴보기 시작했다.
"오오! 이거 인셉션에 나왔던 팽이 아니에요!? 느낌 있는데요!?"
익명12 - 제가 인셉션에 빠져서 구매했던 팽이입니다 ㅋㅋㅋㅋ 매일 돌렸었습니다.
현규는 작은 장난감을 살펴봤고.
"언니! 이것 봐요! 오빠 여성 팬이 보냈나 봐요!"
익명91 - 형! 내 키스마크야!!!!
키스마크가 찍힌 손수건은 안타깝게도 남자가 보낸 모양이었다.
"여기 금반지도 있는데요!?"
익명17 - 전 남자친구가 줬던 100일 반지에요! 제발! 괜찮은 남자 좀 보내줘요!!!
심지어는 전 남자친구의 선물까지. 다양한 것들이 있었다.
"다들 골랐어?"
"전! 골랐어요!"
"저도 골랐어요."
재밌어 보이는 물건이 많아서 고르는 건 어렵지 않았다.
"그럼, 나 먼저 시작한다!"
"네!"
현규는 연금 세트의 윗면을 두드려 열었다.
- 키잉.
뚜껑이 열리고 현규가 물건을 하나씩 넣었다.
"나는 인셉션에 나왔던 팽이랑 라이터, 열쇠고리. 이렇게 3개 골랐어."
익명21 - 크! 저 라이터가 금연하기전 마지막 라이터였음!
익명17 - 전 남자친구가 줬던! 열쇠고리! 제발! 괜찮은 남자 좀 보내주세요!!!!
물건을 넣고 옆면을 쓰다듬자, 뚜껑이 닫히고 연금 세트의 색이 흰색으로 변하기 시작하더니 빛으로 만들어진 글자가 나타났다.
(위 보호제.)
"아!"
현규는 탄식을 터트렸는데.
"오빠! 이거 너무 신기해요!!"
"정말 잘 만들었네요."
직접 보는 게 처음인 그녀들은 신기한지 연금 세트를 뚫어지게 쳐다봤다.
"놀라지만 말고 직접 해 봐."
현규는 연금 세트에서 병을 꺼냈다.
옆면이 닫힌 후에 다시 윗 뚜껑이 열렸다.
"언니! 저부터 해 봐도 돼요?"
"그래. 괜찮아."
다음은 송희의 차례였다.
"저는 키스 마크 손수건이랑! USB! 그리고 외국 동전을 골랐어요!"
익명88 - USB확인해 형!!! 거기 아름다우신 분들 많이 들었어!!!!
ㄴ악마2호 - ㅋㅋㅋ 정신병자야!! 그걸 왜보내!!
익명14 - 저건 행운의 동전으로 가지고 있던거예요! 내가 보냈음!
행운의 동전과 무언가 들어있는 USB.
거기에 키스 마크 손수건이었다.
"좋은 거 나왔으면 좋겠어요!"
그녀의 바람이 닿은 걸까. 괜찮은 물약이 나왔다.
(매끈한 피부 물약.)
"어!? 언니!! 나왔어요!! 좋은 거 나왔어요!!"
"어머, 진짜 괜찮은 게 나왔네?"
둘 다 효과가 없다는 건 알지만 방송을 위해 즐겁게 호응해줬다.
"일단, 빼놓을게. 다음에 뭐가 나올지 모르니깐."
"네!!"
송희는 과몰입한 모양인지 눈이 반짝이고 있었다.
"다음은 제가 할게요."
물약을 빼고 다시 뚜것이 열렸다.
"저는 반지, 레고 피규어, 인조네일이에요."
익명53 - 레고 피규어 저거 제겁니다! 그거 한정판이에요오!!! 안돼!!!
ㄴ수호대 - ㅋㅋㅋ그럼 애초에 보내질 말았어야지 ㅋㅋㅋㅋㅋ
익명48 - 인조네일은 제가 보냈어요! 일하느라 네일아트를 못해서, 그냥 모아놓거든요!
반지와 레고 피규어, 인조네일이 연금 세트에 들어가고, 빛을 뿜어냈다.
(풍유 물약.)
물약의 이름에 채팅창에 정적이 흐르고.
"오빠 풍유 물약이 모예요?"
"이거 제가 생각하는 거 맞아요?"
그녀들의 질문이 날아왔다.
"음…가슴을 크게 해주는 물약 같은데?"
현규가 조심스럽게 말하자.
"그럼. 전 별 필요 없는데요?"
미영이는 당당하게 말했다.
"아앗! 언니! 저요! 저요오!!!"
"어!?"
"바꿔 먹어요!!!"
"쌓아 잠깐만!"
송희의 외침에 열망이 가득했고,
"오빠!! 시선 처리!"
자연스럽게 내려가던 송희의 가슴팍으로 내려가던 현규의 시선이 미영이의 말에 화들짝 놀라 다른 곳으로 돌아갔다.
"아니야!! 본 거 아니라니깐!"
"언니!! 물약 바꿔요!!!"
"진짜!! 진정들 안 해요!?"
수호대 - ㅋㅋㅋ 쏭님은 과몰입하셨고 ㅋㅋㅋㅋㅋ 형은 괜히 당황했고 ㅋㅋㅋㅋ 요못누님은 중간에서 고통받고 ㅋㅋㅋㅋ
ㄴ악마2호 - ㅋㅋㅋㅋ개판이구만!! ㅋㅋㅋㅋㅋ
개판이던 방송은 송희가 물약을 과감하게 마시면서 정점을 찍었다.
"맛있어요!!! 제발!! 커지게 해주세요!!"
그녀의 간절한 목소리가 아련히 울려 퍼졌다.